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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0

       *** ***

         

       “예까지는 어쩐 일로 오셨는지요?”

         

       “그저 언니된 자로서 동생이 어찌 지내고 있나 살피러 왔을 뿐이다.”

         

       주루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일촉측발이었다. 상화단의 무사들은 당장이라도 무기를 뽑아들 것 같은 흉흉한 분위기였고 요란이 데려온 무인들 역시 상화단 무인들을 견제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칼부림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살벌한 시선을 주고 받는 수하들.

         

       그러나 가장 살벌한 시선이 오고 가는 곳은 바로 이설과 요란의 시선이 마주치는 곳이었다.

         

       요란은 이설의 불타는 시선을 바라보며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그깟 얼굴 좀 반반하다고 주변에서 떠받들어주니 제가 정말 운남제일이라고 되는 양 고고한 척 하던 얼굴이 분노로 찡그러진 모습을 보니 속이 시원했다.

         

       요란은 이설의 옆에 서 있는 용지맹을 바라보았다.

         

       “오호호호! 네가 바로 이설이 데려왔다는 자로구나?”

         

       “…용지맹이라 합니다.”

         

       요란은 용지맹을 바라보며 부채를 살랑이며 눈을 빛냈다. 현재 요란의 경지는 절정, 정확히는 초절정과 절정의 문턱에 걸쳐 있는 상태였다.

         

       그런 요란에게도 호천안의 경지가 온전히 파악되지 않았다. 호천안이 기를 갈무리한 수준이 매우 뛰어나다는 뜻이었다.

         

       ‘과연, 저 년이 끼고 도는 이유가 있었구나.’

         

       요란의 미소가 짙어졌다.

         

       “용지맹,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마. 필요한 것은 없느냐?”

         

       “독고요란! 네가 선을 넘는구나!”

         

       스스스스!!!

         

       이설의 몸에서 경력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초절정의 작정하고 내뿜는 경에 모두들 주춤거리고 있을 때 요란 역시 경을 내뿜어 이설의 경에 대응하며 입을 열었다.

         

       “이설과는 수준이 다른 대우를 해 주마. 검술이 필요한가? 그럼 삼십이후검법을 주마. 기운이 정순한 것을 보아하니 영약을 먹은 지 오래되거나 먹지 않은 듯 싶은데 뇌공소령단을 주마.”

         

       “독고요란!”

         

       “오호호호호! 동생아, 왜 그리 화를 내는 것이냐. 내 친히 싹이 보이는 암룡문의 무인에게 지원을 해 주겠다는데.”

         

       츠즈즈즈즈!!

         

       이설이 쥔 부채에서 기운이 줄기줄기 올라오기 시작했다. 강기의 전조증상인 강사(剛絲)였다. 강사를 확인한 요란의 수하들이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요란의 앞을 막아섰다.

         

       “용지맹! 잘 생각해 보거라. 내 동생이 고작해야 이런 주루 별채에서나 머물고 있는 이유를. 암룡문에서는 발 붙일 곳 하나 없기에 이런 조그만 곳에서 왕 놀이나 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 이런 이들 따른다 한들 네 미래에 도움이 되겠느냐?”

         

       “감히!”

         

       이설이 분노를 터트리며 단숨에 강기를 뽑아내려는 찰나였다.

         

       “제안은 감사하나, 받아들일 생각은 없습니다.”

         

       용지맹의 대답에 막 출수하려던 이설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런 이설의 움직임에 맞추어 공격해 들어가려던 상화단 역시 무기를 뽑으려던 손을 멈추었고 구석에서 숨죽이고 있던 서화파 신입들도 용지맹을 바라보았다.

         

       “…흐음. 좋다. 제 몸값을 올릴 줄 아는 녀석이로구나.”

         

       요란은 살짝 심기가 상했으나 한번 정도는 받아 주기로 했다. 이설이 분개하는 지금 상황을 조금 더 즐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 이건 어떠냐? 나를 따른다면 암룡문의 정식 문도로 임명해주마. 네 실력이 받쳐 준다면 곧바로 부당주나 당주가 될 수도 있지.”

