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70

        새로운 날이 밝았다.

        나는 준비물을 확인한 후, 천천히 방송을 켰다.

       

        – 용하!

        – 어어어엉!!

        – 드디어!

        – 하루의 휴재가 너무 길었다…

        – 용하용하

        – 라하!

        – 캬~! 보고 싶었어요!

       

        “반갑구나 아이들아.”

       

        겨우 하루 휴방을 했는데, 호들갑들이 심하다.

        나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컴퓨터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역시 귀여운 녀석들이다.

       

        – 그런데 오늘은 무슨 방송인가요?

        – 궁금궁금.

        – 뭔가요?

        – 오늘도 옛날이야기인가?

        – 음.

        – 옛날이야기면 좋은데, 패턴상 오늘은 아닐 확률이 큼.

        – 뭘까나…

       

        “오늘은 무슨 방송을 할 것이냐 하면…….”

       

        나는 일부러 말끝을 흐리며 뜸을 들였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호기심을 증폭시키기 시작할 때쯤, 컴퓨터를 조작하며 말했다.

       

        “오늘은 광고 방송을 해볼 것이란다.”

       

        – 오!

        – 광고 방송!

        – 숙제구…. 나?

        – 읭?

        – 광?고

        – ?

        – ???

        – ?

       

        감탄하던 시청자들이 일제히 ‘?’를 채팅창에 띄우기 시작했다.

       

        – 뭐임?

        – 라나님이 왜 광고를 받음?

        – 광고 받을 필요가 있어요?

        – 돈 많으신 분이, 왜 광고를?

        – ???

        – 뭐임?

        – 오늘 만우절인가?

        – ?

        – 진짜 뭐지?

       

        “…….”

       

        방송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어가는 시점.

        정확히는 34일째 방송을 시작하는 날.

        오늘, 나는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밖에 없었다.

       

        ‘나와 시청자들 사이에, 그렇게 믿음이 없었나……?’

       

        그냥 종족 간의 인식 차이 때문인가?

        그렇다기엔, 난 나름 인간답게(?) 방송을 진행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반적인 방송인들은, 광고 방송을 받고는 하지 않던가?

       

        “아이들아. 나도 광고 정도는 받을 수 있지 않으냐?”

       

        – 그건 그렇죠.

        –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으시잖아요?

        – 이미 부자신데, 왜 광고를 받으심?

        – 그래서, 어떻게 된 건가요?

        – 일단 해명해 보시죠?”

       

        시청자들의 인식이 좀 싸늘하다.

        내가 예상했을 때는, 내가 광고를 요청받았다고 한다면 시청자들이 ‘와! 라나님이 광고라니! 이제 대기업이시네요!’라고 채팅을 칠 거로 생각했는데…….

       

        ‘다른 인간들의 방송에서는 전부 저렇게 반응하고는 했는데.’

       

        역시, 드래곤과 인간의 차이는 좁힐 수 없는 것일까?

        어쩐지 조금 시무룩해지는 기분이다.

        이것이…… 실망감이라는 것일까?

       

        “어제, 볼일을 보기 위해서 헌터 협회에 방문했었단다.”

       

        – 알아요.

        – ㅋㅋㅋㅋ

        – 뉴스에 뜨셨던데요?

        – 북한 어떠셨나요?

        – 요즘 평양 완전히 옛날의 그 청학동으로 변했던뎈ㅋㅋㅋ

        – ㅋㅋㅋㅋㅋ

       

        벌써 뉴스에 내 이야기가 떴단 말인가?

        역시, 인간들은 뭐든 참 빠른 것 같다.

       

        ‘그래도, 그 외의 이야기는 퍼지지 않은 것 같군.’

       

        어제 나는, 이 차원에 도착한 이후 처음으로 인간을 죽였었다.

        인간들의 단어로 표현하자면, 나에겐 어디까지나 ‘정당방위’였으나…… 어쨌든 내가 인간을 죽인 것은 사실인 일.

        다행히 그 부분은 헌터 협회 인간들이 숨겨 준 모양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는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헌터 협회에 방문했을 때, 나에게 광고를 맡기고 싶다는 의견을 들고 온 인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더구나.”

       

        – 아닠ㅋㅋㅋㅋ

        – 어떻게 거기서 기다리냨ㅋㅋㅋ

        – ㅋㅋㅋ

        – 먹고살기 개 힘드넼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채팅창에 ‘ㅋㅋㅋ’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혹시나 오해하는 시청자가 나올 것 같았기에, 나는 다급히 설명을 덧붙였다.

       

        “미리 말하지만, 그들이 내가 어제 방문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그곳에 있었던 것이 아니었단다.”

