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7

       “…상상 이상이군.”

       “내말이.”

       ​

       제국군은 요새 내부로 진입했다.

       작열탄이 남긴 흔적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폭발에 휘말린 왕국군 사상자들이 여기 저기에 방치되어 있었다.

       제국군 조차도 맘 편히 볼 수는 없는,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는 광경이었다.

       ​

       “만약 왕국군이 이런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면…”

       ​

       그 모습을 보던 장교들 중 한명이 중얼거렸다.

       ​

       “어휴. 씨.”

       “끔찍하군.”

       “그런 면에서 보면 다행이지. 우리는 저런 꼴을 당할 일이 없다는게.”

       “음. 우선은 포로들의 처우부터…”

       ​

       곧 제국군들은 요새 내부를 정리했다.

       다음으로는…

       ​

       “요새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겠어.”

       “다시 속도를 내 보는것도 무리는 아니겠군.”

       “이전보다 더욱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공격하니, 피해도 적고 말이지.”

       “그럼 판단해 보자고. 지금과 같은 속도를 유지할지, 아니면 더욱 빠르게 진격할지.”

       ​

       회의 끝에, 그들은 결론을 도출했다.

       ​

       “속도를 올린다. 빠르게 밀고 들어간다.”

       ​

       ***

       ​

       제국군은 다시 빠르게 진격하기 시작했다.

       왕국군은 미칠 노릇이었다.

       ​

       “또 요새가 함락되었습니다!”

       “젠장! 어째서 이리 쉽게 함락 당하는 거지?”

       “신무기를 다시 전장에 투입했습니다. 성 내부의 병력을 직접 공격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미치겠군. 더이상의 진격만큼은 막아야 한다!”

       ​

       제국군이 계속 이 속도를 유지한다면,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수도에 도착할 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그들의 진격 속도를 늦춰야 했지만, 더 이상 그들의 진격 속도를 늦출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

       백병전을 해도…

       ​

       “포탄이 날아옵니다!”

       “젠장, 진형을…”

       ​

       진형을 유지하면 병력의 손실이 크다.

       그렇다고 날아오는 걸 보고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

       “엎드려! 피해에 대비해라!”

       “방패를 들어! 파편을 막아라!”

       ​

       몇몇 지휘관들은 병력의 손실을 최소화 할 방법을 찾아봤다.

       하지만 크게 의미는 없었다.

       포탄이 공중에서 터지면, 서 있든 엎드리든 결과는 비슷했다.

       방패를 들면 그나마 먼 거리에서는 파편을 막았다.

       ​

       하지만 그뿐이다.

       날아오는 포탄은 한 발이 아니었다.

       운좋게 멀리서 날아오는 파편을 막아내도, 근처에서 날아오는 파편은 막지 못했다.

       ​

       그렇게 진형이 무너지면, 제국군의 2차 공격이 시작된다.

       마법 공격과 기사들의 돌진, 이어서 사수들의 사격까지.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왕국군들은 패배를 반복했다.

       ​

       요새도 제국군의 진격을 막지 못했다.

       백병전은 말할 것도 없고.

       ​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결국 왕국군의 군부에서는 항복에 대한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

       “더이상 이 전쟁은 의미가 없다. 아까운 왕국민들의 피만 흘릴 뿐이야.”

       “지금도 늦었어. 진작에 항복했어야 될 전쟁이야.”

       ​

       하지만.

       ​

       “두번 다시 항복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말거라!”

       ​

       국왕은 시간이 지날 수록 광기어린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

       “어떻게든 막아 내란 말이다! 농노들도 징병해라! 싸울 수 있는 모든 이들을 전장으로 보내!”

       “만일 항복하는 부대가 나타난다면, 지휘관에게도 책임을 묻겠다!”

       ​

       “하오나, 이미 많은 왕국민들의 피가 흘렀습니다. 부디…”

       “차라리 훗날을 도모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왕국은 이미 큰 피해를…”

       ​

       신하들이 국왕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갖은 수를 써보지만.

