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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0

       7번 경기장인 사격장은 원래 단검 투척과 폭죽 제조 실습이 행해지던 곳이었다. 그래서 함정과 장애물들도 주로 쏴를 이용해 돌파할 수 있는 것들로 마련되었다.

         

       사격장은 선수들이 돌아다닐 수 있는 구역이 매우 좁았지만, 대신 그곳을 중심으로 부채꼴로 넓게 펼쳐진 경사로에는 과녁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경기장은 선수들에게 질긴 가죽으로 만들어진 주먹 크기의 공을 제공했다. 그것들은 누구나 주워서 던지기 쉽게 여기저기 굴러다녔고, 과녁을 향해 던졌던 공도 경사로를 타고 다시 선수들이 있는 곳까지 굴러왔기에 공은 계속해서 보충되었다.

         

       과녁은 경사로 곳곳에서 불쑥불쑥 솟아났다. 그것에는 사람 그림이 그려진 판자가 달려 있었다.

         

       선수들은 각자 경사로 아래에 자리를 잡고 과녁을 향해 공을 던졌다.

         

       설정상 선수들이 있는 곳은 무대였고, 부채꼴의 경사로는 관객들이 앉아 있는 객석이었으며, 과녁에 그려진 사람들은 공연장에서 난동을 피우는 진상 관객들이었다. 선수들은 그것들을 공으로 맞춰서 제압해야 했다.

         

       처음에는 무작정 과녁이 튀어나오면 공을 던지고 봤던 선수들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공으로 맞추면 안 되는 그림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평범한 관객들이 그려진 그림이었다. 그것을 맞추면 폭죽이 날아와 선수들을 공격했다.

         

       “으아앙!”

         

       장미 꽃다발을 던지는 여자아이가 그려진 과녁이 공을 얻어맞고 우는 소리를 내며 뒤로 넘어갔다. 그러자 그녀 근처의 수풀이 들썩이더니 핑하는 소리와 함께 폭죽이 무대로 발사되었다.

         

       “어떤 서커스단 놈이야?”

       “아니, 난 저 여자애가 썩은 토마토를 던지는 줄 알았다니까!”

         

       폭죽은 혜성처럼 검은 연기를 꼬리로 달고 날아와 바닥을 통통 튀어 다녔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다른 폭죽처럼 폭발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불발인가?”

         

       다들 몸을 피하다 말고 서로의 눈치를 보고 있는 그때, 폭죽 제조에 능한 곡예사 한 명이 그것을 알아보고 사색이 되어서는 재빨리 돌담 뒤로 몸을 던졌다.

         

       “고슴도치 폭죽이다!”

       “뭐?

       “자, 잠시만. 나 그거 들어본 적 있어!”

       “지금 그게 중요해? 일단 피하고 보자!”

         

       그러나 너무 늦었다. 선수들이 몸을 움직이려던 순간, 그것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불꽃을 내뿜기 시작했다. 바늘 형태의 길쭉한 불꽃들이 사방으로 빗발쳤다. 그것은 상온에서도 반응성이 좋은 금속을 이용한 덕분에 색만 화려할 뿐 그렇게 뜨겁지는 않았다. 그러나 결정의 형태가 뾰족했기 때문에 피부에 닿으면 가시에 찔린 것처럼 매우 따가웠다.

         

       “으앗!”

       “어이쿠!”

       “타일 넘어오지 마!”

       “연쇄 반응이……젠장!”

         

       이렇게 한 번 ‘실패’가 뜨면 경사로에 있는 모든 진상 관객들의 패널이 벌떡 일어나서 그들을 비웃었다.

         

       “낄낄낄낄!”

       “푸헤헤헷!”

       “우핫핫핫!”

         

       취객, 버릇없는 아이, 한 배우만 바라보는 극성팬, 트집 잡는 심술쟁이, 고집쟁이 평론가, 건너편 극장에서 보낸 폭력배 등.

       그들은 그렇게 한껏 웃고 나면 다시 기존의 패턴으로 돌아갔다.

         

       “끄윽, 뭐야, 여자 곡예사들은 옷을 안 벗고? 딸꾹!”

       “재미없어! 재미없어! 재미없어!”

       “꺄아악! 비켜요! 우리 귀공자님이 안 보이잖아요!”

       “흠, 기존 곡예를 그대로 베낀 3류 공연이군요.”

       “잠깐! 속임수가 너무 뻔한 거 아냐?”

       “여기는 너무 시시하군. 길 건너편 쪽이 훨씬 잘하는데.”

         

       그들의 대사는 하나하나가 곡예사들의 트라우마를 자극할 정도로 개성 있었고, 목소리 연기 역시 생동감 넘쳤다. 그들의 말을 듣고 있다 보면, 다들 손에 힘을 잔뜩 실어 공을 던지게 되었다. 방금 꽃다발을 던지는 여자아이를 맞춘 사람도 떼쓰는 애들만 노리고 공을 마구 던지다가 실수한 것이었다.

