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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

       “오오! 훌륭하군! 매우 좋은 조건일세!”

         

       호레이스 교수가 범죄 조직과의 계약서를 살폈다.

         

       “어떻게 이런 조건을 했나?”

         

       뿌듯.

         

       “사람을 믿는 마음과 선량한 태도로요!”

         

       그리고 범죄 조직을 믿고 계약서를 작성할 용기!

         

       “오오! 절실한 자에게 필요한 물건을 배달하는 우리 같은 사람에겐 항상 있는 강점이군!”

       “맞아요! 맞아!”

         

       파스텔은 격하게 공감하고 마검을 투다다 두들겼다.

         

       악마님! 악마님! 봐봐요!

         

       밀무역은 이상한 일이 아니라니까요!

         

       『교수가 학생과 이래도 되는 건가? 이놈 말 듣지 마라. 못된 놈이다. 이상 한 거 배우면 안 돼.』

         

       에잉.

         

       파스텔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잔소리가 한 귀로 들어왔다가 반대쪽으로 슈웅~.

         

       『듣고 있는 거냐?』

         

       슈웅슈웅~.

         

       “오오! 정말 계약 그대로군!”

         

       호레이스 교수가 파스텔의 상자 더미를 살폈다. 덮개를 열자 비가공 마석이 가득했다.

         

       “후배 말대로 수수료 0%야!”

       “당연하죠! 여기 분들은 착해서 약속을 지켜주시거든요!”

         

       하지만 좀 차가운 사람들 같아. 상대가 동료를 죽였는데도 호의적인 대화를 건넬 수 있으니까.

         

       악마님 말대로 범죄 조직을 운영하니 별수 없나? 강적을 회유하는 도중에 상대가 죽인 동료의 죽음에 슬퍼해선 회유 분위기에 방해만 될 뿐이니. 이해타산이 마음을 앞서 버린 거야.

         

       파스텔은 고개를 저었다.

         

       아, 머리 아파. 이런 고민은 나와 안 맞아.

         

       “왜 그러나?”

       “아니에요! 어쨌든 여기 분들은 착해요! 교수님도 다음부턴 여기서 거래하세요!”

       “음! 그러지! 도시의 치안이 안 좋긴 하지만 조직 자체는 믿을만해 보여.”

         

       교수에게 조직 설명을 끝낸 뒤엔 프레스턴 보스와 인사를 나누고 마계를 떠났다.

         

       카딘을 영입했으니 안정적인 조직확장을 하겠다는 설명을 듣긴 했지만 자신이 여기 남아 관여할 일은 없었다.

         

       돌아가는 길엔 호레이스의 비공정과 같이 항행했다.

         

       “후배를 위해 마석 가공 업체를 주선 해주지!”

         

       와아!

         

       밀무역 품목과 업체 변경을 통한 수익 20% 증가!

         

       해적선을 몇 번 마주치긴 했지만 호레이스 교수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마법을 허공에 뿅뿅 거리자 해적들은 똥 밟은 표정으로 물러났다.

         

       싸우기도 전에 경고 마법 한 번으로 해적을 물러가게 만드는 기적!

         

       검 들고 으쌰으쌰 해야 하는 파스텔과는 천지 차이인 위력!

         

       “마법사 대단해요! 마법 뿅뿅!”

         

       손가락 총이 뿅뿅뿅뿅!

         

       “하하하! 후배도 배워볼 텐가?”

       “전 마법에 재능이 없어서…….”

         

       잉.

         

       “이런.”

         

       하늘섬에 도착하고선 업체를 주선 받았다. 비가공 마석을 넘기고 가공된 마석을 받자 저렴한 업체 비용 덕분에 더 많은 양을 얻을 수 있었다.

         

       파스텔은 마석 상자를 쌓아두고 소리를 질렀다.

         

       “우와앙!”

         

       교수를 돌아봤다.

         

       “선배님! 선배님! 이 후배 감동했습니다! 이런 저렴하고 품질 좋은 업체를 알고 계시다니! 절실한 사람에게 필요한 물건을 전달하는 배달부 역할에 딱 맞는 인재세요! 베테랑 그 자체!”

