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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0

       

       

       

       

       약혼식이 끝나고 난 다음 남은 일은 딱히 없었다.

       

       식은 진행 됐고, 이러한 정보도 중원에 조금 있으면 퍼질 터이니.

       남은 일은 세가로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이번 일정은 그다지 길지 않았네.’

       

       며칠 남궁가가 어수선하던 것을 제외하면, 그다지 오래 걸리지도 않았고.

       애초에 딱히 길게 잡고 있지는 않았다.

       

       기간을 따지면 칠 주야가 조금 안 되는 시기라고 해야 할까.

       다른 곳으로 갔던 곳과 비교하면, 상당히 짧은 기간이었다.

       

       식도 끝났고, 실제로 볼일이라고 생각한 남궁가의 귀물에 대한 일도 끝났으니.

       

       더 지체할 필요가 없어 짐을 싸기 시작했다.

       이제는 구가로 돌아갈 시기였으니 말이다.

       

       물론, 남궁진은 인사를 하러 나오면서도 부디 더 있다가 가라는 눈빛을 내게 잔뜩 보냈으나.

       

       본 척도 하지 않았다. 여기 더 있었다간 무슨 꼴을 당하려고.

       

       물론, 그도 적잖은 깨달음을 얻었을 터이니.

       눈빛을 보낼 뿐. 더 이상 날 붙잡지는 못했다.

       

       남궁천준 같은 경우는.

       

       내가 사라지는 게 후련해 보이면서도.

       

       몸에 묶여있는 마기 탓인가, 혼란스러운 표정은 여전했다.

       

       한 번 자색빛 뇌기를 뿜어내고는 거기에 취한 건 여전한지.

       자꾸만 기어 나오려 하기에 내가 갈때 까지 처박혀 있으라는 명을 내려 치워놓았다.

       

       세가의 혈족이 손님 가는 길에 배웅도 안 하냐며 나중에 진탕 까이겠지만.

       뭐 어쩌겠어.

       

       내가 꼴 보기 싫다는데.

       

       ‘밖에는…. 아마 모용희아가 기다리고 있다고 했던 거 같은데.’

       

       들은 소식으로는, 남궁세가로 안 들어오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아마 같이 출발할 예정인 것 같은데.

       진짜 안휘로 일정만 처리하러 온 건가?

       

       ‘바쁘게도 사네.’

       

       모용희아의 체질도 체질인데.

       벌써부터 세가의 중요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는 걸 보면.

       

       모용희아도 편하게 살기는 글러 먹은 것 같았다.

       

       ‘우선은.’

       

       지금은 그런 것보다 어서 구가로 돌아가고 싶었다.

       기운도 회복하고.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정리를 해야 했으니 말이다.

       

       뇌천일검 남궁명으로 추정되는 이가 남긴 말에, 여러 가질 생각해야 했으니 말이다.

       

       “너는 여기 안 남아도 괜찮아?”

       

       이건 옆에 있는 남궁비아에게 물은 말이었다.

       

       약혼식이 막 끝난 시점이라 그럴까.

       남궁비아와 붙어있는 시간이 유독 길어진 느낌이다.

       

       정확히는 그녀가 조금 더 찾아오는 빈도가 늘었다고 하는 게 맞겠지.

       

       내 물음에 남궁비아는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응…?”

       “같이 돌아가도 되냐는 말이야.”

       

       여긴 엄연히 남궁세가였고.

       남궁비아는 이 세가의 혈족인 만큼, 구태여 구가로 다시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으나.

       남궁비아는 내 물음에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내 집은…. 여기가 아니야.”

       “그럼 뭐, 우리 집이 너희 집이야?”

       

       언제부터 구가가 자기네 집이 됐다는 걸까.

       

       남궁비아는 그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젓는다.

       

       “아니.”

       “음?”

       “당신.”

       “응…?”

       “…당신이 집이야….”

       

       그러니 그거면 되었다.

       남궁비아는 그렇게 말했다. 

