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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1

       

        

        

       

        

        

       “아으, 또 졌어! 쫌!”

        

        

        

        SSM Entertainment 소속 프로게이머 다이스, 3일차 첫 경기에서 5등을 기록하다.

        

        침대에서 일어남과 동시에 괴성을 질러대며 얇은 이불을 걷어차는 모습은 실로 가관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최상위권 전투에서의 대진표는 말 그대로 운만으로 결정되었으니까.

        

        파이널 챔피언십은 무지막지하게 거대한 대회였고, 모두가 당연히 몸을 사린다. 그 결과 마지막에서 2번째 킬존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무려 30~40명이 바글대다가, 마지막 킬존에 도달할 즈음에서는 고작해야 열 명 가량밖에 남지 않는다.

        

        등 뒤가 쎄하다 못해 죽음이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시점에서 상대를 고를 여유 따위는 없었고, 피로 피를 씻는 처절한 교전이 시작되면 어느 한 교전에서의 승자가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시체가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이번 판에도, 다이스는 악착같이 그 상황을 뚫었다.

        

        

        

       ‘…갑자기 머리 위의 발코니에서 소리가 들릴 때는 깜짝 놀랐지.’

        

        

        

        물론 그녀는 침착하게 자신의 머리 위로 나나이트를 쏘았고, 발판이 녹아내림과 동시에 괴성을 지르며 떨어진 적을 개머리판으로 침착하게 기절시킨 뒤 고기방패로 썼었지만.

        

        여하간, 그런 한계 그 자체에 도전하는 교전을 성공적으로 끝마쳤을 때, 다시 주제는 처음으로 돌아왔고 – 이번 판의 그녀는 운이 없었다.

        

        남은 유저가 단 다섯 명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다이스는 포말 발사기를 들고 온 유진과 마주쳤다.

        

        

        

       “꽤 승산 있을 줄 알았는데, 하…진짜 말도 안 돼.”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운 채, 다이스는 복기를 시작했다.

        

        승산이 있다는 말은 실제로도 어느 정도 맞았다. 다이스가 선택한 나나이트 발사기는 유진이 폴리우레탄 폼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엄폐물을 고작 몇 초도 안 되서 철거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상대방이 그걸 모르고 있을 리가 없었다. 다이스 본인한테 이 모든 걸 가르쳐준 사람이 자신한테 총부리를 겨누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대참사라고 표현 가능한 상황이었으니.

        

        그리하여 벌어진 아크로바틱 전투의 향연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아니, 스킬 하나도 없이 개싸움으로 몰고 가면 내가 유진 씨를 어떻게 이기냐고….”

        

        

        

        유진은 엄폐물을 만들었고, 효과는 굉장했다.

        

        다이스는 거기에 나나이트를 쏘아댔으며, 이 또한 효과는 굉장했다.

        

        하지만 유진은 포말 수류탄까지 있었으나, 다이스에게는 나나이트 수류탄이 없었다. 실제로 그런 건 존재하지도 않았다. 결국 다이스는 보유하고 있는 캐니스터의 수량부터 밀렸고, 그 이후의 결과는 모두가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갈 뿐.

        

        필사적으로 싸웠지만, 몸을 숨길 수 있는 엄폐물은 이미 본인의 손으로 거의 절반 이상 녹여버린 지 오래였으며, 그 사이에서 마치 해일처럼 몰아치는 공격은 버텨내기조차 힘들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 끝이면 몰라도,

        

        

        

       “총을 쏘면서 수류탄까지 까는 건 너무 사기 아닌가?”

        

        

        

        양 손으로 총을 단단히 잡은 채 사격하는 와중, 유진은 미리 꼬리에 휘감아두었던 수류탄을 슉 하고 날린다. 핀을 빼면서 나는 금속음은 총소리에 묻혀버렸고, 투척 궤도는 소염기를 통해 전후좌우로 토해지는 불꽃에 의해 보이지조차 않는다.

        

        그 다음으로 벌어질 일은 구태여 설명할 필요조차 없었다. 무지막지한 굉음과 충격파가 몸을 뒤흔든 것이었다. 만약 전생에 나라를 구했더라면 넘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

        

        마치 옆구리에 주먹을 얻어맞은 것마냥 옆으로 튕겨나간 다이스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그 사이 코앞까지 접근한 유진이었고, 그녀는 그 시점에서 모든 삶의 의욕을 잃어버렸다.

        

        물론, 현실이나 스크림처럼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다.

        

        다이스는 머리에 납탄이란 이름의 핵꿀밤을 얻어맞았고, 로비로 사출되어 이 지금 이 상황에 돌입한 것이었다.

