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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

       

       

       

       

       

       27화. 저주와 성지 ( 1 )

       

       

       

       

       

       《영웅급 모험가가 여관에 방문했습니다!》

       

       

       위기의 순간에 슈퍼맨이 등장하면 이런 기분일까? 핸드폰의 전원 버튼으로 향하던 손이 멈추고 재빨리 여관을 향했다.

       

       

       “미쳤다, 진짜. 지금, 이렇게 나온다고?”

       

       

       이쯤 되면 정말 개발자들이 내 게임 화면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지금 중요한 건 여관에 온 영웅급 모험가.

       

       여관에 들어가자 멀뚱히 서 있는 검은 머리의 여전사. 여관을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뽈뽈 돌아다닌다. 제법 성질이 있어 보이는 얼굴이다.

       

       

       “이름이 프리가? 직업이 야만 전사네.”

       

       

       전에 만든 도끼를 주려고 했는데, 컨셉이 딱 맞네. 인벤토리에서 ‘용 사냥꾼의 도끼’를 드래그하여 프리가에게 옮겼다. 

       

       

       《 oderuφt tΘ!》

       

       “뭐, 뭐야? 갑자기 왜 이래?”

       

       

       도끼를 팔려고 했을 뿐인데, 갑자기 펑펑 울기 시작하는 프리가. SD 캐릭터지만 워낙 이쁘게 만들어서, 슬프게 우는 모습에 약간 가슴이 아파졌다.

       

       

       “왜 이렇게 서럽게 우냐…”

       

       

       무슨 특수 이벤트 같은 걸까? 영웅급 모험가라고는 케니스 이후로 두 번째라서, 이번이 특이한 건지 알 수가 없는 상황.

       

       

       삥뽕ㅡ

       

       

       화면에 메시지창이 떠오르며 서럽게 우는 프리가를 잠시 가렸다.

       

       

       《영웅급 모험가가 슬프게 울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달래주기』                                                『혼내주기』

       

       

       … 뭐지? 아니, 진짜 이게 뭐지?

       

       잠시 머릿속이 정지했다. 싸구려 광고에서나 보던 선택지가 지금 실시간으로 내 앞에 보이는 건가?

       

       

       “내가 똥겜똥겜 거렸다고 진짜 똥겜이 되어가네…”

       

       

       개발자들은 진심으로 이 선택지를 이벤트라고 넣은 걸까? 만약 진짜로 이걸 이벤트라고 넣었다면… 그들의 센스에 유감을 표할 것이다.

       

       

       “…번역 오류겠지?”

       

       

       애써 행복 회로를 돌리며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일단 이벤트가 발생했으니… 잠시 고민하다가 『달래주기』 버튼을 눌렀다. 

       예쁜 캐릭터가 울고 있으니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혼내주기라고 하면 뭔가 부정적인 이벤트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ㅡ샤아아

       

       

       반짝거리는 별들이 나타나 프리가의 얼굴 주변에서 반짝거리다가 뿅 하고 사라졌다. 마치 싸구려 게임에 나오는 별가루 효과 같은 느낌.

       

       

       “진짜… 진짜 이펙트가 너무 싸다…”

       

       

       내가 아무리 요즘 머리가 깨져서 과금을 하고 있다지만… 이런 이펙트를 보니 약간 머리가 봉합되는 걸 느꼈다.

       

       

       《gr¤tias tΔbi》

       

       

       뭐가 그리 좋은지 활짝 웃는 프리가. 짜리몽땅한 SD 캐릭터인데도 저렇게 웃으니 반할 것 같다.

       

       

       “그래, 네가 좋다면 된 거지…”

       

       

       이윽고 무기를 받아 든 프리가는 빛무리와 함께 여관에서 사라졌다. 이제 다시 한번 서리고룡의 보스전을 진행할 차례.

       프리가의 투입이 가능한지 확인해 봐야 한다.

       

       

       “후우…”

       

       

       떨리는 숨을 내쉬며 보스전에 다시 진입했다. 회색빛으로 멈춰있는 케니스와 서리고룡… 그리고 케니스의 옆에 프리가가 서 있었다.

