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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

       대미궁에서 벌어진 마족 출현 사건 이후 갤러리는 한동안 뜨겁게 달아올랐다.

        결과적으로는 대부분의 마법사들이 무사히 빠져나오긴 했지만 다음에도 그럴 수 있으리란 보장은 없었다.

        행정부의 무능과는 별개로 이번 떡밥이 오래갔던 까닭은 신기할 정도로 피해가 적었기 때문이었다.

        신기하게도 그 명확한 이유에 대해 다들 의견이 분분했다.

       

        ====

        [이번에 살아나온 애들은 평생 주딱한테 감사해라]

       

        주딱 아니었으면 니들 다 명계에서 망자들이랑 탱고 추고 있었음

       

        — 대주딱

        — 찬양해

        — 감사하는 의미에서 오늘 새벽에 야짤 달림

        — 아닌데? 미티어에서 구해준 건데?

         ㄴ 걔들도 지 한 몸 겨우 간수해서 빠져나오더만 뭔 소리야

        ====

        ====

        [주딱은 그림자도 못 봤고 망자들 줘패고 다니는 창술사는 봤음]

       

        처음엔 미궁에서 폭탄 터졌나 했는데 창 날리는 거였더라

        미티어에서 급하게 데려온 모험가 출신이라던데 뭔가 뭔가였음

       

        — 사실 걔 때문에 살아 나온거지 뭔 주딱이여

        — 미궁에 있던 사람들은 다 알 듯

         ㄴ ㄹㅇ 누군 죽다 살아났는데 패션 미궁러들 많아서 큰일이다

         ㄴ 미궁러 ㅇㅈㄹ 사실상 시련 날로먹어 놓고 뭔 자신감임? ㅋㅋㅋㅋ

        — 그럼 걔가 주딱 아님?

         ㄴ 나 주딱인데 이게 맞다

         ㄴ 주딱은 창 같은 미개한 무기 안 써요…….

         — 미궁에 남은 망자들 뇌전으로 태워버린 건 누군데?

         ㄴ 천장에 구멍도 나 있었다고 함 주딱이 뚫고 내려온 듯

        — 창 던지는 모험가? 마법제에서 3위한 해주학파 출신 걔 아님?

         ㄴ 헉, 그 고닉?

         ㄴ ㄴㄴ 금 등급이라는 소문이 있음

         ㄴ 금이고 백금이고 어차피 마법 못 쓰면 수련의 층 통과 못함

         ㄴ 이게 맞지 ㅋㅋㅋ 열등감 느낄 필요도 없음

        ====

        ====

        [주딱 재접한 시간대에 대미궁에서 나온 두 명 사진 뿌린다!!!]

       

        (전술핵)

       

        — 악!! 씨발!!!

        — 완장!!!!

        — 이건 안 누를 수가 없네 ㅋㅋㅋㅋ

        — 이번 건 좀 슴슴한데, 흠…….

         ㄴ ㄱㄷ

         ㄴ ㅅㅂ 자극하지 마라

        — 아니 요즘 파딱 왜 일 똑바로 안함!!

        ====

        ====

        [근데 마지막 날에 파딱들 동시에 사라진 거 나만 신경쓰여?]

       

        평소에 완장들 갤 접속시간 체크하는 게 취미인데 

        대미궁 닫히기 전에 갤러리에 남아있던 셋도 순간적으로 부재중이었거든?

        모종의 유착이 있었다고 봐

       

        (사진)

       

        이건 작년 성신절 때 심심해서 기록해둔 시간대별 접속리스트야

       

        — 헉

        — 헉……!

        — 좀 수상하네 이렇게 갑자기 사라졌다고?

         ㄴ 설마 다들 주딱 만나러 간 거야?