       ​

       “본보기를 보여야겠군. 끌고가라. 성 밖에 목을 매달아라!”

       “전하! 전하아!”

       ​

       이미 국왕의 결정은 확고했다. 

       ​

       “으음. 이전까지의 성군의 모습은 더이상 보이지 않으시는군…”

       “큰일이야. 이미 전세는 기울었는데,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

       왕국민들은 더 이상 의미없는 전쟁을 원치 않았다.

       ​

       “의미없는 전쟁을 할 바에는 차라리…”

       “쉿, 누가 듣기라도 한다면 큰일이네.”

       ​

       국왕은 그들의 불만을 외면했고.

       점차, 왕국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

       ***

       ​

       “으음. 순조롭군.”

       “보급이 느린 게 아쉬울 따름이지. 화약과 포탄만 더 빨리 보급되어도 진격의 속도를 더욱 올릴 수 있을텐데.”

       “그건 동감이네. 차라리 포탄을 덜 써보는 건…”

       “그 의견에 대해서는 난 동의하지 않네. 포탄 덕분에 제국군의 손실을 최소화 하는 거 아닌가.”

       “그건 그렇군.”

       “그나저나, 왕국군도 전처럼 죽기살기로 싸움에 임하진 않는군. 포만 몇번 쏴도 후퇴하거나 항복하기도 하니 말이야.”

       “사기가 꺾인 게지. 나였어도 전투를 포기했을 거야.”

       “이대로만 흘러가면 좋겠는데.”

       “왕국이 항복하는 것도 기대해 볼 만 하지 않나?”

       “나는 한달 내로 항복한다에 걸겠네.”

       “흐음…그럼 난 보름…”

       ​

       제국군의 분위기는 여유로웠다.

       ​

       “빨리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어. 아내가 아이를 낳은 소식을 편지로 받았는데. 빨리 돌아가서 보고싶다.”

       “그건 좀 안타까운데.”

       “니 아이 맞기는 할ㄲ… 미안하다. 칼은 내려 놔 줬으면 좋겠는데.”

       “으음. 칼은 자네의 피를 머금고 싶다는데.”

       “결투야?”

       “난 칼 든 놈한테 걸지.”

       “역배는 터진다…!”

       “이 전쟁이 끝나고 고향에 돌아면, 그녀에게 고백할거야.”

       “아 씨. 재수없게 그런 말을.”

       ​

       병사들 또한, 정비 시간에는 서로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의 표정은 밝았고, 전쟁 초기와는 다르게 긴장감은 찾아 볼 수 없었다.

       ​

       “톰. 왤케 열심히 정비하는거야?”

       “하하. 나름 재밌습니다.”

       “분대 명사수 바쁜데 방해하지 말라고.”

       “쩝. 이따 내기할건데 너도 할래?”

       “좋습니다.”

       “그럼 저녁먹고 3분대 쪽으로 와. 저놈들 탈탈 털어 보자고.”

       “알겠습니다!”

       ​

       선임과 이야기를 마치고, 톰은 총을 마저 정비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귀찮다고 대충 정비했지만, 그는 정비하는 것 마저 재밌었다.

       그리고, 이상하게 그는 총을 잘 맞췄다.

       ​

       방아쇠를 당길 때 마다, 자신이 조준했던 이들이 쓰러진다.

       때로는 지휘관. 때로는 마법사.

       ​

       물론 항상 쏠때마다 맞는 것은 아니었다.

       멀리 떨어진 이들을 저격하는 것은 운도 필요했다.

       사격을 지속 할 수록 명중률도 저하되었고.

       거기에, 전장의 상황도 무시 못했다.

       ​

       그래도 그는 총을 쏘는 게 재밌었다.

       명중률도 점차 높아졌고.

       그리고, 방아쇠를 당길 때는 이상하게 차분해졌다.

       정신없는 전장의 상황에서도, 목표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고.

       목표에 명중하면, 작게 성취감도 들곤 했다.

       ​

       ‘군생활… 조금 더 해볼까.’

