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269

       *** ***

         

       “이게 무슨 소란이냐? 삭응, 대답해 보거라.”

         

       “죄송합니다. 주군.”

         

       이설의 수하 중에서 누군가 나섰다. 눈초리가 매서운 것이 저 삭응이라는 자 역시 뒷골목에서 만나면 뒷걸음질 칠 법한 인상파였다.

         

       전음으로 아까의 상황을 전달하는 것인지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볼 뿐 말이 없었다.

         

       “…그랬군.”

         

       이윽고 이설이 모든 상황을 전달받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본녀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서 이런 소란을 일으키다니, 어느새 기강이 해이해졌구나.”

         

       “벌하여 주시옵소서!”

         

       “3일간 금주를 명한다.”

         

       “존명!”

         

       “또한 지금부터 내 휘하의 편제를 개편한다. 기존에 내 휘하에 있던 십오 인은 상화대로 칭하며 상화대의 조장은 삭응이며 부조장은 청웅으로 임명한다.”

         

       “존명!”

         

       “그리고 열 아홉 명의 신입은 서화파로 칭한다. 노파심에 말하지만 너희들은 아직 암룡문의 문인이 아니니 절대 바깥에 암룡문의 문인이라고 떠드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조, 존명!”

         

       신입들이 어색한 태도로 존명을 외쳤다.

         

       “암룡문의 문인이 되는 일은 쉽지 않으니 우선 내 밑에서 견습 기간을 거쳐 옥석을 가른 뒤에 정식 문인으로 임명할 것이다. 알겠느냐?”

         

       “예!”

         

       조건부이기는 하나 정식 문인으로 받아준다는 소식에 신입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대충 돌아가는 판을 보아하니 슬슬 신입들을 동원해서 속령파를 칠 생각인가 보네.

         

       “그리고 용지맹.”

         

       “예.”

         

       “너는 내가 직접 관리하겠다.”

         

       “…말씀의 의미를 모르겠습니다.”

         

       “새벽에 몸을 풀고 아침부터 내가 되었다고 하는 순간까지 내 옆에 붙어 있으란 이야기다.”

         

       나는 눈동자만 굴려 삭응 쪽을 바라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흠칫하는 삭응. 자식 거 생긴거는 엿가락에 칼날 박고 넣고 씹어 먹게 생긴 놈이 대체 뭐라고 일러바쳤길래 이설이 이렇게 나오는거야.

         

       시비도 지들이 먼저 걸어놓고 말이야. 연무장으로 따라오라고 해서 따라왔지, 검을 뽑으라 해서 검을 뽑았지, 선공도 양보해 줬지.

         

       나한테 욕한 놈들도 그래. 동료한테 도발을 퍼부었으면 책임을 지고 남자답게 같이 땀도 빼고 피도 좀 흘리고 하면서 우애도 다지고 분수파악도 하고 그러면서 말이야 공동체 생활 적응을 하는건데 요새 것들은 그냥 뭐만 하면 상사에게 꼰지르고 그냥 자주성이 없어!

         

       “대답이 없구나.”

         

       이설의 싸늘한 음성에 나 역시 어쩔 수 없이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이는 수밖에 없었다.

         

       “…존명.”

         

       이몸 호천안.

         

       이설의 밀착감시를 받는 관심병사가 되었다.

         

       “밥은 먹었나, 용지맹?”

         

       “먹지 못했습니다.”

         

       1.3만두를 섭취하기는 했지만 밥 먹었냐고 물어보는 이유가 뭐겠어. 같이 밥 먹을 생각이니까 알아서 잘 처신하라는 소리였다.

         

       “따라오도록.”

       

       나는 마지막으로 상화대의 녀석들에게 눈총을 한번 쏘아 준 뒤에 이설과 함께 이층으로 올라갔다.

         

       그렇게 마주앉아 잠시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곧 음식들이 도착했다.

         

       “이곳 상화루는 술을 파는 주루이나 음식맛도 나쁘지 않지.”

         

       “과연 그렇습니다.”

         

       독고이설은 음식을 먹으며 나에게 이런저런 잡담을 건넸다. 상화루가 어떤 주루인지 암룡문은 어떤 문파인지 아까 대련한 창웅과는 언제 만났는지.

         

       그런 가벼운 대화와 음식을 집어 먹는 모습에서 위엄과 기품이 느껴졌다.

         

       흑패 독고영천의 딸이라면 귀족이라 볼 수 있는 위치긴 하지.

         

       본가라고 할 수 있는 암룡문에서 나와 여자의 몸으로 주루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절로 거친 인상이나 왈가닥을 연상하게 되지만 지금 보이는 독고이설의 모습은 그야말로 기품 넘치는 아가씨였다.

         

       젓가락을 놀리는 손놀림과 국물 요리를 떠먹는 모습조차도 품격이 느껴졌다.

         

       왠지 사파의 여식이라고 하면 졸부처럼 호화찬란한 비단옷을 입고 오호호호! 감히 날 무시해? 따위의 대사나 할 것 같은데 말이야.

         

       “예절을 갖출 줄 아는군.”

