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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

       

        

        

       ───부우우우우우….

        

       “아으, 이거 너무 흔들리는데….”

        

       “군용이 다 그렇죠. 좀만 참아요.”

        

        

        

        UTV를 타고 UN 총회장으로 향하는 길.

        

        인구 밀도가 무지막지한 대도시의 죽음은 그 자체로 엄청난 잔여물들을 남기고선 조용히 이루어진다. 말 그대로 사람이 살았던 흔적만이 그대로 고스란히 남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센트럴 파크 HQ에서 고작해야 몇 블록만 가도 볼 수 있는 수많은 자동차들의 무덤일 것이었다.

        

        더 이상 운전할 사람도 없고, 심지어는 기름마저 몽땅 빼간 탓에 그야말로 길가에 그대로 방치된 그것들은 자동차라기보단 정교한 스크랩메탈들의 조합에 가까웠다.

        

        요컨대, 방치된 쓰레기였다. 어쩌면 아직 유용할 수도 있는.

        

        

        하지만 고기동차량을 타고 미션 장소로 향하는 우리들에게 있어서, 그것들은 그냥 사방팔방에 널려있는 거대한 장애물들에 불과했다.

        

        그 덕분에 기동 루트도 아주 그냥 난장판이었고, 그 결과가 바로 내 옆에 있는 작은 민트-고양이의 저런 리액션이었다.

        

        나도 저럴 때가 있긴 했지만.

        

        

        

       “거의 다 왔어요.”

        

        

        

        점차적으로 속도를 줄이며, 강변 어귀에 홀로 드높게 서있는 한 채의 빌딩, 그리고 그 주변에 세워진 관공서 같은 건물 인근으로 진입했다.

        

        옛날이었다면 이런 차량 지원 같은 건 상상도 못 했을텐데 – 주로 방음 탓이었다 – , 아무래도 이런 부분에서는 게임이라 그런지 유저 편의를 우선시하는 것 같았다.

        

        애초에 한 번 도착한 지역에 빠른 이동이라는 기능이 풀리는 것부터 어쩐지 그럴 것 같긴 했다.

        

        브레이크를 밟고 차량을 적당히 은폐한 다음, 건물 입구로 들어가는 주변을 살핀다.

        

        적당히 드론을 띄워 이곳저곳 정찰한 결과에 따르면….

        

        

        

       “적이 사방팔방에 깔렸네요.”

        

       “아, 쟤네….”

        

       “뭔가 아는 것 있으신가요?”

        

       “처음 시작했을 때에 나온 적들이에요.”

        

        

        

        특출난 방어구도 없고, 총이 좋은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해서 잘 싸우는 이들도 아닌…그냥 평범한 탈옥수들, 그리고 갱단의 느슨한 집합체.

        

        그런 이들이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UN 총회장을 점거한 채, 그들의 아지트로 삼고 있었다.

        

        다르게 말하면 지하에 있는 네트워크 노드를 가동시키기 위해선 저들을 몽땅 뚫고 가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고.

        

        

        

       -[미션 : UN 총회장 // 권장 파티 인원수 : 4]

        

       -[센터를 점거한 갱단을 무력화하고 지하에 있는 이카루스 네트워크 노드를 재가동해야 합니다.]

        

        

        

       “근데 이거, 권장 파티 인원수가 네 명이라고 되어있는데….”

        

       “돌다가 힘에 부치면 두 명 더 모집해보죠. 스트리머라고 하셨으니 인원 구하는 데는 크게 문제 없으실텐데.”

        

       “그래도 상관없으세요?”

        

       “안 될 이유도 없죠.”

        

        

        

       -이걸 시참각을 챙겨준다고?????????

       -진짜 방송출연에 1도 관심없나보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래 본 사람 중 쿨가이 원탑이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

       -질척질척하게 달라붙는 시참인원들보다 훨낫네 ㅋㅋ 이게맞지

        

        

        

       <순살만시켜주세요 님이 4,000원 후원!>

       -미션들 대부분이 4인권장인데는 이유가 있고 이 눈나는 이제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듣기만 해도 불안해지는 도네이션.

