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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0

       설아는 재능은 그렇다 치고서 끈기는 좋은 편이었다.

       

       이전에 밤을 새워가며 무공에 몰두할 적부터 알았던 사실이기는 하다만 직접 눈앞에서 그녀를 굴려보니 그를 더 잘 알 수 있었지.

       

       제멋대로 날뛰는 천마신공을 제어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이 막 천마신공에 발을 들인 육신이 아니라 이미 화경의 경지에 오른 무인의 것이라면 더욱 그러하지.

       

       저 당시의 본인은 이미 천하제일을 두고서 다른 이들과 말다툼을 할 시절이거늘 본인의 몸 안에 있는 내공의 양은 얼마나 많은 것이고 또 그 내공은 얼마나 포악할 것인가.

       

       그런 내공을 거스르고 화산의 무공을 제대로 펼친다는 것은 천마신공의 내기에 제발 나를 잡아먹어 달라 외치는 셈이었다.

       

       자신을 죽이기 위해 목 아래에 칼날을 들이미는 자를 상대로 저항하고, 그 자에게 살해당한 후, 또 다시 깨어나 같은 자에게 대항하는 일이 어디 쉽겠는가.

       

       그러니 본인은 설아가 30분즈음 하고서 바닥에 널부러지더라도 별 잔소리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억지로 일으켜 세우기는 했겠지만.

       

       허나 설아는 무너지지 않았다. 첫 날부터 꾸역꾸역 버텨가며 내가 처음에 이야기한 3시간을 채우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처음에 자신이 장담했던 대로 3시간을 하고도 더 하겠다는 말을 내뱉지는 못했지만 3시간 동안 버텨낸 것이 어디인가.

       

       본인이 장담하건데 이는 현대인으로써는 초인적인 성과라 부를 만 했다.

       

       “수고했다. 들어가 보거라.”

       “…네에.”

       

       그리고 그 과정이 무작정 견디는 데에만 초점을 둔 것도 아니었다. 설아는 느리긴 했지만 본인의 조언을 바탕으로 서서히 성장을 하고 있었다.

       

       느긋하게 하자꾸나. 이 곳은 무림이 아니니까. 급해서 좋을 것은 없다.

       

       *

       

       설아는 최근 들어서 매일 밤마다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그녀가 자고 싶어서 자는 것은 아니었다. 화령과 함께하는 대련이 끝날 때면 며칠 밤을 새운 것처럼 정신적으로 지쳐서 침대에 드러누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화령과 대련을 하고 난 후면 항상 그녀를 괴롭히던 여러 꿈도 그녀를 방문하지 않았으니 최근 설아는 아침에 일어날 때면 상쾌한 마음으로 일어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이러한 일상이 어색했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 일주일 가까운 시간 동안 매일 같은 일과를 반복하다 보니 이조차도 익숙해지고 말았다.

       

       그렇게 설아가 천마신공을 다스리기 위해 화령에게 가르침을 얻은 후로 정확히 일주일이 되는 그 날에.

       

       “…오?!”

       

       설아는 천마신공의 내기를 다스리며 화산의 무공을 쓰는 데에 성공했다.

       

       수백 수천 번에 걸친 실패의 끝에 도달한 성공이고, 다시 하라면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만큼 애매한 상황이었지만 어쨌든 제대로 무공을 펼친 데에 성공한 것이다.

       

       설아는 무공을 펼치는 데 성공하고 나서 자신의 손을 가만 바라보다가 화령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가 보기에는 어땠냐고 묻는 것처럼.

       

       화령은 바위 위에 앉아서는 곰방대를 피우다 피식하고 웃음을 흘렸다.

       

       “칭찬해주기를 바라느냐?”

       

       …아. 그런가.

       

       화령님이 보기에는 내가 한 일이 별 대단한 게 아닌 거겠구나. 저 분의 재능을 생각해보면 여전히 답답하다 생각을 하겠지.

       

       설아가 기가 죽어 우물쭈물거리고 있으려니 화령의 입에서 웃음소리가 샜다.

       

       “질책한 것이 아니다. 잘했다. 어느 정도 감을 잡은 모양이구나.”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문제는 없다. 감을 잡을 때까지 하면 되는 것이니까.”

       

       걱정할 필요도 다급할 필요도 없다 이야기하는 화령의 목소리에 설아는 가만 화령의 얼굴을 올려보다가 함께 웃음을 지었다.

       

       “알겠습니다.”

       “자아. 쉴 틈이 없다. 다시 무공을 펼쳐 보거라.”