       

        내가 그들을 보았던 곳은 헌터 협회 건물의 바로 앞이었다.

        헌터 협회에 볼일이 있어서 건물에 들어가려는데, 건물 앞에서 신문지를 덮고 자고 있던 인간들이 벌떡벌떡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던가?

       

        – ?

        – ??

        – 아닠ㅋㅋㅋ

        – ?

        – 엌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무슨 레이팅이냐곸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언젠가는 내가 올 테니, 그때까지 헌터 협회 건물의 앞에서 날 기다리겠다는 마음으로 그곳에 있던 이들이었다.”

       

        날 발견하자마자 어찌나 처절하게 나에게 달라붙던지.

        헌터 협회의 인간들이 그들을 제지하는데도, 그들의 열망이 너무 강했다.

       

        “사실 처음에는 왜 나에게 광고를 맡기려고 하는지 의아했단다.”

       

        모두가 알듯, 나는 인간이 아니라 드래곤이다.

        그리고 ‘광고’라는 것은,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물건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수단이다.

        그렇기에 ‘광고’를 하려는 인간들은 최대한 다른 인간들에게 유명한 인간을 찾아, 그에게 ‘홍보’를 맡기려 하는 것이겠지.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그들이 나를 찾아온 이유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인간과 나는 사고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고, 보는 시점에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이 나에게 제안한 ‘광고’의 방식은, 방송 내에서 광고를 원하는 제품을 실제로 사용해 보며, 그것에 대한 솔직한 감상을 시청자들에게 들려주는 방식이었다.

        즉…….

       

        “인간들은 재미있다고 느끼는 부분도, 나에겐 재미있다고 느끼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 오.

        – 그건 그럼.

        – 콜라가 맛없다고 하시는 분이신뎈ㅋㅋ

        – ㅋㅋㅋㅋ

        – ㄹㅇㅋㅋ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그 부분을 확인받았다.

        정말로 후회하지 않겠냐고.

        왜 나에게 광고를 맡기려고 하는 것이냐고.

       

        그 질문에 대해, 인간들은 이렇게 답했다.

       

        “내가 지난번에 했던 호신용품 광고를 보고, 꼭 나에게 맡기고 싶다고 했던가?”

       

        – 앜ㅋㅋㅋㅋ

        – 아 그겈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저도 그 광고 보고 호신용품 개 같이 지름.

        – ㅋㅋㅋㅋ

        – 라나님 굿즈는 못 참짘ㅋㅋㅋㅋ

       

        시청자들이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왜 웃기 시작했는지 이해되지 않았기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려야 했다.

       

        어쨌든 나는 그들에게 여러 번 후회하지 않을 것인지를 물었고, 그들은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그 노력이 가상하기도 하고, 시간도 좀 남았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했단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 보고, 적당한 광고를 하나 골랐던 것이다.

        때마침 내일 약속도 있었기에, 오늘 하루 동안 할 수 있는 적당한 콘텐츠를 찾고 있었던 참이었다.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상황이었달까?

       

        – 그럼 뭘 대가로 받으셨나요?

        – 궁금해요

        – 대가는요?

        – ?

        – 돈은 아니실 테고, 뭘 대가로 받으셨나요?

        – 또 회사 플렉스하신?

       

        “음? 그냥 돈으로 받았는데?”

       

        – ?

        – ??

        – ?

        – ?

        – ?

        – ?

       

        나와 시청자들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서로가 서로에게 침묵하는 상황.

        결국, 가장 먼저 침묵을 깬 것은 시청자들이었다.

       

        – 아닠ㅋㅋㅋ

        – 돈도 많으신 분이 왜 또 돈을ㅋㅋㅋ

        – 돈은 다다익선이긴 한뎈ㅋㅋㅋㅋ

        – 황금 무한 복사하실 수 있는 분이 왴ㅋㅋㅋㅋ

       

        “뭐, 나에게 돈이 의미가 없긴 하지.”

       

        이래 보여도, 내 게이트에선 전기를 자체 생산한다.

        왜냐하면 게이트 구석에 발전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기세가 들지 않는다.

       

        식수도 자체 보급하고 있기에, 수도세도 들어가지 않는다.

        어지간한 물건은 자체적으로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기에, 역시 돈이 사용될 일이 거의 없다.

        애초에 내가 내는 세금 자체가 없다.

       

        그나마 인터넷을 사용할 때 내야 하는 비용이 있긴 한데…….

       

        “그 정도야 뭐…….”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껌값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나는 돈이 더 필요 없다.

        하지만 돈을 안 받으면? 그렇다면 나는 인간들에게 무엇을 받아야 할까?

       

        – 어라?

