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68

    <268 – 고점이 높은 아가씨>

     

    만델라 카스테라.

    2학년이기에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아니지만 반대로 981기 학생들과 함께 아카데미 생활을 시작하는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반드시 마주치게 되는 선배다.

    그것도 980기의 허접선배들 사이에서 2학년을 상대로 날로 먹는 하극상을 벌일 수 없게 만드는 일종의 <전쟁억제력>같은 선배.

    당연히 위험도는 2학년 전체를 통틀어 1순위.

    학년수석의 이름값에 부족함이 없을 학년평균을 아득히 끌어올리는 실력자이다.

     

    ‘곤란하게 됐네. 계약사기꾼 벨로카시오같은 초반빌런 허접선배랑 만델라 선배는 급이 다른데.’

     

    학년이 오르면서 실력에 정체를 맞이하는 선배가 있는가하면 주역들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멈추지 않고 학년이 오르는 선배가 있다.

    만델라 카스테라는 4학년까지 논스톱으로 확정적으로 승급이 확정되는 캐릭터.

    3학년부터 임원자리에 이름을 올리는 학생회에 2학년부터 그 이름을 올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저 선배의 고점은 상당히 높아.’

     

    학년최강의 실력을 지녔으면서도 개인주의적인 용사와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결이 다르다.

    그녀가 진심으로 마음만 먹으면 위아래 기수에 치이는 동네북 980기 학생이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

     

    “자아, 그럼 퀴즈랍니다. ‘음파’에 특별한 마나파장을 실어 상대가 인지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공격을 하는 마법의 종류는 무엇일까요~?”

    “음공마법이요!”

    “정답이랍니다~ 상으로 지금까지 제가 건 음공마법의 종류를 알려드리죠. 여러분은 지금까지의 대화로 이미 7개의 음공마법에 걸렸사와요!”

     

    안데르센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다급히 체내마나를 일으켰다.

    평상시의 마나리듬대로 마나를 순환시키며 순환이 어긋나는 지점을 찾아내는 마나제어술의 초급테크닉 <자기관조>.

    신체에 새겨진 상태이상을 체크하자마자 안데르센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혼란에 현기증, 감각착란에 흐린 시야까지?”

     

    힘든 강의만 골라서 들은 탓일까?

    용케도 몇 개의 상태이상에는 저항했나보다.

    그래도 저 속도로 상태이상이 쌓였으면 안데르센은 이미 늦었다.

    제 자리에 서서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며 필사적으로 마나를 일으켜 상태이상을 몰아내고 신체리듬을 정화하려 애쓰는 안데르센.

     

    “아앗~핫핫하하하~~!! 저를 앞두고 신체리듬을 되돌리는 일 따위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나요~~?”

     

    메아리마법으로 위치조차 식별할 수 없는 만델라 선배의 외침과 함께 안데르센이 흐허억 비명을 지르며 꼴사납게 뒤로 자빠졌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보며 땅을 짚는 모습에서 이미 상당히 실감나는 <환각>과 <환청>까지 걸렸음이 명백해졌다.

    만델라 선배의 목소리는 무방비하게 그냥 들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몰랐던 뉴비의 패착이다.

     

    “만델라 선배. 저는 선배랑 싸우고 싶지 않아요. 대운동회에서도 나름 속셈이 있긴 했지만 저희 1학년들에게 승리를 양보하기도 해주셨잖아요?”

    “아핫핫하! 꽤나 건방진 소리를 해주시네요. 싸움을 피할 수 있는 건 힘이 있는 사람뿐이랍니다. 힘을 증명하지 않는 자에게 평화란 언어도단이와요!”

     

    힘찬 외침과 함께 우드득 소리를 내며 근처의 커다란 나무 하나가 부러졌다.

    이번은 환각이나 환청 따위가 아니다.

    음공 사이에 섞인 <윈드커터>에 잘려나간 나무가 실제로 부러지며 이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타닷

     

    가볍게 스텝을 밟으며 나무를 피하자 쿵 하고 흙먼지가 솟구쳤다.

    난장판이 된 시야 너머로 아앗핫핫하 하는 웃음소리가 한층 더 커지며 전후좌우 사방에서 거듭 메아리를 쳤다.

