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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0

       “……!!!”

         

       천미라는 헛숨을 내뱉었다.

       쿠구구-! 거리며 휘몰아치듯 다가오는 8개의 검기.

       제대로 된 형상을 취하지 않은 검의 극의는,

       하나하나 세상마저 갈라버릴 만큼 무서운 기세를 내뿜었다.

         

       그 형태가 어찌나 변화무쌍한지,

       천미라가 내뿜는 냉기는 모두 썰려 작은 이슬로 변했다.

         

       틀림없어 검귀가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겪으며 기반을 터득했고,

       수없이 많은 강자의 목을 베어 증명했던 귀영검(鬼影劍)이었다.

       어디로 들어올지 모르는 지고의 검술에 천미라는 직감했다.

         

       ‘이건…대처할 수 없다.’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어디로 다가올지도 간파할 수도 없었다.

         

       천미라는 다시금 깨달았다.

         

       검귀 소항우.

       그가 정말로 많이 봐주면서 상대했다는 것을.

       친동생처럼 여겼던 그였기에,

       그리고 그 또한 친누나처럼 여기던 자신이었기에 대화에 어울려 주었던 것뿐.

       그가 진심으로 임하는 순간, 승패는 이미 났던 거였다.

         

       느려지는 시간.

       찰나와 같은 시각.

         

       천미라는 눈을 감았다.

       그러자 그리도 보고 싶었던,

       그리고 두 번 다시 볼 수 없었던 사내가 보였다.

         

       지한성.

         

       장난기 가득한 그와 처음 마주했던 그날.

       호기롭게 B급 던전에 도전했다 죽을뻔했던 그날이 떠올랐다.

         

       ―여~안녕! 나는 지한성이라고해! 아까부터 계속 봤는데 너 <위저드> 클래스면서 위험하게 솔플하더라? 재능도 있어 보이던데…그러지 말고 이제부터 나랑 파티 맺자. 내가 이렇게 보여도 방송인에게 훈수도 둘만큼 고스라…아, 아니 고인 물이거든. 잘 키워줄게!

         

       ―…갑자기 나타나서 뭐라는 거야 미친놈이! 구해준 건 고맙지만, 헛소리를 받아들일 만큼 나는 여유롭지 않은…자, 잠깐 어, 어딜 만지는 거야!

         

       ―뭐긴, 허리 잡는 거지. 애초에 여기 던전 한복판이라고?

         

       ―그, 그, 그렇다고 해서 아, 아녀자의 몸에 소, 손을!

         

       ―에이, 이제부터 같은 파티원인데 뭘 그런 걸 신경 써.

         

       ―미, 미친놈아! 나 들어가겠다고 말한 적 없거든!

         

       정말이지, 이상한 사내였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싫지 않았다.

       눈치채보니 어느새 그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그가 하는 짓에 사소하게 간섭하며, 딴죽을 걸어댔다.

       그가 내미는 손을 부끄러워하며 잡았고,

       그가 도움을 요청하면 망설임 없이 힘을 보태었다.

       마치 지금 문보라가 유세하에게 끌려다니는 것처럼 말이다.

         

       기본적으로 성격이 호방한 사내였다.

       타인을 돕는데, 보람을 느끼는 사내였다.

       여기에 왠지 모르지만, 날이 갈수록 어마어마하게 강해지는 사내였다.

       몰래 꿍쳐둔 영약을 먹는 것도 아닌데, 강함에 대한 재능이 터무니없었다.

         

       마지막으로 희한하게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었다.

       따라서 다양한 자들이 몰려들었다.

       그중에는 소항우도 있었다.

         

       ―…야, 한성! 이 애는 또 뭐야. 완전 거지꼴인데…

       ―보아하니 고아인 것 같더라고…그냥 놔두면 좀 불쌍하잖아. 그리고 잘 키우면 나쁜 짓 안 할지도 모르고…

       ―…하아, 무슨 이런 애를…심지어 태생 1★인 애잖아? 재능도 변변찮을 것 같은데 파티원으로도 못 써먹는다고.

       ―에이, 내 친동생 삼아서 같이 살지 뭐. 나 사실 동생 있었으면 했거든.

         

       어이없는 사내였지만,

       천미라는 그를 사랑했다.

       함께하는 세월만큼, 점점 커지는 연정.

       그와 맺어지고 싶으면서도,

       부끄럽다는 마음 하나만으로도 고백하지 못하던 세월이 무려 20년.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가장 늦게 합류했던 청순하고, 애교 많고, 어른스러웠던, 같은 여자가 봐도 귀여운…

       그런 후배에게 그를 빼앗기고 말았다.

         

       팡파르가 울려 퍼지는 결혼식장.

       누가 봐도 잘 어울리는 남녀가,

       서로에게 입술을 맞췄다.

         

       죽은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돌아온 것인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땅을 치고 후회했다.

