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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0

        

         

       그렇게 둘은 즐겁게 주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윌리엄은 안중에도 두지 않은 채, 그렇게 계속 말이다.

         

       이러한 대화는 밤이 깊어갈 때까지 계속되었고, 이윽고 자정을 넘기고 새벽 1시가 다 되어갈 무렵이 되어서야 멈추게 되었다.

         

       “즐거운 대화였습니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 있으니 담소를 나누는 것은 여기까지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렇겠군요.”

         

       토마스는 웃으면서 진성에게 대화를 그만두자고 말했다. 그러자 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연스레 시선을 옮겼다.

         

       교회의 한구석에 있는 캐리어를 향해서 말이다.

         

       “오, 눈치를 채셨습니까?”

       “기척이 느껴지더군요.”

         

       토마스는 진성의 시선이 캐리어로 가자 반색하며 기뻐했다.

       그리고 진성의 나이에 맞지 않은 실력에 다시 감탄하였다.

         

       “이거 대단하시군요. 혹여 강령술의 길을 걷고 계시는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쉽게 되었군요. 제 미욱한 시선으로 보기에도 진성 박은 강령술에 크나큰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 그렇군요. 혹여 강령술이 궁금하시거든 강령술에 조예가 있는 분께 배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제가 최선을 다해서 연을 이어드리겠습니다. 아, 물론 신을 모시는 몸인지라 불법적인 행동을 할 수는 없으니 양해해주시기를.”

         

       토마스는 진성이 정말 마음에 들었는지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진성이 배우고픈 주술이 있다면 실력 있는 강령술사와 연결해주겠다는 약속이었다.

         

       물론 그렇게 해서 연결한다고 할지라도 배우는 것 이상의 일은 할 수 없을 것이었지만, 그것만 해도 천금 같은 기회나 다름이 없었다.

         

       개개인의 개성이 강한데다가 다른 주술사가 뭘 하건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주술사다.

       당연하게도 주술사가 다른 주술사와 교류해서 주술을 배우는 것은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제각기 성향이 다르기는 해서, 교류를 흔쾌히 허락하며 자신의 주술에 대해 털어놓는 이들도 있었고, 반대로 폐쇄적으로 나서며 다른 이들이 자신의 지식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잡아다가 고문을 해도 정보를 털어놓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을 생각해본다면, 토마스가 방금 말한 ‘최선을 다해서 연을 이어주겠다.’라고 말한 것은 꽤 커다란 호의라고 볼 수 있었다.

         

       불법적인 행동을 제외한 모든 것을 동원해 주술을 익힐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의미였으니까.

         

       흔쾌히 교류를 허락하며 지식을 공유하는 사람과 연결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정말 어마어마하게 완고한 주술사가 아닌 이상, 자신이 줄 수 있는 모든 힘을 동원해서 그것을 진성에게 전수할 수 있도록 힘을 쓰겠다는 이야기였으니 이것이 호의가 아니고 무엇일까!

       

       “그런 커다란 선물을….”

       “하하. 부담 갖지 말아 주세요. 주술사의 길을 걷는 이들은 하나하나가 소중한 존재들이나 다름이 없어요. 그런데 그 소중한 이들 중에서도 특출난 재능을 지닌 이가 있고, 그 재능에 걸맞은 길을 제가 볼 수도 있었습니다. 이러니 제가 어찌 도움을 주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허어….”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발자국이라고 합니다. 얼마나 많이 걷고, 얼마나 빠르게 걷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먼 곳을 떠나려는 사람은 목적지로 향하는 방향을 확실하게 잡아야 하고, 느리더라도 착실하게 그곳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제 도움은 그 방향을 제대로 잡아주는 것, 그저 그뿐입니다.”

       “그런….”

       “부담 갖지 말아 주세요. 제가 가시밭길을 대신 걸어주겠다는 것도 아니고, 부귀영화를 주겠다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가시밭길을 걷게 될 후배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자그마한 도움을 주는 것뿐이지요. 그러니 겸양(謙讓)하지 말고 제 선물을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남을 가르칠 수 있는 위치가 되었을 때, 후배가 보인다면 저와 같은 호의를 보여주도록 해주세요.”

         

       토마스는 선한 웃음을 지으며 진성에게 말했다.

         

       “이르기를 사랑은 사람을 매개로 여행을 떠나는 존재라고 합니다.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는 그 꽃이 활짝 피게 되고, 그 꽃향기가 남아 주위를 행복하게 만든다고 하지요. 부디 진성 박 역시 꽃이 활짝 피게 만들고 그 꽃향기가 널리 퍼지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감사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진성은 토마스의 호의를 감사히 받아들였다.

       그의 몸짓은 풋풋한 듯 보였으며, 토마스에게 호의를 품고 있는 듯 보였다.

         

       다만 풋풋함은 지어낸 것일지언정 호의는 분명히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이었으니.

         

       토마스는 진정으로 진성의 호의를 얻어내었다.

         

       오직 마음에 품고 있는 선의(善意)와 그 선의에서 비롯된 선행으로 말이다.

         

       “아, 이거 진성 박과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즐거워 시간 가는 줄 모르겠습니다. 계속 이야기를 나누기만 하면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해야 할 일이요?”

       “네. 참으로 경사스럽고 영광스럽고, 명예로운 일이지요.”