       

       

       “…!! 나이스!! 이게 되는구나!”

       

       

       속으로 개발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이게 의도한 건지, 버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한테는 좋은 거니까.

       

       곧바로 일시 정지를 해제했다. 

       

       

       ——————!!!

       

       

       거세게 울부짖는 서리고룡. 가장 빨리 쿨타임이 돌아온 《살랑이는 바람》을 프리가에게 사용했다.

       

       프리가의 발에 작은 바람 문양이 빛나며 이동속도가 증가했다.

       

       이윽고, 황금빛으로 빛나는 도끼를 들고 빠르게 달려들었다.

       

       

       – “차아앗!”

       

       ㅡ콰아아앙!

       

       

       “와 데미지 살벌하게 들어가네.”

       

       

       프리가의 도끼가 서리고룡의 몸통에 꽂히고, 고룡의 HP가 크게 깎였다. 동시에 반짝ㅡ하고 화면 옆에 빛나는 글자가 떠올랐다.

       

       

       “뭐지?”

       

       

       옆에 떠오른 글자에 한눈판 사이, 고룡이 숨을 들이마시며 프리가를 향해 불꽃의 숨결을 내뿜었다.

       

       

       “어, 어어! 아니, 미친 용가리 진짜! 무슨 광역기를  평타처럼 써!!”

       

       

       순식간에 프리가를 덮치는 푸른 불꽃. 화면 전체가 불꽃에 휩싸였다.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아무것도 없어 발만 동동 구르며 소리만 질렀다.

       

       

       “아 진짜! 제발 버텨라! 제발…! 제발 버텨!!”

       

       

       두 손을 꼭 모으고 아무에게나 기도했다. 여기서 프리가가 바로 죽으면 정말 죽도 밥도 안 된다…! 제발…!

       

       이윽고 화면을 가린 불꽃이 사라지고ㅡ

       

       프리가는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체력이 하나도 깎이지 않은 모습으로.

       

       

       “뭐야, 버그인가? 여기서 버그가 났다고?”

       

       

       개발자들의 엉성한 코딩에 한 차례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지금만큼은 똥겜이 아니라 갓겜이다.

       

       

       ㅡ화아아악!

       

       

       쿨타임이 돌아온 《성역 선포》를 재빨리 사용했다. 프리가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황금빛 물결. 연달아서 《미약한 불꽃》으로 프리가의 무기에 화(火) 속성을 인챈트했다.

       

       

       – “하아압!”

       

       

       버프를 받고 달려드는 프리가. 서리고룡이 다시 날개를 펼치고 공중에 날아오려고 한다.

       

       

       “안되지.”

       

       

       고룡의 날개를 조준하고 《번개의 일격》을 떨궜다. 아까처럼 막 사용하지 않고, 한발 한발 신중하게 조준한다.

       

       힘없이 떨어진 고룡에게 프리가의 도끼가 맹렬하게 달려들어 후려친다.

       

       

       ㅡ 콰앙!

       ㅡ 콰아앙!

       

       

       프리가의 도끼가 고룡을 때릴 때마다 화면 옆의 빛나는 글자가 점점 늘어난다.

       

       다섯 개, 여섯 개… 일곱 개.

       

       화면 옆에서 일곱 개의 문자가 원을 그리며 반짝반짝 빛난다. 마치 터치하라는 듯이 깜빡인다.

       

       

       “… 뭔가 스킬이 있나?”

       

       

       혹시나 싶은 마음에 글자를 터치하자ㅡ

       

       

       ㅡ치이잉

       

       

       프리가의 도끼에 황금빛 원이 떠올랐다. 도끼의 궤적을 따라 생긴 일곱 개의 황금빛 원.

       

       용 사냥꾼의 도끼가 원을 통과할 때마다 폭발적으로 가속한다.

       

       도끼날 뒤에는 소닉붐 이펙트가 생겼다.

       

       

       콰아아아앙ㅡ!!