       사랑한다고 말할걸, 좋아한다고 말할걸.

       그럼, 차이더라도 이리 한이 맺히지 않았을 텐데…

         

       그런 후회의 세월이 흐르고 흘러, 마지막 날.

       병실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던 그와 재회했다.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진실을 다 말해주지 못해서…

         

       그 말을 남기고 지한성은 죽었다.

         

       *

         

       쿠구구-!

         

       천미라는 추억에서 벗어났다.

       어느새 목덜미까지 닥쳐온 검기를 바라봤다.

       근래, 가르쳤던 제자를 떠올렸다.

         

       문보라.

       자신의 마지막 수제자.

         

       어리석었던 과거의 자신을 닮은 귀여운 여자아이.

       후회하지 말라는 진심을 담아서 가르쳤던 제자.

         

       아직 가르칠 게 많은데…

       아직 미숙한데…

       천미라는 속으로 사과했다.

         

       ‘이렇게 떠나서 미안하구나…’

         

       그렇게 죽음의 기로에선 그 순간.

         

       콰르릉-!!!

         

       밤하늘을 밝게 비출 듯, 번개가 울려 퍼졌다.

         

       한줄기 섬광처럼 내리꽂히는 검 한 자루.

       단숨에 검귀의 귀영검을 부서트리며,

       한 소년이 등장했다.

         

       반 정도 베인 천미라의 상처 부위에 재빠르게 포션을 붓는 소년.

         

       다름 아닌 유세하였다.

         

       *

         

       천미라는 갑자기 등장한 그를 보며 울컥 피를 토했다.

       놀란 눈으로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유, 유세하 생도?”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 이곳에…쿨럭 시간을 뺏겨서는 안 된다.”

         

       천미라는 말하려 했다.

       검귀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그의 비호를 받아 <마왕의 신전>으로 나아간 두 사람을 쫓아야 한다고.

         

       유세하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걱정하지 말라는 눈빛을 보냈다.

         

       “괜찮습니다.”

         

       믿을 수 있는 동료들이 이미 그곳으로 가고 있습니다.

       

       “저는 더는 혼자가 아니니까요.”

         

       말을 마친 유세하는 같이 온 동료이자, 어깨위에 달린 박쥐를 바라봤다.

         

       “부탁합니다. 수옥빈 누님.”

       “……”

         

       아카데미에서 다시금 재회한 수옥빈.

       박쥐로 변신한 그녀가 천미라를 피로 감싸 안았다.

       1초라도 낭비할 시간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패천검, 매화검후 두 사람에게 진작에 연락은 넣었어요. 분명 올 겁니다. 그때까지만 버티세요. 세하군.”

         

       버티라는 말,

       다른 누구도 아닌 수옥빈이 그리 믿고 인정하는 유세하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만큼 눈앞의 노인이 터무니없는 괴물이라는 방증이었다.

         

       곧, 수옥빈은 천미라를 데리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때까지도 검귀는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애초에 검귀에게 있어 천미라는 죽든 말든 크게 상관하지 않는 옛 인연이었다.

         

       어느새 검귀는 천미라 따위 잊은 지 오래였다.

         

       지금 검귀가 흥미를 느끼는 것은 바로 눈앞의 소년.

         

       검귀는 의문을 느꼈다.

       조금 전 묘리를 담아 휘둘렸던 귀영검(鬼影劍)은, 결코 평범한 존재가 막을 수 있는 검이 아니었다.

         

       ‘…누구지?’

         

       하는 생각.

       곧, 떠오르는 기억.

       대충 문하연이 읽으라고 던져준 보고서의 인물 중 하나.

       검귀는 작게 ‘아…’했다.

         

       ―패천검에게 제자가 있었나? 등급은?

       ―……D급이야.

         

       문하연이 말했던 틀림없이 패천검의 제자라고 했던 소년.

       검귀는 유세하를 위아래로 살폈다.

         

       확실히, 아무리 봐도 D급은 아니었다.

       최소 A.

       아니 S에 육박하려나?

       확실한 건 나튼튼, 능하악 둘 보다는 강했다.

       아마, 문하연보다도 더 강하겠지.

       그래봤자지만…

         

       검귀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아까랑 전혀 차이가 없는 귀영검의 편린.

         

       정사각형을 취한 4개의 검기가 종횡무진으로 움직였다.

       그것만으로도 운 좋게 저지한 이 소년의 몸체가 두 동강 날 거라 여겼다.

         

       캉-!

         

       “……!”

       

       하지만 아니었다.

       막았다.

       막아냈어.

       놀랍게도 소년은 막아내었다.

         

       그가 들어 올린 [성자의 검]은, 틀림없이 검귀의 궤적을 보고 간파했기에,

       휘두를 수 있는 검극을 보였다.

         

       처음으로 검귀의 눈이 이채가 감돌았다.