        

        

        

       “제대로 대응 못한 내가 잘못이지.”

        

        

        

        당사자가 포말 수류탄을 쓰는 걸 본 적은 꽤 여러 번 있었다.

        

        나름대로의 대처법도 당연히 고민해보았지만, 정작 대회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큰 의미는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어느 쪽이든 쓸데없는 디브리핑에 큰 시간을 쓸 필요가 없다는 점이긴 했다. 죽은 이유는 그 누가 보아도 명료했으니.

        

        꽤나 오랜 시간 동안 누워있어서 그런지 정신이 몽롱했다. 물이라도 마셔야겠다고 생각하며 일어선 다이스의 단말기 위로 여러 알림이 떠올랐다.

        

        별 것 아니겠지 하고 생각하던 당사자의 눈을 비추는 트리키 알림 하나.

        

        

        

       -[알림 : 파트너 스트리머 대항전! 앞으로 10분 후에 시작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런 것도 있었지.”

        

        

        

        요 근래 하모니가 열심히 준비…하지는 않았던 그것.

        

        사실상 5명에 달하는 한국 대표팀과 함께 스크림을 돌리며 매번 우수한 교보재로서 활동해준 당사자. 비록 이번에는 한국 대표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파트너 스트리머로서 미국을 건너오긴 했지만, 유진의 1호 제자 아니랄까봐 스크림에서도 결코 일방적으로 밀린 적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하모니의 실력은 굳이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다이스조차 가끔씩 하모니가 설치한 트랩에 걸려서 폭사하는 마당에. 오히려 궁금한 건 타국 파트너 스트리머들의 실력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어련히 잘 하겠지 하는 생각 정도만이 있을 뿐.

        

        봐둬야 할 건 언제 시작하고 언제 끝나는지에 대한 정보 정도.

        

        

        

       “파이널 챔피언십 바로 다음에 하는구나.”

        

        

        

        그렇다면 보지 못할 걱정은 없을 듯했다.

        

        획득한 모든 퍼즐 조각을 원래 자리로 전부 끼워넣은 다이스는 여유롭게 방에 누워 홀로그램 투영기를 만지작거렸고, 그 순간 벽면에는 파이널 챔피언십 경기 영상이 띄워졌다.

        

        어느샌가 단 세 명밖에 남지 않았다. 다이스는 힐끔 고개를 돌려, 여전히 침대에 누워있는 유진을 흘깃 쳐다보았다.

        

        

        화면에서는 로건과 사투를 벌이는 유진이 나오고 있었다.

        

        이기지 못할 법이라면 응원이라도 하는 법. 이게 경기가 아니라 스트리밍이었다면 한 5만 원 정도를 쾌척하고는 ‘지면 꼬리를 만져버리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이라도 했겠지만, 아쉽게도 그건 다음 판으로 미뤄야만 할 듯했다.

        

        우선 하모니가 머잖아 파트너 스트리머 대항전에 나간다는 사실부터 알려줘야겠다.

        

        

        

       “그러니까 힘내요. 후딱 1등 하고.”

        

        

        

        그 응원은 과연 닿았으려나.

        

        

        

        

        

        

        

        

        

        

        

        

        

        

        

        

        

        

        

       “실례지만, 혹시 한국의 스트리머 하모니 맞습니까?”

        

       “네, 맞아요.”

        

       “역시! 유어스페이스에서 영상 올라올 때마다 봤습니다. 유진 선수랑 함께 플레이한 메인 미션 편집본은 내용을 전부 다 외울 때까지 봤죠.”

        

       “아, 에. 정말 감사합니다…?”

        

        

        

        파트너 스트리머 대항전.

        

        각국의 파트너 스트리머들이 뉴욕에 모임으로서 펼쳐지는 친선전. 살벌하다 못해 무섭기까지 한 파이널 챔피언십이 끝난 이후 연속적으로 이어진 경기는 큰 무리 없이 본선을 보고 빠져나가려던 시청자들을 안정적으로 흡수했다.

        

        물론 본선의 위용이 위용인만큼 그 수효는 파이널 챔피언십의 토탈 시청자의 10%도 되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이미 수천만에 달하는 숫자. 어지간한 국가의 총 인구수와 맞먹는 시청자가 그 자리에 모였다.

        

        총천연색 그 자체인 광고가 어지럽게 도배되고 있는 가운데, 백 명에 달하는 스트리머들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이미 친분이 있는 이들과 대화를 나눈다 – 그런 점에서 보자면, 파트너 스트리머 대항전은 일종의 축제와 다를 바 없었다.

        

        그리고 그 사이, 하모니가 있었다.

        

        그녀는 상상도 못 했던 무수한 악수의 요청을 받는 중이었다.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래….”