         

       요란은 이설이 입술을 깨무는 것을 보며 웃었다.

         

       “자존심이 상하지 않느냐? 너 정도 되는 무인이 위험한 입문 시험을 치르며 기약 없이 굴러야 한다는 점 말이다. 본인의 실력은 증명하는 것도 그에 걸맞는 무대가 있어야 하는 법! 이설이 제공할 수 있는 무대는 고작해야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을 위험하고 형편없는 무대 뿐이다. 그러니 내가 너에게 적당한 무대를 제공해주마. 조장 시험이나 부당주 시험 같은 것 말이다!”

         

       이설이 주먹을 꽉 쥐었다. 자신의 영역에 쳐들어와서는 뻔뻔하게 남의 수하를 가로채려는 요란의 수작은 정말로 머리에서 김이 날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이설은 요란이 제시한 것과 같은 조건을 맞출 수가 없었다.

         

       힘을 쓰면 요란을 쫓아내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요란을 쫓아낸다 한들 용지맹의 마음이 변하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설은 용지맹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그 속내를 읽을 수 없는 무심한 표정.

         

       ‘너는 지금 이 순간에조차 흔들림을 보이지 않는구나.’

         

       이설의 머릿속에 주사위를 굴리며 다음을 외치던 용지맹의 모습이 떠올랐다. 여차하면 목이 달아날 수도 있는 적진 한복판에서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며 상대방을 압살하던 모습이.

         

       영약에 무공에, 현경 고수가 이끄는 대문파의 당주가 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 앞에서도 단 한점의 흔들림을 보이지 않는 용지맹.

         

       그런 용지맹을 보고 있자니 이설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정말로 이런 자를 품고, 내 수하로 부릴 수 있는가.’

         

       이설의 미혹은 곧 행동으로 나타났다.

         

       몇 발자국 앞으로 나서는 용지맹을 바라보면서도 붙잡지도 말리지도 못한 채 애매하게 손을 뻗었을 뿐이었다. 이설은 용지맹의 뒷모습을 보며 애매하게 뻗은 손을 꾸욱 쥐고 입술을 깨물었다.

         

       마음같아서는 억지라도 부려 붙잡고 싶었으나.

         

       용지맹의 앞을 막아선다 한들 용지명의 행보를 막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에 사로잡힌 이설의 고개가 떨구어졌다.

         

       “호호호호호!! 그래 잘 생각했다!”

         

       요란은 대소를 터트렸다. 저 오만하고 도도한 이설이 상실감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그야말로 10년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이제 저 용지맹만 있다면 언제나 이설의 저런 표정을 구경할 수 있겠지!

         

       그것만으로도 용지맹에게 주기로 한 대가가 전혀 아쉽지 않았다.

       

        “요란님의 제안, 거절하겠습니다.”

         

       요란은 대소를 터트리던 자세 그대로 굳었다.

         

       *** ***

         

       “뭐….라…고?”

         

       요란은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더듬거리며 따졌다.

         

       “아, 아니…! 어째서지! 대가가 부족하느냐?”

         

       “차고 넘치나, 필요 없습니다.”

         

       요란을 따라가면 어떻게 될까. 암룡문 본당에서 등 따시고 배부르게 뒹굴뒹굴 하겠지.

         

       암룡문의 정식 제자로 등재되면 속령파 공략에 투입되는 일은 영영 물 건너간다.

         

       요란의 제안은 음, 솔직히 그냥 암룡파에 몸 담을 떠돌이라면 누구나 넘어갈 법한 후한 제안이지만 나는 아니니까.

         

       “…용지맹! 마지막으로 묻겠다. 네 실력을 높이 사 관대한 제안을 했거늘 정녕 내 제안을 거절하겠다는 것이냐?”

         

       요란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확실히…망신이라고 볼 수 있을까.

         

       남의 거점에까지 쳐들어와서 영입을 시도했는데 좋은 조건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입을 실패했으니 체면이 깎였다고 여겨도 이상하지는 않을 일이군.

