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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9

       설아에게 천마신공을 가르쳐도 될 지에 대한 확신은 여전히 없었다. 그녀의 잘못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본인의 망설임이 문제였다.

       

       아무리 많이 바뀌었다 한들 설아라는 아이가 마음속에 지닌 광신은 그대로일 지언데 본인이 정말 천마신공을 가르쳐도 될 지에 대한 걱정이 본인에게 고민을 강요했다.

       

       본인은 여태까지 단 한 번도 광신을 지닌 자를 마주하려 했던 적이 없었다. 그들의 존재는 내게 징그러운 벌레나 다름없었으니까.

       

       기어 다니는 것이 역겨워서 손을 대는 것은커녕 보는 것조차 망설여지는 그런 벌레 말이다.

       

       지금으로부터 멀고도 먼 과거 천마신교의 어린 소천마였을 시적에 박혀버린 생각은 나이가 먹을 대로 먹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나를 사로잡고 있었다.

       

       설아를 보았을 때에 단정을 지어버린 까닭도 그러했다. 본인은 여태까지 광신을 지닌 이가 바뀌는 것을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이 세상에 온 후 엔리의 조언을 듣고서 처음으로 광신을 마주보려 했기에망정이지 그렇지 못했다면 본인은 진즉에 설아를 눈 앞에서 지워버렸을 것이다.

       

       인내의 결과는 신기했다. 그녀의 광신은 개화하지 않았다. 처음 만났던 그 날로부터 꽤나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무르며 자신이 존재함을 알릴뿐.

       

       무엇이 그녀에게 영향을 끼쳤는지 정확하게는 모른다.

       

       내가 그녀를 곁에 두었기 때문인지. 방송을 통하여 본인이라는 인간에 대해 감추는 것 없이 드러냈기 때문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인지.

       

       시작에 의문이 가득하니 지금 이 순간 본인이 설아에게 천마신공을 가르치는 것이 그녀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지 아닐지에 대해서도 확신을 지니지 못하겠구나.

       

       생각을 거듭하고 있다 보니 속에서 웃음이 새어나왔다. 스스로가 많이 느슨해졌다는 것이 느껴져서.

       

       한창 사나울 시절이었다면 다른 이가 잘못되건 말건 시험을 해본다 생각하며 저질러 버렸을 터인데. 지금의 나는 일어나지도 않은 것을 걱정하고 있구나.

       

       실로 부질없는 일이야.

       

       가르쳐보자꾸나. 설아 본인도 그를 바라고 있으니 말이다.

       

       처음에 내게 천마신공을 배우고 싶다 이야기했던 때와는 다르게 자신의 심지를 발견한 듯하니 천마신공을 현실로 끌고 가더라도 즉시 무너지지는 않을 터.

       

       이상이 생긴다면 그 때에 교정하면 그만이다. 결정을 내리고서 설아에게 천마신공을 가르쳐 주겠다고 이야기하자 그녀는 혼절할 것처럼 기뻐했다.

       어떻게든 감정을 가라앉히려 해도 사라지지 않는 들뜸이 그 눈동자에서 느껴져 웃음이 샜다.

       

       꼭 맛난 음식을 앞에서 기다리는 바루처럼 보이는 구나.

       

       본인이 천마신공을 처음부터 남들에게 가르치려 했던 적이 있었던가. 없었던 듯 하구나.

       

       신교에서 본인에게 가르침을 청할 수 있는 이들은 대개 일정 이상의 경지에 오른 이들이었고, 무림에서 본인을 만나러 온 이들도 그러했으며. 현대에 들어와서도 천마신공 그 자체의 기초를 때려 박아 준 적은 없었지.

       

       하린은 애초부터 내게 천마신공을 배우지 아니하였고, 당소일 그 녀석에게 알려준 것도 천마신공이라기보다는 신공을 가지고서 싸우는 법에 가까웠으니 말이다.

       

       그러니 기초부터 하나하나 짚어주려 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되겠지.

       

       무엇부터 가르쳐야 할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둔 바가 있었다. 막 이 세상에 떨어졌을 무렵의 본인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본인은 하수들의 생리에 관하여 아는 바가 있으니 말이다.

       

       아피스의 세상에 들어와 방을 만들고 얼마 있지 않아 설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와.. 왔습니다!”

       

       그녀는 기이하게도 천마가 아닌 다른 몸을 가지고 왔다. 저 녀석은 대체 무얼 하는 것이냐.