       

       “…”

       

       어찌 보자면 다소 적나라한 감정이 들어있는 말이었던 터라.

       나는 순간 말을 잃어야 했다.

       

       “어…음….”

       

       무슨 대답을 해야 할까 싶어 머리를 미친 듯이 굴리지만.

       떠오르는 말은 없었기에.

       

       “…음…. 그래.”

       

       이런 병신같은 대답만 내놓아야 했다.

       

       나이를 몇 살이나 처먹어도, 이런 쪽에는 한없이 약하니.

       우습기 그지없는 일이다.

       

       ‘…끙.’

       

       신 노야가 있었다면.

       무슨 욕을 뱉었을지 상상이 가질 않았다.

       

       일단 좋은 말은 안 뱉었겠지.

       

       “아…. 가주께는 뭔가 배우지 않아도 되겠어?”

       “음?”

       

       이건 개인적인 물음이었다.

       

       남궁진이 깨달음을 얻었고.

       

       그에게 걸려있는 금제 중 하나가 바로 깨달음에 대해 남궁비아에게 가르침을 내리라는 이야기가 섞여 있었으니.

       

       여기에 머문다면 남궁비아는 남궁진에게 제대로 된 깨달음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남궁비아는 이또한 필요 없다는 듯 보였다.

       

       “필요 없어.”

       “그래?”

       

       나름 화경에 닿은 고수, 그것도 남궁세가에서 실전되었다는 깨달음에 대해 얻어낸 것일 터인데.

       남궁비아는 뭔 줄 알고 거절하는 걸까.

       

       그런 의문이 드는 와중.

       

       “…나는, 길을 알고 있어.”

       

       남궁비아의 입에선 단호한 대답이 들려왔다.

       

       자신은 이미 길을 알고 있으니, 다른 이의 깨달음은 필요치 않다는 뜻이다.

       

       ‘오만하네.’

       

       상당히 오만한 말이다.

       

       내가 보았던 이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재능을 지닌 남궁비아지만.

       아직은 후기지수이며.

       

       절정에 올랐다고 한들, 천외천은 너무나 높다.

       그런 상황에서 저런 말을 뱉는다는 것은, 상당히 오만한 이야기였으나.

       

       ‘마냥 또 그렇지는 않아.’

       

       반대로 남궁비아의 재능과 미래를 생각하면.

       그다지 틀린 이야기는 또 아니리라.

       

       마인의 신분으로 검후의 별호를 쟁탈한 괴물이며.

       

       천존이 없었다고 한들, 홀로 남궁세가를 멸족시켰던 인물이 훗날의 남궁비아인 것을 떠올리면.

       

       ‘오만함을 받쳐줄 재능이 있으니, 괜찮다는 건가.’

       

       여기서 내가 오지랖을 부려봤자 의미도 없을 테니까.

       

       나는 구태여 그녀가 하는 말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도 꺼내 들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남궁비아의 선택이라면, 존중해주면 되는 일이니 말이다.

       

       “…돌아가면…뭐 할 거야?”

       

       이번엔 남궁비아가 내게 물었다.

       

       신선하네, 얘가 뭘 묻는 일은 거의 없는데 말이야.

       

       “돌아가면?”

       

       구가로 돌아가면 뭘 할 거냐고?

       

       글쎄다.

       

       ‘시간이 너무 짧아.’

       

       돌아갔을 때쯤이면 가을이 올 테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겨울이다.

       

       ‘…겨울이라.’

       

       겨울에 신룡관으로 가야 하는 일정이 있는 만큼.

       

       가을에서 겨울로 향하는 짧은 시간 동안 뭔가 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수련하지 않을까?”

       

       무당으로 향하거나.

       무당괴선을 찾거나.

       

       혹은, 백마석을 찾아 섭취하는 등.

       

       중요하게 뽑아놓은 일들은 많았으나.

       하나하나 일궈내기에 촉박한 시간인 만큼.

       

       당장은 무리라 판단했다.

       

       남궁비아는 내 말에 뭔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응. 알겠어.”