    너무나도 커다란 성량 탓에 맨 귀로는 고막이 아플 정도의 고통에 귀를 막거나 마나로 감각차단을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수준이다.

     

    ‘나름 고수급인 플레이어들도 만델라 선배와 적이 되기를 꺼려하는 이유이지.’

     

    고통을 참겠다고 손을 들어 귀를 막으면 손이 봉쇄된 틈을 노리고 초고속으로 날아드는 마법이 훤히 열린 복부와 가슴을 강타한다.

    전투를 강행하기 위해서 손을 쓰지 않고 마나를 이용한 감각차단으로 귀를 보호하면 이번에는 소리로 발동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위험한 마법을 거침없이 사용한다.

     

    ‘하지만 이쪽은 고인물이라고!’

     

    <무감無感>

    <파동감지>

     

    일시적으로 감각을 끊는 고통차단의 기술을 발동하자마자 세상으로부터 자신의 존재가 격리당하는 것처럼 소리가 뚝 끊긴다.

    발을 딛고 있는지, 몸이 흔들리지는 않는지도 헷갈리는 저주 레벨의 감각박탈상태가 유지된다.

    그래도 알 수 있다.

    빛의 반짝임으로 적의 강력한 마법이 어느 방향에서 어느 정도의 세기로 어떤 마력패턴으로 날아드는지.

    파동의 빛과 세기, 형태가 적의 마법과 거리, 위력 및 발동까지 임박한 시간을 알려준다.

     

    [호흡이 50 이상입니다. <진정가루>의 효과를 일정시간 무시합니다.]

    [균형이 100 이상입니다. <무감> 속에서 신체가 무너지지 않고 적절하게 움직입니다.]

    [심리예측이 50 이상입니다. 회피기동으로 마법을 연속으로 흘려보냅니다.]

     

    마법도 피하고, 마법이 아닌 것도 피하고, 놀란 눈의 시선도 피해서 뒤를 잡았다.

     

    [정신계통 기능 소분류 <내가 맞춰볼게>의 전체 경험치가 500 이상입니다. 분신 속의 실체를 즉석에서 간파합니다.]

     

    평상시에는 플레이어의 실력으로 쌓아올리기만 했던 기능 경험치들이 오감이 박탈되며 ‘운’이 중시되는 순간에 비로소 진가를 발휘한다.

    평소의 부단한 수련이 몸에 새겨져 위기의 순간에 저절로 발휘되었다, 라는 판정을 성립시킬 수 있는 높은 능력치.

    만델라 선배의 손에 찌릿한 암흑뇌전을 잔뜩 먹이며 그 성과가 증명되었다.

     

    툭툭.

     

    자기 귀를 건드리며 무감을 풀어보라는 사인에 감각을 되돌렸다.

    발이 땅에 닿고 폐가 숨을 쉬며 심장이 제대로 뛰는 감각이 돌아온다.

    물속에서 듣는 세상소리처럼 먹먹하게 잡히던 소리도 점차 수면 위로 부상하듯이 커지더니 평상시의 뚜렷한 소리로 돌아왔다.

     

    “후배, 실력이 많이 좋군요?”

    “만델라 선배님도요!”

     

    뜻 모를 얼굴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선배가 피식 웃으며 손을 털었다.

    선배의 손끝에 남아 따끔따끔 괴롭히던 검은 뇌전이 지면으로 흩어졌다.

     

    “오늘은 여기까지! 가벼운 인사치레였답니다?”

     

    다행히도 만델라 선배의 시험은 통과한 것 같다.

    그런데 돌아서는 선배가 눈가는 손등으로 왜 비비는 걸까?

    암흑전기의 따끔한 맛에 실은 눈물이 날 정도로 아팠던 거라면 조금 보람이 느껴지네.

    앞으로는 백만볼트를 목표로 정진해야지.

    돌아가는 길에 3학년 실험실의 고압펜스에서 전기내성이라도 올려둬야겠다!

     

     

    * *

     

     

    대운동회에서 용사와의 일전으로 오크노디의 마나제어술이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음은 이미 파악했다.

    그래도 마나뿐이다.

    교관의 보호가 없는 곳에서 한 학년 위의 선배에게 선공을 허용한 상태에서도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만델라는 차근차근 실력을 발휘했다.

    음공으로 청력을 빼앗고, 균형감각을 망가뜨렸다.