         

       사실 굳이 이설의 수하를 자처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 방금 전까지는 말이다.

         

       “소인은 천성이 어리석은지라 밑바닥부터 올라가는 것이 마음이 편합니다.”

         

       “…뭐라고?”

         

       요란은 이설이 암룡문 내부에 권력이 없다 말했다. 그렇기에 나를 시험에서 빼줄 수 없다고도 했고.

         

       결국에는 이설 밑에 붙어 있으면 이설은 좋건 싫건 나를 속령파를 치는 일에 투입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함께할 수 없음을 용서하십시오.”

         

       “….용지맹! 내 너를 잊지 않을 것이다!”

         

       요란이 원독 가득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어디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두고 보자꾸나!”

         

       “용건을 다 보셨으면 돌아가시지요.”

         

       이설이 내 앞에 나서 나를 보호하듯이 손을 들었다. 어째 입술이 씰룩씰룩거리는 것이 요란이 망신당한 것이 어지간히 고소한 모양이다.

         

       나를 보는 눈이 마치 꿀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이겠지.

         

       “돌아간다!”

         

       요란은 날 당장이라도 죽일 듯이 노려보았지만 결국 물러서는 것 말고는 길이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이를 갈며 물러섰다.

         

       요란과 수하들이 썰물과 같이 빠져나가고 주루에는 침묵이 찾아왔다.

         

       마지막까지 요란의 수하들이 물러나는 것을 확인한 이설이 나를 돌아보았다.

         

       “너는…참으로 알 수 없는 자다.”

         

       뭐라고 할 말이 없어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있자니 이설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어제처럼 뒤를 따르려 하자 이설이 가볍게 손을 들어 제지했다.

         

       “되었다. 너의 마음을 알았으니…이제 더 이상 붙어 있을 필요는 없겠지.”

         

       이설은 몸을 돌린 자세 그대로 말을 이었다.

         

       “용지맹.”

         

       “예.”

         

       “서화파의 수장이 되도록.”

         

       “그 말씀은…”

         

       “네가 원하는 대로 바닥부터 증명해보거라. 네가 나를 믿어주었듯이…나 역시 너를 믿어보겠다.”

         

       이설이 살짝 내 쪽을 바라보았다. 아직 요란을 마주했을 때의 흥분이 가시지 않았는지 뺨에는 약간의 홍조가 떠올라 있었다.

         

       “실망시키지 말도록.”

         

       “존명.”

         

       나는 그렇게 대답하며 포권을 해 보였다.

         

       드디어.

         

       속령파의 영역으로 향할 수 있게 되었다.

         

       *** ***

         

       속령파 공격에 내가 예상치 못한 점이 있었으니.

         

       “속령파를 공격하는데 내 형제자매들이 모두 끼어들 것이다.”

         

       암룡문이 속령파를 공격하는 작전에 후계자 결정전이 걸려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 어쩐지 어제 요화가 너무 크게 지른다 했어. 고작해야 자존심 좀 살리고자 태우기에는 너무 큰 제물과 약속이었는데 경쟁자의 핵심 패 하나를 자른다고 치면 투자할 만한 비용이었다.

       

       “그렇다면 너무 큰 욕심을 부리면 안 되겠군요.”

         

       “그렇다. 최악의 경우 방해받는 것까지 생각해야하지.”

         

       이설이 원하는 것은 속령파의 영역을 잘라먹는 것보다는 소란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꼬리가 길면 결국 덜미가 잡히는 법.

         

       암룡문이 속령파의 영역을 차지하면 아무리 안전조치를 한다 한들 연결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으니까.

         

       뭐, 애초에 뒷받침하는 세력이 없는 이설이니 영역을 먹어치워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긴 하지.

         

       “공적을 세우겠다고 큰일을 벌이지 마라. 적당히 소란을 피우는 정도면 충분해.”

         

       “알겠습니다.”

