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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

       *** ***

         

       황금선에게도 어제는 참 피곤한 하루였다.

         

       갑자기 투견 당도경이 오고 그 와중에 갑작스럽게 여일예까지 들이닥쳤다. 터지기 직전의 폭탄 같은 사람이 둘이나 와 있는 와중에 바깥에서는 웬 이상한 낭인이 소란을 일으키기까지 하고.

         

       당도경이 들이닥친 일이야 그냥 재수가 없었다 해야 할 일이었다. 그 소문난 싸움광 투견이 여일예와 비무를 해 보겠다고 달려온 것은 별 다를 일이 아니었다. 다만 사천성에 들어올 핑계를 황금가의 서찰로 삼았던 것이 재수가 없었을 뿐이었다.

         

       하필 당도경이 들이닥친 때 여일예가 들이닥친 일 또한 재수가 없다 할 수 있었지만 황금선은 여일예가 언젠가는 한 번 이 황금가에 방문할 것이라 여기고 그 각오를 하고 있었다. 요새 여일예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으니까.

         

       그래도 당도경이나 여일예는 어떻게 황금선이 납득할 수 있는 범위의 일이었다.

         

       그러나 뜬금없는 사천낭인의 사술공연은 대체 뭐란 말인가.

         

       사천낭인이 왜 갑자기 황금가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 것인가. 이 이해할 수 없는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 황금선은 황금고부린을 불렀다.

         

       황금선에게 소환당한 황금고부린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낭인들 사이에서야 중개인이라 하면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자였고 가문의 바깥에서 황금가의 고부린이라 하면 가문의 위광에 모두 허리를 숙이곤 했다.

         

       바깥에서 고부린은 명가의 혈통에 본인도 돈을 적지 않게 벌어내고 있는, 방귀 깨나 뀌는 사람이었지만.

         

       이 황금가 안에서는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약자였다.

         

       황금가의 성씨중에서도 별볼일 없는 방계. 그것도 능력이 없어 가문의 명예를 팔아 먹고 사는 못난 놈. 그게 황금가가 평가하는 고부린이었다.

         

       고부린은 황금선 앞에서 자신이 아는 모든 정보를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호천안이라는 이름의 낭인이 누구이며 어떤 일을 벌여왔는지. 여일예가 낭인객잔으로 쳐들어와 호천안에게 은원패를 준 사건, 유사연과 대립한 사건, 요새 들어온 신입 흑묘와 경수시장에서 비롯된 의뢰비를 떼어 먹은 사건까지.

         

       고부린은 그저 벌벌 떨며 모든 것을 토해냈다.

         

       “호천안이라…”

         

       황금선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요새 여일예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깨달음을 얻고 심경의 변화라도 생긴 건가.’

         

       호천안에 의해 깨달음을 얻고 내면이 정립된 여일예는 엄한 낭인만 잡아 족치던 것을 관두고 사건의 본질을 파고 들기 시작했다.

       

        여가산장을 없애버린 흑막이 누구인가. 

       

       진정한 산장의 원수를 찾아 헤메기 시작한 것이다. 

         

       벌써 십오 년이 넘게 지난 이야기였지만 황금선은 여가산장만 떠올리면 늘 찜찜했다. 그때의 황금선은 고작해야 황금가의 별 볼일 없는 3남에 불과했다. 가문과 상단 자체가 지금과 같은 위상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그냥 부유한 상단 가문의 3남이 권력이 있어 봐야 얼마나 있었겠는가.

         

       황금가를 장악하기도 바쁘던 시기에 여가산장에 대한 뒷마무리는 뒷전이 될 수밖에 없었다.

         

       ‘머저리같은 작자들 때문에 업보가 돌아오는군.’

         

       여일예가 점창파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접한 황금선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러나 그때의 동업자들은 이미 점창의 그늘에 들어간 여일예를 건드리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들은 어린 여일예가 여가산장의 일을 파헤치지 못할 것이라 여겼으니까.

         

       그저 간간히 여가산장에서 벌어진 흔적을 지우기 위해 힘을 발휘했을 뿐이었다.

         

       ‘15년간 꾸준히 작업해서 여가산장에 대한 흔적은 남아 있지도 않을 텐데…’

         

       황금선은 여가산장 멸문사태에 자신이 한 손 보탰음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 따위는 없다고 확신했으나 만의 하나라는 게 있다.

