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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9

        

       [아크 님이 방송 중입니다!]

       [서리 왕좌 같이 봐요- 이예나 편파 응원방]

        

       《아- 이예나 선수! 결국, 우승컵을 들어올립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한국의 이예나 선수가 세계 무대 정상에서 모든 도전자를 물리치고, 당당하게 왕좌에 앉게 되었습니다!》

        

       《정말 감격스러운 순간입니다. 올해는, 올해야말로 정말로 한국이 다시 이스포츠의 중심에 서는 해인가요. 월즈에 이어서 서리 왕좌까지, 파란이 멈추질 않고 있습니다. 아- 관중석의 환호성이 여기까지 들리네요! 미국의 팬들도 이미 이예나 선수에게 빠져든지 오래입니다!》

        

       《네- 이어서 모두의 환호 속에서 장막이 걷히고, 서리 왕좌가 등장합니다! 왕좌의 주인, 초대 여왕이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여왕, 이예나가 당당한 걸음으로 왕좌를 향해……어, 안 걸어가나요? 이예나 선수, 그 쪽이 아닌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저기 앉는 건 좀』

       『계단이 몇 개냐』

       『잘 만들긴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따먹 성격에 저건 좀ㅋㅋㅋㅋㅋㅋㅋㅋ』

       『뇌절도 끝까지 하면 예술이구나』

       『제작자의 악의가 느껴지는 크기의 왕좌』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저 텐련 방금 런 시도하다가 다시 잡혀온 거 같은데】

        

       결승전 당일. 평소 아따먹의 방송을 챙겨 보던 시청자들은 레반, 아크 등 친분이 있는 여러 스트리머들의 중계 방송에 몰려들었다.

        

       그 중 가장 전문적인 해설을 제공한 것은 레반이었으나, 결국 가장 많은 낙수를 받은 것은 아크였다.

        

       그 누구보다도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이 느껴졌던 탓이다.

        

       “흐엉……흐윽. 잘했어 예나야……진짜, 진짜 잘했어…….”

        

       조금, 과도했지만.

        

       -시참전문가아따먹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이분 대체 언제까지 우나요】

        

       『몰?루』

       『아니 우리도 이렇게까지 우는 거 처음 봐』

       『우니까 더 몬쌩겨따 아크야 그만 울어라』

        

       그리하여, 결국 우승을 쟁취한 순간부터 우승자를 위한 행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진희는 스스로도 당황스러울 정도로 끝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들이 북받친 탓이었다. 친구의 성취에 기쁜 마음과, 옆에 있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지금 예나와 함께 있는 이들에 대한 질투까지.

        

       《아, 드디어 이예나 선수가 왕좌 위에 앉았습니다. 이어서- 패러데이 게임스의 J. Dox 사장님이 시상을 위해 무대 위로 올라오네요. 이예나 선수와는, 이전에 함께 방송을 했던 인연도 있죠?》

        

       《네, 맞습니다. 아- 왕좌 앞에서 경배하듯이 무릎을 꿇고 우승 트로피를 올리는 J. Dox! 시상이 아니라 진상이었네요! 감히 여왕에게 상을 내릴 순 없죠!》

        

       《이예나 선수,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쥡니다. 감격을 못 이긴……아니, 그냥 부끄러워하고 있네요. 저 수줍은 자태에서, 누가 그 광기어린 도적을 상상이나 하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개가 푸욱』

       『개쪽팔려하넼ㅋㅋㅋㅋㅋㅋㅋㅋ』

       『업보 달게 받아라』

       『독독이 좋아죽는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쯤되면 저 왕좌도 아따먹 우승 예상한 독독이가 만든거 아니냐?』

       『컄ㅋㅋㅋㅋㅋㅋ바로 카페에 도배 달린다』

        

       모두가 웃고 즐기는 축제 속에서, 진희는 순수하게 기뻐하기만 할 수는 없었다.

        

       기뻤지만.

        

       정말로 기쁘고, 행복했지만.

