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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

        고민 끝, 유진이 둘러댄 변명 아닌 변명.

        내 자하검법은 꿈 속에서 배운 것이다.

        가르쳐 준 사람은… 아내.

        

        아이카의 눈이 번쩍 떠졌다.

        

        

        “……!!!”

        ‘그게 말이… 아니, 저 아이도 나처럼 Ex급 고유 재능을 가지고 있다 했지? 그렇다면야.’

        

        

        유진은 대충 둘러댄 것뿐이었으나, 그녀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한 적 있었다.

        

        비슷한 경험이란, 역사에 남은 위대한 검객들과 실력을 겨루는 꿈들.

        현대에서 상대를 찾지 못한 그녀가 심상세계에서나마 대련을 즐기기 위한 고육지책.

        

        꿈 속에서 그녀는 세계적인 무인들과 칼을 나눴다.

        일본의 전설적인 검호이자, 니텐이치류의 창시자. 미야모토 무사시는 기본.

        혼다 타다카츠. 리처드 1세. 사묘아리. 척준경. 항우 등등.

        꿈이라는 무의식의 세계 속, 그녀는 역사에 이름을 올리는 맹장들과 진검승부를 펼쳤다.

        

        비록 어느 정도 실력이 경지에 오른 후엔 의미가 없다 생각해 관뒀지만…

        적어도 각성 초반, 그녀에게 이 상상 대련은 큰 도움이 되었다.

        Ex급 고유 재능 덕분인지, 다들 그녀의 상상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검술을 보였으니까.

        덕분에 경험이 아주 쑥쑥 늘어난 것.

        

        물론, 각성하고 시간이 꽤 지난 지금은 잊고 있던 기억이었지만…

        

        

        ‘이 아이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건가. 아니, 정신계 능력이니 나보다 더 생생하게 경험했을 수도 있겠군.’

        

        

        유진이 한 말에, 자연스레 제 경험이 떠오른 아이카.

        

        그녀에게 유진의 말은 결코 허황된 거짓말 따위가 아니었다.

        오히려 한 치의 거짓 없는 진실.

        자신이 그랬듯, 그 또한 꿈 속에서 배움을 갈구한 것이라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게 말이 돼?”

        “하하….”

        ‘하긴. 거짓말이긴 해.’

        

        

        …정작 유진에게 이건 새빨간 거짓말.

        꿈 속에서까지 검을 휘두르는 광기가 그에겐 없었지만. 아무튼.

        

        아이카의 볼이 점점 달아올랐다.

        

        

        ‘내가 없으면 안 되는 검술을, 꿈 속에서 아내가 알려줬다니? 이런 우연이 있을 리가 있나?’

        

        

        유진은 1회차 때도 몰랐지만, 자하검법은 아이카가 그를 띄워주기 위해 만든 합격술.

        그녀의 보조 없이 그만한 위용을 보이기는 힘든 무공이었다.

        

        그런데, 그런 검을 꿈 속에서 배웠다니. 그것도 아내에게.

        우연이라기엔 너무 절묘하지 않은가.

        

        

        ‘꼭, 내가 꿈에서 그에게 검을 가르친 것처럼… 설마!!?’

        

        

        충격적인 깨달음이 아이카의 뇌를 스쳤다.

        

        자신은, 적어도 현대엔 적수가 없어 꿈 속에서도 과거의 위인들과 싸웠지.

        하지만 저 성실한 청년은?

        스승으로 그 누구보다 우월한 자를, 이 시대의 최강자를 이미 알고 있었을 거 아닌가.

        S급 1위. 검성. 니노미야 아이카를.

        

        꿈 속, 그는 무의식적으로 스승으로 그녀를 선택했다.

        그녀가 내린 결론이었다.

        

        

        ‘하긴. 그렇다면 저 반쪽짜리 검술도 이해가 가는군. 스승인 자신이 늘 곁에 있어줄 테니, 오히려 반쪽짜리면 족했던 건가.’

        

        

        그제야 모든 게 이해가 갔다.

        왜 그가 그녀 없인 반쪽짜리인 검을 휘두른 건지.

        애초에 검도의 천재라 불리던 자신과 달리, 평범히 살아왔을 그가 카타나를 그리 잘 다루는 건지.

        왜 자신은 처음 만난 그를 이리 익숙하다 여긴 건지.

        

        이 모든 건…

        유진의 꿈 속, 아이카가 그의 스승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볼이 한층 더 붉어졌다.

        

        

        ‘그, 그건 그렇다 치지만. 어찌 아내로… 그, 꿈이라고는 하나, 그렇지만….’

        

        

        스승이라고 하는 건 괜찮고, 솔직히 기쁘긴 한데.

        꿈에서 나, 쟤 아내였다고?

        

        꿈이잖아. 자신의 무의식이 그대로 투영되는 심상세계.

        그 곳에서 누군가를 아내로 삼는다는 건…

        현실에서도 그러고 싶었다는 뜻 아닌가?

        

        아이카로선 부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눈 앞의 청년이 별 생각 없이 뱉은 말은, 사실상 꿈 속에서조차 그녀를 사모하고 있었다는 고백.