         ㄴ 완장들끼리 좆목이라…… 이건 좀 호감이 가네요

        — 이런 거 체크하고 다님? ㄷㄷ

        — 니가 제일 무서워

        — 그보다 성신절 때 접속률 꼬라지 봐라 다들 기만질하네

         ㄴ 응 주딱은 그날 밤에도 성실하게 갤질만 했어

         ㄴ 날조하지 마라 아침까지 했구만

         ㄴ 난 이거 보고 주딱 지지하기로 했다

         ㄴ 주딱 넌 좀 나가!!!!

         ㄴ 저런 미친놈이 갤러리 밖에서 사람 만난다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됨

        ====

       

        11층 계단 구석에서 떡밥들을 보고 있던 나는 마리엘이 오랫동안 접속하지 않았음을 눈치챘다.

        등반 이후 심신의 안정을 취한다기에는 꽤 긴 시간이었다.

        내 기준에서 심신이란 갤러리를 볼 때 가장 편한 것이기에 다른 이유가 있어 보였다.

        다행히도 다른 세 파딱과 다르게 그녀는 고장날 경우 직접 고치러 간다는 해결책이 존재했다.

       

        “안 된다!”

        “뭘요?”

        “밖으로 나가면 사악한 글레시아와 미티어 놈들이 클락 너를 노리고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아녜스는 그런 내가 계단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온몸을 사용해 가로막았다.

        제 딴엔 대미궁에서 나온 이후 수많은 악수의 요청을 보내오는 다른 학파들로부터 나를 독점하기 위한 필사적인 몸짓이었다.

       

        허나 연구부가 개발한 최신식 얼음정수기라면 모를까, 그와 비슷한 신장의 역병 신 따위가 앞을 막는다 하여 걸음을 멈출 내가 아니었다.

        게다가 본격적으로 등반을 시작한 이후 나의 행보는 칠현자는 커녕 감히 탑주 앞에서도 꿀릴 게 없었다.

       

        “스승님 분명 저 잘 챙겨준다 해놓고 해주학파 가입 이후엔 얼굴도 안 비췄잖아요.”

        “그, 그건 네가 말도 안 하고 가입하지 않았느냐. 게다가 이쪽도 바쁜 일이 있어서…….”

        “마법도 전부 프리나 선배한테 배웠고, 마법제 끝날 때까지 받은 지원이라곤 제 실력으로 얻어낸 영석 뿐인데요?”

        “해, 해주학파는 항상 자원금이 부족해서……!”

        “미궁은 또 글레시아와 미티어랑 같이 올라왔죠. 걔네는 아주 자기들끼리 밀어주고 끌어주고 다 하던데 전 동기 하나 없더라고요.”

        “겍! 그, 그만!”

        “이런데 저쪽에서 하는 얘기 정도는 들어봐도 좋지 않을까요? 수련의 층에 있는 자기들 시설도 무료로 쓸 수 있게 해준다는데 저희 라운지는 이런 계단 구석에나…….”

       

        수련의 층에는 학파별로 도서관이나 단련실 같은 기반시설들이 세워져 있다.

        규모가 큰 대형 학파들은 한 층의 삼 분지 일을 차지하거나 몇 개 층을 이어서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주학파의 몫은 외부 인원들이 이용하는 비상구의 계단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온전히 우리의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오르내릴때는 비켜줘야 했다.

       

        “저, 실례지만 잠시 비켜 주실래요? 청소해야 해서.”

        “아 죄송합니다. 어쨌거나 스승님 수련의 층에 있는 동안은 다른 학파의 시설을 쓸 수밖에 없으니까 포기하세요.”

        “아, 알겠다!! 그, 그럼 마법! 마법 알려줄 테니까 이적만큼은 하지 마라! 부탁이다아아!!”

       

        다리에 매달린 채 딱 네 계단을 끌려내려 온 아녜스는 무조건 항복을 외쳤다.

        말려 올라간 로브를 정리하며 먼지를 턴 그녀는 헛기침을 하며 나름의 위엄을 부렸다.

       

        “내 이전에 10층까지만 올라오면 네게 가르쳐줄 게 많다고 했지. 스승의 말을 하늘같이 따르는 것을 보니 이젠 해주학파의 비전을 배울 준비가 되었구나.”