        

       “보고싶다…….”

        

       기쁨과 행복만 느낄 수는 없었기에.

        

       .

       .

       .

        

       제법 긴 시간이었다.

        

       그 날, 예나의 집에서까지 이어진 술자리 이후. 진희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홀로 고민하고, 결심했다가, 다시 맥없이 풀어지기를 반복했더랬다.

        

       그러나 몇 번을 고민해보아도, 결국은 언제까지고 좋은 친구이자 든든한 언니로서 옆에 있어주자는 다짐으로 끝날 뿐이었다.

        

       예나도, 예나와의 관계도, 무리한 희망에 기대어 주사위를 던지기엔 너무나 소중했던 탓이기도 했고- 그런 예나에게 거절의 부담을 지워주고 싶지 않았던 탓이기도 했다.

       

       항상 위태롭고, 의지할 곳이 필요해 보이던 그녀 아닌가. 최근에는 조금 나아졌다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변화를 주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마음을 드러내지 않겠노라고 결심했고- 나름 굳은 의지로 노력해왔다. 대회를 응원하는 자리에서도, 모두가 함께 가진 술자리에서도. 티를 내지 않고자, 필사적으로.

       

       그러나 그리 굳건했던 마음은, 예나가 대회를 위해 홀로 미국으로 떠나간 후 약 일주일만에 처참하게 무너지고 말았더랬다.

        

       거리 탓에 볼 수 없고, 혹 컨디션 관리에 방해가 될까 두려워 연락도 쉽지 않은 상황. 예나의 근황을 찾아 인터넷을 필사적으로 살피는 게 일상이었다. 혹시 방송이 켜지거나, 카페에 글이라도 남기지 않을까 기다리며.

        

       그렇게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처지를 받아들인 순간- 새삼 깨달은 것이다.

        

       예나의 삶에 단순한 관중이 되어버리는 건, 도저히 견딜 수 없으리라고.

        

       친구로 남아주다니. 스스로를 속이는 허울 좋은 말일 뿐이다.

       

       예나가 누군가를 남자친구랍시고 소개할 때 웃으며 축하해줄 수 있을까. 웨딩드레스를 입고 신부 대기실에 앉은 예나를 보고, 예쁘다며 칭찬할 수 있을까.

        

       언젠가 결혼을 하게 되면 옛 친구들은 멀어진다던데. 다른 사람과 가족이 되어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 예나를, 가끔씩 SNS로 근황이나 확인하며 응원해줄 수 있을까. 그때 친구로 남아주길 잘했다고,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까.

        

       그럴 리가 없었다.

       

       

       저 화면 너머에서 언뜻 무표정하게 보이는 수줍은 얼굴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예나를 보며, 진희는 결심했다.

        

       최선을 다해보는 수밖에 없다.

        

       최소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정도의 관계가 될 수 있도록.

        

       * * * *

        

       강한 화력으로 끓인 꼬들꼬들한 라면과, 참기름 듬뿍 두른 참치김밥을 입 안 가득 밀어 넣고 싶다.

        

       미국 생활 일주일 차 즈음부터 가장 높은 빈도로 떠오른 생각이었다. 참다못해 기껏 찾아간 한식집에서조차 가격을 3배를 받는 주제에 그 맛도 나지 않아서…….

        

       그나마 귀국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 버텼지. 길어졌으면 솔직히 쉽지 않았을 거야.

        

       그런 고로, 공항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내 마음은 이미 집 근처 분식집에 도달해있었다. 마지막 기내식마저 사양한 마당이다. 공항에 있는 식당에 갈 수는 없지. 조금 배고프더라도, 반드시 최고의 식사를-

        

       “예나야!”

        

       아.

        

       “……안 와도 괜찮다니까.”

        

       입국장 앞. 한 아름은 되어 보이는 꽃다발을 껴안은 진희가 높이 치켜든 손을 격하게 흔들고 있었다. 손에 저거, 설마 플랜카드……아니, 아니겠지.

