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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7

    <267 – 재단장학생들의 흑막(아님)>

     

    돌아가는 길.

    안데르센은 솔직히 호기심을 드러냈다.

     

    “그 스티커가 그렇게 귀중한 물건인가?”

    “당연하죠! 이렇게 작은 면적에 원하는 마법의 간이술식을 적으면 자동으로 완성술식이 나와서 효력을 발동한다고요?”

     

    지금도 전장의 꽃인 기사들의 중갑에는 실력 있는 마법사들이 한 땀 한 땀 공들여 술식을 깎아 넣으며 하나라도 더 많은 술식을 넣으려고 애쓴다.

    단위면적 당 허락되는 마나술식의 개수와 한도를 훌쩍 뛰어넘는 이 솜씨는 사실상 종이비행기에서 압도적인 양의 마나술식을 새겨 넣었던 나의 상위호환.

    까놓고 말해서 플레이어인 내가 시작부터 카피할 정도로 엄청난 마나제어술을 지닌 선배의 솜씨였다.

     

    “그 정도로 대단한 실력을 지닌 선배라면 역시 고학년이겠지?”

    “에, 학년만 따지자면 일단은 2.5학년인데요.”

    “고작 2.5학년이라니, 우리랑 별로 차이도 안 나잖아. 그건 현역 2학년이라는 말인가!?”

    “정확히는 2학년 1학기까지 과정을 마치고 휴학 중인 선배라고 해야겠네요.”

    “그런 굉장한 실력의 선배가 어째서 3학년이 되지 않고 휴학을 한 거지? 아니, 오히려 휴학을 해서 실력이 늘어난 건가?”

    “앗, 너무 깊게 파고들지는 말아주세요. DLC 컨텐츠 루트에 돌입해버릴지도 모르니까요.”

    “DLC? 모르는 용어군.”

    “대충 알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에요.”

    “아카데미는 넓고 재단의 비밀은 참으로 많군.”

     

    안데르센은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 하루 신세를 진 내 비밀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다.

     

    “재단의 일은 네게 있어서 크나큰 치부이자 벗을 수 없는 짐이기도 하지. 이용한다면 얼마든지 너를 궁지에 빠뜨릴 수 있겠지만 신세를 진 입장에서 그런 배은망덕한 짓을 저지를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럼 저야 감사하고요!”

     

    하지만 우리가 경계해야 할 선배는 스티커의 제작자 따위가 아니었다.

     

    “아앗~핫핫하하하~~!”

     

    숲 전체에 널리 퍼지는 웃음소리.

    전신의 피부가 일순간에 오싹해질 정도로 높고도 시원한 성량.

     

    “이 특징적인 웃음소리는… 설마 조금전의!?”

    “물러서십시오, 오크노디 님.”

     

    이런 웃음의 주인은 기프트 아카데미에 단 한 명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설마 1학년들이 현장에서 달아난 휴학생들의 협력자였다니, 과연 학생회 임원인 저조차도 이런 경우는 예상하지 못했사와요!”

    “으겍. 만델라 선배…”

    “저런. 대운동회에서는 모처럼 승리의 기쁨까지 만끽하도록 도와드렸건만 경계를 산건가요? 별로 반기는 표정은 아니네요. 아니면…”

     

    모습도 보이지 않는 만델라 선배의 웃음 섞인 말투에 한 줄기 가시가 돋아났다.

     

    “‘나쁜아이’답게 벌을 받을 것을 직감해서 그런 걸까요~~?”

     

     

    * *

     

     

    만델라 후작영애는 휴학생 선배들을 굴비처럼 엮은 줄을 잡아당기며 재촉했다.

     

    “약골선배님들~ 침입도구는 정말로 이게 전부인가요~~?”

    “다 줬다고! 소지품은 다 뺏어갔으면서 얼마나 더 우리를 괴롭혀야 성이 풀릴 작정이냐!”

    “아라~~? 큰소리를 칠 입장이 아니실텐데요~~?”

     

    휙휙 잡아끄는 손길에 좌로 우르르 우로 우르르 쓰러지는 휴학생 선배들.

