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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8

   마황 테라시우스 제블람.

     

   크림슨가든에게 소식을 전해 들은 후 크라슈는 겨우 사자단 교실 밖으로 빠져나왔다.

     

   여성진들의 눈초리 탓에 뒤통수가 따갑긴 했지만.

   크라슈로서는 한숨이 나오는 일이었다.

     

   ‘거절해도 통하지를 않으니.’

     

   조만간 어떤 식이든 결단을 내리든가 해야지.

   크라슈는 기다랗게 한숨을 삼켰다.

     

   “그보다 크림슨가든, 자세히 말해 봐.”

     

   크라슈는 복도를 빠르게 걸으며 크림슨가든에게 이야기를 요청했다.

     

   [ 말한 그대로다. 라헬른 아카데미에 마황이 나타났다. ]

   “어떤 경위로?”

     

   당장 마황을 만나기 위해 제블람으로 가려 했던 크라슈다.

   그런 마당에 마황이 나타났다고 하니 크라슈로서는 쾌재인지 아닌지가 구별이 안 되었다.

     

   ‘무엇보다 그 미치광이라면 라헬른 아카데미에 와서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분명 라헬른 아카데미에 오게 된 것은 무언가 흥미 있는 일이 있어서일 터.

     

   “말하는 느낌을 보아하니 손님으로 온 것 같지는 않고, 숨어든 거지?”

   [ 그래, 참, 그놈답다면 그놈답지만. ]

     

   마황과 어느 정도 면식이 있기라도 한지.

   크림슨가든이 혀 차는 소리와 함께 마황이 어떤 경위로 들어왔는지 설명했다.

     

   [ 지금 입학생 수석이라는 마황의 아들놈. ]

   “마황의 아들?”

     

   이어진 말을 듣자 크라슈가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게 마황에게는 아들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자식은 단 한 명.

   바이오렌 제블람.

     

   결계사와 마황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 한 명뿐이었다.

     

   ‘그마저도 제대로 자식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인간인데.’

     

   무학과에 집중하느라 미처 마학과는 신경 쓰지 못했다.

     

   아슬란에게 혹시나 아벨라와 비슷한 느낌이 드는 인물이 나타나면 알려 달라고 해두긴 했으나.

   설마하니 마황의 아들이라는 놈이 나타날 줄은 예상치 못했다.

     

   [ 마황 놈이 또 헛짓거리했나 싶었는데 말이야. ]

     

   크림슨가든은 크라슈와 같이 회귀하지 않았다.

   당연히 마황에게 아들이 없을 거라는 사실에 확신을 못 했고, 덕분에 정보가 늦게 전해진 이유였다.

     

   “설마, 크림슨가든.”

     

   크라슈는 방금전 그녀에게 들은 말을 조합한 결과 결론을 내리고, 경악했다.

     

   “마황의 아들이라는 게.”

   [ 그래, 마황 본인이다. 확실해. 마법으로 변장하고 들어 온 거다. ]

     

   크라슈가 기막힌 얼굴을 했다.

     

   세계 제일의 마법사라 불리는 마도의 황제가 바로 테라시우스 제블람이다.

     

   그런 그가 마음먹고 마법으로 분장했다?

     

   당연히 그의 정체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인물은 이 세상에서 손에 꼽을 것이다.

     

   그중 한 명이 라헬른 아카데미에 있는 전투황, 듀란달이라곤 하나.

   그마저도 전성기가 한참 지난 마당.

     

   마법의 극의에 도달해 버린 마황을 집중해서 파헤치지 않는 이상.

   그의 마법을 바로 꿰뚫어 보는 것은 듀란달이라고 해도 불가능할 것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마황의 마법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이가 크라슈의 옆에 한 명 있었다.

     

   마황과 같이 마법의 극의에 도달한 또 다른 이.

   크림슨가든 아우구스트, 그녀가 크라슈의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나 혼자 있었더라면.’

     

   그의 자식에 의문은 가질지언정 설마하니 마황 본인이라는 생각은 못 했을 것이다.

     

   “골치 아프게 됐네.”

     

   크라슈가 자신의 앞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마황을 직접 찾아가려 했더니 분장해서 나타났다니.

   이게 뭔 개같은 일이람.

     

   문제는 이 인간이 대체 무슨 목적으로 이런 짓을 벌였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간이라 괜히 더 불안한데.’

     

   크라슈는 혀 차는 소리와 함께 고민에 잠겼다.

