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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

       “빨리 도와주라고요!!”

       “이것도 개인교습의 일환이야. 버텨라!”

       “야이, XXX XXXXXX!!”

       

       욕을 마구 쏟아내면서 나이틀리는 떨어지지 않기 위해 온몸의 근육을 쥐어짜냈다.

       

       그러나 말은 일반적인 짐승이라 믿기 어려운 힘으로 날뛰었고 나이틀리는 정말로 이 말이 마물과의 잡종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진지하게 하기에 이르렀다.

       

       몇 번이나 몸을 흔들고 들썩이고도 나이틀리가 떨어지지 않자 급기야 말은 돌연 앞으로 전력질주하기 시작했다.

       

       “크억?!”

       

       말이 어이가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달리자 돌풍이 몰아치며 나이틀리는 숨이 턱 막혔다.

       

       나이틀리는 귀족가의 일원답게 아주 어렸을 때부터 승마를 해왔다.

       

       조랑말부터 시작해서 나중에는 군단 전투마의 비슷한 크기의 말까지 두루두루 섭렵.

       

       나이틀리는 운동신경이 굉장히 좋은 편이라 종종 귀족원에서 개최하는 유소년 승마대회에 나가서 상을 탄 경험도 여러 차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말의 속도는 한낱 짐승이 낼 수 있는 속도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게다가 마구도 차지 않은 상황이라 나이틀리가 의지할 수 있는 건 오직 말의 목에 건 밧줄 하나뿐.

       

       밧줄 하나에 의지해 날뛰는 야생마 등에서 버틴다는 것은 아카데미생에게는 애초에 극복하는 게 불가능한 일이었다.

       

       휙휙 지나가던 주변 풍경이 이제 흐릿하게 보일 즈음에 나이틀리는 이제 곧 떨어지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밧줄을 쥔 손에 감각이 없어진 지 오래고 온몸의 근육, 특히 다리 사이에서 지독한 통증이 느껴졌다.

       

       이제 진짜 못 버티겠어….

       

       막 옆으로 떨어지려는 나이틀리의 목덜미를 무언가가 엄청나게 강한 힘으로 들어 올려 도로 말의 등에 던져 넣었다.

       

       “버텨라, 나이틀리!”

       

       옆을 돌아보니 다른 야생마를 탄 디안이 바짝 따라붙고 있었다.

       

       “떨어지면 죽어!”

       “애초에 이런! 상황에 밀어넣지를 말았어야죠!! 이제 못 버텨요!”

       “할 수 있어! 야간침투도 무사히 통과했잖아!”

       “떨어질 것 같아요!! 잡아줘요!”

       

       나이틀리가 몸을 던지려 하자 디안이 발을 뻗어 나이틀리를 도로 밀어냈다.

       

       “끝까지 버텨! 여기서 포기하면 앞으로 아무 것도 못해!”

       “못 해! 못한다고!”

       “버텨! 여기서 포기하면 개인교습은 오늘부로 끝이야!”

       “이런 XX!”

       

       나이틀리는 욕을 하면서 악착 같이 말에 매달렸다.

       

       “시선을 중앙에 놓고 밧줄을 당겨! 상체를 뒤로 눕힌다는 느낌으로! 놈의 목을 뒤로 꺾어 버린다는 심정으로 강하게!”

       “으윽…!”

       

       ‘그걸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데!’라고 하는 대신 나이틀리는 남은 힘을 짜내어 밧줄을 당겼다.

       

       그러자 올가미에 목을 옥죄인 말이 조금 속도를 줄이는 게 느껴졌다.

       

       “좋아. 이제 왼쪽 손을 더 세게 당겨! 이대로 가면 바위에 부딪힌다!”

       

       앞을 보니 땅에 박힌 집채만한 바위가 서있었다.

       

       나이틀리가 이를 악물며 왼손을 당기자 손바닥에 불타는 듯한 고통과 함께 말이 극적으로 방향을 틀었다.

       

       “잘했다, 나이틀리. 이제 놈을 좌우로 계속 흔들어!”

       

       디안의 지도에 따라 나이틀리는 밧줄을 손목에 꼬아 양팔로 번갈아 당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처음에는 강하게 반항하던 말이 이윽고 나이틀리의 의지에 따라 조금씩 좌우로 방향을 갈팡질팡 틀었다.

       

       “잘하고 있다, 나이틀리. 그렇게 계속 가는 거야.”

       “내가 여기서 살아서 내려오면… 기필코 복수할 거예요!”

       “그런 태도 아주 좋아. 역경을 극복하는 마음은 희망이 아니라 증오다!”

       “미친 개소리!”

       

       그러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우두머리 말의 속도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거의 걷는 수준으로 느려진 말은 몇 번인가 뒷발질을 하더니 결국 콧김을 뿜으며 또각또각 천천히 자리를 맴돌았다.

       

       “이제 됐다, 나이틀리.”