         

       이 7번 경기장은 모든 경기장 중에 가장 분위기가 험악한 곳이었다. 일단 선수들에게 정신적 공격을 가하는 장애물은 말할 것도 없었고, 한 명만 실수해도 모두가 피해가 보는 시스템은 서로에게 짜증을 불러일으켰으며, 실수를 가장해 상대에게 공을 튕겨 날리거나 일부러 폭죽을 보내는 등의 탈락 유도 행위는 서로를 불신하게 했다.

         

       엘라는 마야가 왜 경기장 구석의 상자 뒤에 웅크리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이 경기장에서 공격의 대상이 되지 않을 만한 몇 안 되는 곳이 바로 그곳이었다.

         

       엘라는 사방에서 공과 폭죽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아까 그녀가 고작 다리에 걸려 넘어져서 탈락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화를 냈던 것을 반성했다. 이런 곳에서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엘라! 엘라가 왔다!”

       “이봐, 네 친구 좀 어떻게 해 봐!”

       “그래! 겁쟁이처럼 숨어 있을 거면 왜 나왔어?”

         

       엘라는 아무리 진상 관객 과녁을 잘 만들어도 실제만은 못하다고 생각하며 혀를 찼다. 마야가 이런 걸 2시간이나 듣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그녀의 정신력이 염려되었다.

         

       그러나 마야는 엘라의 걱정과 달리 멀쩡했다. 애초에 그녀는 주변 사람 시선 따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건 수백 명의 관중 앞에 서 있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주변에서 뭐라 하거나 말거나 무표정한 얼굴로 사격장의 과녁이 솟는 패턴을 관찰하는 데만 집중했다.

         

       “실마리는 나왔어?”

       “응.”

         

       마야는 자신이 본 것을 엘라에게 전달했다. 이건 다른 경기장과 달리 과녁 하나하나를 보며 직접 설명해야 했기에 클라라를 통해서 전해들을 수는 없어 그녀가 직접 온 것이었다.

         

       마야는 어떤 과녁을 제압하면 경기장의 어떤 과녁이 일어서는지, 어떤 과녁을 건드리면 어떤 종류의 폭죽이 나오는지, 그리고 계속해서 조금씩 열렸다 닫히는 것을 반복하는 숨겨진 공간의 문이 어떤 규칙으로 열리고 닫히는지 그녀에게 알려주었다.

         

       마야의 설명을 들은 엘라는 이 경기장은 공략으로 이어지는 길만 발견하면, 누구든 5분 안에 깰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곳이 어려워 보이는 건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서 시도해야 하는 것이 많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마야는 이 뒤에서 다른 사람들이 하는 반복 시행을 논리적으로 관찰한 덕분에 쉽게 정답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좋아. 그러면 서든 데스가 시작되면 여길 바로 와야겠네?”

         

       이곳에는 딱히 힌트를 줄 필요가 없다는 걸 안 엘라는 그만 경기장을 떠나려 했다. 그때, 마야가 그녀를 불러세웠다.

         

       “레이나가 우리 서커스단에 들어온다며?”

         

       그녀가 먼저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엘라는 반가움과 의아함이 섞인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돌아봤다.

         

       “아까 레이나와 얘기 나눴어?”

       “응. 사과하러 왔었어. 넘어뜨려서 미안하다고.”

       “그래? 나도 시험 도중이라 자세히는 듣지 못했지만, 결국 단장이 받아주기로 했대. 그런데 왜?”

         

       마야는 뭔가를 말할 게 있는 사람처럼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곧 고개를 저었다.

         

       “아냐. 아무것도.”

         

       그녀는 엘라가 떠나는 것을 지켜본 뒤 상자 뒤에 쪼그리고 앉아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역시 부단장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랬다면 저렇게 태평한 얼굴로 레이나가 오는 것을 반길 리 없었다.

         

       하지만 자신은 원더스타인과 레이나 사이에 있었던 일을 알고 있었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있었던 시네페쿠스의 화신과의 전투에서 그녀는 진실을 알게 되었다.

         

       아빠 연기를 해달라니. 그 계집애. 설마 들어와서도 그런 걸 요구하는 건 아니겠지?

         

       마야는 그때 일을 생각하면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

       단장님께 애교를 부리며 안기거나, 자신의 눈앞에서 뽀뽀하거나, 단장님의 침대에 기어들어 가거나, 단장님께 옷을 갈아입혀 달라고 하거나.

         

       지금까지는 그냥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하고 잊으려고 했다. 하지만 아예 소속을 옮기면서까지 단장님을 노리는 거라면 자신이 가만히 있지 않을 생각이었다.

       무표정한 마야의 눈동자에 뜨거운 기운이 솟았다.

         

       -냐아아앙!

         

       조용히 해. 이건 질투 같은 게 아니야. 서커스단의 질서를 바로잡는 일이란 말이야.

