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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

       

       전생에 보았던 ‘태양을 숨긴 달’은 명실공히 히트작이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참여하고, 젊고 능력 있는 감독이 연출한 가상 사극.

       그렇기에, 조서희를 대신하여 내가 이 드라마에 참여하게 되었을 때는 보통 부담되는 게 아니었다.

       

       ‘부디 전생과 비슷한 수준만 되기를!’

       

       오죽하면 그렇게 기도했을 정도였으니까.

       

       최고 시청률이 무려 40%가 넘는 히트작을 나 때문에 망치는 일은 없어야 했다.

       내가 유독 이번 드라마에서 열심히 했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조서희 만큼만 하자.’

       

       처음에는 그런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 조서희도 전생에는 그 분량이 대폭 축소되어 아역 파트가 2화로 줄어들었을 정도다.

       나도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었다.

       

       그러니, 열심히.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부었다.

       

       한계까지, 모조리.

       

       “서연아!”

       

       드디어 방영된 태양을 숨긴 달 1화.

       이미 시사회에서 한번 보았지만 TV로 보는 건 또 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잘 됐을까?

       시사회와 대중의 반응이 다르면 어쩌지?

       

       그런 걱정을 품던 순간, 엄마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공정태 감독님께서 연락해 오셨어. 시청률이 무려, 25%가 넘게 나왔대!!”

       

       25%라고? 정말?

       당황하여 엄마를 보자, 커다란 가슴이 내 머리를 감싸안았다.

       

       ‘수, 숨이…….’

       

       다행히 엄마는 나를 그리 오래 껴안지는 못했다.

       

       “여보, 애 죽겠다, 죽겠어.”

       

       지켜보던 아빠가 엄마를 잡아당겨 떨어트렸기 때문이다.

       내 입장에선 생명의 은인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후에 엄마는 내 어깨를 잡고 짤짤짤 흔들며, 오히려 나보다 더 흥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렇게나 흥분한 엄마를 보는 건 서연으로서도 드문 일이었다.

       

       “어떡하니. 엄마가 들었는데, 올해 방영된 드라마 중에 1화 시청률이 가장 높대! 우리 서연이 벌써 대스타 된 거 아니야?”

       “서, 서서서설마요.”

       

       탈탈탈 흔들리면서 말하다 보니, 발음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만해줘.

       

       아빠도 차마 엄마를 더 말리는 건 좀 그랬는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포기하지 말고 제발 말려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25%라니.’

       

       전생의 태숨달 시청률은 기사로도 떴던 만큼 기억하고 있었다.

       떠올리고자 하는 기억은 기이할 정도로 선명히 떠올릴 수 있었기에, 태숨달의 1화 시청률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본래 조서희가 주연으로 나온 태숨달의 1화 시청률은 17%.

       하지만, 내가 주연으로 나온 시청률은 그보다 8퍼센트나 높은 25%였다.

       

       그것을 자각했을 때.

       내 가슴 속에 든 감정은 ‘해냈다’는 두근거림이었다.

       

       난생처음 스스로의 손으로 무언가를 이루어냈다는 감정.

       

       “응?”

       

       그때, 엄마가 내 얼굴을 살펴보더니 생긋 웃었다.

       

       “우리 딸도 기분 좋은가 보네. 그렇게 웃고.”

       

       웃어?

       서연은 자그마한 양손으로 통통한 볼을 꾹 눌렀다.

       

       그러네, 웃고 있구나.

       

       ‘하긴 이게 정상인 거겠지.’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는 건 보통이니까.

       서연은 눈을 감았다.

       뭔가 둥실둥실한 기분이다.

       

       ‘기분 좋아.’

       

       처음이었다.

       스스로 무언가를 노력하여 얻어낸 성취.

       

       전생에는 단 한 번도 느낄 수 없었던 감정.

       그 희열이 내 가슴을 쿵쿵 뛰게 만들었다.

       

       ‘배우, 해서 다행이다.’

       

       나는 그저 그런 생각을 하며, 엄마의 품에 안겼다.

       

       ***

       

       드라마의 파급력은 광고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이제 겨우 1화가 방영되었을 뿐인데,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의 수가 확연히 늘어난 게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건 ‘기사’가 본격적으로 뜨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KMB의 야심찬 신작드라마 ‘태양을 숨긴 달’ 첫 방영에 25% 돌파!>

       <MDC의 ‘액션왕’과 KMB의 ‘태숨달’의 첫 승부는 태숨달의 승리> 

       <천재 아역? 오디션 때부터 화제가 된 ‘연화공주’의 아역은 누구?>

       <첫 방영부터 위기에 몰린 ‘액션왕’. ‘다음 화에 제대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주르륵 올라오는 기사들은 전부 확인할 수 없을 정도였다.

       특히 그중 나에 대한 기사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1화에서 보여준 안정적인 연기가 인상적이었다거나.

