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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

       흔히, 방송인들은 방송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바로 볼 수 있도록 화면에 큰 글씨로 문구를 띄워두곤 한다.

        

       ‘훈수 밴’ 이라든가, ‘1부 xx방송, 2부 나오나’ 같이.

        

       모두가 알아야 하는 내용을 대문짝만하게 공지하여, 방송 진행을 원활하게 하는 흔한 방법 중 하나다.

        

       다만,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의 방송에서 공지하고 있는,

        

       [당사자께 원만하게 사과하였습니다]

        

       라는 문구는 내용도 문제였지만, 적힌 방식도 문제였다.

        

       “아니…….”

        

       『왜 포스트잇?』

       『아니』

       『포스트잇 뭐야』

       『???』

        

       모니터 하단에 붙어있는 포스트잇 – 3개가 연달아 붙어있었다 – 에는, 깔끔하고 큼지막한 글씨로 ‘당사자께’ ‘원만하게’ ‘사과하였습니다’라고 차례대로 적혀있었다.

        

       모니터에서는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한 나오나 캐릭터 선택 화면이 출력되고 있었다. 차이라면, 예전에 비하여 도적을 픽하는 것만으로 난리나는 정도가 줄었기에, 채팅창이 평화롭다는 점 정도일까.

        

       하지만 시청자들에게 전혀 익숙하지 않은 건, 방송 시점이었다.

        

       『아니 왜 방송 화면이 이지경이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 컴퓨터로 방송하는 법을 모르냐……?』

       『무7련… 무7련… 무7련… 무7련… 무7련… 무7련…』

       『어지러워요 선생님』

       『아니 진짜로 어지러워요』

        

       특히나, 모니터가 보인다는 점에서 그러했다.

        

       스마트폰으로 송출되고 있는 방송은, 모니터를 촬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딘가에 제대로 고정된 것조차 아닌지, 스마트폰의 시점은 미세하게 약간씩 흔들리고 있었다.

        

       위치와 움직임으로 가늠해볼 때, 대략 자기 머리 위에 스마트폰을 붙여 놓은 느낌이었다.

        

       “이 사람……뭐하는 거예요……?”

        

       멍한 목소리로 묻는 아크.

        

       『우린들 알겠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진짜 뭐하는 건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러면 본인 방송 채팅창은 보임?』

        

       그러나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라는 아이디로 방송을 시작한 아따먹이 지금 대체 뭐하는 짓인지 아는 사람은, 당연하게도 없었다.

        

       게다가, 이미 캐릭터 선택 화면까지 넘어온 상태임에도, 창백할 정도로 하얗게 보이는 두 손은 다소곳하게 키보드 위에 올려진 채였다.

        

       『키보드?』

       『???』

       『STT 두고 왜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어』

       『VR장비 어디감?』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VR장비도 없어요】

        

       『아 맞다』

       『아니 진짜였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쟤 나갤에서도 키마드립치던데』

       『컨셉 진짜 좃같이도 잡았네』

       『대놓고 트롤링하겠단 거 아님?』

        

       “아따먹님……? 지금 방송 보고 계시죠? 대답 좀 해주세요.”

        

       《아. 안녕하세요, 아크님.》

        

       아크의 방송은 틀어두었는지, 바로 대답하는 이예나.

        

       나지막한 인사 소리와 함께, 스마트폰의 시점이 아래로 조금 내려갔다가 올라왔다.

        

       그리고 그 약간의 각도 차이 만으로도, 화면에는 순간적으로 압도적인 존재감의 가슴이 드러났다가 사라졌고-

        

       『???』

       『방금 잘못 봤나』

       『ㅗㅜㅑ ㅗㅜㅑ ㅗㅜㅑ ㅗㅜㅑ ㅗㅜㅑ ㅗㅜㅑ ㅗㅜㅑ ㅗㅜㅑ』

       『헤으응……문신 거유 눈나…… 헤으응……문신 거유 눈나…… 헤으응……문신 거유 눈나…… 헤으응……문신 거유 눈나…… 헤으응……문신 거유 눈나…… 헤으응……문신 거유 눈나…… 헤으응……문신 거유 눈나……』

       『???문신 뭐야』

       『아니 무슨 여자가 양팔 이레즈미를 해』

       『PTSD 올 것 같아 PTSD 올 것 같아 PTSD 올 것 같아 PTSD 올 것 같아 PTSD 올 것 같아 PTSD 올 것 같아 』

        

       가녀리게 뻗은 양 팔을 뒤덮고 있는 문신도, 함께 드러났다가 사라졌다.

        

       * * * *

        

       이예리가 다녀간 다음날.

        

       나는 신나게 가득 채워 넣었던 장바구니를 다시 탈탈 비워냈다.

        

       계좌에 돈은 늘어났지만, 돈을 쓸 의지는 오히려 꺾여버린 탓이었다.

        

       다다다다음주 정도에 이예리가 다시 방으로 찾아온다면, 분명 보내준 돈으로 밥을 잘 챙겨먹고 있는지 묻겠지.

        

       그 때, 번쩍이는 새 컴퓨터 앞에서 ‘응, 밥은 안 먹었지만, 언니가 밤이고 새벽이고 가리지 않고 일해서 보내주는 돈으로 산 이 컴퓨터는 진짜 쩔지 않아?’라고 반문할 용기가 없었다.

        

       ……도저히, 그렇게는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말하는 나를, 분명 조용히 바라보다가 ‘그래, 언니가 컴퓨터를 진작 좋은 걸로 사줬어야 하는데. 미안해.’라고 하겠지.