       

       따라온 말에서 뛰어내린 디안이 나이틀리의 손에 쥔 밧줄을 넘겨 받으며 입을 열었다.

       

       “우웨에엑!”

       

       말에서 떨어진 나이틀리는 네 발로 땅을 짚은 채 격하게 쓴물을 토해냈다.

       

       “잘했어. 네가 해낸 거야.”

       “웨엑….”

       

       디안이 칭찬했지만 나이틀리는 대꾸할 힘도 없는지 연신 헛구역질만 했다.

       

       젠장할, 빌어먹을 교수 같으니…. 미친 교수 같으니…. 하마터면 죽을 뻔했는데…!

       

       그러나 그 말을 입밖으로 내지 못할 만큼 나이틀리는 지쳐 버린 상태였다.

       

       “축하한다, 나이틀리!”

       

       그때 저기서 달려온 오렌디가 나이틀리의 등을 두드리며 칭찬했다.

       

       “축하해, 나이틀리….”

       

       뒤늦게 도착한 애나는 나이틀리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은 후 곧바로 말에게로.

       

       “축하한다, 나이틀리.”

       

       애나에게 말을 넘겨준 디안의 말을 끝으로 나이틀리는 그대로 실신했다.

       

       

       # # # # #

       

       

       “나이틀리가 우두머리를 제압했어요, 애나 교수님!!”

       

       막 우두머리 말이 멈춰선 것을 본 오렌디가 입에 거품을 물 기세로 소리를 지르며 팔짝팔짝 뛰었다.

       

       “저 미친 말의 등에 올라타 끝까지 버텼다고요!”

       “그래….”

       

       그러나 흥분한 오렌디와 달리 애나는 음침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이상해…. 이렇게 빨리 끝날 일이 아닌데….”

       “뭐가요?”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 봐…. 저렇게 큰 말인데… 아카데미 여학생이 등에 탔다고 이렇게 빨리 지치는 게 말이 안 되잖아…. 조랑말도 저러지는 않아….”

       “흐음, 그래요? 나이틀리가 보기보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편인가 보죠, 뭐. 빨리 오세요!”

       

       애나의 의심을 대충 넘긴 오렌디는 나이틀리와 디안에게로 달려가며 해맑게 소리쳤다.

       

       오렌디의 뒤를 따라가며 애나는 이 상황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원래 계획은 애나가 순간도약으로 말의 등에 올라타고 디안 교수가 올가미를 걸어 체력을 소진시키는 것.

       

       다른 말도 아니고 브룬 고원 야생마, 거기서도 우두머리 말이기에 교수 두 명도 아슬아슬한 판이다.

       

       그런데 디안 교수가 갑자기 사전협의도 없이 아카데미생인 나이틀리를 애나 대신 투입시켰다.

       

       어느 누가 봐도 굉장히 위험한 일이었지만 디안 교수는 천하태평이었고 올가미도 던지지 않고 나이틀리 혼자 말 위에서 버티도록 놔뒀다.

       

       그러다 말이 도망치자 다른 야생마 하나를 아무렇지도 않게 올라타 추적했고.

       

       저래서는 거의 한 시간 넘게 나이틀리가 매달려 있어야만 하기에 애나가 나서려고 했지만 놀랍게도 십 분도 되지 않아 우두머리 말이 굴복했다.

       

       시작 전에 디안이 십 분이면 끝날 거라고 호언장담했는데, 정말로 그 말이 딱 맞아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그건 전문가인 애나 교수조차 예측하지 못했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모든 게 다 의문투성이야.

       

       1. 전투승마 전문교수 대신 학생을 집어 넣은 것

       2. 십 분이면 끝난다고 말한 것

       3. 길들이지 않은 야생마를 너무도 쉽게 다룬 것

       

       모두가 다치지 않고 끝나리라 미래를 미리 내다본 게 아니라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과감한 계획을 실행하면서도 여유로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득 애나 교수는 스스로도 믿기 어려운 어떤 추측을 했다.

       

       설마… 디안 교수는 미래를 내다 보는 예지력을 가지고 있는 건가…?

       

       바닥에 주저앉은 나이틀리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 준 애나는 막 밧줄을 넘겨 받기 직전 디안의 기이한 행동을 목격했다.

       

       “그래그래. 착하지.”

       

       디안은 나이틀리에게 칭찬을 끝낸 직후 말의 갈기를 쓰다듬고 있었다.

       

       놀랍게도 말은 디안의 손길에 몸을 맡긴 채 그의 얼굴에 볼을 부비는 중이었다.

       

       “이제서야 기억이 난 거야? 그래, 나야.”

       

       그런 말에게 디안이 다정한 표정과 어투로 계속 말했다.

       

       뭐야…. 말한테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훌륭하게 자라서 이렇게 무리를 이끌다니 내가 다 뿌듯하다.”

       

       저게 무슨 말이지, 도대체…?

       

       “수석교수님…. 혹시 이 말을 예전부터 알고 계셨던 건가요…?”