       

       

       황금빛으로 타오르는 도끼가 서리고룡의 머리를 거세게 내리찍었고

       

       

       ——————!!! ——————!!!! ———…

       

       

       고룡의 뼈가 완전히 부서지면서 주저앉았다.

       

       

       “와… 와아ㅡ”

       

       

       나도 모르게 입이 떡 벌어진다. 서리고룡의 최후를 장식한, 프리가의 대형도끼가 보여 준 스킬. 그 이펙트와 화려함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도끼를 들어 올리는 프리가의 위로 떠 오르는 스테이지 클리어 문구.

       

       하지만 나는 한동안 여운에 젖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빠밤ㅡ!

       

       

       그런 나를 깨우듯 팡파레 소리가 울렸다.

       

       

       《명성도 기준치 달성! ‘차원 관문’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 차원 관문?”

       

       

       

       

       ***

       

       

       

       

       “…으음…”

       

       

       케니스는 푹신한 침대에서 천천히 눈을 떴다. 흐릿하게 보이는 샹들리에와 낯선 문양의 천장…

       

       몸을 벌떡 일으키는 케니스. 어찌나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여기는?! 아윽…”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온몸이 비명을 질렀다.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린 케니스가 천천히 마지막 기억을 되짚었다.

       

       자신이 신검으로 고룡의 불꽃을 가르고, 그 아가리에 신검을 꽂았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서리고룡…! 단장님! 공녀님!!

       

       

       케니스는 자신이 쓰러지는 와중에도 건재했던 서리고룡을 떠올렸다. 신검에 꿰뚫렸음에도 건재했던 서리고룡. 

       

       불길한 상상이 케니스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 불안에 떠는 그녀의 눈이 거세게 흔들렸다.

       

       

       타다닥ㅡ

       

       

       문 너머로 발소리가 여럿 들려왔다. 케니스의 외침을 들은 사람들이 달려왔다. 

       

       

       ㅡ콰앙!

       

       

       문이 거세게 열리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왔다.

       

       그중에는 데이비드 단장과 프리가도 있었다.

       

       

       “케니스! 일어났구나!”

       

       “일어나서 다행이구나, 케니스!”

       

       

       케니스의 침대는 사람들로 둘러싸였다. 케니스의 눈이 사람들 사이에서 단장과 프리가를 향하고, 이내 안도의 눈빛을 띠었다.

       

       

       “공녀님! 단장님! 무사하셨군요!”

       

       “어? 아ㅡ 우리야 뭐, 조금 다친 정도였지.”

       

       “공녀님의 활약이 컸지. 공녀님이 아니었다면, 모두 무사하지 못했을 거다.”

       

       “에이ㅡ 또 이렇게 부끄럽게 만드네. 내가 뭐 별거했나?”

       

       

       동그랗게 커진 케니스의 눈. 이윽고 그녀는 프리가의 등에 걸린 거대한 도끼를 눈치챘다. 

       

       

       “공녀님, 그 도끼는…?”

       

       

       범상치 않은 황금빛의 도끼. 케니스는 그 도끼에서 어쩐지 자신의 신검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설마, 공녀님도?

       

       케니스의 눈빛을 눈치챈 프리가는 씨익 웃으며 도끼 자루를 슥 만졌다.

       

       

       “맞아. 신이라는 작자가 이 도끼를 줬지.”

       

       “그렇군요! 정말 큰 경사입니다, 공녀님!”

       

       “그런가? 뭐, 가서 이런저런 얘기도 좀 하고. 내가 가서 쓴소리 좀 하고 왔지. 어? 소리도 좀 지르고.”

       

       “아, 하하… 그러셨군요.”

       

       

       어깨를 으쓱하면서, 거만한 표정을 짓는 프리가. 단장과 케니스는 어색하게 웃었다. 

       

       성기사인 그들 앞에서 신을 친구처럼 얘기하는 프리가의 태도는 분명 불경했지만ㅡ

       

       도끼를 만지면서 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녀의 표정은 썩 즐거워 보였다.