       물론 감도는 건 감도는 것일 뿐.

         

       다시 한번 검기를 날렸다.

       이번에는 좀 더 강하고 빠르게 말이다.

         

       *

         

       유세하는 다가오는 마름모 형태의 검기를 쳐다보며, 검귀를 직시했다.

         

       낭패였다.

       진짜 말 그대로.

         

       ‘씨발.’

         

       왜 <히든 보스>가 이 자리에 있는 거야?

       의문과 당혹감.

         

       원래 검귀 소항우는 이렇게 대놓고 볼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특수한 조건들을 만족하고,

       미친 듯이 폐관 수련만 하는 노인네를 찾아가,

       무려 <별의 비약>을 건네줘야 상대할 수 있었다.

         

       그전에는 그가 응해주지 않았다.

       덤으로 왜인지는 모르지만, 최소 레어급 이상의 칼을 종류별로 5개 이상을 바쳐야 했다.

         

       ‘그렇게 상대하는 검귀의 강함은 A급 정점.’

         

       정말 도달한 경지에 비해 기가 막힐 정도로 잘 싸워서 꼼수가 일절 통하지 않는 강적이었다.

         

       심지어 ‘지도관’으로서는 그를 죽일 수가 없었다.

       항상 막타는 매화검후가 나타나 쳤으니까.

         

       아무튼, 빙의되고 나서는 일절 신경 쓰지 않았다.

       그와 마주칠 일이 없을 거라고 여겼으니까.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낀 건 검후와의 대화에서.

       그녀가 설명하는 검귀는 절대 A급이 아니었다.

       덕분에 뭔가 변했다는 걸 인지.

       그가 올 것을 상정하며 여러 가지를 준비했다.

         

       ‘하나도 안 통했지만…’

         

       그 어떤 것도 저 미친 노인에게 통하지 않았다.

       걸어 다니는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손가락만 빨았던 건 아니다.

         

       유세하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자세를 취했다.

         

       ‘수십 번도 넘게 보았다.’

         

       <검천동부>에서 검후가 펼쳤던 귀영검의 힘.

       실전에서 바로 대응 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연습하고 연마했다.

         

       물론, 검후가 펼쳤던 그때의 검기보다 훨씬 강하고 빠르지만, 원리가 다른 것은 아니었다.

         

       유세하는 검을 고쳐잡았다.

       추가로 가장 중요한 ‘그것’을 검에 담았다.

       그대로 실전에서는 처음 써보는 기술을 펼쳤다.

         

       청명한 음을 일으키며 검기로 이루어진 폭풍우를 날렸다.

       귀염검과 부딪친 참격이, 사방팔방 흩어지며 일대를 마구잡이로 갈랐다.

         

       틀림없는 <검성> 클래스만이 배울 수 있는 비기.

       흔히, [천도일살]이라고 불리는 기술 중 하나였다.

         

       [‘천도일살’ 스킬트리가 갱신됩니다.]

         

       ‘좋아!’

         

       유세하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언제나 죽음을 상기시키는 검술에 대해, 처음으로 대응하는 데 성공했다.

         

       고무되는 감정을 느끼는 유세하.

       순간, 귓가로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검귀 소항우, 현실에서는 처음 마주치는 그가 웃고 있었다.

         

       “…설마 이런 곳에서, 예상치도 못한 타이밍에 나타날 줄이야. 세상 참 알다가도 모르겠군.”

       “…뭐?”

         

       검귀의 두 눈이 붉게 빛났다.

         

       조금 전 유세하가 보여준 움직임.

       그리고 대응하는 방식.

       마지막으로 찰나 같은 순간에 검에 담은 ‘그것’.

         

       틀림없었다.

       고작 5초도 안 되는 시간이지만, 검귀는 확신했다.

       눈앞의 유세하는 자신이 그리도 찾아다니던 태양 같은 재능의 소유자라고.

       무슨 일이 있어도, 천체(天體)의 세상으로 올라갈 인재.

         

       말 그대로…

         

       ‘한성 형과 같은…!’

         

       불합리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잠재력과 재능의 소유자!

         

       검귀는 웃었다.

       너무나도 기쁘다는 듯이 웃었다.

       그의 두 눈에는 보였다.

         

       한성 형이 되돌아온 모습이 눈앞에 보였다.

       어쩌면 그의 환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광기로 가득 찬, 웃음이 세상을 뒤흔들었다.

         

       “그래, 네놈이었구나. 네놈이었어…”

        “…아까부터 무슨-”

         

       쾅-!

         

       유세하는 식겁했다.

       어느새 검귀가 거리를 좁혔으니까.

       번개처럼 휘두른 검과 검이 서로 격돌했다.

         

       “유세하!!!”

         

       네놈이었구나.

         

       “네놈이었어!!!”

         

       마침내,

       찾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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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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