        

       “우승 축하해!”

        

       ……맞구나. 제발 아따먹이라는 글자라도 가려줬으면 좋겠는데.

        

       “……고맙……고마운데, 조용히 말해줘요. 주변에서 대단한 거 우승한 줄 알잖아요.”

        

       “대단하지, 어떻게 안 대단해! 세계 1위잖아! 나 현수막 만들어서 오려다가 아리가 말려서 참았어.”

        

       “제발…….”

        

       텐션, 텐션이 왜 이래. 기껏해야 2주……3주 만 아닌가.

        

       종종걸음으로 달려오는 진희의 기세에 압도된 탓에, 차마 플랜카드에 관한 불만을 표하지는 못했다. 어떻게 반응할지도 모르겠고……이 이상 이목을 끌고 싶진 않아.

        

       “밥은 먹었어? 피곤하지? 짐은 이게 다야? 아, 여기 꽃다발! 축하해!”

        

       하지만 애초에 이 이상 주목받는 게 가능은 할까. 어느샌가 주변의 모두가 가족, 혹은 친구와의 해후를 나누는 것마저 잊은 채 시선을 이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핸드폰을 다소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들어올리는 사람들도 보이고.

        

       하기야, 진희는 조용히 있어도 눈에 띌 미모다. 이렇게 폴짝거리는데 안 보는 게 더 이상하겠지. 조금 전의 발언 탓에 내가 무슨 선수라도 된다고 오해했을 수도 있고.

        

       엉겁결에 받아 든 꽃다발을 옆구리에 낀 채, 두 팔을 치켜든 진희를 가볍게 안아주며 등을 토닥였다. 제발 진정하라는 마음을 담아서.

        

       다행히, 효과가 있었던 걸까.

        

       파병에서 돌아온 주인을 만난 강아지마냥 굴던 진희는 빠르게 차분해졌다. 언제 다시 급발진을 할지 모르니, 그대로 몇 번 더 등을 토닥여주고-

        

       “진정했나요.”

        

       “……진정이 될 거 같아?”

        

       그리 말하며, 어정쩡하게 팔로만 안았던 나를 끌어당기며 강하게 포옹하는 진희. 조금 숨이 막혀올 정도다.

        

       안 본 사이에 조금, 조금 거리감이 이상해진 것 같아. 미국에서 여자끼리 인사할 때도 이 정도로 포옹하지는 않던데, 뭔가 오해하는 것 아닐까.

        

       -찰칵!

        

       과하게 끌린 이목 탓일까. 아니면, 나조차 당황스러울 정도로 격하게 반가워하는 진희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탓일까.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 중에는 결국 카메라를 들이대는 이들마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일단 여기서 벗어나고 생각해야겠는데.

        

       안긴 몸을 천천히 떼어 내려 시도하기를 몇 차례.

        

       “……지니님?”

        

       그러나 어째서인지, 진희는 풀어줄 생각이 조금도 없는 듯했다.

        

       “언니.”

        

       ……아.

        

       “……다음에요.”

        

       “말 놓는 것도 맨날 잠깐만 해주고. 다시 다음에, 다음에 하고 미루기만 하잖아. 이번엔 안 돼. 언니나 반말 중 하나는 해줘.”

        

       “버스 시간 얼마 안 남았어요.”

        

       “차 가져왔어. 데려다 줄 거니까 걱정하지 마.”

        

       그 사이에 강아지에서 곰으로 진화한 건가. 힘이 장난이 아닌데. VR이 운동이 되긴 되는구나.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몸을 꿈틀거리며 이탈을 시도해보았지만- 이건, 둘 중 하나가 다칠 정도로 힘을 주지 않는 이상 무리다.

        

       아마, 진희가 다치겠지.

        

       -하아.

        

       “……언니. 놔주세요.”

        

       ……아니, 이건 진짜 숨막히는데. 공간, 공간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dooo****님, 5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사과땡긴다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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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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