        “별 거 아니면 저주명 갖다 버리고 글레시아로 갈아타요?”

        “거, 걱정 마라! 네가 이것들을 익힐 때쯤엔 수련의 층의 시련 따윈 별 것도 아니게 될 테니!”

       

        수틀리면 템 뿌리고 접는다는 내 협박이 유효했을까.

        아녜스는 해주학파의 절기를 가르쳐줄 테니 귀를 대라고 말했다.

        나는 청소부들이 열심히 쓸고 닦는 계단의 한 구석에 쪼그려 앉아 까치발을 든 스승과 밀담을 나눴다.

        귓가에 속삭이는 가냘픈 목소리가 간지러웠다.

       

        “지금 네가 익히고 있는 간섭기에는 세 종류가 있다. 바로 역화(逆化), 소마(消魔), 그리고 개찬(改撰)이다.”

       

        역화는 상대방의 마법을 거꾸로 되돌려주는 것.

        소마는 마법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

        그리고 개찬은 술식을 변환하여 새로운 마법으로 바꿔 버리는 것이라고 한다.

       

        어느 쪽도 숙달하기 까다로울 것 같았다.

        지금의 나는 신비를 이용하지 않았을 때 기껏해야 1위계, 빙계의 경우 2위계 까지밖에 간섭할 수 없었다.

       

        “제 수준에는 아직 어려워 보이는데요.”

       

        내 말을 들은 그녀는 고개를 젓더니 말랑한 손가락 세 개를 폈다.

        그 중 둘을 접으며 생각보다 어려운 방법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나의 이치로서 모든 것을 꿰뚫는 것이 바로 해주다. 네게 필요한 건 세 가지 기술을 익히기 위한 조력자를 구하는 거다.”

        “조력자요?”

        “어떤 학파라도 좋다. 중층 이상의, 이명을 가진 마법사라면 더할 나위 없지만 아니어도 딱히 상관은 없다. 네게 기꺼이 자신의 마법을 기꺼이 내어줄 사람 셋을 모으거라.”

       

        그들의 마법에서 역화, 소마, 개찬의 묘리를 뽑아내면 뽑아낼수록 간섭기의 위력이 높아질거라 했다.

        아녜스의 말을 듣고 나니 걱정되는 점이 두 가지 떠올랐다.

       

        “마법이 파훼되면 시전자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까?”

        “그건 네 간섭이 어떤 성향을 띄냐에 달렸다. 하지만 별 문제는 없을 거라 확신한다. 너는 그리 나쁜 녀석이 아니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저주를 쓴 적이 없으니까.”

       

        스승님은 내 목덜미에 코를 비비며 냄새를 맡더니, 대견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후각엔 갤러리로 즐기는 현실 고로시나 미궁의 핵으로 만들어내는 안개는 카운트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긴 나처럼 심성이 착한 사람이 누군가를 저주한다니, 상상할 수조차 없다.

        그보다 내가 더욱 고심하는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근데 스승님.”

        “응?”

        “만약 마법을 내어줄 친구를 못 찾으면 어떡합니까?”

       

        내 말을 들은 아녜스는 슬쩍 시선을 피했다.

       

        “크흠, 저주가 해주를 구축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지.”

       

        못 배우는구나.

        나는 어째서 프리나가 그렇게 인싸들에 대한 증오심이 가득 차 있는지 알게 되었다.

       

       

       

        *

       

        ‘마법을 내어준다’는 것은 어떤 학파를 불문하고 상당히 민감한 문제다.

        마법에 엮인 술식 하나, 조합법 하나가 모조리 마법사들의 피요, 살이기 때문이다.

        과장된 표현이 아니라 마탑에서 ‘순혈’ 또는 ‘백가(百家)’라 불리는 마도가문들은 가주가 쌓아온 마법들을 후대에 끊이지 않고 전승하여 가문을 세운 것이다.