         

       무슨 소리일까.

         

       그런 눈빛으로 이설을 바라보자 이설은 차를 한 모금 마신 뒤에 입을 열었다.

         

       “식사 예절 말이다. 젓가락을 놓는 품이며 음식을 먹는 순서나 방법. 온전하지는 않으나 나름대로 법도를 지키고 있구나.”

         

       황궁물이 덜 빠졌나.

         

       궁녀들이 입력해준 식사 예절이 아직도 몸에 배어 있는 모양이다. 일부로 고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고 무엇보다 그걸 지키고 있었다는 자각도 없었다.

         

       “명가의 자손이더냐.”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차피 용지맹은 가상의 인물이니 특별히 답해 줄 것도 없었다. 그리고 본래 사파에서 이런 신상명세를 묻지 않는 것은 불문율에 가깝다.

         

       독고이설도 딱히 대답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었는지 내 침묵을 말없이 받아들였다.

         

       다만 나에 대한 흥미는 강해진 듯, 독고이설의 눈이 반짝이고 있는 것이 문제랄까.

         

       아니 대체 나한테 왜 그러세요.

         

       자리 비운 사이에 수하랑 치고받는 말썽쟁이 신입은 그냥 속령파를 치는 작전에 던져 넣으시라고요.

         

       “뭐, 문파도 없이 그 실력을 갖추었으니 곡절 하나 둘 품고 있다고 한들 이상할 것은 없겠지.”

         

       흡족한 이설의 얼굴을 보니 입맛이 수직으로 하강했다. 방금전까지 분명 향긋하고 풍미 넘치며 육즙이 풍부한 동파육이 퍽퍽하게 느껴졌다.

         

       수하가 이런 저런 사연이 있어 보이면 보통은 꺼려해야 정상이다. 왜? 나중에 어떤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런데 이 여자는 왜 좋아하는 걸까.

         

       “아, 너에게 이야기 해줄 것이 있었지.”

         

       “…본문에서 무슨 일이 있습니까?”

         

       생각만 해도 불쾌하다는 듯이 고운 이마에 주름을 잡는 이설.

         

       “나에게는 나이가 두 살 많은 자매가 있다.”

         

       “언니가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나이가 두 살 많은 자매가 있다고 했느니라.”

         

       들은 정보대로 어지간히 사이가 안 좋은가 보군. 곧 죽어도 언니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다. 잠시 못마땅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 이설은 말을 이어나갔다.

         

       “이름은 요란. 내가 운남제일화라고 불리는 것이 어지간히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제 스스로의 별호를 사화(邪華)라고 칭하는 허영 많은 사람이지.”

         

       나는 적당히 듣고 있는 표정만 지어 보였다. 흑룡파 외부로 쫒겨나는 것이 아니라 흑룡파 내부의 중진이 되는 것이라면야 이설의 심기를 맞춰줄 말을 서른 여섯 개 정도는 풀어 놓았을 테지만 내 목적은 그게 아니었으니까.

         

       “그런 요란이 너를 노리겠다고 선언해왔다.”

         

       “…예?”

         

       아니 흑룡문주의 자식놈이 내 목을 노리고 있다고요?

         

       난 그 요란이라는 여자한테 뭐 아무것도 안했는데?

         

       내 표정을 본 이설이 재차 입을 열었다.

         

       “너를 죽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너를 제 수하로 삼겠다는 뜻이다.”

         

       “…어째서입니까.”

         

       아니 이건 또 뭔 소리래. 걔는 또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런 소리를 하는겨. 내가 이 곤명에서 일으킨 일이라고는 우릉을 우당탕 굴려 준 것과 이 주루에서 쪼갠 주사위 합친 것밖에 없는데?

         

       생각해보니까 쪼개진 주사위를 합친 건 대단한 일이긴 한 것 같다. 그런데 이설의 영역 안쪽에서 일어난 일을 독고요란이 벌써 알 수가 있나? 다른 후계자들의 본진에서 일어난 일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을 정도면 진작에 후계 구도 정리가 끝났을 텐데.

         

       “네 능력도 모르고 그저 내가 들인 인사라고 하니 빼앗아 보겠다는 치기 어린 발언이지.”

         

       내 의문을 해결해주는 친절한 이설의 설명.

         

       “내 자존심에 상처를 입힐 수만 있다면 제 손해조차도 감수할 수 있는 자다. 너에게 해코지를 하고자 무슨 수를 쓸지도 모르지.”

         

       아니 속령파 공격할 사람을 모집하는 기간에 속령파를 공격하겠다고 입문했을 뿐인데 가겠다는 속령파는 가지도 못하는 것도 모자라서 왜 독고영천의 자식놈들이 날 두고 다투는 걸까.

         

       독고이설은 나에게 독고요란이 날 해코지 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진짜로 독고이설이 걱정하는 것은 그런 사태가 아니다.

         

       나와 독고이설의 관계를 냉정하게 되짚어보자.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나와 독고이설은 불편할 수밖에 없는 관계다. 용지맹은 이미 상사라 할 수 있는 독고이설에게 한번 망신을 준 상황이고 그와 동시에 주사위 내기를 하며 꺾은 수하들과도 약간이나마 불편한 관계가 될 수밖에 없는 여지가 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독고요란이 후한 조건을 걸며 용지맹에게 영입 제안을 한다.

