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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

       “으으으…아아….”

         

        유파랑, 자택에서 개운하게 기상.

         

        사일로와의 만남 이후 워프 게이트를 통해 곧장 집으로 왔다.

       

        그리고는 꿀잠. 다시 기상하니 이 상태다.

         

        시계를 보니 오후 두 시.

         

        어제 조금 늦게 자긴 했다. 머릿속이 난잡하여 생각할 거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세계정부가 무능해진 이유라던가, 하와이 문제, 슬레이어즈, ㅜ자 괴어….

         

        파랑은 끝끝내 이러한 번뇌들을 해소하지 못하고 도저히 졸림을 견디기 힘들어 그대로 잠들었다.

         

        일어나자마자 바로 그 생각부터 하는 것도 당연지사다.

         

        “으음….”

         

        너무 오래 잤나. 머리가 지끈지끈하니 아파서 생각에 집중이 안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혼자서 생각에 집중하고 싶을 때에는 샤워를 한 판 하는게 제일이다.

         

        파랑이 샤워 부스로 들어가 물을 틀었다.

         

        쌰워어어어어—

         

        쏟아지는 물을 얼굴에 정면으로 맞으며 파랑이 고민했다.

         

        세계에서 제일가는 지성들이 모인 사일로 코퍼레이션이다.

         

        지금 주어진 정보를 취합해서 나올 수 있는 결론이 있었다면 그들은 진작 발견해냈겠지.

         

        그렇다면 파랑만이 알고 있는 지식과 파랑만이 가능한 사고방식을 동원해야 한다.

         

        해저계 헌터로서, 그리고 환생자로서.

         

        먼저 해저 헌터로서의 지식을 동원해본다.

         

        세계정부는 사람들을 바다로 밀어넣으려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와 동시에, 그들은 ‘무능’해졌다. 사일로의 말대로라면 행동이 거칠어졌다는 느낌이다.

         

        그에 관해서는 떠오르는 키워드가 있다.

         

        ‘비이성적.’

         

        그녀가 연결지을 수 있는 키워드 중에서는 가장 근접한 답안이다.

         

        그리고 뭐가 어찌되었건, 그들의 목적이 바다와 연관되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어쩌면.’

         

        파랑의 머릿속에 한 존재가 떠올랐다.

         

        하지만 이내 그녀가 그것을 머리에서 지웠다.

         

        ‘말이 안 되지.’

       

        그것에게 홀린 사람이 멀쩡히 정부체제를 유지하면서 사람들을 바다로 이끌 수도 없거니와, 그것이 사람들이 바다로 오기를 원하지도 않을 것이다.

         

        세계정부가 그것과 접촉했을 가능성부터도 일단 제로에 가깝다.

         

        결론은 또다시 나중으로.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다음, 슬레이어즈.

         

        그들은 분명 바닷속에서 다섯 시간을 머무르다, ‘비상 탈출’을 시도했다고 했다.

       

        상식적인 사람이 갑자기 물 속으로 전이되었다고 생각해보자.

         

        그는 당연히 ‘물 위로’ 올라가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슬레이어즈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거기서 슬레이어즈가 상식적인 행동을 취했다면, 그들은 물 위로 올라가려고 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그들은 반드시 물 위로 올라와 수면에 모습을 드러냈을 것이다.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물 속에 다섯 시간이나 머물렀다.

       

        그 말인 즉슨, 그들은 물 위로 올라올 수 없는 상황에 처했었다는 것이고.

         

        파랑이 생각하기에, 그 ‘상황’이란 것은 전투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무엇과 전투를 치른 것인가.

       

        그들은 무엇에 당했는가.

         

        일단 그들은 신의 육체를 갖고 있었다. 수압에 짜부라져 죽거나 호흡에 문제가 있진 않았을 거다.

       

        그리고 환생자로서의 지식을 조금 끼얹는다. 엔딩을 기준으로 슬레이어즈의 전투 능력을 생각해본다면.

         

        ‘이것도…모르겠네.’

         

        원작 전체를 통틀어 수중에서 벌인 전투가 딱 열 번 있다.

       

        모두 올리비아의 ‘출항’을 사용해 벌인 전투.

       

        그리고, 말했다시피 ‘출항’은 광역 디버프기다. ‘자신이 물 속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를 물 속에 넣는 것’을 목표로 하는 아티팩트.

       

        하필 파랑의 손에 들어가서 본래랑은 아주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지만, 원래는 그러하다.

         

        그러니 작중의 수중전도 올리비아의 독무대거나 한시우 헌터가 살짝 껴있는 정도다.

         

        심지어 그 전투들조차 메인 빌런에게 향하는 길에 있는 ‘꼬르르륵….’ 이나 ‘젠장…움직임이…!’ 같은 대사를 내뱉는 잡몹들을 쓸어버리는 것뿐이다.

         

        다시 말해, 파랑은 물속에서 슬레이어즈가 얼마나 강한지 하나도 모른다.