       

       *

       

       얼마 전 한서우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휴가를 끝마치고 숙소에 복귀했다.

       

       어째 큰 돈을 들여서 산 집보다 여기가 더 집 같은 이유가 뭘까.

       

       앞으로 또 다시 몇 개월 동안 자고 먹고를 반복해야 할 방에 짐을 푼 그는 가볍게 몸을 풀면서 여러 VR 캡슐이 있는 연습실 쪽으로 향했다.

       

       그의 스승님에게 당분간 접속을 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이야기 해두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며는 또 제자라는 녀석이 자리를 이렇게 비워서야 쓰겠느냐라던가,

       

       천마에게 가르침을 받는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아느냐던가,

       

       아예 평생 자리를 비우는 게 낫지 않겠냐던가 하는 여러 잔소리를 들을 터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에게 화룡무인 속 세계는 무척이나 중요한 존재였지만 그만큼이나 프로게이머라는 직업도 소중했으니까.

       

       뭣보다 세계 대회에 참가하는 수준으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게 아니라면 그는 휴식 시간을 내 버리고 스승님을 만나러 가는 데 불평을 듣는 것도 억울하긴 했다.

       

       “서우 형. 오셨네요?”

       “어. 그래. 태민아. 너 일찍 복귀했네?”

       “제가 집에 있어봐야 뭐 하겠어요. 미리 와서 게임이나 하고 있었죠.”

       “그러니까 이거 실전에서 못 써먹는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 합니까!”

       

       연습실에서 한다는 게임이 미연시냐고 실없는 소리를 내뱉으려던 한서우는 저 안 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입을 다물었다.

       

       “저거 영수 코치님이지?”

       “네.”

       “왜 저러셔?”

       “이번에 화령이라는 스트리머 때문에 기캐릭터 메타가 많이 바뀌었잖아요? 그거 때문에 이야기가 많은가 봐요.”

       

       화령이 제시한 무의 이치라는 개념이 영향을 끼친 건 단순히 그녀의 방송을 보는 일반 게이머들 뿐만이 아니었다.

       

       원래의 플레이 방식보다 무의 이치를 배우고 그를 적용시키는 것이 더 강할지 모른단 의문이 제시되었는데 프로게이머들이 연구를 하지 않을 리가 있나.

       

       잘만하면 다른 구단보다 앞서 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여러 아피스 구단들은 무의 이치라는 것을 자신들에게 적용시켜 보았다.

       

       허나 그로 인해 나온 결론은 각 구단마다 달랐다.

       

       실전에서 충분히 사용가능한 새로운 메타라 보는 이들이 있는가하면, 그 특출난 인터넷 방송인 한 명의 특이성에 의존하는 방식이라 모두에게 적용시킬 수 없다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구단 간의 메타 해석이 갈린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이번에 XLG게이밍의 이현진이 무의 이치를 적용시켜서 한 해외 대회에서 우승을 거뒀어요.”

       “현진이가?”

       

       이현진은 한서우가 아는 후배 게이머 중 하나였다. 그가 예전에 스승에게 배웠던 무의 이치라는 개념에 대해 설명을 해줬던 사람이기도 하고.

       

       내가 이야기를 해줬을 때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던 녀석이 왜 화령님이 그를 설명하자마자 바로 받아들인 거야? 이해가 안 되네.

       

       “전 왜인지 알 것 같은데요.”

       “뭐?”

       “아뇨. 어쨌든 그거 때문에 무의 이치라는 건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는데 영수 코치님이 생각하기엔 다른가 봐요.”

       

       영수 코치의 의견은 이랬다.

       

       무의 이치라는 것은 그에 걸맞는 재능을 지닌 이들에게 어울리는 방식이지 모두에게 정답이 될 수 없다고.

       

       괜히 잘 활동하는 프로게이머를 망치는 결과가 될 수 있으니 무작정 도입해서는 안 된다고.

       

       그는 무의 이치를 구단에 도입해 보자는 감독의 의견을 결사코 반대하고 있었다.

       

       “나 예전에 영수 코치님한테도 무의 이치라는 거 설명해드린 적 있었는데.”

       “그거 때문에 더 저러시는거에요. 그 날 서우 형이 하도 개떡같이 설명을 하는 바람에 이건 모두한테 적용시킬 수 없는 거라 생각하고 계시거든요.”

       

       한서우는 단 한 번도 무의 이치에 관한 것을 남들에게 감춘 적이 없었다. 그를 남들이 안다 하더라도 자신이 더 강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으니까.