         

       토마스는 자부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경사에는 손님이 빠질 수가 없지요. 제가 마침 손님으로 왔으니, 그것을 구경해도 되겠습니까?”

       “오, 이런. 오히려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군요. 진성 박이 하객(賀客)이 되어 주신다면 이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겁니다!”

         

       그는 진성이 구경하고 가겠다는 말에 크게 기뻐했다.

       그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그를 가장 좋은 자리로 안내해주었다.

         

       “이거 잘 되었습니다. 마침 진성 박이 오셨으니,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것도 좋겠지요!”

         

       게다가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는 지금 자신이 하려는 일에 대해 자세히 설명까지 해주겠다고 했다.

         

       본래는 건너뛰어도 되는 절차임에도 진성을 위해서 해주겠다고 한 것이다.

         

       당연히 진성은 감사하다고 말했으며, 눈을 반짝이며 앞으로 있을 ‘의식’을 기대했다.

         

       ‘강령술에는 크게 조예가 없지만 신성술에는 일가견이 있는 주술사다. 그런 주술사가 행하는 의식이라….’

         

       진성이 보기에 토마스는 나름대로 실력이 있는 주술사였다.

         

       물론 강령술을 잘 다룬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토마스가 다루는 강령술은 형편없었다.

       섬세함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고, 투박한데다가 무식하기까지 했다.

         

       다른 강령술사가 섬세한 손길로 회로를 만들어 기계를 구동시키는 것이라면, 토마스가 다루는 강령술은 대장간에서 망치를 두들겨서 어찌어찌 대충 형태만 만들고 그럭저럭 굴러가게 만드는 수준이었다.

       당연히 강령술사가 다루는 것처럼 최적화는커녕, 작동만 간신히 시키는 수준.

       그것도 얼기설기 구멍이 나 있어서 제 목적을 이루는 것도 쉽지 않은 수준이었다.

         

       당장 악령들만 해도 그렇다.

       제대로 된 강령술사가 다루었다면 넷이 아니라 하나를 부렸더라도 충분히 목적을 이룰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오히려 역설적으로 이런 어설픈 솜씨가 토마스가 꽤 쓸만한 주술 실력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다.

         

       어설픈 실력으로 강령술을 사용하느라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렀을 텐데도 몸이 저렇게 멀쩡하지 않은가.

         

       ‘일벨리(Illhveli)의 꼬리 징벌이 잘 알려진 주술이니만큼 그 대가가 컸을 테고, 그중에서 라우드켐빙어를 부렸으니 온몸의 피가 빠져나가는 수준의 대가를 받아도 이상하지 않았을 터인데…. 그런데도 저렇게 멀쩡하다는 것은 신성술을 사용해서 몸을 회복시켰다는 것이다.’

         

       물론 그냥 운이 좋았기에 커다란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살아남았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저렇게 멀쩡할 수는 없다.

         

       흑주술이라는 것은 어마어마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

       운이 좋아서 큰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몸 한구석이 망가져 버리거나 병원에 입원할 정도의 피해를 받았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보라.

         

       저 신부는 이렇게나 멀쩡하지 않은가.

       진성이 대화하는 중 면밀하게 관찰했음에도 신체에 나타난 이상은 발견할 수가 없었다.

         

       이는 흑주술의 대가를 거뜬히 부담했다는 이야기다.

       온갖 주물들을 이용해 경감시켰든, 흑주술로 얻은 부상을 신성술로 회복시켜서 틀어막았든, 그것도 아니라면 다른 주술 의식을 통해 다른 대가로 바꾸어버렸든….

       ‘모종의 방법’을 이용해서 흑주술의 대가를 멀쩡히 부담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방법은 신성술일 가능성이 크겠지.’

         

       신성술은 피를 주로 사용한다.

         

       피는 생명이며, 인간임을 증명하는 힘이며, 인간을 살아가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

         

       토마스는 이러한 신성술의 특성을 이용해 흑주술로 얻은 대가를 어떻게든 감당해냈으리라.

         

       ‘저 신부가 대가를 감당한 방법은 내가 모르는 방법일 수도 있겠지….’

         

       어떤 방법으로 감당했을까?

       실시간으로 몸의 피가 빠져나가는 것을 산더미처럼 쌓인 수혈팩에 신성술을 걸어 제 몸에 주입함으로써 감당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혈액을 만들어내는 속도를 증가시켜 죽음에서 벗어난 것일까?

       쇼크사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약 물질을 분비하지는 않았을까?

       ‘대가’가 내장이 망가뜨리지 않을 때까지 배를 계속 열어놓고 내장을 수십 번 교체하는 것을 반복하지는 않았을까?

       아니면 과거 이단이 그러했듯, 피를 매개로 살아있는 것들의 생명력을 흡수해 제 몸에 주입하지는 않았을까?

         

       진성은 호기심을 담아 토마스를 바라보았다.

         

       ‘저 신성술사는 어떤 주술을 알고 있고, 지금 나에게 어떤 주술을 보여줄 것인가.’

         

       그는 호선을 그리며 캐리어를 끌고 오는 신부를 보았고, 신부 역시 기대를 품은 채 자신을 바라보는 진성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드륵.

       드르륵.

         

       그렇게 진성의 앞에 도달한 신부는 방긋 웃으며 진성에게 말했다.

         

       “세상에서 중요한 것이 있다면 첫째는 사랑, 둘째는 약속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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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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