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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8

        새로운 날이 밝았다.

        원래대로라면 오늘 방송을 시작할 시간이겠으나, 오늘은 방송을 하루 쉬기로 했다.

        내 게이트에 들어왔던 ‘각성자 동맹’이라는 이들의 일도 있었고, 때마침 내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들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벨제투스. 정말로 내 게이트에서 지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냐?”

       

        나는 벨제투스에게 물었다.

        그러자 내 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곳은 어머니 영역이지 않습니까. 제 둥지는 제가 알아서 짓겠습니다.”

       

        “흠…….”

       

        정론이긴 하지만 지금 벨제투스는 본체가 아니라 인간의 아바타를 입고 있는 상태였다.

        본체는 인간들이 대서양이라고 부르는 곳에서 잘 먹고 잘 자고 있겠으나, 인간형의 아바타는 본체와 달랐다.

        아무리 튼튼하게 만들어진 육체라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인간의 습성을 따라가는 것이다.

       

        ‘심지어 벨제투스는 인간을 싫어하니…….’

       

        “하하하! 저도 성체이지 않습니까! 제 앞길은 제가 알아서 할 수 있습니다!”

       

        “…….”

       

        나는 자신만만하게 소리치는 벨제투스는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부디 큰 사고만 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렇게 벨제투스는 떠나갔다.

        듣기로는, 우선 다시 영국이라는 인간의 나라로 돌아간다고 했던가?

        그곳에서 뭔가 협상할 것이라고 들었다.

       

        “주인님.”

       

        “자예.”

       

        게이트 앞에서 벨제투스의 배웅을 하고 있자니, 자예가 내 뒤에서 나타났다.

        그녀의 뒤론, 벨제투스가 가져온 ‘부패한 먹이’가 들어 있는 상자를 든 이들이 서 있었다.

       

        “몰래. 벨제투스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처리하거라.”

       

        “네.”

       

        자예가 믿음직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아이라면 믿을 수 있지.

       

        자예에게 완전범죄(라고 할 수 있나? 인간들의 언어는 아직 익숙해지지 않는다)를 지시한 후, 나는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목표는 남쪽이나, 이번에는 한국이라는 나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다른 곳으로 향한다.

       

        슈르륵!

       

        나의 발아래로 황금이 모여들고, 이어서 나를 태운 황금이 새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그러고는 날개를 펄럭거리며, 나를 태운 채 하늘을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다녀오십시오, 주인님.”

       

        “다녀오마.”

       

        하늘 높이 날아오른 황금의 새는, 어느 정도를 날아가다 천천히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나는 아바타에 내려앉은 서리를 툭툭 털어낸 후, 저 아래로 보이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내가 바라보는 곳엔, 수많은 인간들이 모여 있었다.

        천막과 철로 만들어진 네모난 상자형 둥지…… 인간들은 저걸 ‘컨테이너’라고 부르던가?

        아무튼, 그런 형태의 구조물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런 인간들의 무리가 커다란 원형을 이루고 있는 것과는 달리, 그 원형의 안쪽은 바깥쪽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무너져 내린 돌조각들과, 나무와 식물의 섬유 조직으로 만들어진 건물들이 듬성듬성 세워져 있었다.

        저런 건물의 형태를 어디서 봤는데…… 아!

       

        ‘초가집이었던가?’

       

        이 ‘한국’이라는 나라의 과거 건물이 딱 저런 형태로 지어졌다고 들었던 것 같다.

        ……맞나?

       

        아무튼, 나는 하늘 위에서 저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원 바깥에 존재하는 인간이 휘청거리며 넘어지려 한다.

        그리고 그가 원의 안쪽을 향해 넘어진 순간…….

       

        슈르륵!

       

        “?!”

       

        웅성웅성!

       

        원형 안쪽으로 넘어간 부분의 모든 금속이 녹아내리며, 그대로 땅속으로 스며들었다.

        금속으로 고정한 옷이 나풀거리는 광경을 바라보며, 인간들이 무언가를 떠들기 시작한다.

       

        그렇다.

        이곳은 바로 북한의 영역이다.