       “하하하! 후배도 딱 맞는 인재일세! 베테랑이 될 수 있을 거야!”

       “정말요?!”

         

       나 밀무역의 베테랑이 될 수 있어!

         

       “우와아!”

         

       교수와 학생이 덩실덩실.

         

       『저런 말을 칭찬으로 듣지 마라, 제발.』

         

       악마의 속 타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이잉.

         

       어디선가 악마의 속삭임이 들려.

         

       헉.

         

       악마의 속삭임이라니 너무 무서워.

         

       이대론 안 되겠어! 난 착한 아이니까 악마의 속삭임에 당하지 않을 테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야지!

         

       어른의 말을 잘 따르는 완전 착한 파스텔.

         

       뿌듯.

         

       『듣고 있는 거냐? 저런 교수와 친하게 지내선 안 된다. 몹쓸 놈이야.』

         

       잔소리가 한 귀로 들어왔다가 반대 귀로 나갔다.

         

       뿌드읏.

         

       『도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내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건가. 괜히 밀무역을 알려줘서…….』

         

       악마가 고통 어린 신음을 냈다.

         

       악마님! 악마님! 괴로워하지 마세요! 순리대로 된 거일 뿐이니까요!

         

       진짜임.

         

       호레이스 교수가 다가왔다.

         

       “후배! 학기 보고서가 곤란하다 했지? 이제 준비할 때 같군. 시일이 촉박하니 지금부터 해야 해.”

         

       헉.

         

       까먹고 있었다.

         

       연구 수석 파스텔이 되기 위한 여정!

         

       똑똑한 파스텔이 연구 수석 타이틀을 놓칠 리 없잖아!

         

       파스텔은 눈을 빛냈다.

         

       “선배님! 믿고 있습니다! 연구 수석은 어떻게 될 수 있죠?!”

       “이 선배만 믿게! 학기 보고서 최고 담당자로서 최선의 코치를 해주지! 내 코치에 따르면 연구 수석의 자리는 후배 거야!”

         

       코치.

         

       마른침을 삼켰다.

         

       교수실로 이동했다. 호레이스 교수가 진지한 얼굴로 바뀌었다.

         

       “학생들은 착각하지만 사실 학기 보고서는 객관적으로 평가되지 않네. 교수들의 주관이 많이 개입되지.”

         

       오오, 완전 전문가셔.

         

       파스텔도 진지한 얼굴이 됐다.

         

       “그렇다면?”

       “교수들의 취향에 맞는 주제와 관점이 잘 들어가면 점수가 확 오르지. 현재 연구하고 있는 주제가 뭔가?”

         

       파스텔은 움찔했다. 시선을 슬쩍 피했다.

         

       “그것이, 절실한 분들께 물건을 전달하는 일을 하다 보니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할까요.”

         

       어색한 휘파람을 불었다.

         

       연구 수석을 노린다 해놓고 연구 주제도 안 정한 건 좀 찔리는 기분인걸.

         

       “이해하네. 나도 선량한 배달부 생활을 하다가 교수 업무를 깜빡하곤 하니까.”

       『이놈은 이게 뭔 자랑이라고 애한테 얘기하지? 이놈이랑 어울리지 마라. 정말 못된 놈이다.』

         

       악마의 속삭임이 한 귀로 들어왔다가 반대 귀로 빠져나갔다.

         

       “선배님……! 후배, 위안이 됩니다!”

       “암암. 오히려 기존 연구 주제가 없다면 나쁘지 않아. 내 논문을 바로 쓰면 되겠군. 교수들 취향에도 맞을걸세. 어디 보자.”

         

       호레이스 교수가 서랍을 뒤적였다. 종이 뭉치가 꺼내졌다. 굉장히 두툼해서 두꺼운 책 한 권은 될듯한 논문 뭉치였다.

         

       “1학년의 1학기 보고서로는 과할 논문이지만 경쟁자가 경쟁자니 이 정도는 해야 연구 수석을 하겠군.”

         

       논문 뭉치가 건네졌다.

         

       “미발표 논문일세.”

         

       허억.