        그녀와 결혼하고 싶다는 프러포즈로 들렸으니까.

        

        

        [아이카? 너도 슬슬 남자를….]

        

        ‘마마…!! 나 어떻게 해!? 이거 받아 줘야 해!!?’

        

        

        곤혹스러웠다.

        지금까지 연애 경험이라곤 단 한 번도 없지 않았는가.

        그런데 대뜸 자신과 결혼하고 싶어 하는 청년이 나타나?

        그것도 자기보다 12살이나 어린, 잘 생기고 능력도 있는 데다 성격까지 좋은 성실한 청년이?

       ​

        심기체 처녀인 그녀로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머뭇머뭇.

        

        ‘그, 그야… 나도 딱히 싫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물론, 싫진 않았다.

        그녀의 나이 서른 둘. 슬슬 조급해질 나이.

        이게 싫으면 배가 부르다 못해 양심이 터진 거였다.

        

        때문에, 그녀는 진지한 고민에 들어갔다.

        

        ———아까 투시로 봐버린 유진도刀를, 아이카라는 검집이 담을 수 있을지를.

        

        

        -힐끗.

        

        ‘그, 그으… 되게 그, 크던데….’

        

        

        …앨리스나 시아가 알면 음습하다 못해 음탕하다며 경악할 일이었다.

        안 봤다고 그리 부정했으면서, 뒤로는 이딴 생각이나 해?

        와, 사람이 늙으면 저렇게 되는구나. 난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이렇게 말하며 혀를 내둘러도 이상하지 않은 일.

        

        하지만 그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투시? 내출혈이 일어났을까 확인하려 쓴 것.

        붕대로 압박할 부위가 어디인지 살피려 했던 것뿐 아닌가.

        

        그런데 마침 피가 한 곳에 다 쏠려있으니.

        어디 이상한 거 아닌가, 나 때문인가 자세히 관찰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거의 30초는 빤히 봤고, 유진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더 길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아무튼 그녀는 그리 생각했다.

        

        

        -중얼중얼.

        

        “그게 들어가…?”

        

        

        아이카의 손이 제 하복부에 향했다.

        두 손을 방금 봤던 그것의 길이만큼 떼어놓으며.

        

        남들 시선도 신경 안 쓰고 그러는 꼴이, 주책이란 말로도 모자랐다.

        S급 1위는 주책마저도 세계 최강이었다.

        

        

        “……?”

        ‘뭐지. 화장실 가고 싶으신가.’

        ‘아이카는 또 왜 저래?’

        

        

        다행히도. 아이카의 행동은 적어도 겉으론 그리 음습해 보이지 않았다.

        옷의 품이 넉넉해, 그저 제 옷을 만지작거리는 행위로만 보였으니까.

        유진과 시아 역시 딱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자리엔 ‘눈동자’를 개안開眼한 처녀가 한 명.

        

        

        “………!!!!!!?”

        ‘저, 저거 저 봤어요!! 야한 만화에서 가끔 나오는, 길이 재는 그거예요!!!’

        

        

        앨리스는 단번에 그녀의 음습한 의도를 눈치챘다.

        진짜는 진짜를 알아보는 법이었다.

        

        

        ‘저 호색한!! 유진을 발로 찬 걸로 모자라, 투시로 그렇고 그런 것까지 빤히 봤어요!! 지금 어디까지 들어가나 시뮬레이션까지 하고 있어요!!’

        

        

        경악했다.

        

        아니, 첫 만남부터 폭력을 휘두른 건 그렇다 쳐요.

        S급 1위가 난폭하다는 건 유명하니까요.

        그런데, 투시로 거길 빤히 훔쳐보기?

        그걸 자기 아랫배에 대보기?

        이게 진정 사람인가요? 

       ​

        사람 아니에요. 저거 발정난 암컷이에요.

        

        

        ‘그런데….’

        

        -꿀꺽.

       

        ‘저, 저만큼이 유진의 길이…? 최소 8인치인데요? 만화에 나오는 그런 거나 그런 것까지 가능하겠는데요?!’

        

        

        옷이 땀에 젖을 정도로 뜨거운 상상에 들어가는 시점에서, 그녀 역시 사돈 남 말 할 처지는 아니었지만.

        

        덕분에 앨리스는 안절부절못했다.

        

        

        ‘아, 아무튼 저 음습한 암컷한테서 유진을 지켜야…!! 32살이나 되는 아줌마가 주제도 모르고!!’

        “……?”

        ‘앨리스는 또 왜 저런대. 아직도 그 투시 어쩌고 하는 억까 의심하는 건가?’

        

        

        건실한 청년은 감히 상상하지도 못할, 그야말로 가슴이 음습해지는 싸움의 개막이었다.

        

        

        * * *

        

        

        스승님이나 앨리스가 어째 얼굴이 빨개지긴 했지만. 아무튼.

        자하검법 설명을 끝마친 후, 난 가만히 처분을 기다렸다.

        

        

        ‘과연 믿어주시려나… 변태라 욕 먹어도 괜찮으니, 믿어만 주셨으면 좋겠는데.’