         

        그걸 알아내려면 일단 슬레이어즈를 물 속에 넣어봐야 하는데, 그러질 않았으니.

         

        그래도 대강 추측은 해볼 수 있지. 그들이 승천하기 전 벌였던 마지막 전투를 생각해본다면.

         

        ‘음’

         

        적어도 래셔스라던가 고르곤 같은 괴어는 수천 마리가 몰려와도 슬레이어즈에게 닿는 것조차 못할 것이다.

         

        아, 물론 파랑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파랑이 알고 있는 여러 가지 강한 괴어들을 떠올렸다.

         

        ‘유령선, 키로넥스, 모불라, 브라치움….’

         

        하나같이 고르곤 정도는 ‘따위’로 보이게 만드는 괴물들이다.

         

        하지만 어느 것도 슬레이어즈를 다섯 시간이나 붙들어두는 걸로는 모자라 비상 탈출 장치까지 사용하게 만들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것’은 하와이는커녕 태평양에 있지도 않으니 건너뛰고.

         

        그럼 마지막으로 남는 후보가 있다.

       

        ‘크라켄.’

       

        크라켄의 본체를 본 적은 없지만, 아니, 엄밀히 말하면 크라켄의 본체가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만약 그것이 존재한다면, 그리고 슬레이어즈가 그것을 만났다고 가정한다면….

         

        아니, 말이 안 된다.

       

        그들이 다섯 시간이나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결론은 또다시 ‘모르겠다’로 회귀.

       

        뭐 하나 시원하게 풀리는 게 없다.

         

        파랑이 한숨을 푸욱 쉬었다.

         

        벽에 붙여 둔 욕실용 방수시계를 보니 어느덧 세 시.

         

        “세 시?!”

       

        파랑이 화들짝 놀랐다.

         

        샤워실에 들어온 지 한 시간 째, 물만 맞으며 서 있었던 것이다.

       

        쌰워어어어어어-

         

        그녀가 황급히 몸을 마저 씻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배에서 나는 꼬로록 소리.

       

        냉장고를 열어 보았으나 텅텅 비었다. 파랑은 편의점에 가기로 했다.

         

        약간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한참 전에 갔어야 할 곳을 이제야 가는 기분.

         

        너무 늦어버렸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라도 반드시 그곳으로 향해야 할 것 같은 기분.

         

        세계를 구성하는 불가항력적인 법칙을 따르는 느낌이었다.

         

        어쨌든. 파랑은 집 앞 편의점으로 향했다.

         

       

        #

         

        딸랑.

         

        맑은 소리와 함께 편의점의 문이 열렸다.

         

        카운터에 앉아 핸드폰을 쳐다보던, 갈색의 단발머리 알바생이 대충 인사를 건네…려다가 말았다.

         

        누군가 ―특히 사장이― 보았다면 경을 칠 노릇이겠으나, 그녀는 그런 것 따위 아무래도 좋았다.

         

        “유, 유, 유…!!”

         

        그녀가 꿈에 그리던 우상이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왔으니까.

         

        “유파랑 헌터님 아니세요?!!!”

         

        “에, 예? 아, 예.”

         

        파랑의 얼굴에 ‘떨떠름함’이라는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팬인가.

         

        “팬이예요!!”

         

        팬이었다.

         

        원래도 저 좋다고 달라붙는 것에 약한 파랑이다. 게다가 지금은 물 밖. 무자비한 괴어 척살자 유파랑은 가슴 속에 고이 잠든 상태다.

         

        그녀는 지금 그냥 유파랑인 것이다.

       

        그리고 그냥 유파랑은, 소위 말하는 에너자이저 타입에 약하다.

         

        따라서 눈앞에 나타난 이시아라는 여성과의 만남은 파랑에게 있어 최악. 상성으로 따지자면 뱀과 개구리 같은 관계라고 할 수 있었다.

         

        “유파랑 헌터님, 정말 뵙고 싶었습니다!! 사실은 제가 헌터님의 굉장한 팬이라서 이렇게 방송 화면을 종종 캡쳐해서 출력한 다음 공책에 갖고 다니면서 간간이 필기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하는데요, 여길 보시면 이건 갈레쿠스 이건 투부카 이건 래셔스, 아 맞다. 래셔스 ASMR 너무 좋았어요. 그걸 제가 녹음해뒀는데 잠잘 때 틀어놓으면 진짜 좋더라고요. 혹시 나중에 또 한 번 하시게 된다면 그때는 입으로 보글보글 하는 소리도 내주시면, 아 참. 내 정신 좀 보세요. 미안해요. 원래 이렇게 산만한 성격이 아닌데 유파랑 헌터님을 직접 만나니까 너무 흥분돼서 그랬어요. 저기서 필요하신 물건을 가져오시면 아차차차차차 잠깐만요 그 전에 여기 이 공책에 싸인 한 번만 받을 수 있을까요? 펜은 여기 이걸 쓰세요. 거기에 유파랑 헌터 왔다감 To 이시아라고 적어주세요. 와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 이 공책은 전시용으로 써야겠어요. 괜찮아요. 집에 똑같은 공책이 두 개 있거든요. 감상용, 전시용, 영업용인데 이제부터 영업용이었던 이걸 전시용으로 써야겠어요. 진짜 팬이예요. 항상 방송 잘 보고 있어요!!!”