    후배에게 이런 굴욕을 당하다니 수치심의 눈물을 흘리는 이들의 모습에 휴학생단속국 소속 학생회 임원이 훗 하고 웃으며 그녀를 말렸다.

     

    “그만하면 됐다. 재능도 노력도 부족한 주제에 추한 모습을 보여준 선배들을 너무 몰아붙이지마라. 수레에 붙었던 <스티커>나 채집품의 품질을 보아 상당한 조직력이 의심되는 무리다. 너무 자극하면 아무리 엘리트인 너라도 험한 일에 휘말릴 거다.”

     

    동급생을 상대로는 무소불위의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만델라 카스테라지만 눈앞의 선배의 말에는 순순히 따랐다.

    둔하고 못생겨 보이는 시력 및 마나보조기구로 여겨지는 안경을 쓴 선배.

    보통이라면 고작 학년 하나 차이로 유세 부리지 말라고 압살했을 그녀지만 상대는 평범한 안경착용자가 아니었다.

    안경을 쓴 이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학생회 임원의 자리까지 차지한 안경파 최대실력자!

    손가락으로 슥 밀어 올리는 안경이 햇빛을 받아 역광을 드리우는 모습부터도 심상치 않은 자, 3학년 학생회 임원 <부르테 글라스>의 경고에는 그만한 위압감이 있었다.

     

    “이상하잖아요~ 아무리 봐도 이 침입자들이 지닌 가장 강한 무기는 스티커인데 압수물품에는 더 이상의 스티커가 없다니. 마력반응도 분명 있었는데 어느 순간 뚝 끊긴 걸로 봐서 증거품으로 압수당하지 않도록 분명 숨겨둔 거라고요~?”

    “찾아내는 건 우리 휴학생단속국의 일이다. 체포를 도운 것만으로도 네 몫은 충분히 달성했다. 2년 뒤의 학생회장을 노리는 솜씨는 과연 대단했지만 과욕은 부리지 마라. 오늘 네가 할 일은 여기까지다.”

    “오옷~~호호호호~~! 저 만델라 카스테라, 포인트를 잔뜩 버는 학생회의 일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랍니다. 앞으로도 잔뜩 불러주시길, 글라스 선배!”

     

    글라스 선배의 앞에서는 웃는 낯으로 포승줄을 다른 3학년에게 인계한 만델라였지만 학생회 임무를 마친 뒤의 그녀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가학적인 호기심이 드러났다.

     

    “흐응~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단 말이지. 분명 <현혹>에 걸린 남자도 한 명 멋대로 상태이상을 풀었고, 마력반응도 사라졌고.”

     

    사건현장 근처를 맴돌던 그녀의 발걸음이 우뚝 멈추었다.

    축축하게 젖은 땅.

    손으로 흙을 만져보자 점액질의 끈끈한 액체가 손가락 사이로 찰싹찰싹 달라붙었다.

     

    “빙고♪”

     

    감지마법을 활성화하자 방금 전의 액체와 같은 액체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져있는 모습이 흙바닥 위로 포착되었다.

    이 길의 끝에 현혹을 풀고 달아난 흥미로운 휴학생 선배가 숨어있겠지.

    그래서 이 액체는 뭘 흘린 걸까.

     

    “푸푸~. 슬라임 젤리의 점액이라도 흘린 걸까요~?”

     

    정말 칠칠맞은 선배야.

    혼내주지 않으면 안 되겠어.

    물론 학생회의 공식업무는 끝났으니 전리품은 혼자 독식해야지.

    흔적을 추적하는 걸음이 한층 경쾌해졌다.

     

    재잘재잘.

     

    즐겁다는 듯이 소리 높여 말하는 소녀의 목소리에 추적의 걸음이 슬슬 늦춰졌다.

    만델라는 깜짝 놀랐다.

    아카데미 최단신의 소유자.

    133cm의 1학년.

    대운동회에서 2학년 사천왕 중 셋을 격파한 그 오크노디가 흔적의 끝에 있었다.

     

    “재단의 일은 네게 있어서 크나큰 치부이자 벗을 수 없는 짐이기도 하지. 이용한다면 얼마든지 너를 궁지에 빠뜨릴 수 있겠지만 신세를 진 입장에서 그런 배은망덕한 짓을 저지를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런 오크노디에게 또 다른 동행자가 말했다.

