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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

       27. 코카트리스의 알을 주웠다 (2)

       

       

       오늘 코카트리스의 둥지에서 알을 주웠다.

       내 품에 안긴 코카트리스의 알 2개.

       한지수는 상처 하나 없이 임무를 완수한 나를 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코카트리스가 왜 자기 둥지를 버리고 도망쳤지? 이럴 리가 없는데.” 

       “저랑 싸우기 싫었나 봐요.”

       “그럴 리가 있겠어? 코카트리스는 자기 영역을 지키는 마수야. 다른 생물이 자기 영역을 침범했다는 이유로 도망치지 않아. 오히려 목숨을 걸고 싸웠겠지.“

       

       한지수는 상식이 부정당했기 때문일까.

       냉정을 잃고 혼란스러워 보였다.

       그에, 나는 품에 안긴 코카트리스의 알을 자랑하듯 내보이며 말했다.

       

       “아무튼 저 임무 성공했습니다. 이거 제가 다 가져도 되는 거죠?”

       “…그래, 가지도록 해. 만약 네가 원한다면 협회에서 판매를 도와줄 수 있어. 수수료는 좀 떼겠지만.”

       “그럼 이거 하나만 팔게요.”

       

       나는 한지수에게 알 하나를 건넸다.

       한지수는 내게서 알을 받고는 나머지 알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거는 안 팔아?”

       “예, 첫 출근에 첫 임무로 얻은 전리품이잖아요.”

       “첫 전리품이라 보관할 생각인가.”

       “아뇨, 요리해서 먹을 생각인데요?”

       “…”

       

       이 새끼 뭐지.

       한지수는 나를 그런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왠지 비정상인이 된 기분이라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다.

       

       ‘내가 내 딸 맛있는 거 먹인다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

       

       빨리 가서 맛있는 요리나 해줘야지.

       나는 품에 알을 꽉 안은 채로, 즐겁게 퇴근을 준비했다.

       

       

       ***

       

       

       요즘 집에 돌아올 때마다 항상 무언가를 들고 오는 것 같다.

       나는 알을 잠시 바닥에 내려놓고, 문손잡이를 돌렸다.

       

       끼이익-

       

       “아빠 왔다.”

       

       바닥에 누워 TV를 보고 있던 드래곤들.

       녀석들은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고, 내 손에 들린 알을 포착했다.

       표정을 보아하니 호기심이 생긴 모양이었다.

       

       “그거 뭐야!”

       “…알?”

       “와아, 엄청나게 큰 알이네요…?”

       

       와다다다-

       녀석들은 코카트리스의 알을 보고는 내게 달려와서 알을 관찰했다.

       그러던 도중, 화련이가 주먹을 높이 들며 내게 물었다. 

       

       “알이다! 알! 아빠, 이거 주먹으로 한 대만 쳐봐도 돼!?”

       “안 돼. 이거 귀한 거야. 그 주먹 내려.”

       “흥, 귀하면 얼마나 귀하다고.”

       

       화련이는 불만 어린 표정으로 알을 사납게 노려봤다.

       

       “내가 너보다 귀해! 알 주제에 귀한척하지 마!!”

       

       태어나지도 않은 알에게 윽박지르는 화련이의 모습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

       대체 얼마나 지기를 싫어하는 걸까.

       고작 코카트리스의 알인데.

       

       “…다들 얌전히 구경하고 있어. 아빠 씻고 올 테니까.”

       

       나는 거실에 알을 두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안에는 수련이가 준비해준 물이 있었다.

       나는 그 물을 사용해 온몸을 구석구석 씻었다.

       이제야 좀 몸이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어우, 시원해.”

       

       녀석들은…

       아직도 알을 구경하고 있네.

       나는 알을 둘러싸고 있는 녀석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자, 수련이가 내 손목을 꽈악- 잡으며 물었다.

       

       “아빠.”

       “어, 왜 수련아.”

       “이거 어디서 가져왔어?”

       “그걸 설명하려면… 아빠에게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줘야겠네.”

       

       나는 수련이에게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영웅 협회와 계약을 맺고, 차원문으로 들어가서 코카트리스를 마주하고, 코카트리스가 쫄아서 도망치고, 알을 얻게 된 이야기까지.

       수련이는 이야기를 전부 듣고, 살포시 입을 열었다.

       

       “코카트리스라는 마수가 아빠를 드래곤으로 착각해서 생긴 일이야.”

       

       내 심장에서 생겨난 마력이 드래곤의 마력과 비슷하게 보일 수 있고.