        – 그러네요?

        – ?

        – 그건 그럼.

       

        “내가 따로 원하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받아 가기 적당한 다른 대가도 마땅치 않지. 그러니 그냥 돈으로 받았단다.”

       

        어차피 이 광고도 오늘 하루의 콘텐츠를 대신하는 의미로 하는 것이었기에, 일반적으로 인간들이 받는 광고비에 비해 적게 받기로 했다.

        물론 그 대신, 광고는 철저하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말이다.

       

        – ㅋㅋㅋㅋㅋ

        – 광고주님!!

        – 아이곸ㅋㅋㅋㅋㅋ

        – 광고주님 오열하시는 거 아님?

        – ㅋㅋㅋㅋㅋ

        – ㅋㅋㅋ

       

        “자. 그럼 오늘의 광고 물품을 공개하마.”

       

        달깍!

       

        컴퓨터를 조작해, 화면을 공개했다.

        그리고 화면을 확인한 시청자들이 채팅을 치기 시작했다.

       

        – 오?

        – 프론티어 월드?

        – 이거 게임 아님?

        – 초! 갓! 겜!

        – ㅋㅋㅋㅋㅋㅋ

        – 드디어 라나님이 게임 광고를!!

       

        그렇다.

        오늘의 광고 방송은, 무려 게임 방송이었다.

       

        사실 내가 게임 방송을 한 번도 안 한 것은 아니다.

        첫 번째 게임 방송은 최강 물소와 함께하는 배틀 로얄 게임이었고.

        두 번째 게임 방송은 내가 스스로 했던 공포 게임이었다.

        그 외에도 다른 스트리머들과 함께한 마피아 게임도 있겠지.

       

        하지만 이번에 광고로서 하기로 한 게임은, 이전에 한 것들과 달랐다.

        그때 한 게임들은 한 번 플레이를 한 이후엔 다시 초기화되는 것에 반해서, 이번 게임은 플레이한 경험이 저장되는 방식의 게임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요즘 인간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게임이라고 하던데?”

       

        – 인기 있긴 하죠.

        – 중국에서 만든 게임인데, 재미있음.

        – 턴제 알피지임.

        – 일주일 전에 새로운 지역 오픈되어서, 한참 광고 때리고 있긴 해요.

       

        시청자들도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확실히 요즘 인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이 맞긴 한 것 같았다.

        음. 내가 잘 골라왔군.

       

        흐뭇하게 미소를 지은 후, 게임을 실행했다.

        이미 회원가입은 끝내 두었기에, 캐릭터 생성부터 시작하면 된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하기에 앞서, 나는 화면 옆에 작게 글씨를 써 두었다.

       

        [광고중]

       

        – 아닠ㅋㅋㅋㅋ

        – 뭐야 저겈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

       

        광고를 시작했으니, 광고하는 중이라는 것을 표시했을 뿐인데?

        갑자기 ‘ㅋㅋㅋ’로 가득 차기 시작한 채팅창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뭘 잘못했나?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 다시 광고 방송을 시작했다.

        어디 보자…… 내가 해야 할 일이…….

       

        “오늘 내가 광고를 하는 게임은 바로 이것, ‘프론티어 월드’라는 이름을 가진 게임이란다.”

       

        광고를 맡긴 인간들이 준비한 대본이 있었기에, 광고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막히는 부분은 없었다.

        중간중간 내 목소리가 어색하다든가, 국어책을 읽는 것 같다는 채팅이 보이기는 했지만…… 그럭저럭 괜찮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오늘 방송을 시청한 이들 중 10명을 뽑아, 이 게임의 재화를 얻을 수 있는 쿠폰을 지급한다고 하는구나.”

       

        – 오.

        – 진짜 본격적인데?

        – 저걸 겨우 하루 만에 했다고?

        – 라나님이 광고 안 받았으면 어쩔뻔했뎈ㅋㅋㅋ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해 보자꾸나.”

       

        대본에서 지정해 준 대사는 다 한 것 같으니, 이젠 게임을 진행하며 나의 솔직한 반응을 들려주면 된다고 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내 마음대로 방송을 이끌어가면 된다.

       

        – 그런데 라나님은 드래곤인데, 이 게임이 재미있으시려나?

        – 라나님은 과연 어떤 소감을 남길 것인가!

        – ㄷㄱㄷㄱㄷㄱㄷㄱ

        – 라나님 친추 해야짘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오늘도 꿀잼이겠넼ㅋㅋㅋ

        – ㅋㅋㅋ

       

        시청자들의 기대와 함께, 마침내 게임이 실행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과연 작가의 한계는 어디까지일 것인가?!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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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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