         

       파스텔은 손을 덜덜 떨며 받았다. 묵직한 종이 무게가 손을 눌렀다.

         

       학문의 묵직한 무게.

         

       ―마법학적 원리를 통한 마공학 현상의 근원적 이해: 이론적 분석과 응용

         

       으아아.

         

       전혀 모르는 내용!

         

       『흠? 본인 논문을 넘기겠다고? 뭔가 이상한데. 도움이 과하다. 설마 이놈 지금 어린 후작에게 미리 뇌물을 바친다는 마인드로?』

         

       악마가 격분했다.

         

       『어린 크래프트, 이놈은 정말 나쁜 놈이다. 당장 연을 끊어야 해. 이런 놈과 지내면 못된 짓을 배우고 말 거다.』

         

       악마의 속삭임이 뇌 속에서 필터링됐다. 내용이 전부 사라지고 짧은 문장만 남았다.

         

       본인 논문, 과한 도움.

         

       허억.

         

       악마님도 인정한 도움.

         

       논문을 든 손을 덜덜 떨었다.

         

       “선배님, 이런 걸 제가 받아도 될까요?!”

         

       본인 연구 성과를 넘겨주다니.

         

       호레이스 교수가 믿음직한 미소를 지었다.

         

       “후배를 위해 이 정도쯤은 해줄 수 있다네!”

         

       파스텔은 입이 벌어졌다.

         

       “선배님……! 후배, 감동했습니다! 반드시 연구 수석을 할게요! 선배님 연구 실적을 무가치하게 소비하지 않을 겁니다!”

       “암암!”

         

       호레이스 교수가 흐뭇하게 웃었다.

         

       마치 아직 머리가 말랑한 후작 각하를 미리 매수했다는 사실에 매우 만족스러워하는 것처럼 흐뭇해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닐세. 그 논문을 그대로 제출하면 들키고 말아. 후배의 필체와 문체로 전부 수정해야 하네. 학기 보고서의 형식에 맡게 조정도 해야 하지.”

         

       오오, 전문가의 조언.

         

       『애한테 정말 뭘 가르치는 거냐. 이놈은 얼마나 양심이 없는 거지?』

       “여기부턴 직접 해야 하네. 옆에서 코치해 줄 테니 시일 내에 끝내보자고.”

       “따르겠습니다!”

         

       파스텔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러다 멈칫했다.

         

       두꺼운 책 분량의 논문을 내려봤다.

         

       잉.

         

       잠깐만 이 분량을 내가 전부 다시 써야 하는 건가? 기간 내에?

         

       “서, 설마 이 모든 내용을 제가 다시 써야 하나요? 똑같이 베끼지 않고 제 문체로 재구성해서?”

       “물론일세.”

         

       호레이스 교수가 종이 뭉치와 깃펜을 들고 왔다.

         

       “시일이 빡빡하니 오늘부터 당장 시작하지!”

         

       으아아.

         

       파스텔은 깃펜을 잡았다.

         

       정신 없이 내용을 휘갈겼다.

         

       으아아.

         

       연구 수석의 길은 너무 험난해……!

         

       인생 너무 어려워 파스텔……!

         

         

         

       #

         

         

         

       멜리사는 멍하게 벽보를 올려봤다. 학기 보고서의 연구 분야 성적이 보였다.

         

       수석, 파스텔 러브 크래프트 – A+

       차석, 멜리사 캐머롯 – A+

         

       어머니, 아버지.

         

       저 또 수석을 하지 못했어요.

         

       이번엔 정말 자신 있었는데 과욕이었나 봐요. 차기 대마법사라며 떠받들어지다 보니 겸손을 잊었던 걸까요?

         

       파스텔이 초췌한 모습으로 걸어왔다. 벽보를 올려보더니 입꼬리가 헤실헤실 풀렸다.

         

       “연구 수석, 파스텔.”

         

       멜리사는 평소답지 않게 푸석한 분홍 머리를 바라봤다. 새벽을 계속 샌 듯한 상태였다.

         

       문득 자신의 금색 머릿결을 매만졌다. 하녀가 매일 관리해 줘서 부드럽고 촉촉했다.