        

        

        

        오로지 당사자만 모르는 사실. 하모니는 이 시점에서 그 누구보다도 주목받는 스트리머 중 한 명이었다.

        

        어깨에 붙은 오메가 랭크 견장과 도미네이션 모드 TIER 1 견장. 물론 무게감 자체는 전자가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후자 역시 유진을 만나지 않은 하모니였더라면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을 물건.

        

        여하간 그 외에도 그동안 걸어온 수많은 발자취가 기괴한 화학반응을 일으킨 탓에, 오늘의 하모니는 말 그대로 화제의 중심점에 있었다.

        

        

        물론, 그러한 이슈가 전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단 소리는 아니었다.

        

        

        

       “겉으로 보기엔 어때? 그닥 특별해보이지는 않는데.”

        

       “그건 모르지. 상자를 까기도 전에 내용물을 추측하는 건 바보같은 짓이긴 한데…일단 동의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고.”

        

        

        

        사람은 특정 영역에 대한 제한적인 정보를 보유하였을 때 가장 자신감이 높아지며, 동시에 근거 없는 잘못된 결론을 도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하모니는 이를 유발할 수 있는 충분한 사전 키워드를 이미 사방에 흩뿌려놓은 상태였다 – 아무런 전후 과정을 모르거나, 혹은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는 하모니가 그저 운이 좋아 버스를 타고 이 자리까지 올라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단 소리였다.

        

        물론 세상의 모든 일들의 시발점이 다 그렇듯이, 그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었다. 당사자가 오메가 랭크를 깨고, 유진과 같이 다닐 때만 하더라도 실력이 그렇게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진실은 언제나 사람들이 굳게 믿는 바를 몇 발자국 정도 벗어나 있는 법이었고 – 그러한 사실이야말로 사람들이 그 무엇보다도 간과하기 쉬웠다.

        

        그리고 하모니는 그 사실을 굳이 정정해줄 이유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을 철거할 준비가 되었다.

        

        

        

       -자아, 그러면 앞으로 금요일까지 이어질 세 번의 경기 동안 여러분들이 응원하는 스트리머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기를 바랍니다! 경기 시작합니다-!

        

        

        

        백 명의 유저들이 항구도시 탄호이저의 허공을 가로지르는 수송기에 올라 떨어지기만을 기다린다. 묵직한 BGM과 함께 수송기의 하부 해치가 열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차례로 떨어지는 가운데, 하모니 역시도 그 행렬에 올라타 점차 가까워지는 지상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긴장감 따위는 없었다. 이미 한국 솔로잉 대표들과 연습하며 수백 번 이상 누볐던 곳이었으니까. 아마도 탄호이저에 점점이 흩뿌려진 100명의 유저들 중 그 누구도 하모니의 연습량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었다.

        

        지상에 발을 디딘 지 고작해야 몇 분, 사방팔방에서 들려오는 총소리, 올라가는 킬 로그까지.

        

        그 모든 것을 무시하며 자신만의 템포로 전투에 임한다.

        

        

        

       ‘…나는 대표 선수분들처럼 폭발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건 좀 어려우니….’

        

        

        

        유진은 한국 대표들을 날카롭게 다듬기 위한 숫돌로 하모니를 선택하였고, 그 과정에서 그녀조차 그 무엇에도 비할 수 없는 질의 숫돌이 되었다.

        

        하모니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건 바로 스킬 활성화 구역이 나타날 즈음이었다.

        

        

        

       -[알림 : 현 시간부로 스킬 활성화 구역이 가동됩니다.]

        

       -[알림 : 현재 활성화 구역까지의 남은 거리 – 162m.]

        

        

        

        다용도 파우치 안, 몰리의 수류탄 주머니에 단단히 고정된 수류탄.

        

        그러나 그 숫자는 표준 휴대 갯수인 4개의 두 배인 8개. 수류탄은 정의였고 하모니는 이를 그 무엇보다도 올바르게 사용할 준비가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하이에나 떼가 스킬 활성화 구역으로 조금씩 모여들 때마다 더욱 빛나기 마련이었다.

        

        

        

       -달그락!

        

       “이런, 갑자기 무슨-”

        

        

        

        콰앙!

        

        탄호이저의 스킬 활성화 구역 인근에 자리를 잡은 유저들의 목숨이, 아주 느리지만 확실하게, 마치 촛불처럼 꺼져간다.

        

        하모니의 단점은 한국 유저들에 비하면 신속한 움직임이 어렵다는 것이었지만, 이는 반대로 정밀하면서도 조용한 스텔스 플레이가 가능하단 것이었다. 해당 장점이 맵을 훤히 꿰뚫고 있다는 또 다른 장점과 결합하며 하모니는 사신이 되었고,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콰앙!