    몸을 가누기도 힘들 1학년에게 몇 가지 견제마법에 공격마법을 섞어서 날렸다.

    근육이 강제로 이완되는 진정가루를 바람마법에 수증기마법을 더해 안개에 녹여 살포했다.

    이 정도 정성을 들였으면 두 발로 서있기도 힘든 것이 보통에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도 않아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쓰러지는 것이 보통이다.

    안데르센 대공자가 지금 근처 나무등치를 붙들고 열심히 얻어터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공작가 도련님치고는 맷집이 제법이네요!’

     

    진심어린 감탄은 아니다.

    패는 손맛이 있다는 놀림에 가까웠으니까.

    반면에 오크노디는 진짜였다.

    견제기는 가볍게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고 발끝으로 지면을 살포시 밀며 회피했다.

    그 사이에 섞인 진짜 공격은 어느새 뽑아든 검에 튕겨나가 자신의 분신을 뭉갰다.

     

    ‘너무 빨라.’

     

    반응속도도, 대응책을 찾아내는 것도.

    자신의 위치를 찾아내는 속도도, 달려드는 속도도.

    오크노디는 모든 점에서 빨랐다.

    같은 2학년에서도 비겁한 신앙의 힘으로 똘똘 무장한 <백색의 성기사 루>의 3단 강화 최대 파워업이 이럴까 싶을 정도로.

    이건 훈련의 성과였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몸에 새겨 넣은 본능의 결과물.

    무해한 어린아이의 웃는 얼굴 아래에 감추어진 와이히엠하이 재단 수석장학생의 민낯.

     

    파지직.

     

    가벼운 일격을 허용하며 한 번의 교착이 끝났다.

    여기까지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힘을 해제했다.

    이 뒤로는 정말로 진심이 되어버린다.

     

    “후배, 실력이 많이 좋군요?”

    “만델라 선배님도요!”

     

    더 하려면 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장난이나 놀이, 시험 따위로는 끝날 수 없다.

    어느새 자신의 지척에서 단검을 뽑아들고 달려들 기회만 노리던 메이드가 있었으니까.

    오크노디를 막으면 메이드가 달려들고, 메이드를 막으면 오크노디가 달려든다.

     

    ‘죽을 것을 모르지도 않았을 텐데요.’

     

    아카데미의 사용인이라면 알 것이다.

    포인트가 많은 학생은 아카데미 내에서라면 우연한 실수로 사람 하나쯤 죽여도 무사할 수 있음을.

    그것을 알면서도 진심으로 뛰어들 작정이었다.

    저 메이드는 재단의 사람이다.

    그것도 오크노디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걸 수 있을 정도로 충성심이 대단한 메이드.

     

    “오늘은 여기까지! 가벼운 인사치레였답니다?”

     

    해맑은 작별인사와 달리 속마음은 음침한 욕구가 솟아올랐다.

     

    ‘흥미롭네요. 재단 따위, 불우이웃들의 모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저조차도 재단의 전력을 오판할 정도로 재단의 실체는 미지수라는 걸까요?’

     

    차기 학생회장의 자리까지 3학년과 4학년만 졸업시키면 그만이라고 여겼던 생각이 달라졌다.

    용사조차도 대운동회에서 관찰하며 힘은 몰라도 매력과 정치력에서 회장 자리를 두고 경쟁할 상대는 아니라고 여겼지만 오크노디는 달랐다.

     

    ‘과연 다크프린세스.’

     

    메이드나 동급생, 심지어는 휴학생들에게까지 손을 대며 영향력을 넓힌다.

    이제는 그녀도 보고 싶어졌다.

    그 사악한 계획이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무엇보다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자신에게도 비로소 적수가 나타났다는 사실이.

    같은 학년에는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던 ‘라이벌’이라고 부를만한 존재가.

    멋대로 자신을 라이벌로 여기는 데드캣이 아닌, 그녀가 라이벌이라고 납득할 수 있는 상대가.

    조금이지만 눈물이 나올 정도로 기뻤다.

     

    ‘얼른 그 사악한 마수를 드러내기를 바라죠.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 언젠가 학생회장의 자리를 걸고 당신과 결착을 내겠어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동정심이 아니라 악어의 눈물이었던 선배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