        

        

        내심 속으로 꿈에서 여자나 생각하는 변태 소리 들을 각오도 끝낸 채.

        

        그런 내게, 스승님은…

        

        

        “…크, 크흠. 크흠. 꿈 속의 스승이라는 자가, 그래도 꽤나 잘 가르쳤구나. 나름 열심히 익혔어. 갓 입문한 자라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네, 넵! 감사합니다!”

        “하나, 모자라다. 카마에(構え, 자세)만 봐도, 기껏해야 7단 정도. 타의 모범이 되기에는 한참이나 부족하지.”

        “……?”

        

        

        생각과 달리 칭찬을 퍼부어줬다.

        

        얼핏 들으면 책망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검도는 6단만 되어도 세계에서 통한단 말이지.

        7단부턴 실력이 있어도 나이 제한 탓에 젊은이들은 못 따고.

        

        즉, 검도에 진심인 스승님이 7단이라 해준 건, 사실상 너 세계 선수급이라는 극찬이었다.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

        “칭찬이 아니다. 내가 보기에, 넌 그보다 훨씬 더 높게 올라갈 수 있으니.”

        “……아.”

        

        

        입꼬리 원위치.

        

        아니, 저 십 년 넘게 휘둘러서 이건데요.

        저 신동 같은 거 아닙니다.

        

        

        “그, 오해가….”

        “그러니, 제안하겠다. 내 제자가 되거라!”

        “……!!!!!?”

        

        

        그러나 스승님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1회차 때와 비슷한 대사.

        그러나 조금 더 열띤 대사를 쳐가며.

        

        

        “절대 내가 이상한 사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네 재능을 썩히는 게 아쉬워서 하는 소리다. 음. 결코 이상한 뜻은 없어.”

        “세, 세상에….”

        

        

        시아의 입이 떡 벌어졌다.

        스승님의 위상을 잘 알고 있는 그녀기에 보이는 반응.

        

        반면, 앨리스는…

        

        

        “어, 어떠냐. 네게도 나쁜 제안은 아닐….”

        

        -소곤소곤.

        

        “유진, 믿지 마요. 이 여자, 유진이랑 그렇고 그런 짓 할 생각 뿐이에요.”

        “……?”

        

        

        상습 음해 기습 시전.

        

        …스승님이 날 걷어찬 게 그렇게 속상했나?

        이런 말도 안 되는 음해 해가면서까지 욕할 정도로?

        역시 내 아내. 상냥해. 사랑해.

        

        

        ‘그래도, 이건 억까란 말이지.’

        “괜찮아. 그럴 분 아냐.”

        “……유진은 너무 순진해요.”

        

        

        상냥한 앨리스를 슥 밀어낸 후.

        1회차 때보다 조금 더 자신 있게 고개를 숙였다.

        

        

        “이제부터 스승님이라 부르겠습니다. 니노미야 아이카 스승님.”

        ‘1회차 때는 어버버 대다가 절했었는데 말이지.’

        “스승님이라… 흐, 흠. 그래. 공석에선 그리 부르거라.”

        

        

        스승님 역시, 1회차 때보다 조금 더 날 반겼다.

        1회차 때, 내 제자 될 자가 그리 어깨를 낮추지 말라며 등짝부터 때렸던 것과 달리. 다정하게.

        

        

        “그럼, 우선… 체단실이 아직 남아있나?”

        “예.”

        “우선 그리로 가지. 가르침에 앞서, 네가 어디까지 단련했는지를 확인하겠다.”

        “예!”

        

        

        이어 난 스승님과 싱글벙글 체단실로 향했다.

       ​

        ‘너무 형편이 좋은데, 이거 설마 탬퍼링인가…?’ 라고 중얼거리는 시아와…

        

        

        -중얼중얼.

        

        “이대로면 유진이 얼마 안 가 저 아줌마한테 잡아먹혀요…!! 제가, 제가 어떻게든 막아야…!!”

        

        

        아까 전부터 뭐라 중얼거리는 중인 앨리스를 데리고.

        

        그리고,

        

        

        -벌컥.

        

        “어라, 하루?”

        “아빠. 그 여자는 누구야.”

        “……!!! 하루 양, 들어보세요! 글쎄 저 분이…….”

        “아빠를. 때려?”

        

        -콰앙!!!!!

        

        “떼찌.”

        “………하루야!!!!!!!?”

        

        

        준 S급과, S급 1위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김이파리 님 10코인 선물 감사합니다!
    감사의 육수 넣은 계란말이 (다시마끼타마고)를 휘리릭

    + 앨리스 옷이 너무 비치는 거 아닌가 싶어서 외국 패션을 좀 찾아봤는데
    외국 애들은 저런 걸 노브라로 입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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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n with Hypnotic Powers Doesn’t Hold Back the Second Time Around

The Man with Hypnotic Powers Doesn’t Hold Back the Second Time Around

2회차 최면교배 아저씨가 능력을 안숨김
Score 5.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Since I regressed, I decided not to hide my abilities.

“Hypnosis, huh? That’s amazing! Hypnotize me too!”

“How about me, instead of that sly fox? If you join our clan… you, you can hypnotize me!”

…Maybe I exposed it too m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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