       내 주변에서 쉽게 지울 수 없는 드래곤의 냄새가 풍긴다고 한다.

       그렇기에 수련이는 코카트리스가 나를 드래곤이라 착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드래곤을 두려워하는 건 본능이야. 아마 공포에 질렸겠지. 둥지를 버릴 정도로 도망치는 건 아주 당연한 일이지.”

       “으음, 그렇구나.”

       

       문제 해결!

       코카트리스가 도망친 이유를 알게 됐다.

       내 주변에 드래곤의 패기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근데 이러면 다른 마수들도 나만 봐도 도망칠 텐데.”

       

       그건 다른 사람한테 어떻게 설명하지?

       그 부분은 조금 걱정되기 시작했다.

       아무튼.

       수련이에게 오늘 일어났던 사건에 대한 설명을 다 듣고 나서, 슬슬 요리를 시작해볼까 하던 순간.

       

       “아버지.”

       “왜 그러니, 초련아.”

       “저는 반대에요.”

       

       항상 나를 긍정해왔던 초련이가.

       갑자기 나를 반대한다는 소리를 내뱉었다.

       그 모습은 내게 공포처럼 느껴졌다.

       평소와 달리 초련이의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고, 내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초, 초련이가 갑자기 왜 이러지?’

       

       살짝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하려던 순간.

       초련이가 상당히 진지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아버지, 저는 3명이 좋아요. 더 늘어나면 좋지 않아요.”

       “그, 그게 무슨 소리니? 초련아?”

       

       초련이는 가냘픈 손가락을 뻗어, 알을 정확히 가리켰다.

       

       “저 알은 해로운 알이에요. 하루라도 빨리 부수는게 좋겠어요.”

       

       그르릉-

       마치 코카트리스의 알을 견제하는 것처럼.

       초련이는 저 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노려봤다.

       그런 초련이의 의견에 화련이 또한 크게 동조했다.

       

       “맞아! 저 알은 부숴야 해! 아빠! 당장 부숴!”

       “…”

       

       얘네들은 대체 알을 왜 저렇게 싫어하는 걸까.

       나는 녀석들의 반응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나저나.

       

       “…너희들이 말하지 않아도 어차피 부수려고 했어. 이거 오늘 우리 저녁이거든.”

       

       내가 직접 요리를 할 건데.

       왜 자꾸 그냥 부수라고 하는 걸까.

       초련이는 내 말을 듣고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내려가 있던 입꼬리를 다시 올렸다.

       

       “…아버지, 저 알이 오늘 저녁이에요?”

       “응, 내가 요리해주려고 했는데…?”

       “으음, 그렇구나! 그럼 괜찮아요! 상관없어요!”

       

       싱긋-

       초련이는 평소처럼 해맑게 웃었다.

       방금까지 보여줬던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

       

       내가 방금 봤던 초련이는 대체 뭐였을까.

       무언가 봐서는 안 되는 초련이의 모습을 보게 된 것 같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아버지?”

       “아, 아니. 아무 일도 아니야.”

       “그럼, 저희 밥 먹어요! 저 배고파요! 헤헤!”

       

       초련이는 내 손을 잡고, 나를 주방으로 이끌었다.

       그 모습은 저 알을 당장 처리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어딘가로.

       

       ‘다른 알을 견제하는 건가…? 아니면 질투하는 건가…?’

       

       모르겠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

       

       

       일단, 요리부터 시작이다.

       요리를 제대로 해본 적은 없지만.

       저번에 집 반찬을 먹어보고 나니, 녀석들에게 내가 직접 해준 요리를 먹여주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후라이팬을 들어, 그 위에 돼지고기 비계를 잘라 넣었다.

       비계는 계란이 타지 않게 기름 역할을 해줄 것이다.

       일단 기름부터 뽑아내야 하니.

       

       “화련아.”

       “왜 불러!”

       “이리 와서 불 좀 뿜어주라.”

       “흥, 귀찮게.”

       

       화련이는 TV를 보다 말고 주방 바닥에 앉았다.

       그리고, 아래에서 후라이팬을 올려다보며 불을 내뿜었다.

       

       “크아아아앙-!!”

       “잘한다! 계속 그렇게만 해!”

       “크아아앙-!”

       

       역시 언제 볼 때마다 좋은 화력이다.

       나는 내심 감탄하며 비계를 통해 기름을 뽑아냈다.

       적당히 뽑아낸 후, 그다음에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저 거대한 알을 깨서 후라이팬에 올리는 것이다.

       

       “화련이는 잠깐 쉬고 있어 봐.”

       

       나는 알을 품에 안았다.

