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7

       

       

       

       

       “쀼우?”

       

       고개를 갸웃하는 아르에게 나는 ‘야식’이 무엇인지 알려 주었다. 

       

       “후후…. 야식이란 건 말이야. 아주 엄청난 거란다.”

       

       나는 음흉한 얼굴로 아르를 쳐다보았다. 

       

       “쀼…?”

       

       내 심상찮은 표정에 아르는 흠칫 고개를 뺐지만, 그래도 궁금하다는 듯 내게 시선을 고정한 채 침을 꼴깍 삼켰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 보며 마치 기도문이라도 읊듯 말했다.

       

       “삶에 찌든 현대인에게 빛이 되어 줄 구원의 동아줄이자, 하루 동안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행복으로 녹여 줄 인생의 활력소. 식사 같은 간식, 간식 같은 식사.”

       

       그리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려 보이며 씩 웃었다. 

       

       “한마디로, 밤에 자기 전에 맛있는 걸 먹는 거. 그게 야식이라는 거야.”

       “쀼우…!”

       

       아르는 ‘잘은 모르겠지만 그런 깊은 뜻이!’라는 얼굴로 날 바라보다가, 마지막에 ‘맛있는 거’라는 단어에 귀를 쫑긋 세웠다.

       그리고 쪼그만 손을 마주쳐 뾱뾱 박수를 쳤다. 

       

       ‘간식이랑 맛있는 거라는 단어에 반응하는 거 진짜 귀여워 죽겠네.’

       

       나는 속으로 웃음을 삼키며 야시장 쪽을 가리켰다.

       

       “그럼 가서 한번 둘러볼까?”

       “쀼웃!”

       

       아르와 함께 골목 하나를 지나 본격적으로 야시장 거리에 들어서자, 우리가 맡았던 맛있는 냄새의 근원지가 사방에서 우리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와, 확실히 직접 보니까 다르긴 다르네.’

       

       레키온 사가에선 이렇게 주기적으로 야시장을 여는 작은 마을이나 지역들이 있는데, 이런 곳에서 파는 음식들은 값이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체력 회복이나 마나, 스태미너 회복 옵션 등이 꽤 잘 붙어 있는 경우가 많아 가성비가 좋은 편이었다. 

       

       그래서 나도 게임 내 시간으로 밤이 되었을 때 가까운 곳에 야시장이 있으면 음식을 사서 쟁여 뒀다가 의뢰나 사냥을 나갈 때 소모하곤 했다. 

       

       ‘그땐 그냥 한 번 쓱 훑고 지나가면서 상점 클릭, 메뉴 및 옵션 확인, 회복량 잘 붙은 거 있으면 가격 보고 구매, 이것만 초스피드로 반복했었는데.’

       

       이 야시장 문화는 비교적 낮에 덥고 습한 대륙 동부 쪽에서 서늘한 밤에 사람들이 편하게 먹고 마실 수 있도록 발달했기에, 이렇게 서부 쪽 루트를 탔을 때는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열릴 때 잽싸게 음식을 쟁여 놨었던 것이다. 

       

       ‘동부는 거의 매일 야시장이 있어서 동부 루트 탈 때 그거 하난 편했지.’

       

       처음 서부 루트를 탔을 때 이렇게 가끔 열리는 줄 모르고 한참 마을을 돌아다녔던 씁쓸한 기억이 떠올랐다. 

       

       ‘여튼, 그때는 빨리 수량이 떨어지기 전에 옵션 좋은 음식을 사는 데에 집중했지만….’

       

       이렇게 직접 두 눈으로 야시장의 따스한 풍경을 보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급한 마음 같은 건 사라지고 천천히 둘러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어차피 지금은 막 쟁여 놨다가 먹을 것도 아니고.’

       

       게임에서야 맛보다는 옵션이었지만, 지금은 갓 나온 따끈따끈하고 맛있는 음식을 사 먹으러 온 거니까.

       

       “쀼우…!”

       

       아르도 처음에는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 왔으면서도, 쭉 뚫려 있는 길을 중심으로 질서 있게 다양한 상점이 늘어서 있는 풍경에 잠시 넋을 잃었다. 

       

       야시장 특유의 주황색 불빛이 아르의 눈동자에 비쳐, 아르의 커다란 눈망울을 더욱 반짝반짝 빛나 보이게 만들었다. 

       

       “아르야, 침 나온다.”