       

       천마신공을 배우겠다는 녀석이 정파의 무공을 익힌 육신을 들고 오면 어쩌자는 게냐. 짜게 식은 시선으로 그를 노려봐 주었더니 설아가 다급히 변명했다.

       

       “그게! 저 화령님께서 지난 번에 천마를 고르지 말라 하셔서!”

       “그거야 네가 불안정 했을 적의 이야기지 이 놈아. 유연한 사고를 익히도록 하거라.”

       

       천마의 육신을 고르지 않을 것이라면 본인이 그대를 이 곳까지 끌고 온 이유가 없지 않으냐.

       

       “넵! 바로 바꿔오겠습니다!”

       

       설아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천마의 육신을 지니고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설아야. 천마신공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느냐?”

       “아무것도 모릅니다! 전 피라미에 허접 병신입니다!”

       

       가볍게 물음을 던졌더니 설아가 빼액 소리를 내질렀다. 기분이 잔뜩 들떠 있는가 보구나. 평소에는 이 정도는 아닌데 말이야.

       

       “헛소리 하지 말고. 읊어보아라. 비웃지 않을 터이니.”

       “네에…”

       

       교사의 앞에선 자신 없는 학생마냥 우물쭈물거리는 설아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그녀가 천마신공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본인의 방송을 편집하는 이이니만큼 본인이 했던 이야기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만 그 이외에는 아느니만 못한 지식이 대부분이었다.

       

       대체 어디서 들은 것인지는 몰라도 헛소리만을 잔뜩 읊어댔으니까. 그를 가만 듣고 있던 나는 설아에게 걸음마를 떼는 법부터 가르쳐야겠다는 확신을 얻었다.

       

       “대충 알겠구나. 기본부터 시작을 하자꾸나.”

       “네!”

       

       본래 천마신공을 익히기 위해서는 심법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 몸 안에 천마신공의 내기를 쌓는 방법을 배우지 않고서 어찌 그를 다루는 방법을 익히겠는가.

       

       허나 이 세상에서는 그것이 가능하지. 천마신공의 내기를 품은 몸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화룡무인의 세상에서 무공을 배우며 내기를 느끼고 움직이는 방법에 대해서는 배웠을 거라 생각한다.”

       “네. 화산에서 지겹도록 배운 게 그거니까요.”

       “천마신공이 다른 무공에 비해 이질적이라 할지라도 근본은 무공일지니. 그 근간은 다르지 않다.”

       

       다만 조금 더 까탈스럽고 제멋대로일 뿐. 언제나 주인을 집어 삼킬 기회를 노리는 포악한 녀석들이 주인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리가 있나.

       

       “학영충 녀석에게 배웠던 화산의 무공을 기억하느냐?”

       “네.”

       “그를 펼쳐 보거라.”

       

       설아는 내가 시킨 것에 의문을 품지 않고 즉시 행했다.

       

       한 때 밤을 새워가며 화산의 무공을 익히기 위해 열성이던 녀석은 본인이 여태까지 보아왔던 현대인들 중에서 두 번째로 말끔하게 무공을 펼쳤다.

       

       허나 그것도 중간까지였다. 천마신공의 내기가 그 안에서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설아가 펼치려던 무공의 형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무공이 무너짐에 따라 설아가 반동을 받게 된 걸 확인한 난 그녀의 목을 날렸다.

       

       그러자 한 번 죽었던 설아가 이내 멀쩡한 몸으로 흙바닥 위에 섰다.

       

       “화령님?!”

       “반동에 고통 받을 바에야 죽었다 살아나는 편이 편하지 않겠느냐.”

       “…이렇게 될 걸 알고 계셨나요?”

       “당연하지.”

       

       하린이에게 풍류권을 알려주었을 때와는 이야기가 다르다.

       

       풍류권은 자기주장이 약한 녀석이거든. 정확하게는 자기주장을 할 수 없는 무공이라 해야겠지.

       

       그렇다 보니 천마신공의 내기가 제멋대로 움직인다 할지라도 큰 문제가 없다. 풍류권이 저 알아서 천마신공의 내기 아래에 고갤 숙이거든.

       

       허나 화산의 무공은 다르다. 꼴에 정파의 대표 무공 중 하나인 그놈들은 자기주장이 무척이나 강하지. 자그마한 예외조차 인정하지 않을 정도로.