        오늘 나는, 과거 내가 혼쭐을 내주었던 그 땅에 방문하기로 했다.

       

        ‘인간들의 시간 단위로 한 달 정도가 지났으니, 한 번 확인이라도 해야지.’

       

        그때는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의 한심한 자태에 화가 났었다.

        그리고 그 분노는 지금도 여전했다.

       

        비록 나는 무리를 짓는 동물이 아니나, 전생에는 나 역시 무리 동물의 일원이었다.

        이제는 거의 기억도 안 나는 전생의 일이나……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나는 우두머리의 자격이 없는 존재가 무리를 이끄는 것을 매우 혐오하는 편이다.

        북한에게 다소 심한 처벌을 한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두머리의 잘못이다.

        그런 우두머리를 따르는 구성원들의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구성원을 부모로 두고 있는 새끼들은 당장 잘못이 없지 않은가?

       

        ‘어디 보자…… 내 ‘용언’이 아직도 유지되고 있군.’

       

        그때 내가 북한에 내린 ‘용언’은 ‘북한이라는 무리에 속한 이들에게서 금속을 빼앗는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아직 용언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아직도 ‘북한’이라는 무리…… 아니지. 국가라고 해야 하나?

        ‘북한’이라는 국가가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뜻했다.

       

        ‘인간들에게 ‘금속’은 제법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던가?’

       

        내가 알아본 이 세계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류가 ‘금속’을 사용하기 시작한 부분은 ‘청동기 시대’부터였다.

        녹는점이 낮은 청동을 불로 녹여, 그것으로 도구를 만드는 지식을 발견하던 시절.

        그때부터 인간들의 문명은 놀랍도록 빠르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어느 문명을 가더라도 마찬가지였다.

        간혹 ‘금속’을 이용하지 않는 문명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그런 차원의 경우엔 ‘금속’을 대체할 수 있는 어떤 요소가 있는 경우였다.

        아니면 아예 ‘인간’ 이외의 지성체들이 문명을 이루거나.

       

        인간의 문명에 ‘금속’이 빠질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을 죽일 수 있는 외부의 포식자, 자연환경, 재해 등에서 이기기 위한 가장 단단한 물질이 바로 ‘금속’이기 때문이다.

       

        암석이 아무리 단단하더라도, 그것이 짐승의 이빨과 발톱보다 단단할까?

        간혹 단단한 암석을 찾아내더라도, 그것을 원하는 대로 조각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반면에 금속은 그 단점이 모두 상쇄된다.

       

        그렇기에 인간에게서 금속을 빼앗으면, ‘북한’이라는 인간의 무리는 금세 와해될거로 생각했다.

        다른 무리와의 경쟁력을 잃어버린 무리에 계속 속해 있을 이유가 없으니까.

       

        “흠.”

       

        펄럭! 펄럭!

       

        나는 황금으로 만든 새를 조종해 지상으로 내려앉았다.

       

        “어? 어어?!”

       

        “저, 저건?!”

       

        “비상!”

       

        “빨리 상부에 연락해!”

       

        북한이라는 국가의 경계 밖에 자리 잡고 있던 인간들이 호들갑을 떠는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황금으로 만든 새를 다시 황금으로 되돌려 회수했다.

       

        “영역은…… 여기까지가 끝인가?”

       

        땅에 내려앉자, 하늘에서는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북한이라고 부르는 국가의 영역이, 이전에 보았을 때보다도 더 줄어들어 있었다.

       

        ‘북한이라는 국가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영향이 없지는 않았군.’

       

        저벅저벅.

       

        잠시 남아 있는 영역을 살피는 사이, 내 앞으로 일단의 인간 무리가 나타났다.

        이전에 한국의 역사를 살필 때 보았던…… 한복이었던가?

        그런 옷차림을 한 이들이 두려운 기색을 보이며 내 앞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다만, 그들에겐 한 가지 특이한 점이 보였다.

       

        ‘대부분이 나이 든 이들이로군.’

       

        인간은 늙을수록 얼굴에 주름살이 늘어나지 않던가?