        

       “아아악-!”

        

        

        

        한 명의 불쌍한 희생양이 또다시 로비로 향하는 황천길을 건넌다.

        

        녹색의 고양이는 그 어디보다도 스킬 활성화 구역을 오가는 유저들이 잘 보이는 지점에 둥지를 틀었고, 그녀가 손에 든 낚싯줄이 천장의 미약한 조명빛을 받아 스산하게 빛을 발했다.

        

        문에서.

        

        바닥에서.

        

        창틀에서.

        

        사소한 움직임만으로도 안전손잡이와 분리될 수 있는 수류탄은 그 어디서든 출현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하모니란 이름이 적힌 수류탄 킬카운트가 계속해서 올라감에 따라, 안전한 장소에서 킬 로그를 들여다보던 모든 유저들이 하나둘씩 헛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아니, 도대체 어디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거야?”

        

        

        

        하지만 그 사실을 직관한 유저들은 하모니와는 너무나도 먼 곳에 있었고, 그 사실을 깨달아야만 하는 유저들은 하모니와 너무나도 가까운 곳에 있었다.

        

        스킬 활성화 구역을 내려다볼 수 있는 한 창고가 하모니에 의해 사람을 잡아먹는 거대한 괴물의 둥지로 변했을 시점에, 한 명의 유저가 그 안으로 발을 들인다.

        

        행동은 신속했고 거침이 없었다. 이카루스 기어에 의한 실드는 해당 기능을 파손시키기에 충분한 물리량 이하의 공격을 철저히 방어할 수 있었고, 그렇기에 그는 혹시나 존재할지도 모르는 트랩에 대한 고려조차 없이 몸에 입력된 움직임대로 수색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광경을 안전한 곳에서 바라보는 민트색의 눈동자가 있었다.

        

        

        

       “다들 긴장감이 없네.”

        

        

        

        본래라면 그것이 당연하겠지만, 하모니는 결코 당연해질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의 목적이었다.

        

        한 명의 사람을 찰지게 로비로 보내버린다면 욕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랐고, 다섯 명의 사람을 로비로 사출시킨다면 그 목소리는 몇 배로 커질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그러한 반응을 토해낼 이들까지 모두 지워버리면 될 뿐.

        

        

        날카로운 시선이 금속 비계를 밟고 창고 이곳저곳을 수색하는 유저를 계속해서 훑었다. 아마 저 사람은 자신의 발소리가 창고 전체에 신나게 울리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겠지.

        

        하지만 알려줄 필요는 없었다.

        

        저 사람이 알게 될 건 오로지 자신의 사인과 죽인 사람의 닉네임 뿐.

        

        

        

        그리고 어느 순간, 하모니의 입가 위로 미소가 어렸다.

        

        그 시선의 끝에는 계속해서 눈여겨보던 방금의 유저가 있었다.

        

        그는 한 창고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CQB의 원칙대로 외부에서 방 안을 조금씩 훑는다. 그 모습이 파이를 조금씩 잘라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여 파이 슬라이스라고 부르는 바로 그 행동. 하지만 그것은 4초를 채 넘지 않았으며, 그는 조심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하모니의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으나, 그로부터 몇 초나 흘렀을까.

        

        

        

       ───콰아앙!

        

        

        

       “히히.”

        

        

        

        UI 위로 띄워지는 또 다른 킬 카운트.

        

        문을 연 순간 문고리와 연결된 낚싯줄이 비틀리며 세 개의 수류탄의 안전손잡이를 느슨하게 만들었고, 그가 문 안쪽으로 발을 들인 순간 수류탄이 일제히 기폭했다.

        

        수류탄 하나 정도는 안정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실드 위로 쏟아진 수백 개의 파편. 바람 앞의 촛불처럼 순식간에 박살난 배리어였지만, 세 개 분량의 수류탄의 위력은 그마저도 모자라 실드 아래의 연약한 폴리곤 피륙을 손쉽게 헤집을 수 있었다.

        

        그 모든 과정이 찰나의 한순간에 벌어지고, 다시 원점으로 회귀한다.

        

        

        폭음이 잦아들며, 하모니는 그제야 조심스럽게 아래로 내려갔다.

        

        흔적도 없이 증발한 시체와 마구잡이로 널브러진 전리품을 내려다보며, 그녀는 작게 웃었다.

        

        

        

       “수류탄을 다시 보충할 때가 됐네.”

        

        

        

        폭발광.

        

        한동안 잊혀진 그녀의 본능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피지컬이 모자라면 뇌지컬을 극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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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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