        

        하모니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짤막히 고민하다가, 시간상 크게 나쁠 것도 없겠다고 생각하며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순살만시켜주세요 님, 4천 원 후원 감사합니다. 그래서 한두 번 정도만 해보고, 안 되면 랜덤 시참기능으로 두 명 더 모집해서 빠르게 밀게요. 켤지는 모르겠는데….”

        

        

        

        찰칵.

        

        약실과 휴행 탄수를 확인한다. 세이프티는 안전으로 되어있고, 도트사이트 영점은 자동으로 맞춰진 상태. 적들을 죽이기에 참으로 좋은 날이었다.

        

        해당 지역과 일정 수준 가까이 접근함과 동시에 개방되는 미션 전용 음성.

        센트럴 파크 HQ에 대기하는 서포트 오퍼레이터가 미션의 개요와 목표를 설명해주고, 그것에 걸맞는 홀로그램이 유저 인터페이스로 띄워진다.

        

        하모니로서는 아쉬운 일이지만, 그녀는 이번에는 유탄발사기를 놔두고 올 수밖에 없었다. 해당 탄종을 개방하려면 아직 가야만 하는 길이 한참 남았기 때문이었다.

        

        미션의 시작을 알리는 서포트 오퍼레이터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ISO : 작전지역 인근에 도착했나. 표정이 좋은 걸 보니 앞으로의 일이 상당히 기대되나보군. 어려움을 즐기는 성격인가?]

        

       -[ISO : 소개가 늦었어. 이카루스 서포트 오퍼레이터 헨리 노트다. 추후 ISO라고 표기되겠지. 이번 오퍼레이션을 담당할 예정이니, 부디 몸 성히 돌아오길.]

        

       -[ISO :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겠지만, 네트워크 노드의 가동은 앞으로 다른 오퍼레이터를 찾고 타 지역과 연결되는 데 막대한 편의를 제공하지. 갱단들이 함부로 발자국을 남겨도 되는 곳이 아니야.]

        

       -[ISO : 해당 지역을 깔끔히 청소하고 목표를 완수하고 돌아온다면, HQ에서 제공하는 서포트의 질도 가파르게 상승할거다.]

        

        

        

       “오, 목표 떴어요. 남문으로 진입한 후 주차장을 우회해서 빌딩으로 들어가래요. 폭약은 가는 길에 있으니 챙기면 된다네요.”

        

       “내비게이션은요?”

        

       “어디…네.”

        

        

        

        눈 앞에 떠오르는 한 줄기의 빛. 그것이 두꺼운 다리 아래 통로를 지나 남문으로 이어졌다. 작게 숨을 쉰 하모니가 양쪽 볼을 손바닥으로 팡팡 치며 각오를 다진다.

        

        그것을 보며, 유진은 언제나 그렇듯 큰 고저차 없는 어조로 입을 열었다.

        

        

        

       “실전에서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실전을 많이 겪어봐야 하죠. 오늘은 어제와는 다르게 크게 도움을 주는 일은 많이 없을지도 몰라요.”

        

       “…네? 아니, 잠깐만요! 실전 대비는 아까 사격장에서 다 하지 않았어요!?”

        

       “그럴 리가 있나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는 어조도, 단호하게 끊어내는 말투도 아닌, 그저 사실을 읊듯 담담하기 그지없는 목소리.

        

        하모니는 오늘 하루도 편하지 않을 것이라고 직감할 수밖에 없었다.

        

        

        

        

        

        

        

        

        

        

        

        

       -[경고 : 적들이 접근 중.]

        

       “이거 계속 단발로 쏴요?”

        

       “연발은 사치예요.”

        

        

        

        이제는 그 아무도 오가지 않는 지하 터널. 죽음과 무겁게 내려앉은 냉기만이 가득한 내부 공간 위로 걸걸한 욕설과 고성, 귀청을 찢는 듯한 격발음이 새로이 쌓인다.

        

        주황색 죄수복과 너덜너덜한 방탄복을 걸쳐입고, 마트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반자동 소총과 샷건, 권총으로 무장한 이들이 터널을 누비고 있었다.