        내 앞에 모여든 인간들은, 거의 모두가 얼굴에 주름살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 않은 이들은 어린 새끼들이었고, 청년으로 보이는 이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몇 안 되는 청년의 부축을 받아, 한 인간 남성이 내 앞으로 나섰다.

        얼굴에 하얀 수염이 나고, 주름살이 매우 많은 인간이었다.

       

        “네가, 이 인간 무리의 우두머리인가?”

       

        “우두머리 같은 거창한 직위의 사람은 아닙니다. 그저, 미흡하나마 이곳의 촌장으로 살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우두머리…… 그러니까 촌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 특유의 빙빙 돌리는 대화법 때문에 이해하기 조금 어려웠지만, 어쨌든 그가 이 무리의 우두머리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본인을 ‘촌장’이라고 칭했으니, 나도 촌장이라고 불러줘야지.

       

        “그래. 촌장이여. 이곳에 남은 이들이, 북한이라는 국가의 마지막 이들인가?”

       

        “그렇습니다.”

       

        약 천여 명…… 정도뿐인가?

        영역은 ‘평양’이라는 지역의 절반 정도.

        보이는 것은 대부분이 가축을 기르는 곳과 농사를 짓는 곳이었다.

       

        “이전에 너희의 우두머리였던 이들은 어찌 되었느냐?”

       

        “……죽었습니다.”

       

        “그렇군.”

       

        그래.

        우두머리의 자리에서 쫓겨난 이는 대충 두 가지 운명을 가진다.

        무리에 계속 속하거나, 혹은 죽거나.

       

        우두머리에서 쫓겨난다는 것은, 늙어서 우두머리의 자리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것과 같은 소리다.

        그리고 새로 우두머리가 된 이는, 가장 먼저 이전에 우두머리였던 존재를 무리에서 내쫓는다.

        당연히 늙은 전 우두머리가 무리 없이 살아남을 확률은 높지 않은 것이다.

       

        “너희들은 어째서 북한이라는 국가를 떠나지 않았지?”

       

        나는 가장 묻고 싶었던 것을 물었다.

        그들이 왜 아직도 ‘북한’이라는 무리를 유지하고 있냐에 대한 것이었다.

       

        내가 이곳에 건 ‘용언’은 어디까지나 ‘북한’이라는 국가에 속한 인간과 영역에만 적용되는 항목이었다.

        즉, 진심으로 ‘북한’이라는 국가에 소속되지 않는 인간에겐 저 용언이 효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물론 거짓은 통하지 않는다. 진정으로 북한이라는 국가의 소속을 벗어나야만 해당된다.

       

        애초에도 인간들이 말하는 ‘국가’라는 무리를 유지하기엔 지나치게 약화되었던 북한이었다.

        심지어 지금은, 아예 ‘국가’라는 무리를 이루기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그런데 왜 이들은 아직도 ‘북한’이라는 국가에 소속된 것일까?

        아직도 금속을 다룰 수 없다는 불편함을 안고서 말이다.

       

        “전 평양 출신이 아닌, 함경도 출신입니다. 괴물들을 피해, 평양으로 왔지요.”

       

        “흠.”

       

        “그렇게 평생을 여기서 살아가다 보니, 이렇게 폭삭 늙어 버렸지 뭡니까.”

       

        “그렇구나.”

       

        그렇지.

        인간은…… 빨리 늙지.

        나는 주름살이 가득한 촌장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나이에,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

       

        “어차피 살날이 얼마 안 남은 몸, 이곳에서 살다 고향에 묻히고 싶습니다.”

       

        촌장의 말을 듣고, 다른 인간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그들 역시 촌장과 같은 의견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고개를 끄덕이다, 몇 안 되는 청년과 새끼…… 아니지. 인간의 아이를 바라보았다.

        노인들은 그렇다 치고, 그렇다면 저들은?

       

        “젊은것들 대부분은 떠났지만, 저들은 죽어도 이곳에 남겠다더군요.”

       

        “어휴! 어무이가 가실 때까지는 어디에도 안 갈겁네다!”

       

        “아이들은…… 부모가 없는 아이들입니다. 크면 떠나보내야지요.”

       

        “그렇군.”

       

        나는 인간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북한’의 인간으로서 죽기를 선택한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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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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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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