       

        그러니 단순히 간섭기로 마법을 한 차례 파훼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요소를 제공받는 것은 굉장히 어려웠다.

       

        나를 경외하다 못해 두려워하는 세라나 아르투르도 조력자로 삼을 수는 없었다.

        그들이 마음대로 자신들이 소속된 학파의 마법을 내어줄 수는 없을 테니까.

       

        그래서 우선 선택한 것은 마리엘이었다.

        다른 마법사들과 다르게 그녀는 이미 독자적인 신비를 가진 상태.

        아직 스스로의 마법을 구축할 실력은 못 될 테지만, 수련의 층에 있는 동안 한 가지 정도는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마리엘 님, 안에 있어요?”

        “…….”

        “들어갑니다.”

       

        미궁에서 나온 이후 행방불명 상태였던 그녀는 얌전히 기숙사 침대에서 발견되었다.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쓴 채로 옆에서 울리는 위치노트의 알람도 모조리 무시한 상태였다.

       

        “연락이 계속 오는데 무시해도 돼요?”

        “제게 거짓말을 한 관리인이 신경쓸 바가 아닌 것이에요…….”

       

        대부분 내가 보낸 것이었다.

        주딱으로 몇 번 메시지를 보내다 답장이 없어 평소처럼 ‘초전도체은발미소녀’로 신나게 어그로를 끌고 다녔다.

       

        자신을 사칭한 분탕이 갤러리 내 호감 고닉 인기투표에서 1위를 하고 대미궁 단독 콘서트 일정까지 잡는 동안에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는 걸 보니 어지간히 마음이 상한 모양이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내가 창을 쓴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실망한 것이에요. 관리인은 그동안 제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어둠의 숲 말입니까? 그건 단순히 의뢰게시판 보고 간 거라니까요.”

        “아뇨! 분명 5년 동안이나 시작의 층을 못 올라갔다는 말을 듣고 은연 중에 우월감 느끼던 저를 속으로 실컷 비웃었겠죠! 그게 참을 수 없이 개쪽팔린 것이에요!!!”

        “…….”

       

        딱 너였으면 그랬다는 소리로군.

        누굴 자기처럼 속 좁고 비열한 인간이라 생각하는 건가.

        내가 5년을 버렸건 10년을 버렸건 본인이 스스로의 성장에 더 신경썼다면 대미궁에서 짐이 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상상 이상으로 쓸모 없는 회귀 능력을 보고 실컷 비웃긴 했다.

       

        “누구나 비밀 하나쯤은 있지 않습니까.”

        “모두가 관리인처럼 속이 검고 음흉하지는 않은 것이에요. 특히 저는 깨끗하고 투명한 것이어요.”

       

        그녀가 내게 바라는 것이 감정적인 교감인지, 아니면 진심어린 위로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둘 다 일수도 있겠지만 타격감이 너무 좋은 나머지 볼수록 괴롭혀주고 싶었다.

       

       나는 이불의 정수리 부분을 빙글빙글 돌리던 손을 떼서 그대로 책상 위의 위치노트를 집어들었다.

       

        “초천재금발미소녀? 혹시 갤러리의 관리자셨습니까?”

        “히꺄아아악!? 그, 그거 보지 마세요! 잊어요, 당장!!”

       

        1초도 되지 않아 속옷만 입은 마리엘이 이불 속에서 튀어나왔다.

       

        누가 비밀이 없다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헤엄치는 새 님 후원 감사합니다.
    이번 작품도 재미있게 읽고 후원까지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최근 독감 환자가 많은 것 같은데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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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이세계 마탑의 갤주가 되었다
Score 3.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10 years since transfer to another world

What I do inside the Ivory Tower of Truth isn’t much different from what I did on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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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missed today’s attendance for the ‘Principles and Understanding of Dimensional Glass’ course, you’ll get a penalty] If you want to kill the professor who suddenly changed the classroom with a phase transition 2 minutes before the start of class, go ahead. Ha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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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why does everyone think I’m the Tower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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