         

       파스텔이 즐거워하다가 피곤한 기색으로 눈을 비볐다. 발랄한 소녀답지 않은 초췌한 모습이었다.

         

       “악몽이었어……. 다시는 깃펜을 쥐지 않을 테야.”

         

       소녀의 손엔 깃펜 자국이 남아있었다. 고단과 인내가 자국을 남긴 듯이 선명했다.

         

       멜리사는 자기 손을 내려봤다. 부드럽고 촉촉한 귀족의 손을.

         

       불현듯 깨달음이 찾아왔다.

         

       아, 난 저렇게 노력하지 않았구나.

         

       돌봄 받고 도움받으며 온실 속에서 햇볕을 쬐는 일을 노력이라 생각했구나.

         

       차기 대마법사는 패배 없이 오만을 깨달았다. 무수한 경지의 벽에 균열이 가고 차후의 경지들이 손쉬워졌다.

         

       남들은 평생을 투자해도 못 얻을 깨달음을 차석 경험과 재능 하나만으로 끝마친 멜리사는 파스텔에게 다가갔다.

         

       그림자를 밟지 않을 거리를 두고 걸음을 멈췄다.

         

       “크래프트.”

         

       파스텔이 돌아봤다. 분홍 눈동자에 생기가 맺혔다.

         

       “아 멜리사. 미안, 내가 피곤해서 널 못 봤네. 무시한 게 아니라 실수였어.”

         

       멜리사는 입을 열었다.

         

       “필기 수석도, 연구 수석도 제가 상상도 하지 못할 노력과 인내를 거쳐 얻어낸 결과겠죠.”

         

       파스텔은 허억, 어떻게 알았지? 라는 표정이 됐다.

         

       그러다 천재 취급을 받고 싶었는데 노력하는 모범생이라는 걸 들키니 너무 아쉽다는 표정으로 변했다.

         

       역시 그랬어.

         

       깊은 관찰로 감정과 속내를 다 간파한 멜리사는 확신했다.

         

       크래프트는 천재지만 노력도 했던 거야. 오만한 난 지는 게 당연해.

         

       “인정할게요. 당신은 크래프트의 위명에 걸맞은 자예요. 우아한 백조는 사실 수면 아래서 열심히 물장구를 친다고 하죠. 우아한 결과엔 힘겨운 노력이 숨겨져 있어요.”

         

       멜리사가 가슴팍에 손을 얹고 짧게 고개 숙였다.

         

       “크래프트, 당신은 우아해요.”

         

       그리고 몸을 돌렸다.

         

       구두 소리가 벽보 앞에서 멀어졌다.

         

       남게 된 파스텔은 눈이 동그랗게 됐다.

         

       “멜리사 진짜 사차원 같아요.”

         

       평범한 난 사고방식을 이해하기 곤란한 친구네.

         

       그래도 친구니까 열심히 이해해 줘야지!

         

       “근데 백조는 물장구 안 쳐도 그냥 떠다니지 않아요? 딱히 노력 안 할 텐데.”

       『맞다. 그냥 떠다니지. 저 애는 동화책에서 잘못 읽었나 보군.』

         

       멜리사 동화 좋아하나 봐.

         

       우왕.

         

         

         

       #

         

         

         

       눈이 붉게 충혈된 고학년생은 학기 보고서의 결과를 받아 들고 희열에 잠겼다.

         

       같은 학년 10위권 내에 들었다.

         

       최근 각성제를 먹고 고난도 전투 의뢰를 연속해서 성공한 덕분이었다.

         

       이 성적이면 상단의 후원과 투자를 받기 쉽다. 사생아로 태어난 바람에 졸업 이후가 걱정이던 상황이 풀린 것이다.

         

       “축하해.”

         

       교단의 검은 로브가 다가왔다.

         

       “부작용이 있긴 해도 효과는 확실했지? 오? 10위권이야? 쏠쏠하게 썼네?”

         

       고학년생은 움찔 몸을 떨었다.

         

       아카데미에 나돌던 마석 각성제는 부작용이 없었다. 효과도 썩 괜찮았다. 고학년 중에 각성제 한번 복용 안 해본 사람은 드물 정도로.