       

       혼자 뭔가 깨달았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싱겁네.

       

       ‘다른 게 하나 있기는 하다만.’

       

       남궁비아에게 구태여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아마 지하를 한 번 더 다녀올 것 같다는 정도.

       

       ‘확인할 게 하나 있으니….’

       

       곧 죽어도 가기 싫은 곳이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직접 가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으니.

       

       부디 그리고 바라는 게 있다면.

       

       ‘신 노야가 깨어나야 해.’

       

       겨울날이 오기 전에.

       노야가 깨어났으면 바랐다.

       

       신 노야가 보고픈 것도 어렴풋이 있겠으나, 남궁명에 관한 일이 들어감에 있어.

       노야가 도움을 줘야 할 것들이 많았으니 말이다.

       

       ‘권철금왕에 관한것도….’

       

       뇌천일검이 권철금왕에 대해 언급했던 것이 있었던 만큼.

       노야가 무언가 아는 게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러니 깨어나시라고요.’

       

       대체 무슨 문제가 있기에.

       노야가 일어나지 않고 있는지.

       

       나는 그걸 알고 싶었다.

       

       “준비는 다 끝난 모양이구나.”

       

       남궁비아와 잡담을 나누고 있을 무렵.

       미 부인이 나타나 이쪽으로 다가온다.

       

       아버지는 같이 있지 않은 모양.

       

       아까 있었던 거 같은데, 남궁진과 이야기라도 나누고 있는 모양이었다.

       

       “예. 시종들이 고생 좀 했나 봅니다.”

       

       미 부인의 말에 꺼내든 대답이었다.

       

       실제로 짐을 싸는 건 내가 아니라 시종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래. 그 아이들은 항상 고생이 많지.”

       

       미 부인 또한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가 아닌 남궁비아 쪽으로 다가간다.

       

       흐트러진 무복의 옷을 잡아 살짝 여며주었다.

       

       “아…. 감…사합니다.”

       “밖에서 흐트러져있으면 보기 껄끄러울 수 있다.”

       “죄송합니다….”

       “조금 있으면, 일원이 되는 만큼. 조심성을 기를 필요가 있겠구나.”

       

       ‘…뭘 또 그렇게까지.’

       

       미 부인의 말에 내가 속으로 혀를 살짝 찼다.

       지적당한 남궁비아는 둘째 치고.

       

       정작 나는 이미 대충 살 듯이 살고 있으니 그 말에 할 말이 없었다.

       

       멀쩡한 옷을 입어본 게 언제였지.

       

       당장, 약혼식 할 때나 잠깐 입었던 거 같은데.

       

       와중에 남궁비아는 미 부인의 말에 바짝 긴장이 선 모양이다.

       왜 저러지?

       

       ‘…일원이라는 말이 걸렸나?’

       

       혼인을 하게 되면 구가의 일원이 된다는 미 부인의 말이 걸렸던 걸까.

       남궁비아의 자세가 사뭇 달라져 있었다.

       

       안 그래도 아버지나 미 부인을 만날 때는 정갈한 자세로 연기를 하는 남궁비아였는데.

       

       그게 더 심해졌다고 해야할까?

       

       미 부인은 이후에도 남궁비아의 머리칼이나.

       옷에 묻었을 먼지를 조금 털어주고는.

       

       어깨를 살짝 쓰다듬는 것을 마지막으로 등을 돌려 제 마차로 발을 옮겼다.

       지나가는 와중에 날 살짝 위 아래로 보던 눈빛에 순간 침을 삼켜야 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는 사람이라.

       날 보며 뭘 떠올렸을지 의문이었다.

       

       ‘…일단 좋은 건 아닐 것 같은데.’

       

       느낌이 그랬다.

       

       하기사. 

       미 부인이 날 딱히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거야 알고 있었지만.

       

       미 부인이 마차로 들어가고.

       조금 더 기다리고 있으니.

       

       저 멀리서 아버지가 걸어오는 게 보였다.