         

       나는 이설의 조언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느냐? 강한 상대에게 덤비지 말고 오직 소란을 일으키는 것에만 집중해야 한다.”

         

       “예.”

         

       “후우….정말로 그럴 수 있을지 걱정이구나.”

         

       이설이 안심이 되지 않는다는 듯이 날 걱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걱정 마시지요. 제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기감은 뛰어난 편입니다.”

         

       “그런 의미가 아니거늘…엄한 시비가 걸리더라도 적당히 굽신거리면서…하아. 네가 그럴 리가 없지.”

         

       이설은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를 보는 시선으로 날 바라보았다.

         

       “네 성정은 익히 알고 있지만 그래도 잠시 그 뻣뻣한 허리를 숙이도록 해라. 네 뒤에는 열 아홉 명의 서화파들이 있으니까.”

         

       내가 어지간히 못 미더운지 연신 유연함을 강조하는 이설.

         

       그렇게까지 못 미더운가. 내가 뭐 큰 사고를 친 것도 아니고 말이야.

         

       기껏해봐야 적진에 와서 쪼개진 주사위 좀 합치고, 잠시 자리 비운 사이에 애 하나 조지고, 요란이 왔을 때 꺼지라 했을 뿐인 걸?

         

       음.

         

       마음을 놓는 것이 무리네.

         

       “….미안하구나.”

         

       과거의 행적을 떠올리니 할 말이 없어서 잠시 침묵하고 있었더니 갑자기 이설이 풀이 죽어 사과했다.

         

       “예?”

         

       “너는 나를 선택해 주었거늘 나는 너에게 계속해서 너 자신을 버리고 굽히라 강요하니 언짢을 수 있다는 것 안다.”

         

       “아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이렇게 걱정하는 것 뿐이니…도를 넘었던 모양이구나.”

         

       이설의 어깨가 추욱 처졌다. 아니 갑자기 이 사람 왜 이래.

         

       잠시 침묵했더니 그 침묵을 불만으로 해석한 모양이었다.

         

       이런 작은 일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사과하다니…역시 요란의 일이 마음에 남았던 것일까.

         

       “수하에게 희생만을 강요하는 못난 나를 용서해다오.”

         

       늘 당당하고 콧대 높은 모습만 보다가 갑자기 이렇게 어깨가 축 처진 모습을 보니 새삼스럽게 이설의 처지가 와닿았다. 그 당당한 태도와 본인의 무위 때문에 잘 와닿지 않았을 뿐 이설은 후계 구도에서 불리한 처지가 맞았다.

         

       독고영천의 자식들 중에서 무위가 가장 높은 것은 맞지만 그 뒤를 받쳐줄 세력이 없다.

         

       세력이 없으니 당연히 수하들에게 줄 것도 없다.

         

       뭐 어제 요란이 나에게 약속한 것들이 요란의 능력에서 나오는 것들이겠는가? 당연히 요란의 외가 세력이 요란이 암룡문의 소가주가 되기를 바라고 지원해주는 것들이지.

         

       수하들을 위험한 곳에 보내면서 아무런 지원도 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좀먹은 모양이다.

         

       “용서랄 것이 있겠습니까.”

         

       “허나…”

         

       “모든 것을 감안하여 이설 님의 곁에 남은 것이니 사과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이설이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설의 최고 장점은 본인의 무력. 그런데 본인이 나서지 못하고 수하의 힘만으로 사건을 해결해야 하니 무력감이나 불안감이 들 수밖에 없겠지.

         

       “그저 믿고 맡겨주시기를.”

         

       “…그런가.”

         

       이설의 눈빛이 조금은 살아났다. 한참이나 나를 떨리던 눈으로 바라보던 이설은 내 호언장담에 조금은 기운이 났는지 어깨를 쭉 펴고 턱을 당겼다.

         

       아직 그 기세가 온전히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평상시의 이설에 좀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믿겠다. 용지맹. 성과를 보이도록.”

         

       “존명!”

         

       그날 오후.

         

       나와 서화파 신입들 19명은 속령파의 영역인 옥계로 출전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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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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