         

        이시아의 눈은 더없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잠시 시점을 돌려 파랑의 머릿속.

         

        “살…려….”

       

        침을 질질 흘리며 쓰러진 수많은 유파랑들 사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있던 미니 유파랑이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인물 노트를 작성했다.

       

        이시아, 편의점 알바녀. 괴어 또라이.

         

        그것을 끝으로 마지막 미니 유파랑마저 픽.

         

        눈을 까뒤집고 혀를 쏙 빼무니 그 모양새가 마치 어딘가의 가슴 큰 대협이 무공을 익히는 모양새였다.

         

        다시 시점이 전환되어, 큰 유파랑.

         

        그녀는 얼굴을 고정한 채로 같은 대답을 반복하고 있었다.

         

        “아, 네. 그렇군요. 정말요? 놀랍네요. 아, 네. 그렇군요. 정말요? 놀랍네요.”

         

        의외로 대화는 성립되고 있었다.

         

        그리고 30분이 지났다. 파랑은 싸인 여덟 번, 악수 다섯 번, 포옹 세 번, 기념사진 촬영 열세 번을 해준 후에 삼각김밥 두 개와 컵라면 하나를 사서 나올 수 있었다.

       

        그녀가 <서브가넷>과의 인터뷰에 자신만만하게 나갔다가 이시아와 최악의 재회를 하게 되는 것은 조금 나중의 이야기다.

         

        #

         

        다시, 파랑의 집.

         

        그녀가 삼각김밥에 컵라면까지 야무지게 싹싹 해치웠다.

         

        그렇게 배를 채우니 조금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생각도 조금은 정리가 되는 것 같고.

         

        잘 고민해 보니 그녀가 혼자서 이 문제에 매달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다.

       

        왜,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지 않는가.

       

        파랑은 어제 사일로와 나눈 대화를 오케아노스와 신유나 헌터에게 잘 전달했다.

         

        오케아노스에게는 가감없이 대화를 그대로 전달했고, 신유나 헌터에게는 조금 두루뭉술.

         

        굳이 만나거나 할 필요 없이 그냥 사일로톡으로 문자를 전했다.

         

        예전에야 사일로에 정보가 흘러나갈까봐 기초적인 암호체계를 갖추고 실질적인 사안은 물 속에서 대화를 진행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애초에 사일로 쪽과 정보를 조금 공유하려는 측면도 있었다.

         

        신유나 헌터에게는 살짝 정보를 숨겼다.

         

        하와이나 슬레이어즈 사망에 대한 얘기는 빼고 적당히 사일로와의 협업에 관련된 내용만 얘기한 파랑이다. 신유나 헌터를 위해서다. 너무나도 거대한 사건이었으니까. 가급적이면 이쪽 사건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은 바람도 조금 있었다.

         

        그러고 나니 파랑이 이번에는 다른 고민에 빠졌다.

       

        눈에 달력이 들어온 탓이다.

         

        오늘은 7월 31일. 헌터 협회(에 잠입한 사일로 간부)와의 만남이 8월 4일.

         

        신유나 헌터와의 협업 얘기는 대충 끝마쳤고, 고아원은…어지간하면 안 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사일로가 봐주고는 있다지만, 최악의 최악을 상정해야 하니.

         

        고기는 대충 택배로 부쳐야 할 것 같았다.

         

        그러면 8월 4일까지 소화할 만한 일정은 두 개가 남는다.

         

        첫째, 동해의 조각상 토벌. 이건 하루 날 잡고 오케아노스를 모을 계획이다.

         

        둘째, 동해 하이브 탐사. 슬레이어즈 멤버인 아드리아나 카르멘의 아티팩트와 시신을 찾는 일이다.

         

        이건 방송을 켜고 할 계획이다. 물론 목적과 결과는 숨기고, 하이브를 탐사하는 과정만.

         

        둘 중에 무엇을 먼저 하면 좋을까.

         

        턱을 손에 괴고 한참을 고민하던 파랑이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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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Sea Fish Hunting Specialty Broadcast

Deep Sea Fish Hunting Specialty Broadcast

심해어 사냥 전문방송
Score 4.5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He reincarnated into a hunter world and became an underwater hunter.

There were only 20 people in the entire country in this minor profession, but it didn’t matter. He liked the sea.

“Crazy! There’s a real artifact?!”

“Ahahaha!! How much is all this worth!!”

But then, the Great Diving Era began.

“Ah, it’s so beautiful… I want to see more, more…”

“W-What is that!! Save me!!!”

“Aaaargh!!! My head!! It feels like my head is going to explode!!”

…It would be better not to go in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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