       광고를 찍다 바로 드라마로 넘어온 경위에 대해 의문스러워하는 기사도 많았다.

       

       그 탓에 나를 향한 관심은 유래 없을 정도로 커진 상태였다.

       

       “서연아, 선생님은 2화도 기대하고 있어!”

       “3화까지 전부 찍었니? 앞으로 내용은 어떻게 돼?”

       

       심지어 유치원에서도 내 이야기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평소에 멀찍이 떨어져 보던 선생님들도 내게 관심을 보이며 다가올 정도였다.

       

       “주서연, 두고 봐. 나도 금방 드라마 출연할 거니까.”

       

       유치원에선 이지연이 그런 말을 하며 강한 의욕을 나타냈다.

       

       “하는 건 좋은데, 소속사는 옮기고 하자?”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할 거야.”

       

       후에 엄마한테 들은 이야기지만, 지연의 어머니인 홍진희는 다 방면으로 ‘은하 엔터’에 대해 알아본 모양이다.

       그리고, 그 본모습을 겨우 알 수 있었고 지연이를 데리고 에이전시를 나왔다고 한다.

       

       ‘내가 추천해준 소속사로 가지.’

       

       안타깝게도, 현재 그곳은 영 믿음이 가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다른 곳으로 알아보는 모양이다.

       어쩔 수 없지. 

       꼭 그곳이 아니어도 전망이 좋은 매니지먼트는 몇 개나 있었기에, 그쪽으로 추천해주기로 했다.

       

       “주서연.”

       

       그때, 지연은 잠시 내 얼굴을 살폈다.

       그리곤 드물게 조금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엄마한테 들었는데 너…….”

       

       우물쭈물하며 망설이는 행동.

       평소의 지연이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이다.

       

       그런 이지연의 태도에 나는 녀석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했다.

       언제나 당당한 이지연이 이렇게 망설이며 물을 말은 하나뿐이었으니까.

       

       “맞아.”

       “……응?”

       “네가 지금 생각하는 거.”

       

       그런 내 말에 이지연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와락 얼굴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아직 아이인 지연이로선 내 선택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게 분명했다.

       

       “흥, 몰라.”

       

       툴툴거리는 지연의 반응에, 나는 픽 웃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양호한 반응이다 싶었다.

       

       “참 이지연.”

       “응?”

       “우리 성우 학원 같이 다닐래?”

       “……뭐?”

       

       그런 내 말에 이지연은 당혹스런 눈으로 나를 보았다.

       마치 난 배우인데 왜 성우 학원에 다니냐는 얼굴이다.

       

       뭘 모르는구나. 

       자고로 연예인은 재주가 하나라도 더 많아야 하는 직업이다.

       

       배우도 그건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발성이 필요한 부분에선 도움이 될 확률이 컸다.

       

       나중에는 배우들로 더빙을 하는 경우도 제법 있었으니까.

       

       ‘대부분 욕을 먹었지만.’

       

       그런 상태에서 멋지게 실력을 보여준다?

       대중에 좋은 이미지를 박아넣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물론 성우 학원은 내 사리사욕도 있지만.

       

       “흥, 그래. 그러지 뭐.”

       

       이지연은 못마땅하다는 얼굴이었지만, 내 제의를 거절하지는 않았다.

       본래 이지연은 모 어린이 애니메이션에 아역 성우로 출연했다가 큰 비난을 받았다.

       

       그리고, 아마 그 충격으로 은퇴했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이지연이 후에 배우로 데뷔하지 않았을 리 없다.

       

       ‘그 뒤, 무슨 일을 했을 지 궁금한데.’

       

       이지연은 끼가 있는 아이다.

       천생 배우라곤 할 수 없어도, 끼가 있고 재능이 많았다.

       연기력도 어느 정도 됐고, 발음이나 발성도 충분히 좋았다.

       

       ‘성우하면 잘할 것 같단 말이야.’

       

       나는 이지연을 빤히 바라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전생의 이지연이 무슨 일을 했는지, 나는 아주 의외의 장소에서 알게 되지만.

       그건 조금 더 나중의 이야기였다.

       

       *** 

       

       1화가 방영된 지 며칠이 흘렀다.

       태양을 숨긴 달을 향한 관심도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진 상황.

       

       특히 티저와 시사회에서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2화가 방영되는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아직 여유 부릴 때가 아닙니다. MDC의 ‘액션왕’도 흥행이 보통이 아니에요.”

       

       하태오는 스태프들에게 그 사실을 몇 번이나 주지시키며, 아직 좋아할 때가 아니라고 말했다.

       시간대도 겹치고, 방영 화수도 겹치는 탓에 여러모로 현재 라이벌 구도가 잡힌 드라마였다.

       

       실제로, 이렇게 방영 시간이 겹치면 실시간으로 그 영향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저희가 이겼습니다만, 오늘 ‘액션왕’ 측이 보통 자신 있는 게 아닌 모양입니다.”