         

       자, 용지맹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이런저런 좋은 조건을 거는 독고요란과 이미 한번 거하게 마찰을 일으킨 독고이설.

         

       누굴 택할지는 뻔한 문제였다.

         

       그러니까 독고이설은 안전을 핑계로 내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밀착감시를 하겠다는거고.

         

       아주 난리가 났네, 난리가 났어.

         

       “알겠느냐? 그러니 결코 본녀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도록 해라.”

         

       자기 언니한테 내가 빼앗기는 광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천불이 치솟는다는 듯이 부채를 쥔 손에 힘을 주고 미간에 주름을 잡는 이설. 화내는 모습조차도 품격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설에 눈에서 활활 타오르는 집착의 불길이 문제였지.

         

       속령파를 치는 작전에 출전하고 싶다고 했다가는 그대로 제 방 안에 나를 감금해 놓을 기세였다.

         

       “대답이 없구나, 용지맹?”

         

       “…알겠습니다.”

         

       나는 이설의 사나운 기세에 알겠다 말할 수밖에 없었다. 뭐 독고이설도 당장 제 언니와 설전을 벌이고 온 탓에 머리에 열이 차서 나를 곁에 두겠다 하는 것이지 시간이 지나면 머리에 찬 열이 빠져서 냉정한 판단을 내리지 않을까.

         

       아무리 소모품으로 뽑은 이들이라지만 최소한의 교육은 해야 할 테니 며칠 정도는 여유가 있을 테고.

         

       그때쯤이면 이설 역시 냉정함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때까지만 좀 맞춰줄까.

         

       그렇게 이설과 점심도 같이 먹고 나란히 서서 상화단의 절정고수들이 서화파로 분류된 신입들을 정신교육하는 것도 지켜보았다.

         

       서화파라는게 무슨 뜻인가 했더니 이 곤명에 있는 다른 주루 이름이었다. 대충 서화파에서 의기투합한 무인들이 속령파의 영역을 들쑤신다는 설정인 모양이다.

         

       신입들 정신교육을 하는 것을 들어보니 결국 속령파의 영역을 공격하다가 덜미가 잡히면 암룡문의 행사가 아니라 이설의 독단이 되는 모양이다.

         

       꽤 냉혹하구만 암룡문.

         

       “어떤가? 용지맹. 신입들만 보내도 괜찮을 것 같은가?”

         

       “누군가 이끌어 줄 사람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만.”

         

       “흥. 그대 말인가?”

         

       뭐 우두머리감이 있더라도 없다 말했겠지만 서화파 신입들 중에서 사람을 이끌 만한 자가 없는 것은 또 사실이었다. 이대로 신입들만 속령파의 영역에 집어 넣어봐야 그냥 인력 낭비지 않을까.

         

       적어도 중심을 잡아 줄 사람이 한 명은 있어야 성과가 나오겠지.

         

       저 서화파에 선두에 내가 선다면 딱 그림이 괜찮을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사실 부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긍정을 표현했다고 봐야겠지.

         

       그런 내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아니면 나를 놓아줘야 하는 지금의 상황 자체가 못마땅한 것인지 이설은 불편한 안색을 하며 팔짱을 꼈다.

         

       “용지맹, 그대는 참으로 나의 속을 썩이는구나.”

         

       이설이 부채로 가볍게 내 어깨를 두드렸다. 부채질에 묻어나는 이설의 사향 냄새가 내 코를 간질였다.

         

       “내 곁에 붙어 있으라 한지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았거늘.”

         

       “송구합니다.”

         

       “흥. 됐다. 하루만에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내 잘못이겠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이설은 아침에 비하면 꽤나 많이 누그러진 모습을 보였다. 나를 옆에 병풍처럼 끼고 있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으니까.

         

       “…오늘은 이쯤 하도록 하겠다. 쉬도록, 용지맹.”

         

       날 보는 이설의 눈길이 꽤나 복잡한 것을 보면, 충분히 설득의 여지가 생긴 것 같다.

         

       잘만 하면 신입들이 출발할 때 같이 출발할 수 있을지도.

         

       신입들을 부릴 권한까지 주어진다면야 일이 훨씬 수월해지겠지.

         

       내일은 이설의 비위를 긁지 않는 선에서 신입들을 이끌어 보겠다는 의견을 피력해 봐야겠다.

         

       그렇게 희망에 차 맞이한 다음 날.

         

       “오호호호! 네가 바로 이설이 데려왔다는 자로구나?”

         

       이설과 똑같은 부채를 들고 악영영애처럼 웃는 독고요란이 찾아왔고.

       

       내 옆에 서 있던 독고이설의 눈에서 불타는 광선이 쏟아지는 것을 느끼며 나는 이마를 짚었다. 

        

       오, 세상에.

         

       제발 나좀 속령파로 떠나게 좀 내버려 두세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냉무)

    (내용 무!)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