       옆에 남궁진 또한 같이 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역시나 담화를 하고 있던 모양이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나는 남궁진에게.

       남궁비아는 아버지에게 고개를 숙이며 예를 취했다.

       

       “돌아갈 준비는, 다 되었느냐?.”

       “예.”

       

       내 대답에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와중에 남궁진의 시선은 여전히 날 향해있었는데.

       그 시선에 담긴 뜻이 너무 부담스러워 나는 애써 피하고 있었다.

       

       “좋은 만남이었다. 다음에 또 보게 되면 좋겠구나.”

       “…예, 부디 좋은 인연으로….”

       “꼭.”

       “…”

       

       강조하듯 뱉는 말에 속이 참 더부룩했다.

       

       와중에 한껏 정갈해진 시선은 눈에 들어왔다.

       얻어낸 깨달음이 작은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한편, 나를 보던 남궁진은 시선을 옮겨 남궁비아를 쳐다본다.

       

       제 딸을 보는 시선치고는 조금 미묘한 느낌이었으나.

       

       “…가는 길, 조심하거라.”

       

       예전보다는 다소 나아 보였다.

       이 또한 남궁진의 마음에 여유가 생긴 탓일까.

       

       거기까진 관심이 없어 잘 모르겠다.

       

       “…”

       

       무덤덤한 듯 툭 튀어나온 말에.

       

       남궁비아가 순간 흠칫하더니,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냥 어색해 보이는 눈빛이었다.

       

       이후 남궁비아는 마차에 올라타고.

       나 또한 따라서 마차에 착석했다.

       

       내가 앉아 자세를 취하자마자 남궁비아는 기다렸다는 듯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이제는 익숙해진 느낌이었다.

       

       “출발하겠습니다.”

       “응.”

       

       마부의 물음에 답하니.

       

       히이잉!

       

       곧바로 힘찬 소리와 함께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그걸 듣고서야 비로소.

       

       약혼식의 일정이 모두 끝났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

       

       

       

       

       시간이 흘러.

       

       그렇게.

       

       계절은 가을을 넘어 겨울이 되어가고 있었다.

       

       여인은 흐르는 바람결을 느끼며 짐을 챙겼다.

       

       짐이라고는 옷 몇 가지와.

       낡은 검 한 자루 뿐.

       

       여인에게는 이것만으로 충분했다.

       

       불필요한 짐은 오히려 방해만 되니 말이다.

       

       “…”

       

       하나씩 챙겨갈 무렵.

       

       여인은 새하얀 손을 뻗어 서랍을 열었다.

       서랍 안에는 색이 바랜 머리 장식이 들어있었다.

       

       태양을 상징하듯 깎아놓은 물건.

       한동안은 품에 쥐고 잠이 들던 물건이었다.

       

       저게 없으면 잠을 잘 수 없을 때도 있었다.

       

       푼돈으로 동네 현에서 살 수 있는 싸구려 장식품이었으나.

       

       “…”

       

       여인은 조심스럽게 장식품을 챙겨 품에 넣었다.

       

       현재 자신에게 남은 가장 소중한 물건이었으니 말이다.

       간편하기 짝이 없는 짐을 다 싼 다음.

       

       여인은 몸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바깥은 아직 태양이 뜨지 않아 차가운 새벽이었고.

       

       어둠은 여실했으나, 여인은 개의치 않았다.

       

       그저 걸음을 옮겼다.

       한시라도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었으니.

       

       차분한 시선으로 걸어 나갈 때.

       

       “벌써 출발할 생각이더냐.”

       

       우뚝.

       

       여인의 걸음을 멈추게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한 여인은, 곧바로 고개를 숙이며 예를 취했다.

       

       “…안 주무시고 계셨는지요.” 

       “원래 늙으면 밤잠이 다 없어지는 게다. 끌끌….”

       “…”

       “너야말로, 젊은 것이 잠이 없을 리는 없고. 왜 이 새벽부터 가려는 게냐. 출발은 사흘 뒤로 알고 있는데?”