       그리고, 식탁 모서리에 그 거대한 알을 찍었다.

       

       콰직-!

       

       한 번으로는 부족하네.

       

       콰직-!

       

       “됐다.”

       

       양쪽으로 벌어진 코카트리스의 알.

       나는 준비해놓았던 큰 그릇에 코카트리스 알의 내용물을 쏟아냈다.

       

       콸콸-

       

       그리고, 노른자를 터뜨리고 흰자와 노른자를 젓가락으로 섞었다.

       

       “이렇게 하는 게 맞겠지?”

       

       중간에 스마트폰을 열어 영상을 확인했다.

       여기까지는 사용하는 조리 도구를 제외하면 틀린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생각보다 요리 재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련아. 아빠 요리 재능있는 것 같아.”

       “흥, 그건 나도 할 수 있겠다!”

       

       솔직히 말하면 그렇기는 하다.

       아직 계란말이 요리는 시작도 안 했으니까.

       나는 다 섞은 계란을 후라이팬 위로 천천히 흘렸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이다.

       

       “화련이 불!”

       “크아아아앙-!”

       

       후라이팬 위의 계란이 노릇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어느 정도 노릇해졌다 싶을 때쯤.

       

       “지금이다.”

       

       계란을 천천히 말아 올린다.

       다시 생긴 빈 공간에 또다시 계란을 채운다.

       이렇게 반복하다 보면 영상에 나온 것처럼 멋진 계란말이가 탄생할 것이다.

       

       “한 겹!”

       “크아아앙-!”

       “두 겹!”

       “크아앙-!”

       “세 겹!”

       “크앙-!”

       “네 겹.”

       “크-!”

       “다섯 겹.”

       “…”

       

       그렇게.

       화련이의 화력이 다 떨어지고.

       화련이가 지친 숨을 내쉴 때까지 반복한 결과.

       나는 식탁에 후라이팬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녀석들에게 거대 코카트리스 계란말이를 보여줬다.

       

       “드디어 완성이야, 얘들아! 코카트리스 계란말이야!”

       

       완성이란 소리에 다가온 수련이.

       수련이는 내 스마트폰 화면과 계란말이를 번갈아 쳐다보며 평가를 진행했다.

       무슨 미슐랭 심사원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아빠, 이거 다 찢어졌어. 이 영상이랑 결과가 달라.”

       “…”

       “계란말이가 아니야. 계란찢기야.”

       “…”

       

       사실이다.

       계란을 말려다가 자꾸 계란이 찢어지고 말았다.

       그 결과, 그냥 계란부침개와 같은 모습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털썩-

       

       나는 식탁 의자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요리 어렵더라.”

       “흠, 그런가? 나는 쉬워 보이는데.”

       

       그래도.

       수련이는 포크로 실패한 계란말이를 찍어 입에 넣었다.

       

       “나는 괜찮아. 모양은 이상해도. 내용물은 똑같잖아.”

       “수련아…!”

       “…내 이름 그렇게 감격하면서 부르지 마. 징그러워.”

       

       수련이는 질색하며 계란을 또다시 입에 넣었다.

       그에 초련이도 의자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으음, 좋은데요? 채소가 아닌 것 같지만… 이거 맛있어요!”

       

       냠냠-

       초련이도 맛있게 계란말이를 오물오물 먹었다.

       채소가 아니더라도, 계란은 먹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오늘 제일로 고생한 화련이가 의자에 기어오르다시피 올라와 앉았다.

       

       “다 비켜어…! 내가 먹을 거야아…!”

       

       꿀꺽-

       화련이는 난폭하게 계란말이를 씹어 삼킨 후, 맛을 평가했다.

       

       “아으, 죽을 뻔했네! 이거 겉은 완전 이상해! 근데 먹을 만 해!”

       “진짜로?”

       “응, 근데 겉모습은 너무 못생겼어! 이거 원래 이런 음식이지?”

       

       그건 아닌데.

       그래도 화련이와 녀석들은 쌀밥과 함께 코카트리스 계란말이를 전부 다 먹었다. 

       한 명도 빠짐없이 맛있게.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다음에도 내가 직접 요리를 해줘야겠어.’

       

       요리는 실패했지만.

       내가 직접 만든 요리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오늘 나는 실패가 아니라 성공하지 않았나 싶다.

       성공이나 실패가 중요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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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Dragon Egg

I Picked up a Dragon Egg

드래곤의 알을 주웠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picked up an Egg from the Dragon’s Nest. “Shakk!!!!” “Should I just sell?” I should have picked some other tr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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