       

       허나 그 누구도 한서우에게 그 설명을 듣고서 무의 이치를 연구한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가 소속된 프로팀의 코치조차도.

       

       당시에는 그가 이야기해준 게 그리 영양가가 없어보였나 보다 생각하고 말았지만 상황이 이리되니 둔감한 한서우라도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설명이 그렇게 이상했어?”

       “네. 저도 화령님 방송보기 전엔 무슨 헛소리를 하시나 싶었다니까요.”

       “야.”

       “그게 사실인데 어떡해요!”

       

       태민의 말을 들은 서우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기캐릭터를 다룸에 있어서 무의 이치는 분명 정답이다. 그의 스승이자 화룡무인 속 최강자인 천마가 그리 단언을 했는데 어찌 무의 이치가 틀릴 수 있을까.

       

       그러니 가능하다면 무의 이치를 받아들이는 것이 옳았다.

       

       허나 한서우의 잘못 때문에 영수 코치는 무의 이치가 무조건 정답이 될 수 있다 생각하지 않았다.

       

       특정한 사람에겐 정답이 될 수 있어도 보편적인 답일 수는 없다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저희 팀 다른 코치님들도 영수 코치님이랑 의견이 비슷해요.”

       “…진짜?”

       “네. 감독님이 무의 이치를 도입해 보자는 데 코치님들이 다 결사반대하고 있다니까요.”

       

       이걸 어떻게 수습해야 하지? 내가 다시 다른 코치님들에게 설명을…

       

       아니 근데 이게 다 내가 설명을 이상하게 해서라는데 내가 다시 설명을 한다고 상황이 나아질 수가 있나?

       

       어떡하지? 뭔가 방법이 없나? 무언가 적당한 해답이.

       

       아.

       

       화령님.

       

       *

       

       설아는 처음 제대로 무공을 펼치는 데 성공을 한 이후로 서서히 무공을 펼치는 횟수를 늘려나갔다.

       

       하루에 한 번부터 시작해서 두 번. 세 번. 이윽고 네 번에서 다섯 번이 되어갔지.

       

       시간이 갈수록 무공을 펼치는 데 성공하는 횟수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감을 잡은 모양이였다.

       

       나중에 가면 천마의 몸으로도 화산의 무공을 펼칠 수 있게 되겠지. 그 때가 되면 설아에게 대련을 시켜보아야겠어.

       

       홀로 무공에 집중을 하면서 무공을 다루는 것과 다른 이와 이를 악물고 싸우며 무공을 다루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니까.

       

       그 때가 된다면 본인이 하린이나 당소일을 굴릴 적이 설아도 불러서 같이 굴려야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다른 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는 본인과 가까운 사람은 아니었다. 화룡무인 속 백화령의 제자에게서 날아든 것이었으니까.

       

       [안녕하세요. 화령님. 한서우입니다. 이번에 연락을 드린 것은…]

       

       그 내용은 대충 본인이 신교 인근에 있는 혈교 무리들을 침묵시킨 것에 백화령이 만족을 드러냈으며, 그에 따라 추가적인 보상을 주기로 이야기했단 소리였다.

       

       추후에 천마신교로 찾아오라는 이야기는 덤이었고. 본인이 생각하기에 저 추가적인 보상이니 뭐니하는 이야기는 그리 대단찮은 소리일 가능성이 높았다.

       

       지금 백화령이 본인에게 줄 수 있는 게 있기나 한가. 백화령이라 하여 그 사실을 모르지 아니할 터이니 저는 본인에게 따로 부탁을 할 것이 있다 받아들이는 편이 낫겠지.

       

       제자에게 자기 못난 모습을 보이기 싫으니 보상이니 뭐니하는 소리를 지껄인 것일 테고.

       

       [백화령이 직접 찾아오라고 해주세요.]

       

       필요하면 저가 찾아와야지 어디서 오라마라더냐. 전력을 다하지 않은 본인에게 패했으며는 얌전히 약자의 자리를 인정하고 겸손하는 법을 배워야 할 터.

       

       [저 그게.]

       [걱정마요. 그렇게 말하면 어련히 알아들을 테니까.]

       

       아아. 물론 짜증이 나서 한서우에게 투덜대겠지만 그를 어찌하겠느냐. 제자된 도리 중에는 스승의 기분을 풀어주는 것도 있을 터인데.

       

       [아뇨. 그게 아니라 이것 말고 다른 부탁이 있어서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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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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