       “쀽!”

       

       그러면서도 또 코와 입은 솔직해서 침이 흘러 나오려고 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밤이라 날씨가 서늘한 것도 있고, 아르의 모습이 너무 눈에 띄지 않도록 나는 상의의 후드 부분을 어깨 쪽으로 당겨 아르의 몸을 덮어 주었다. 

       

       “오, 찹쌀볼이다. 이거부터 사 볼까?”

       

       너무 무겁지도 않고 한 입에 쏙 들어가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 

       

       마침 아직 사람들이 몰릴 시간은 아니라 따로 줄을 서지 않아도 바로 살 수 있어, 나는 가판대에 다가가 열심히 찹쌀볼을 튀기고 있는 주인장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여기 찹쌀볼 5개만 주시겠어요?”

       “오오, 어서 옵쇼. 팥 든 걸로 드릴까, 아니면 아무것도 안 든 걸로?”

       “팥 들은 걸로 주세요.”

       “오케이. 내 금방 튀긴 걸로다가 드리지.”

       

       치이이익—

       

       주인장은 집게로 지글지글 끓는 기름 속에 있던 동글동글한 찹쌀볼을 하나씩 꺼내, 식히기 위해 잠깐 철로 된 판 위에 올려 두었다. 

       

       “뀨우.”

       

       그때, 얌전히 내 어깨 위에서 후드를 덮은 채 찹쌀볼 옮기는 걸 보고 있던 아르의 입에서 뀨 소리가 났다. 

       

       “으응? 무슨 소리지?”

       

       밤이기도 하고, 계속 찹쌀볼을 튀기는 데에 집중하느라 내 쪽을 제대로 보지 않고 있던 주인장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곧 찹쌀볼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아르를 발견하고는 잠시 집게를 멈추었다. 

       

       “…자네, 어깨 위에 그 쪼그만 녀석은 뭔가?”

       

       올 게 왔다고 생각한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미리 준비해 뒀던 용병패를 슬쩍 꺼내 보여주었다.

       

       “하하, 제 사역마입니다. 이거 보시면 아시겠지만 용병 길드에 등록도 제대로 한 사역마니까 경계하진 않으셔도 돼요.”

       

       스미스 씨가 괜찮을 거라고 했고 실제로 길드의 용병들이 아르를 보자마자 귀여워했다지만, 근본적으로 용병들은 다들 전투에 자신이 있는 강인한 사람들이다.

       

       전투와 거리가 먼 일반인들은 아무리 귀엽다고는 해도 마물을 보면 위협을 느끼거나 최소한 경계를 할 수밖에 없을 터. 

       

       그래서 나름 공신력 있는 용병패를 내민 것이었다. 

       

       ‘사역마로 문제를 일으킨 테이머는 길드에서 퇴출되고 용병패를 몰수당하게 되니까.’

       

       적어도 지금까지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다는 증표로 기능할 수 있다는 소리다.

       

       …근데 왜 저 주인장은 이 공신력 있는 용병패를 거들떠도 보지 않는 거지?

       

       “아니, 그걸 물어본 게 아닐세.”

       “…그러면요?”

       “어떤 종이길래 사역마가 그리 귀엽게 생겼냐고 묻는 걸세!”

       “어…. 와이번입니다.”

       “호오, 그렇구먼!”

       

       나는 생각보다 적극적인 반응에 떨떠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뀨우.”

       

       여전히 아르는 찹쌀볼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고.

       

       “얘야, 요게 그리 맛있어 보이나?”

       

       주인장은 아르의 시선이 머물고 있는 따끈따끈한 찹쌀볼을 집게로 들어, 아르의 눈앞에 내밀었다. 

       

       “쀼…!”

       

       아르의 눈이 더욱 초롱초롱해지고, 입이 슬슬 벌어지자 주인장은 호탕하게 웃으며 찹쌀볼을 다시 가져갔다. 

       

       “뀨우….”

       “크하하핫! 시무룩해하지 말고 기다려 봐라. 뜨겁지 않은 걸로 다시 줄 테니.”

       

       아무래도 금방 튀긴 걸 주면 손이나 입을 데일까 봐 걱정을 해 준 듯, 주인장은 미리 식혀 두었던 찹쌀볼 하나를 아르에게 내밀었다. 

       

       “옛다. 한번 먹어 봐라.”

       “쀼우!”