       ​

       이번 전쟁이 끝나면, 신청자들에 한해 조기전역을 할 수 있다.

       그 또한 충분한 보상금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빵을 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

       하지만, 그는 조금 더 총을 쏘고 싶었다.

       총열의 내부가 깨끗해질 수록, 그의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

       ***

       ​

       “씨발,씨발,씨발! 도대체 왜 제국군을 막지 못하는 겐가!”

       “죄송합니다. 하지만…”

       “집어 치워! 그놈의 변명은 듣고싶지 않다! 뭐라도 해 보란 말이야!”

       “…예.”

       “그래! 마도병기를 가져와라!”

       ​

       국왕의 말에, 신하들이 당황한다.

       마도병기.

       100년 전의 마계와의 전쟁을 끝으로, 왕국의 창고 깊은 곳에 방치되어 있는 무기.

       마석을 사용하며,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지만.

       안타깝게도 마석을 너무 많이 사용하는 것이 문제다.

       ​

       “현재 왕국의 마석 보유량으로는, 몇 번 사용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것을 전장에 배치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차라리 다른 나라의 지원을 기다려 보는 것도…”

       “어떻게든 해 보란 말이다! 이만 물러가게!”

       ​

       국왕의 일갈에, 신하들이 회의장을 빠져 나간다.

       홀로 남은 국왕은 주변의 물건들을 잡히는 대로 집어던졌다.

       ​

       “으아아아아아!”

       ​

       좀처럼 분은 풀리지 않는다.

       창문을 깨고 나서야, 그의 폭주는 잦아들었다.

       ​

       “하아…”

       ​

       한숨을 내쉬는 국왕.

       ​

       “저런. 일이 잘 풀리지 않나 보군요.”

       ​

       분명 그 밖에 없을 텐데. 그의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

       “누구냐.”

       ​

       국왕이 몸을 돌리며 물었다.

       ​

       “이름을 댈 정도로 거창한 이는 아닙니다.”

       ​

       검은 사제복으로 몸을 덮고 있는 여인.

       유일하게 얼굴의 창백한 하부만 드러나 있었다.

       붉은 입술이 움직이며,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

       “잊혀진 신을 모실 뿐인 사제입니다.”

       ​

       말을 마친 뒤,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

       ‘잊혀진 신이라고.’

       ​

       국왕은 그녀의 정체를 금방 파악했다.

       ​

       ‘마신교단인가.’

       ​

       마계의 몰락과 함께 자취를 감췄지만, 아직도 대륙 곳곳에서 목격담이 나타나고 있는 교단.

       이들과 엮이기라도 한다면 태양신교 뿐만 아닌, 온 세상을 적으로 돌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국왕은 잠시 고민했다.

       ​

       왜 자신을 찾아온 건지.

       그들이 접근한 목적이 뭔지.

       ​

       “어떤 사유로 찾아 온 거지.”

       “그저 도움이 필요해 보였기에 찾아왔습니다.”

       “…”

       “제국의 신무기에 대응을 하지 못한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

       마신교단의 말을 들어선 안된다.

       ​

       “저희의 약간의 도움으로, 신무기의 위력을 압도할 수 있다면.”

       ​

       또 다시 마계가 대륙에 나타난다면.

       ​

       “제국을 이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요.”

       ​

       온 대륙이 다시 지옥처럼 변할 것이다.

       ​

       “관심이 있으신지요.”

       ​

       그리고, 마신교단의 목적은.

       ​

       “…대가는.”

       ​

       마계를 다시 재건하는 것.

       ​

       “왕국의 승리에 비하면, 사소할 것 입니다.”

       ​

       국왕의 고민은 길었다.

       ​

       “…”

       ​

       사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

       매혹적인 것은 독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나치기엔, 너무나 달콤한 제안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Weapons Developer in Another World

I Became a Weapons Developer in Another World

이세계 무기개발자가 되었다
Score 3.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wanted to prevent the abolition of the the Cushion Honey filled Department.

I made a weapon using memories from my past life.

I didn’t expect things to escalate like this.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