       

       KMB의 드라마국에선 긴장감이 흘렀다.

       액션왕의 1화 시청률은 16%,

       

       태숨달과는 큰 차이가 벌어져 있지만, 절대 얕볼 수 없는 시청률이었다.

       

       “하지만 2화는 저희도 자신 있잖아요?”

       “그쵸그쵸.”

       “그냥 정면 승부로 붙어서 오히려 다행입니다. 오히려 고놈들 참 운도 없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긴장되는 건 사실이다.

       아무리 자신이 있어도 만에 하나라는 게 있는 법이니까.

       

       “……태양을 숨긴 달 2화. 곧 방영 시작합니다.”

       

       가라앉은 하태오의 말과 함께, 누군가가 마른침을 삼켰다.

       

       그렇게 시작된 2화.

       

       “현재 시청률은 저희가 15% 정도에요.”

       

       아마 액션왕도 비슷한 수준일 거다.

       아니 오히려 근소하게 높아 보였다.

       

       ‘태숨달 2화의 초반은 1화와 크게 다를 것 없어.’

       

       어린 연화공주와, 어린 윤서일이 얽혀가는 이야기다.

       그런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조영대군’이 움직이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아! 벗었어요!”

       “……예?”

       “2화부터 무슨 저런 과감한 노출을 넣었대. 어휴.”

       

       그때, 액션왕 측에서 여배우가 과감한 노출을 선보이며,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단순히 노출만이 아닌 연출이나 연기력.

       모두의 눈을 휘둥그레 만들만큼 뛰어났다.

       

       ‘자신 있다고 할 만하네.’

       

       하태오는 이를 악물었다.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시청률이 요동치는 게 느껴졌다.

       

       ‘진짜 윤종혁 배우님. 그리고 서연 양만 믿습니다.’

       

       액션왕이 한창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는 가운데.

       태숨달의 분위기를 뒤집는 조영대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궁을 거니는 거침없는 발걸음.

       광기에 뒤덮인 반정 속에 조영대군과 연화공주가 드디어 만났다.

       

       티저에서, 그리고 시사회에서 모두에게 극찬 받았던 장면.

       서연이 고개를 들고, 조영대군을 노려보는 장면이 나오며 노도와 같이 드라마가 진행되었다.

       

       이미 촬영하고, 편집하며 몇 번이나 보았음에도 눈을 뗄 수 없는 영상.

       그렇게 드라마가 마무리 지어지는 순간.

       

       “피디님!”

       

       시청률을 확인하던 직원이 소리쳤다.

       2화의 시청률이 확인된 모양이었다.

       

       이겼나?

       아니면 설마 진 건가?

       

       “23%입니다.”

       “예?”

       

       23%면 1화보다 떨어진 수치다.

       순간 하태오가 당황하며 그를 바라보자, 이내 직원은 씩 웃었다.

       

       “액션왕이 말이죠.”

       

       아니, 이게 지금 장난을 쳐?

       하태오의 눈이 사납게 찌푸려졌다. 

       아무리 그가 권위를 내세우는 성격이 아니라지만 이건 선 넘었다.

       불러서 한 마디라도 해줘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때.

       

       “29퍼센트입니다.”

       “예?”

       “2화 시청률이 29퍼센트로 집계되었고. 순간 시청률은 34퍼센트까지 올라갔답니다.”

       

       치솟았던 분노가 모래성처럼 사르르 사라졌다.

       

       일반 시청률 29퍼센트에, 순간 시청률 34퍼센트.

       

       순간 시청률이 급격히 올라간 시기가 언제인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조영대군과 연화공주.

       윤종혁과 서연의 연기력이 부딪친 순간.

       

       ‘순간 시청률이 34퍼센트?’

       

       이건 보통 드라마 후반에나 뽑을 법한 수치다.

       아무리 태숨달이 칼을 갈고 만든 드라마여도, 지나치게 높았다.

       

       고작 2화에 순간 시청률을 34퍼센트를 달성하는 일은 거의 없다.

       지난 몇 년 간 방송 3사의 모든 드라마를 뒤져도, 손에 꼽을 것이다.

       

       그때였다.

       

       우우웅, 우우우웅!!

       

       하태오의 핸드폰이 울리며, 화면에 발신자가 표시되었다.

       KMB 드라마국장 황정수. 

       그가 지금 하태오를 애타게 부르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즐겁게 감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퇴고를 할 때 모바일로 교정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가끔 모바일로 교정하면 문장이 복사되거나, 잘리기도 하고. 이상한 문장으로 자동 완성되는 경우가 있네요.
    대체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혹시 이상한 문장이 보이시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바로 수정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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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nt to Be a VTu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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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efinitely just wanted to be a VTuber... But when I came to my senses, I had become an a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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