       

       본인이 어찌 그를 모르겠는가. 당연히 알고서 시킨 일이다. 원래 말로 위험을 설명하는 것보다 몸으로 경험하는 편이 나으니까.

       

       “당장에 그대가 해야 하는 일은 제멋대로 날뛰는 천마신공을 제어하는 일이다.”

       

       본래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서 마주해야하는 일이다만 다른 방법이 있는데 그럴 필요가 있느냐?

       

       더 높은 경지를 바라보기 위해서 언젠가는 심법을 가르쳐야 할 터이지만 지금은 아니다.

       

       나는 우선 설아 그대에게 천마신공의 내기를 제어하는 법을 알려줄 것이다. 만약의 변수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매일 하루에 세 시간. 그대가 신공을 제어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세시간이요?”

       

       저 되물음은 겨우 한 마디였지만 그 뒤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눈치채는 건 어렵지 아니했다.

       

       겨우 세시간밖에 안 하냐는 소리겠지. 평소 자신의 잠을 줄여가며 무공의 수련에 몰두하던 녀석이다.

       

       잠은 죽어서 자면 족하다는 이야기를 실천하는 녀석에게 세 시간이라는 숫자는 실로 적어 보이겠지. 이해한다.

       

       “그래. 세 시간이다. 다른 시간에 제멋대로 천마신공을 수행하는 건 허락하지 아니하겠다.”

       “그런.”

       “어쨌든 간에 그대는 본인의 편집자이지 않은가. 일을 해야지.”

       “당연히 일은 할 거에요! 그래도 세 시간은 너무.”

       “본인을 의심하는가?”

       “그런 건 아닙니다! 저. 그게.”

       

       하하. 걱정하지 말거라. 그대의 의욕이 넘쳤을 뿐임을 본인이 모르지 아니하니.

       

       “일단은 세 시간이 지나고 이야기를 하자꾸나. 그 때에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다면 생각을 해보마.”

       “정말이죠?”

       “그래.”

       

       본인이 거짓을 입에 담겠느냐? 걱정하지 말라. 세 시간이 지나고서도 멀쩡히 서 있을 수 있다면 본인이 생각을 해보겠노라.

       

       *

       

       설아는 다시금 화산의 무공을 펼쳤다. 처음에는 자신이 여태까지 배워온 것을 화령에게 보여주기 위해 어려운 무공을 택했던 설아였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천마신공의 내기는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제멋대로였다.

       

       천마의 몸을 빌려 천마신공을 다룰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이지만 화산의 무공을 다루고 있으려니 그 포악함을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몇 번에 걸친 실패 끝에 현실을 깨달은 설아는 그 때마다 좀 더 쉽고 단순한 무공으로 향했다.

       

       화령도 그를 말리지 않았다. 그런 건 별로 중요치 않다는 듯이.

       

       실제로도 그러했다. 설아가 사용하는 무공이 아무리 쉬워진다 하더라도 천마신공의 내기를 다스리는 일이 쉬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설아는 여전히 무공을 쓸 때마다 번번히 실수를 반복했다.

       

       “아.”

       

       툭 튀어나온 천마신공의 내기를 느낀 설아가 목소리를 내기 무섭게 화면이 검게 물들었다.

       

       “모든 것을 제어하려 하지 말라고 내 몇 번이나 말을 했느냐. 너는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없다. 내기를 짓누를 생각을 해라.”

       

       새로운 몸으로 눈을 뜬 설아는 바닥에 발을 디디려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나자빠지고 말았다.

       

       육신이 힘든 것은 아니었다. VR의 세상에서 육신이 힘들 일은 없으니까. 그녀의 몸에서 힘을 앗아가는 것은 오롯이 하나. 정신의 피로였다.

       

       천마신공의 내기를 제어하기 위한 노력이 그녀에게 정신적 피로를 강요했던 것이다.

       

       “일어서라. 아직 한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한 시간.”

       

       설아는 자신이 오만했음을 깨달았다. 세 시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아니했다.

       

       그는 누군가에게는 영겁에 가까운 시간이 될 수 있었다. 적어도 지금 설아에게는 그러했다.

       

       “다시.”

       

       지난 번 엔리의 방송에서 나왔던 것과 같은 단어였지만 그 목소리는 전혀 달랐다.

       

       장난기가 섞인 무심한 목소리와 거부를 허하지 않는 엄격한 목소리가 어찌 같을 수 있을까.

       

       설아는 비틀거리며 일어나서는 다시금 자세를 잡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은 다시. 다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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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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