       그녀는 그렇게 스스로 되뇌며 마력이 멋대로 움직이려는 것을 가라앉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이제 남은 경기 시간은 한 시간.

       서든 데스를 알리는 사이렌이 울렸다.

       마야는 그것이 묘하게 고양이 우는 소리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

         

         

       23번째 미니 게임이 끝났다.

       은막 서커스에서 단장과 부단장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머리가 벗어진 중년의 마법사가 곤란한 얼굴로 아르노를 돌아봤다.

         

       “현재까지 동전 개수는 총 45개입니다. 이제 남은 게임은 13번밖에 없어요. 이대로라면 게임 끝날 때까지 100개가 안 되겠는데요?”

       “그렇겠지.”

         

       아르노가 차가운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미니 게임에 나간 단원들에게 이제 무리하지 말라고 전해주게. 이번 도시는 그냥 건너뛰는 게 낫겠군.”

       “알겠습니다.”

         

       중년 마법사는 아래의 벤치를 향해 뛰어 내려갔다.

       객석에 남은 마법사들은 존경스러운 눈으로 그들의 단장을 바라봤다. 두 달간의 훈련이 허사가 되었는데도 그는 실망이나 분노 같은 한 톨의 감정도 겉으로 내보이지 않았다.

         

       ‘저것이 마법사가 가져야 할 평정심.’

       ‘파피락스 따위 단 한 순간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모습과 목소리는 환영에 불과했다.

       그의 본체라 할 수 있는 루미는 투명화와 침묵으로 자신의 기척을 지우고는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가며 팔과 다리를 거칠게 마구 휘두르고 있었다.

         

       “우왓, 이씨! 짜증나! 짜증나! 짜증나!”

         

       한참을 악을 쓰던 은빛 머리카락의 요정은 작은 주먹을 불끈 쥐며 허리를 벌떡 일으켰다. 그녀는 강당 반대편에서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는 원더스타인을 바라봤다.

         

       그녀는 그가 준 공략을 참고해서 탐색 팀의 생존율을 최대한 높여 서든 데스 타임에 상자를 열 기회를 잡아보려 했다. 그러나 그것도 동전을 100개가 모여야 가능한 일이었다.

         

       분명 앞선 시합에서보다 1, 2등이 빨리 나온 편인데도 동전 100개를 모으지 못했다. 두 달간 젊은 마법사들이 체력 단련에 기술까지 열심히 익혔지만, 그래도 기존의 곡예사들과 겨루기는 무리였다.

         

       “저 자식 앞에서 폼은 다 잡았는데! 남 좋은 일만 시켜줬네!”

         

       루미는 맨발로 바닥을 콩콩 굴렸다.

       새까만 후배한테 앞지르기당했다. 그녀는 그것이 자신이 화가 난 이유라고 생각했다. 절대로 저 자식이 24번째 게임을 마치고 돌아오는 선수의 볼에 입맞춤해주어서가 아니었다.

         

       “공공연한 장소에서 뭐 하는 짓이야! 나쁜 놈! 나쁜 놈!”

         

       루미는 허공에 자신하고 같은 크기의 지푸라기와 헝겊으로 만들어진 원더스타인의 인형을 띄우고는 주먹으로 마구 때렸다.

         

       그때, 아래층에 지시를 전달하러 갔던 중년의 남자가 돌아왔다. 그는 루미가 있는 방향을 슬쩍 바라봤다가 재빨리 아르노의 환상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단장님, 미니 게임에 참가자들은 쉬도록 일러두었습니다. 그러면 이제 탐색 팀은 어떻게 할까요?”

         

       루미는 원더스타인 모습의 허수아비를 마구 두들겨 패는 것을 잠시 멈추고는 아르노의 환상을 조작했다.

         

       “그들도 경기장 안에 있으면, 부상 위험이 있으니까 이제 나오라고 해야겠지.”

       “알겠습니다. 그러면…….”

         

       한편, 괴물 서커스 진영은 축제 분위기였다. 방금 막 유라크네가 게임에서 6등을 차지하면서 동전 7개가 들어왔고, 동전의 총개수가 100개를 넘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들도 보물상자를 열 수 있었다.

         

       “좋습니다! 이제 나머지는 엘라 양에게 달렸군요.”

         

       원더스타인과 단원들은 무대 방향을 바라봤다. 24번째 게임이 끝나면서 경기가 시작한 지 딱 2시간이 경과 되었다. 사회자는 10개의 경기장 지도 앞에 서서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네! 이제 남은 경기 시간은 1시간! 남은 보물상자는 1개! 과연 마지막 트로피는 누구 손에 들어갈 것인가! 매 시각 울리는 현관의 시계탑의 종소리와 함께 서든 데스가 시작되었습니다!”

         

       그의 외침과 동시에 사이렌 소리가 학교 전체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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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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