         

       이 고학년생 또한 그랬다. 학생회 단속이 빡빡하긴 해도 음성적으론 거래되던 각성제를 호기심 삼아 먹었더니 평소보다 어려운 의뢰를 마칠 수 있었다.

         

       그 이후부턴 각성제를 꾸준히 복용해서 의뢰 성과를 올렸다. 어차피 부작용도 없으니까.

         

       그런데 고학년생은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고 만 것이다.

         

       부작용 없는 각성제가 이 정도면 부작용 있는 각성제는 얼마나 효과가 좋을까?

         

       얼마나 고난도의 의뢰를 할 수 있게 될까? 등수는 얼마나 오르지? 상단의 후원은 얼마나 들어오게 되고?

         

       그럼 내 미래는 얼마나 변해? 내 노후는?

         

       그리고 검은 로브가 찾아왔다.

         

       부작용과 중독성 있는 각성제를 들고.

         

       고학년생은 갈등 끝에 독이 든 성배를 마셨다.

         

       부작용은 있었다. 매일 심장과 근육이 아팠고 종종 정신이 혼미해지기도 했다. 수명이 깎이는 기분이다.

         

       하지만 부작용을 쫓아내듯 남들과는 다른 압도적 효과가 찾아왔다. 무수한 고난도 의뢰를 끝낼 수 있었다. 등수는 순식간에 올라 10위권에 들어섰다.

         

       고학년생이 성적표를 감추며 몸을 떨었다.

         

       검은 로브가 다가오더니 털털한 태도로 등을 두드렸다.

         

       “아이고, 잠 좀 자. 분명 부작용에 불면증은 없는데 왜 눈이 충혈되고 그래? 어우 붉어.”

         

       로브 속에서 눈동자가 들여다봤다.

         

       “불안해? 우리가 뭐 수상한 요구라도 할까 봐? 하긴. 막 갑자기 실력이 올랐다니 뭐니 하며 극찬을 받고 있는데 각성제가 끊기면 어떨지 불안해 죽겠지? 네 실력이 가짜라는 걸 들키면 어떻게 될까 짜릿하지 않아?”

         

       고학년생은 대답 없이 몸을 떨었다.

         

       “짜릿하지 않나 봐?”

         

       검은 로브가 고개를 갸웃했다.

         

       “짜릿하게 해줄까?”

         

       고학년생이 기겁했다.

         

       “아니요! 아니요!”

       “그렇지? 걱정 마! 우리가 어려운 부탁 하고 그러는 거 아니니까. 그냥 내부 보안을 살짝 건드려 주길 바라는 거지. 아주 살짝. 자 할 일 목록.”

         

       쪽지가 건네졌다. 받아 든 고학년생이 손을 떨었다.

         

       “어어 왜 그래? 걱정 마! 걱정 마! 설마 기사단과 교수진이 대처를 못 하겠어? 안 그래? 그 사람들 유능해. 넌 걱정 말고 네 할 일 만하면 돼. 어른을 믿게나, 학생!”

         

       등이 두들겨졌다.

         

       고학년생이 불안해하며 떠났다.

         

       검은 로브가 머리를 털었다.

         

       “학생들에게 이래도 되나 모르겠네. 세상 참 팍팍해.”

         

       다른 검은 로브가 그늘에서 걸어왔다.

         

       “끝났나?”

       “예, 끝났습니다.”

         

       부하가 대강 대답했다.

         

       그러다 은근히 입꼬리를 올렸다.

         

       “따님분과는 정말 안 만나실 겁니까? 가족 상봉을 관두고 장치만 강탈해 나와요? 어린 후작 각하께서 아버지 없이 지내느라 외롭지 않을까요?”

         

       건조한 눈이 부하를 직시했다.

         

       “관심 없어. 일에 집중해라.”

       “그러시겠죠.”

         

       부하가 어깨를 으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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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It’s Mental Immunity

No, It’s Mental Immunity

Status: Ongoing Author:
The guardian demonic sword is troubled and in distress, believing it has been ruined because of me. Does striving for advancement through consuming demonic energy seem too ev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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