         

       15년간 이어진 작업의 덕인지 다행히 여일예는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어제 여일예의 반응은 황금선에게 증거가 없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무작정 찔러 보려고 온 기색이 역력했으니까.

         

       “사람이라는 것이 다 똑같지.”

         

       고부린이 흠칫했으나 황금선은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생각에 잠겼다.

         

       인간이란 태생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본인이 본인을 속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비단 여일예 뿐만이 아니었다. 대사(大事)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만반의 대비를 하고 덤벼도 모자라다.

         

       그런데 그렇게 준비를 갖추어도 될까 말까한 판국에 ‘그렇게 준비해서 가면 상대가 대비한다’며 스스로를 속이고는 아무 준비도 없이 무작정 쳐들어와서는 날로 먹으려고 드는 이가 어디 한둘이었던가.

         

       태산을 하루아침에 쌓는 것 역시 불가능하듯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는 것 역시 불가능함에도 자신은 그 불가능을 가능케 할 역사(力士)라 착각하는 어리석은 자들.

         

       황금선이 본 여일예 역시 그런 오만한 역사들 중 하나에 불과했다.

         

       정말로 하루아침에 태산을 무너뜨리려면 필요한 것은 역사가 아니다.

         

       군중(群衆)이지.

         

       백 근의 흙을 거뜬히 들어 올리는 역사라도 수백 명의 사람들이 흙을 한 근씩 옮기는 것만도 못하다.

         

       그 어떤 고수도 고고하게 물리쳤던 종남파는 사천인들의 분노 앞에 자발적인 봉문을 선택했다.

         

       이 사천에서 낭인의 면피를 쓰고 악행을 저질렀다는 것이 알려진다면 황금가(黃金家)가 아니라 황보세가(皇甫世家)일지라도 멸문을 면치 못할 일이었다.

         

       “호천안…호천안이라…”

         

       해괴망측한 공연에 대한 내용은 무사들을 통해 이미 들었다. 거해지옥의 전귀의 힘을 부리는 사술사라고? 설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고부린은 호천안이 의뢰비를 토해내기 위해 이런 일을 벌였다고 말했지만 황금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황금선은 황금가의 이면 자체를 비난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고부린 네가 네 몫으로 챙긴 분량은 얼마지?”

         

       “으, 은 30냥입니다. 암묵적으로 의뢰비의 2~3할은 중개인이 챙기는 것이 관례입죠! 제가 챙긴 양이면 아주 평범한 비율입니다요!”

         

       혹시나 책이라도 잡힐까봐 묻지도 않은 정보를 줄줄이 토해내는 고부린을 황금선은 눈짓으로 입을 다물게 했다.

         

       ‘은전 30냥이라…’

         

       하찮은 금액은 아니긴 하다.

         

       그러나 고작해서 그 정도 금액을 받아내기 위해 황금가 앞에서 소란을 피운다고? 그것도 중개인의 금기를 건드리면서까지?

         

       이건 일부러 시비를 걸기 위해 작정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정말로 돈만이 목적이었다면 사천낭인답게 고부린을 납치해서 매달아 놓고 적당히 매운 맛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을 테니까.

         

       상인의 무기는 얼굴이다.

         

       두꺼운 낯짝과 나불대는 입이야말로 상인의 무기다.

         

       무인의 무기는 고통과 공포다.

         

       아무 증거도 남기지 않고 고부린을 살짝 만져주는 편이 황금가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것보다 돈을 받아내기에 쉬운 방법이고, 무인이 택할 만한 방법이었다.

         

       ‘사술이라고…’

         

       황금선은 실소가 흘러나왔다. 고작해야 그런 잡기(雜技)로 이 황금선에게 위협을 느끼게 만들 줄이야.

         

       오늘 모인 군중은 고작해야 수백 명이지만.

         

       내일도 모레도 그 공연이 지속된다면 황금가 앞에 모일 군중은 과연 몇 명이 될 것인가.

         

       기묘한 전단지. 주전부리. 손재주 부리기. 사람을 모으는 방법이 우스꽝스럽기 그지 없었으나 그로 인해 벌어질 결과는 절대 웃지 못할 일이었다.

         

       ‘깨달음을 주었다라.’

         

       무인이라면 깨달음 욕심이 날 법한 정보였지만 황금선은 상인이었다. 황금선이 주목한 것은 그런 뜬구름 잡는 소문이 아니라 호천안과 여일예가 은원패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호천안이라는 자가 여일예를 부릴 수 있다는 뜻 아니겠는가.