     

   이대로 바로 마황을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 선택지도 분명 없지는 않다.

     

   하지만 마황의 정체를 꿰뚫고, 접근한다면 그는 십중팔구 자신의 정체를 어떻게 꿰뚫었냐는 물음을 던질 것이다.

     

   그러니 크라슈는 이쪽이 그의 마법을 꿰뚫어 보았다는 걸 증명하려면 크림슨가든이라는 카드를 꺼내는 수밖에 없다.

     

   ‘천상사강 앞에서 크림슨가든과 연루되어 있다는 걸 이유도 없이 섣부르게 알릴 필요는 없다.’

     

   세계 침식자는 어찌 되었든 세계의 적이다.

   게다가 한창 세계 침식자로 인해 세계가 민감한 상황.

     

   제국의 경우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크림슨가든이나 에벨아스크와 연관된 것들을 눈감아 주었다.

     

   락테아는 이용 관계로서 맞아떨어졌기에 괜찮았다.

     

   ‘하지만 마황, 그 미치광이라면.’

     

   어디로 튈지 예상 자체가 안 간다.

     

   ‘당장 섣불리 접근하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크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일은 마황 스스로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도록 유도를 하는 일인데.

     

   ‘그 미친놈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모르니.’

     

   이것도 쉽지 않았다.

     

   [ 어쩔 작정이냐. ]

     

   크림슨가든이 질문하자 골머리를 썩이고 있던 크라슈가 기다랗게 한숨을 내쉬었다.

     

   “접근만 할 수 있다면 거래로 쓸 수 있는 게 하나 있어.”

     

   크라슈는 마황과 내걸 수 있는 거래 카드를 하나 쥐고 있었다.

     

   그건 그의 평생의 숙원과 관련된 정보 하나였다.

   이걸 사용한다면 분명 마황의 협조를 얻을 수 있을 것이었다.

     

   문제는 앞서 말했듯이 마황과 어떻게 자연스럽게 접촉하느냐다.

     

   [ 그거면 어차피 지금 상황이 딱 맞지 않느냐? ]

     

   곧이어 크림슨가든의 말에 크라슈가 눈을 깜빡였다.

     

   [ 그놈도 결국 마학과 수석이라는 건 특급반 소속이라는 거 아니더냐. ]

     

   이어진 말을 듣고 크라슈의 몸이 반응했다.

     

   그녀의 말대로 마황은 지금 아들의 신분으로 들어와 마학과 3기생의 수석을 따놓은 상황.

     

   그 또한 예전에 크라슈가 그랬듯이.

   특급반 일원으로서 각 학생단에 소속되어 활동해야만 한다.

     

   놈이 무슨 목적인지는 몰라도 학교의 룰에는 따르면서 활동할 터.

     

   “그 말대로네.”

     

   샬롯은 예견이라도 갖춘 걸까.

   어떻게 이렇게 때마침 자신에게 단원을 뽑아올 권한을 부여해줬는지 모르겠다.

     

   크라슈는 입가에 걸린 미소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

   어디 마황이라는 대어, 한번 낚아 보자.

     

     

   * * *

     

     

   크라슈가 도착한 강당 안.

   그 강당에는 다수의 일원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가슴팍에 새겨 놓은 브로치의 모습이 달랐는데.

   그 이유는 제각기 다른 학생단 소속이었기 때문이었다.

     

   ‘죄다 유명한 얼굴이구만.’

     

   샬롯이 크라슈에게 권한을 부여한 것과 같이.

   다른 학생단들도 자신의 학생단에 소속된 2기생들에게 권한을 부여했다.

     

   그렇기에 현재 모인 학생단 대표들은 전부 2기생들이었다.

     

   크라슈에게도 나름 그들의 얼굴이 익숙했다.

   크라슈만큼은 아니어도 각자 2기생 중에서 활약을 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크라슈 님!”

     

   그때, 크라슈는 자신을 향해 외쳐온 우렁찬 목소리를 들었다.

   크라슈가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펠레이가 단장인 거해단의 마크가 소속된 남성이 있었다.

     

   건장한 체격과 달리 초롱초롱한 눈빛인 그는 크라슈를 보자마자 고개를 홱하니 숙였다.

     

   “이번 거해단 대표로 오게 된 돌프론입니다! 반갑습니다!”

   “어, 반가워.”

     

   과한 인사에 크라슈가 적당히 받아주자 그는 허리를 꺾은 자세에서 고개만 슥 올렸다.