        

        빗발처럼 쏟아지는 총성과 고성 가운데, 적들이 하나둘씩 차디찬 바닥에 몸을 뉘였다.

        

        

        

       “총알 다 썼어요!”

        

       “그럴 땐 재장전이라고 말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그래야 장전 중에 제가 엄호해줄 수 있으니.”

        

       “네에…우왓!”

        

        

        

        피잉!

        

        유진이 총을 들어올림과 동시에, 소음기로 인해 격감되었다고는 해도, 귀가 얼얼할 정도의 날카로운 소음이 연달아 터널 내부에 울려퍼진다.

        

        샷건을 들고 겁도 없이 접근하던 한 명의 머리가 수박처럼 깨졌으며, 그 뒤에서 기동하던 소총수가 다리에 총알을 맞아 넘어지고, 수류탄 투척을 시도하던 한 명은 시체가 되었다.

        

        펑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적진 한복판에서 폭발이 일었다.

        

        

        

       “총알이 안 나가요!”

        

       “장전손잡이 당기세요. 아니면 약실에 삽탄하시거나.”

        

       “아.”

        

        

        

       -?

       -하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누나 입대시켜야겠다

       -암걸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치겠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를수있지 시1발련들아(아드득빠드득)

       -같이하는 사람 말투가 담담해서 더웃기네 ㅋㅋㅋㅋㅋ 

        

        

        

        하모니는 창피하단 듯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러나 이는 여성 유저들이 한 번씩 거쳐가는 관문이기도 했다. 평생을 화기와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왔던 사람들이 처음으로 만지는 쇳덩이의 구조를 어떻게 알겠는가?

        

        장전손잡이를 시원하게 당기고, 약실로 밀려들어가는 한 발과 함께 그녀는 다시 홀로그래픽 사이트의 붉은 점 위로 건너편을 담았다.

        

        터널 내에서의 교전은 금방 끝났다.

        

        

        

       -[ISO : 사격 실력이 괜찮군. 그래도 어중이떠중이들이라고 해서 방심하지 마. 총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니까.]

        

       -[ISO : 돌파 지점을 표시했다. 주차장으로 진입한 후, 출구를 통해 정문으로 비교적 조용히 들어갈 수 있겠지. 물론 적이 없는 건 아닐 테고, 빠르게 처리하지 못하면 증원이 도착할 수도 있다.]

        

        

        

       “얘 진짜 한 대 때리고 싶게 말하네요.”

        

       “하하. 음성 끄시겠어요?”

        

       “…아직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할래요.”

        

        

        

        남은 적이 없긴 했으나, 주변 경계는 필수였다.

        

        빠르게 사방을 훑으며 전진하던 이들의 눈 앞으로 콘크리트 벽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다용도 파우치에서 폭약을 꺼낸 하모니가 신기하다는 듯 그것을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는 중이었다.

        

        그것을 힐끔 본 유진이 작게 웃으며 덧붙였다.

        

        

        

       “알고 계시겠지만, 그게 여기서 터지면 저희 둘 다 미션 초반으로 사출당할 거예요. 조심히 다루세요.”

        

       “어으, 당장 내려놓겠습니당.” 

       

       “꼭 그럴 필요는 없어요. 이왕 이렇게 된 거, 벽에 붙여보실래요? 격발기는 가져오셨죠?”

        

       “어디 보자….”

        

        

        

        총총총 소리를 내며 벽면으로 다가간 그녀가 벽에 폭약을 한움큼 붙였다.

        

        누가 보아도 콘크리트 벽을 완전히 가루로 만들고도 남을 양이었지만, 원래 폭약은 많으면 많을수록 재미있는 법이었다.

        

        잘라놓은 플라스틱 빨대처럼 생긴 뇌관을 폭약에 꽂고, 두 명은 저 멀리로 가다 못해 설치된 방에서 아예 나가버렸다.

        

        애처럼 신난 하모니가 격발기를 한 손에 든 채 눈을 반짝거리는 동안, 조심스럽게 다가온 유진이 그녀의 손을 붙잡고 하나하나 설명을 개시했다.

        

        

        

       “이거 누르면 돼요?”