       “…허락은 받았습니다.”

       “네 할애비에게 말이더냐.”

       “예.”

       

       여인의 말에 노인, 신의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면 상관없겠지.

       

       여인은 이내 노인에게 묻는다.

       

       “절 찾아오신 건가요.”

       “그래, 느낌이 어쩐지 딱 갈 거 같더라니…. 이것 보거라, 내 감이 딱 맞추지 않았느냐.”

       “…”

       

       여인을 보던 신의가 무언가를 품에서 꺼내 던졌다.

       

       탁.

       

       날아온 물건을 여인은 가볍게 낚아챘다.

       

       노인이 던진 것은 딱히 크지도 작지도 않은 복주머니였다.

       

       “아.”

       

       물건의 정체를 확인한 여인이 짧은 반응을 내비친다.

       

       “네 할애비에게도. 또한 네게도 말했지만.”

       

       신의의 목소리에 여인의 고개가 움직인다.

       

       “네가 가진 기운이 너무나 강해, 모조리 막지는 못하였다.”

       “…”

       “오히려 그 덕에 조금은 인간다워졌으나….”

       “저는 인간입니다.”

       

       여인의 단호한 목소리에, 말이 끊긴 신의의 표정이 살짝 변한다.

       스스로 실수 였음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노인은 여인을 보며 씁쓸히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랬지, 내가 실언을 했구나. 미안하이….”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래…. 적어도 겨울날은 보낼 수 있을 만큼 챙겨놓았다. 칠주야에 한 번은 꼭 챙겨 먹거라.”

       “…감사합니다.”

       

       신의의 배려에 여인은 고개를 숙였다.

       

       나름 신경 써줬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복주머니를 품에 넣고 있으니 노인이 묻는다.

       

       “장가 놈과는 가지 않을 생각이더냐.”

       “…”

       “네 표정을 보니 알 것 같구나. 대답이 필요 없겠어.”

       

       신의 또한 다소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잘난 얼굴에 재능도 출중하고.

       집안도 뛰어나며 예의도 바르건만.

       

       어쩐지 그 미공자는 정이 가질 않았다.

       그러면서 속에 다른 얼굴이 떠오른다.

       

       ‘그 싹수 노란 놈은 싸가지는 없어도 정은 좀 갔는데 말이야.’

       

       거의 2년 쯤 지났을까.

       

       불꽃의 가문에 사납게 생긴 어린놈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때에도 애답잖게 인생 다 산 듯한 표정을 짓고 있던 게 눈에 거슬렸는데.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것이 정을 나름 줬었나 보다.

       

       ‘그리고 그건.’

       

       저 아이도 마찬가지겠지.

       

       신의는 그렇게 생각하며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다 늙어빠진 노인네들의 사정에 휩쓸린 아이의 모습은.

       그다지 행복함과는 거리가 멀었으니까.

       

       그걸 알고 있기에.

       

       신의는 애써 이 새벽에 여인을 찾아온 것이다.

       

       “조심하거라.”

       “감사합니다.”

       

       여인은 신의의 말에 예를 표했고.

       

       더불어 멈췄던 걸음을 움직였다.

       

       시간이 지나 몇 번의 계절이 변하고.

       다시금 겨울이 찾아왔다.

       

       ‘…이제는 정말 볼 수 있을까?’

       

       걸음을 옮기는 여인의 발걸음에는, 설레임보다는 불안이 가득했다.

       

       계절이 변하고 환경이 변하며.

       자신 또한 변했으니.

       

       ‘날…알아봐 줄까?’

       

       그가 자신을 알아볼 수 있을까.

       

       여인은 그게 불안하면서도.

       그보다.

       

       그를 다시 볼 수 있음에 여인은 걸음을 재촉했다.

       

       목적지는 하남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늦어서 죄송합니다.

    쓰던 파일이 날아가서 급하게 쓰느라 늦어버렸네요.
    다음에는 이런 일 없도록 신중을 가하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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