    화려한 금발의 기품이 느껴지는 귀족남학생.

    본 기억이 있다.

    대운동회에서 1학년과 3학년의 대결이 펼쳐질 때, 어리석게도 학생회의 또 다른 거물 벨벳 선배의 덫에 제 발로 빠져버린 멍청한 남학생이다.

    틀림없이 여름방학이 되면 학생회의 수족이자 노예로 전락할 신세라고 여겨서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지만 설마 한발 앞서 오크노디가 접촉할 줄이야.

    만델라는 깨달았다.

    긴장감 없는 1학년 사이에서 유일하게 오크노디만이 더욱 큰 그림을 바라보고 있음을.

     

    “과연. 그렇게 된 거였나요?”

     

    만델라의 얼굴에 맺힌 미소가 한층 화사해졌다.

    진실을 깨달은 즉시 그녀는 기척을 드러냈다.

     

    “설마 1학년들이 현장에서 달아난 휴학생들의 협력자였다니, 과연 학생회 임원인 저조차도 이런 경우는 예상하지 못했사와요!”

    “으겍. 만델라 선배…”

    “저런. 대운동회에서는 모처럼 승리의 기쁨까지 만끽하도록 도와드렸건만 경계를 산건가요? 별로 반기는 표정은 아니네요. 아니면… ‘나쁜아이’답게 벌을 받을 것을 직감해서 그런 걸까요~~?”

    “저희는 어쩌다 휘말린 피해자일 뿐이에요!”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답니다. 함께 온 남학생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저를 속이기에는 도저히 역부족이라고요?”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진상이 보였다.

     

    “현장에서 사라진 마나반응과 가장 가치 있는 마도구의 유실. 그것이 재단의 장학생들을 돕기 위한 수석장학생의 개입이었다면 이해할 수 있어요.”

    “헉… 정말로 그런 거였나, 오크노디!?”

    “바보 공자님. 가볍게 떠보는 말에 그대로 넘어가면 어떡해요?”

    “윽. 미안하다.”

    “눈치가 이렇게 없으니까 4티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매도를 받는 안데르센.

    죄책감에 물든 얼굴을 보고 확신은 더욱 굳어졌다.

     

    “당신은 오늘 두 가지 목적을 지니고 이곳에 왔군요. 하나는 재단의 휴학생들에게 그들이 버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지원과 지령을 내리기 위해서.”

    “네에?”

    “글라스 선배에게는 보고하지 않았지만 저 만델라 카스테라의 눈은 이미 진상을 간파했사와요. 저들이 재단의 장학생이라는 사실을!”

    “무슨 수로요?”

    “아카데미에서 수상한 학생을 재단장학생이라고 단정 지으면 열에 아홉은 재단장학생이와요!”

     

    터무니 없는 논리의 폭거.

    관계자로 지목된 오크노디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아닌데요!”

    “정말로요?”

    “…아닐걸요?”

     

    무언가 찝찝한 구석이 있다는 얼굴로 말을 흐리는 것부터가 이미 심증을 굳혔다.

     

    “다른 하나는 그쪽의 안데르센을 학생회에 빼앗기기 전에 먼저 지배하는 것. 안절부절 하는 모습만 봐도 상당한 수준의 가스라이팅이 성공했겠죠. 학년의 결속력을 높이고 선배들에게 유력한 1학년 실력자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속셈은 전부 눈치챘사와요!”

     

    “이쪽의 말은 전혀 듣질 않잖아.”라며 뻔뻔하게 무고한 피해자마냥 푸념하는 오크노디.

    인정하지 않을 셈이라면 그걸로 좋다.

     

    “특별히 눈 감아드릴 수도 있사와요.”

    “정말요?”

    “무해한 아이를 연기하며 뒤로는 재단의 계획을 착착 진행시켜온 1학년의 흑막, 그 교활함을 뒷받침할 실력을 충분히 만끽한 다음이라면요!”

     

    1학년 수석과 2학년 수석.

    그들의 뜻하지 않았던 장외대결은 갑작스럽게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제 3자의 시선에는 영락없는 흑막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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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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