       

       아르는 냉큼 주인장이 내민 찹쌀볼을 집어들어, 앙증맞은 입으로 한 입 베어 물었다. 

       

       “뀨우…!”

       

       쫀득한 찹쌀, 그리고 달달한 팥 앙금을 입 안에 넣고 씹은 아르의 눈이 행복한 듯 초승달 모양으로 접혔다. 

       

       “쀼웃!”

       

       아르는 나에게도 먹어 보라는 듯 자신이 한 입 베어 문 찹쌀볼을 내밀었다.

       

       “난 괜찮아. 이따가….”

       “쀼우!”

       “알았어, 먹을게.”

       

       나는 거의 내 입 앞까지 내밀어진 찹쌀볼을 조금 베어물었다.

       

       “오오, 진짜 쫄깃하고 맛있네요.”

       “크하핫! 내가 이 마을에서 장사를 몇 년을 했는데, 당연하지! 이 시장에서 세 달을 못 버티고 나가는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거든.”

       “쀼움!”

       

       아르도 내가 한 입을 받아 먹자 만족한 듯 다시 남은 찹쌀볼을 크게 베어물고 오물오물 먹으며 대답했다.

       

       “저, 그럼 이거 얼마죠?”

       “20쿠퍼일세. 마침 다 식은 거 같으니 바로 담아 주겠네.”

       

       내가 돈을 꺼내는 동안, 주인장은 종이 봉투에 식힌 찹쌀볼을 담아 주었다. 

       

       “어? 근데 저희 방금 하나 먹었는데 여기 5개 들었는데요?”

       

       봉투를 받아 들어 찹쌀볼을 확인한 내가 고개를 들며 물었다. 

       

       “크하하핫! 됐네. 서비스일세.”

       “그래도….”

       “요 귀여운 녀석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본 걸로 값 치렀다 생각하게.”

       “쀼우?”

       

       주인장은 열심히 찹쌀을 오물거리는 아르를 보며 씨익 웃었다. 

       

       “서비스는 또 줄 테니 언제든 오게나. 단, 저 녀석을 데리고 와야 줄 걸세.”

       “하하, 감사합니다.”

       

       고작 다섯 개 샀는데 하나를 서비스로 준 주인장에게 나는 감사 인사를 꾸벅 하고, 찹쌀볼을 가방에 챙긴 뒤 아르와 함께 다른 가게를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쀼우!”

       “에고, 요 귀여운 녀석은 뭐야?”

       “와서 시식이라도 하고 가지 않으련?”

       

       내 걱정과는 달리, 야시장의 상점 주인장들은 아르를 경계하는 대신 잠깐이라도 자신의 가게에 머물게 하기 위해 야시장에서는 잘 하지 않는 호객까지 하며 우릴 불렀다. 

       

       “쀼우!”

       “아이, 귀여워라. 어쩜 저리 맛있게 먹을까?”

       “쟤 먹는 거 보니까 괜히 나도 먹고 싶어지네. 주인장! 여기도 하나 주세요!”

       “예이!”

       

       심지어 아르가 먹는 모습을 본 다른 손님들이 갑자기 맛있어 보인다며 너도나도 주문을 하기 시작하자, 우리가 들렀다 간 곳의 주인장들은 만면에 웃음꽃이 피어 분주하게 음식을 조리해 내놓았다. 

       

       얇게 튀긴 돼지고기, 길이가 한 뼘이 넘어 보이는 대왕 소시지, 썰어서 바삭하게 튀긴 다음 설탕을 묻힌 감자.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찾아다니던 우리는, 문득 길 옆쪽에 사람들이 모여서 웃고 떠들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자, 자! 다트입니다! 가운데 맞으면 상품 뽑기권 하나씩! 도전하고 가세요!”

       

       자세히 보니 사람들이 일정 거리에서 다트판에 조그만 다트를 던지고 있었고.

       

       “아, 아깝다!”

       “진짜 조금만 더 아래로 갔으면!”

       

       가운데에 맞힌 사람은 뭔가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 같은 걸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 모습을 흥미로운 듯 바라보는 아르에게 물었다.

       

       “아르도 저거 한번 해 보고 싶어?”

       “쀼우!”

       

       아르는 손을 꼬옥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마 님 30코인, Poy p님 5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후원금으로 아르 간식 사 먹이고, 남은 돈은 제가 잘 맡아 두었다가 불려서 아르가 다 크면 전달하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