        

       그런 이예리의 눈빛을 상상만 해도 숨이 막혀오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사회운동이란 본래 부족한 예산을 인력과 의지로 해결해나가는 싸움이라고 하던가.

        

       그 날, 소주 2병의 도움을 받은 나는 번뜩이는 영감으로 발상의 전환에 성공했다.

        

       컴퓨터로 나오나와 방송 송출을 동시에 할 수 없다면,

        

       방송 송출은 스마트폰으로 하면 그만 아니겠는가.

        

       오히려 컨트롤하는 모습까지 함께 보여줌으로써, 새싹 도적들에게 더욱 도움이 되는 방송을 할 수 있다!

        

       빠르게 검색을 해본 결과, 머리에 스마트폰을 거치하는 거치대는 불과 몇 만원.

        

       망설임 없이 거치대를 장바구니에 넣었다.

        

       “으음…….”

        

       그러나 스스로의 유연하고도 번뜩이는 발상에 뿌듯함을 느끼기도 잠시.

        

       스마트폰을 머리에 거치하고 촬영을 하는 이상, 본래 예정에 없던 캠방송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얼굴이야 드러나지 않겠지만……팔이 드러나는 것도 문제다.

        

       이예나의. 그러니까, 내 양 손목에는, 아직 흐려지지조차 않은 흉터들이 잔뜩 남아있다.

        

       인터넷의 악질 분탕충들에게 좋은 먹이감이라는 점은 둘째 치고서라도, 이예나의 상처를 내가 함부로 공개하는 것 자체도 불편했다.

        

       어떤 일로, 왜 만들어 낸 흉터인지 모르기에 더더욱.

        

       긴 팔을 입으면 일단은 가려지지만, 소매는 언제 들리거나 걷힐지 모른다. 실수로라도 드러내는 상황은 피하고 싶다.

        

       고민은 길지 않았고, 결론은 간단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팔토시’를 검색하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상품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형광색은 너무 아저씨같고.

        

       기왕 이렇게 된 거, 바깥에서도 종종 착용하고 돌아다닐 수 있는 팔토시를 사는게 좋겠지.

        

       잠시 고민한 끝에, 가장 실용성이 높아 보이는 문신 팔토시를 저렴하게 구매했다.

        

       다시 생각해도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혹시 나중에 운전을 하게 된다면, 그 때도 제법 유용할 것 같고.

        

       마지막으로 혹시라도 어딘가에 얼굴이 비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반사 방지 필름을 구매해서 모니터 테두리 등등을 꼼꼼히 처리하고 나면, 끝.

        

       기존 예산의 수십 분의 1로 방송 장비를 구비하고, 세팅까지 마쳤다.

        

       이게 사회운동의 뿌듯함일까.

        

       충분한 의지와 고민이 있다면, 거대 자본에 의지하지 않고도 운동의 불씨를 지켜낼 수 있다는 깨달음을 기념하여 홀로 축배를 든 나는, 다음날의 방송을 위하여 잠들었다.

        

       .

       .

       .

       .

        

       그렇게, 기념비적인 첫 방송 당일.

        

       첫 날의 방송 컨텐츠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역시, 인방을 시작할 때 성공하는 클리셰는 기존 대기업, 혹은 최소한 중견기업과의 접점으로 처음에 어그로를 끄는 것 아니겠는가.

        

       철저한 준비성으로 아크에게 미리 저격에 관한 용서도 구해 둔 상태.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더니, 과연 옛 성현들의 말씀은 틀린 점이 없었다.

       

       심지어 미리 받은 용서니, 가히 무적이라 할 만 하다.

        

       흔쾌히 용서해준 아크에게는 정말이지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혹시라도 아크와의 사전 교감이 없었다고 오해할 시청자들을 배려하여, 포스트잇으로 공지사항까지 적어놓고 나니, 모든 방송 준비가 마무리되었다.

        

       설레는 가슴으로 방송을 켜고, 제목에 표어(도적부흥운동- 도적을 위대하게)를 적어 넣었다.

        

       그리고 시청자참여로 다져진 역량을 총동원하여, 깔끔하게 저격에 성공하자-

        

       《아따먹님……? 지금 방송 보고 계시죠? 대답 좀 해주세요.》

        

       막 종료를 하려던 아크 방송에서, 아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평소 도적 방송을 검색하는 시청자들로부터 내 방송 사실을 전해들은 걸까.

        

       과연, 아크 방송에서 도적부흥운동을 열심히 펼친 보람이 있다.

        

       예의바르게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아. 안녕하세요, 아크님.”

        

       《아. 안녕하세요, 아크님.》

        

       아크도 내 방송을 켜두었는지, 메아리치듯이 내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아니, 지금-》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 아크.

        

       그러나 너무나 미안하게도, 시간이 없었다.  

        

       “아……정말 죄송한데, 저격이 되었으니 아크님 방송은 꺼도 괜찮을까요? 방플 방지 대책이에요.”

        

       《아……정말 죄송한데, 저격이 되었으니 아크님 방송은 꺼도 괜찮을까요? 방플 방지 대책이에요.》

       《아니 같은 팀인데 무슨 방-》

        

       -뚝.

        

       망설임 없이 아크의 방송을 종료했다.

        

       작은 유혹이라도 미리미리 차단하는 것이, 깨끗한 시청자 참여 문화를 만들어가는 첫 단추다. 깨끗한 저격 역시 마찬가지고.

        

       ……절대 내 목소리가 메아리치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가 아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에99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이예나가 착용한 장비가 궁금하신 분들은 ‘스마트폰 머리 헬멧 헤드 거치대’와 ‘문신 팔토시’를 검색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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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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