         

       군중과 역사를 동시에 손에 쥔 자.

         

       호천안이 진정 적의를 가지고 황금가에 대적하려 드는 자라면 위협이 되기에 충분한 이었다.

         

       ‘그러나…원한관계를 모르겠군.’

         

       황금가 앞에서 소란을 부렸다는 것 자체가 공격적인 태도이니 아마 원한을 품은 자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황금선은 호천안에 대해서 전혀 짐작 가는 것이 없었다.

         

       황금선은 한숨을 내쉬었다. 황금가에 어디 뒤가 구린 구석이 한둘이던가? 십오 년 전 여가산장만큼 큰 건은 아니더라도 그 뒤로 쌓아온 허물 역시 적지 않았다.

         

       그런 사건들의 증거는 꾸준히 인멸하고 여론도 조작하고 무림인들에게도 황금을 뿌려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피해자들의 가슴에 남아 있는 원한이 어떻게 꽃을 피웠는지는 황금선조차 알 길이 없는 일이었다.

         

       ‘대면해야 하는가…’

         

       직접 호천안을 만나볼까 하던 황금선은 고개를 저었다. 황금선은 황금가의 가주. 낭인이 황금가에 드나드는 것만 해도 꺼릴 일인데 가주가 직접 낭인을 만났다는 소문이 도는 것은 피해야 했다.

         

       “고부린, 호천안이라는 자와의 관계를 깔끔하게 유지하도록. 그리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보고해라.”

         

       “조, 존명!”

         

       황금선은 못 미더운 눈으로 고부린을 한 번 내려다보았다. 기대는 하지 않으나 그래도 밀착해 붙어있는 만큼 뭐 하나라도 정보를 물어 오겠지.

         

       상대를 알아야 대처 방법을 세울 수 있는 법.

         

       황금선은 우선 호천안에 대해서 조사해보기로 결심했다.

         

       황금선의 결심과 함께.

         

       사천의 어둠 속에서는 호천안이라는 세 글자가 흐르기 시작했다.

         

       운명(運命)이란 무엇인가.

         

       스쳐 지나가는 우연(偶然)과 반드시 만나야 할 필연(必然) 그리고 쌓아온 업보(業報)가 섞여 이루어지는 무언가였다.

         

       여일예가 호천안을 만난 우연, 당도경이 여일예와의 비무를 위해 사천성을 찾아온 필연, 황금가와 황금선이 쌓아올린 업보.

         

       그 모든 것이 만나 운명이 되었으니.

         

       하필 그 모든 접점에 끼어 있던 호천안 역시 그 운명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호천안이 휘말린 그 운명은 과연 행운(幸運)인가 아닌가.

         

       하늘의 눈금조차 살며시 비틀어버리는 행운의 결과가 어디로 이어질지는.

         

       호천안의 행보의 끝에서나 알 법한 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번편은 좀 무협틱하게 쓰게 되었군요.

    아니 무협물 아니었나?(혼란)

    여러분의 피드백, 오타, 지적 모두 다 감사하게 보고 있으며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알람에서는 댓글을 보기만 할 뿐 답글을 달 수가 없고 (댓글 수정해 주셔도 알람에서는 반영 안 됨)

    댓글 전체창에서는 따봉만 누를 수 있는데 작가는 누를 수 없다는 비인간적인 차별요소가 있습니다. 따봉이라도 드리고 싶거늘…역차별 반대!

    대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해당 회차로 이동해서 해당 회차의 댓글란으로 가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글 업로드 이후 최신화 말고는 해당 작업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시간…시간이 필요해!

    좀 손쉽게 대댓글 빠박 달 수 있는 시스템이 나와야 할 텐데요.

    너무 조심스럽게 지적하지 마시고 그냥 좀 아니다 싶으면 여기 잘못된거같은데요 똷! 하시면 됩니다.

    혹시 이 오타는 개그요소로 넣으신 의도인가요? 이런 댓글 보면 수치심이 다섯 배!

    25화 26화도 피드백을 받아들여 약간의 내용수정이 있었습니다. 문장과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다듬은 수준이라 다시 보지 않으셔도 될 듯 합니다.

    늘 피드백은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오늘도 16분 늦어버린 업로드를 올리며 이만 물러갑니다.

    *아 오늘 진짜 하고 싶었던 말.

    커여운 흑묘를 대문에 걸어버리니까 효과 죽이네요. 떡상에 호에엑을 외쳤습니다. 이래서 일러일러 하나봅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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