        

       “간단하게 설명할게요. 여기 클립처럼 생긴 게 안전장치고, 뒤로 젖힌 후 그냥 누르세요. 소리가 좀 클 테니 대비하시고, 카운트다운 반드시 하세요.”

        

       “그러면…3,2,1. 격발!”

        

        

        

       ───!!!

        

       -폭발은 예술이다!!!!

       -벽 하나 날리겠다고 가져온 폭탄 다 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속이 뻥~ 벽도 뻥~

       -뉴비때 추억 새록새록나네 ㅋㅋㅋㅋㅋㅋㅋ 누가 폭파할지 가위바위보로 정한게 엊그제같은데

        

        

        

        무지막지한 폭음과 함께, 수만 개로 조각난 콘크리트 파편과 비명이 한데 섞여서 주변을 가득히 울려대었다.

        

        두 명의 신형이 백색 먼지가 자욱한 통로를 돌파함과 동시에 묵직한 사격음이 향수처럼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움직임 뒤로 조금은 어설픈 한 명의 몸짓이 뒤따랐다.

        

        

        손가락을 한 번 당길 때마다 고통스러운 비명과 피륙이 바닥에 닿는 음색이 필연적으로 잇따른다. 빠른 걸음으로 이어지는 기동 동안 단 한 번도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격발.

        

        사격장에서 그랬듯이, 적을 시야에 놓는 수고를 들이기 위해 기동 및 사격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듣기에는 너무나도 간단했지만, 그렇기에 수백만이 넘는 미군들 중에서도 오직 최정예만이 구사 가능한 살인의 미학이었다.

        

        그것을 뒤따르던 하모니의 입에서 작은 탄성이 튀어나왔다.

        

        

        

       “…와.”

        

       

        

        사람은 남의 등을 길잡이로 삼아 따라간다고 했던가.

        

        그런 점에서 보자면…그녀는 확실히, 따라갈만한 가치가 있었다.

        

        

        

       -ㅗㅜㅑ

       -와 십간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헤으응헤으응헤으응헤으응헤으응…유진언니 나주거어….

       -상특)구구절절 말안하고 행동으로 보여줌

       -씹덕아바타가 든든해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ㄹㅇ

       -택티컬 뱀눈나 ㅗㅜㅑ…그저 든 든 하 다 !

        

        

        

       <쟌슨슨이의반격 님이 2,000원 후원!>

       -이래서 남자들이 택티컬 CQB 영상 보면 동서남북으로 기립박수치는 겁니다. 이 도네에 담긴 철학을 아시겠어요????

        

        

        

        비록 다년간의 스트리밍 경험 및 다종다양한 게임을 접함에 따라 취향이 조금 다양해진 감은 있으나, 여전히 밀리터리와 FPS는 하모니에게 있어서 조금은 난해한 영역이었다.

        

        그러나 고작해야 3초도 되지 않는 그 짧은 경험으로, 어쩌면…그녀는 남자들이 이쪽에 왜 이렇게 열광하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주변은 정리 다 했으니, 이제 다시 시작해보죠.”

        

       “네에….”

        

        

        

        어김없이 자신이 싸울 차례가 되돌아오는 것을 보고, 하모니는 머리 끝까지 치솟았던 택티컬 뽕이 쑤욱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결국 그녀는 다시 총을 고쳐잡고, 힘겹게 숨을 토해냈다.

        

        

        

       <오랜지병이었던오렌지병 님이 1,000원 후원!>

       -상특)교육할땐 절대안봐줌

        

       “오랜지병이었던 오렌지병 님, 천 원 후원 감사드립니다…얘들아, 나 좀 살려줘어….”

        

        

        

        과연 그 말대로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날씨가 건조하다 싶더니 구순염이 생겼습니다

    군대에서도 안생기던게 생기네요. 생각해보니 거기선 그래도 강제로 3끼 꼬박꼬박 먹이고 운동을 시켜서 안생겼었나봅니다

    여러분도 부디 잔병치레 안하시길 바라겠습니다

    표지를 해결했습니다

    이거 하나 해결 못하고 낑낑대던 제가 레전드입니다 여러분들

    그런의미로 내일은 사과의 연참을 하겠습니다 ㅠㅠ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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