       “응? 아니?”

       

       애나의 물음에 디안이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까 분명 기억하느냐고….”

       “뭔 소리야?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그, 그런가요….”

       

       두 번이나 물었는데도 디안이 저렇게 나오자 소심한 애나는 더 묻지 못하고 머리만 긁적였다.

       

       진짜로 이상한데….

       

       

       # # # # #

       

       

       나이틀리는 천천히 눈을 떴다.

       

       낯선 천장, 아니 어느 정도 익숙한 천장이다.

       

       사각사각 소리에 옆을 돌아보니 저편에서 마야 사제가 환자일지를 쓰고 있다.

       

       또 기절해서 의무소에 실려온 것인가…

       

       몸을 일으키려던 나이틀리는 온몸에서 엄습하는 어마어마한 통증에 신음하며 도로 드러눕고 말았다.

       

       마치 몽둥이로 전신을 두들겨 맞은 것 같아. 특히 사타구니 쪽 근육이 유독 아프다.

       

       힘 넘치는 야생마의 등에 안장조차 없이 붙어서 버텼으니 멀쩡할 리가 없지.

       

       마야 사제의 눈치를 살핀 나이틀리는 다리를 살짝 벌리고 사타구니 안쪽 근육을 조심스레 주무르고 문지르기 시작했다.

       

       두 번째 개인교습.

       

       첫 번째는 절벽이나 다름없는 곳을 야밤에 뚫게 하더니 이번에는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야생마를 길들였다.

       

       상식적으로 보통의 아카데미생이 할 수 있는 수준의 교육이 아니다.

       

       디안은 미친 교수야. 정신이 나갔어. 이렇게까지 하는 것에 어떤 깊은 뜻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아.

       

       그 인간은 그냥 내가 일방적으로 교장에게 압박해서 개인교습을 받는 게 마음에 안 들었던 거야.

       

       그래서 해낼 수 없는 과제를 주며 알아서 떨어져 나가게끔 하려는 거지.

       

       역시 그 인간은….

       

       아니, 잠깐.

       

       생각해 보니 어쨌든 결국 나는 두 번이 개인교습을 모두 완수했잖아?

       

       위험천만한 야간침투도 극복했고 그 성질 더럽다는 브룬고원 야생마도 결국 굴복시켰어.

       

       예전에 첫 면담을 할 때 디안 교수가 그런 말을 했지.

       

       내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그렇다면… 디안 교수는 내 능력의 한계에 아슬아슬하게 걸친 상황을 일부러 조성한 건가.

       

       조금만 더 버티면 넘을 수 있도록… 그렇게 해서 천장을 조금씩 높여 가도록…?

       

       좋아. 한 번만 더 속아주겠어, 디안 교수.

       

       나도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으니까.

       

       “그래도 좀 아쉽네….”

       

       만약 디안 교수가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 미리 말을 해줬더라면 좀 더 준비를 했을 텐데.

       

       예를 들자면 승마용 바지와 부츠로 갈아입는다거나.

       

       어떻게 된 인간이 치마를 입은 아카데미 여학생을 맨몸으로 말에 태울 생각을 하는 거야?!

       

       거기서 또 분노가 끓어오른 나이틀리는 사나구니 근육을 풀던 손을 더욱 빨리 움직이다 통증에 신음했다.

       

       

       # # # # #

       

       

       그것을 모두 관찰하며 마야 사제는 차분하게 환자일지를 작성해 나갔다.

       

       [디안 교수가 손목에 밧줄 자국이 선명하고 사타구니에는 멍이 가득한 채 의식을 잃은 미모의 여학생을 업고 의무소를 방문함].

       

       [사타구니의 멍의 상태로 보아 상당히 격렬한 상하운동의 반복을 통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 디안 교수는 ‘승마수업’ 때문이었다고 하나 오늘 공식 시간표에 전투승마수업은 없음을 확인].

       

       [추가로 여학생의 입가에는 끈적한 액체가 마른 흔적이 있음. 토사물인지 다른 모종의 액체인지는 현재 확인 불가능].

       

       [얼마간의 시간 경과 후 의식을 회복한 학생은 ‘아쉽다’라는 표현을 하며 다리를 벌리고 사이에 손을 넣어 주무르고 비비는 행위를 시작함].

       

       [이후 흥분한 표정으로 해당 행위를 더욱 빠르게 반복하다 신음하며 멈추었음. 아쉬운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해소된 것인지는 확인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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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tired Supporting Character Wants To Live A Quiet Life

The Retired Supporting Character Wants To Live A Quiet Life

The Retired Supporting Character Wants to Live Quietly 은퇴한 조력캐는 조용히 살고 싶다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causing chaos with my knowledge of the original work, I assisted the protagonist.

I successfully completed the story and now planned to retire and live peacefully.

However, it seems the protagonist still needs my help.

An academy professor? That’s nothing much.

But why is the state of the academy so st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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