       

       

       “흠, 흠!”

       

       

       신나게 떠드는 프리가의 수다를 끊는 기침 소리. 뒤에는 사제로 보이는 이가 서 있었다.

       

       

       “두 분, 케니스님이 정신을 차려서 기쁘신 건 이해하겠지만… 케니스님은 지금 중환자입니다. 안정이 필요하시죠.”

       

       “아, 저희가 환자를 너무 오랫동안 붙들고 있었군요.”

       

       “아닙니다… 일단 케니스님의 몸을 확인해야 하니, 두 분 모두 자리를 비워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알겠어, 알겠어. 케니스, 우리는 이만 가 볼게! 나중에 멀쩡해지면 한 판 붙자고!”

       

       

       프리가는 여느 때와 같이, 바람처럼 왔다가 폭풍처럼 사라졌다. 사제의 요청에 케니스의 침대를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방을 우르르 빠져나갔다.

       

       조용해진 방 안에서 사제 케니스에게 말했다.

       

       

       “우선, 케니스님. 정신을 차리셔서 다행입니다.”

       

       “아, 예…”

       

       “케니스님은 아마 실감이 안 나시겠지만, 6일이나 정신을 잃고 계셨습니다.”

       

       “예? 6일이요?”

       

       

       케니스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무리 서리고룡의 불꽃을 가르면서 심력을 소모했다고 해도. 6일이나 누워 있다니?

       

       사제가 놀란 케니스를 바라보며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육체적인 부상도 있겠지만… 사실 더 심각한 건 따로 있습니다.”

       

       “더… 심각한 거요?”

       

       “저주입니다.”

       

       “저주요…?”

       

       

       자신에게 저주가 걸려있단 말인가? 사제가 의문에 찬 케니스를 보며 천천히 설명했다.

       

       

       “… 서리고룡이 나타난 주변에서 사악한 의식의 흔적이 있는 장소가 발견됐습니다. 아마, 이단들이 묻혀 있던 고룡의 사체를 악마들의 도움으로 되살린 거겠죠.”

       

       “이단이…”

       

       “문제는 그 고룡에게 남아 있는 사념입니다.”

       

       “사념이요?”

       

       “예, 마수의 산에 가득한 마수들을 산 제물로 바치고 그 영혼을 찢어서 고룡을 되살린 의식… 서리고룡은 그 자체로 강한 원념과 원한의 덩어리였습니다.”

       

       

       사제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거대한 원념의 덩어리에 직접 신검을 꽂아 넣으면서… 서리고룡이 케니스님의 영혼에 강한 저주를 새겼습니다.”

       

       “그, 그런…”

       

       “그 저주가 케니스님의 영혼을 악마에게 서서히 빼돌리고 있습니다… 아마 6일이나 누워계셨던 이유도 이 때문이겠지요.”

       

       “악마라니…”

       

       

       케니스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랐다. 그녀에게는 용사라는 사명이 있었다.

       

       이렇게 저주에 걸려서 서서히 죽어가야 한단 말인가?

       

       

       “이 속도라면… 한 달. 앞으로 한 달 안에 케니스님의 영혼이 사라질 것입니다.”

       

       “해주, 해주 방법은요? 저주를 풀 수 있을까요?”

       

       

       사제가 소매로 케니스의 눈물을 슥 닦아줬다.

       

       

       “… 방법이 딱 하나 있습니다.”

       

       “저, 정말인가요?!”

       

       “정말 다행히도 말이죠. 사실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될 겁니다.”

       

       

       사제는 케니스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케니스님, 성지(聖地)로 갑시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이 못난 글쟁이, 대가리 박습니다!! 늦으면 공지라도 올렸어야 했는데… 그랜절 박겠습니다!! 죄송합니다!!!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후루루’님!! 2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못난 작가에게 올인이라뇨!! 거둬주세요!!

    – ‘고은빵’님!! 5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저도 사랑합니다 독자님!!

    – 두부는귀엽다’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응애 나 애기 작가, 응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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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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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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