   그는 그 자세 그대로 크라슈에게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거해단 선배님들께 크라슈 님의 활약은 귀가 아프도록 들었습니다.

   하덴하르츠 사건 당시, 거해단을 구하기 위해 세계 침식자와 싸운 몸으로도 나서 주었던 일!

   거해단 일동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왜인지 거해단 마크가 있는 녀석들은 마주치면 살가운 반응을 보이더니.

   그때 일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나.

     

   크라슈는 살짝 멋쩍은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야.”

   “해야 할 일! 그렇군요! 그 말대로입니다! 저도 반드시! 크라슈 님과 같이! 해야 할 일을 하겠습니다!”

     

   여러모로 열정적인 인물이었다.

     

   이런 타입은 여러모로 피곤해서 상대하기 쉽지 않다.

   크라슈는 스리슬쩍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겨 보았다.

     

   그러자 거기에는 때마침 다른 학생단의 대표들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돌프론의 목소리가 워낙 컸던 탓도 있긴 하나.

   크라슈가 입장한 순간부터 모두의 시선은 자연스레 크라슈에게 머물렀다.

     

   라헬른 아카데미에서 가장 이름을 날린 인물이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잠시만 다들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크라슈는 돌프론을 진정시켜두곤 이쪽을 보고 있는 아이들에게 말을 걸었다.

   모두가 크라슈가 무슨 말을 할지 보고 있자 크라슈는 손을 든 채로 말했다.

     

   “이번에 마학과 수석, 테마린 제블람, 학생단 사전 체험 때 사자단이 먼저 받아 가고 싶은데 괜찮을까.”

     

   크라슈의 물음을 들은 학생단 대표들이 서로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그다지 놀람은 없었다.

     

   오히려 한숨과 낙담, 그리고 묘한 적의가 서렸다.

     

   “그건 작년과 같이 무학과 수석에 이어 마학과 수석까지 전부 사자단이 데려가겠다는 말로 들린다만?”

     

   그중 한 명 가장 적의가 분명한 인물이 걸어 나왔다.

     

   그는 백양단의 대표로 온 이이자.

   현재 2기생 마학과 차석, 벨 반데스크만이라는 이였다.

     

   백양단답게 제국파 소속인 그는 크라슈를 보는 눈이 전혀 호의적이지 않았다.

     

   크라슈가 제국과 약혼을 한다는 소식이 퍼지긴 했으나.

   그것을 제쳐두고, 그가 제국에게 가장 큰 걸림돌인 발하임이라는 시점에서 호의적으로 나올 수 없었다.

     

   더불어 크라슈의 이번 발언은 다른 학생단으로서는 절대 그냥 넘겨짚을 수 없는 발언이었다.

     

   마학과 수석을 달라.

     

   인재로 늘 다투는 학생단들 입장에서 이보다 뻔뻔한 말이 더 있을까.

     

   당연히 선배들에게 최대한 많은 인재를 뽑아서 데려와서라고 신신당부를 받았을 텐데.

     

   무학과 수석은 이미 크라슈의 약혼자이니 사자단에 가는 게 확실시되어 있다 하더라도.

   마학과 수석까지 사자단이 데려가겠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 말을 들은 크라슈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그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이건 누가 봐도 사자단의 폭거와도 같은 행위였다.

     

   다른 학생단 처지에서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노릇이겠지.

   크라슈도 거기에는 긍정했다.

     

   하지만 벨은 두 가지 사실을 잘못 알고 있었다.

     

   “그래서?”

   “뭐?”

     

   크라슈가 묻자 벨 쪽에서도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게 크라슈가 설마하니 되물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이거 폭거 맞는데. 너가 뭘 할 수 있는데?”

     

   쿠궁!

     

   그 순간 크라슈의 몸에서 쏟아나온 살기가 주위를 집어삼켰다.

   한순간에 변한 강당의 분위기 속에서 학생단 대표로 온 이들이 무심코 숨을 삼켰다.

     

   그들은 자기 목이 틀어 막히는 기분과 함께 등 뒤에 식은땀이 가득 차올랐다.

     

   그리고 그런 살기를 정면에서 얻어맞은 벨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앞에서 말했듯.

   벨은 두 가지 사실을 잘못 알고 있었다.

     

   크라슈는 명성과 달리 상당히 뻔뻔하고, 막무가내인 인물이라는 것과.

     

   “내가 데려간다는데 네가 막을 수 있어?”

     

   크라슈는 그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강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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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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