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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1

   페이비가 처음으로 루시의 계획을 들었을 때 그녀는 루시의 계획을 의심하지 않았다.

   

   위대하신 주신의 사도인 그녀가. 여태까지 수많은 비상식을 상식으로 만들어낸 루시가 하는 이야기다.

   

   아무리 허무맹랑한 말일지라도 그녀의 입에서 새어나온 이상 거기엔 무엇보다 믿음직스러운 근거가 존재할 지어니.

   

   페이비 따위가 어찌 그녀의 말을 의심하겠는가.

   

   이렇듯 페이비는 루시를 믿었다.

   

   허나 그 믿음은 정확히 루시만을 향했을 뿐 다른 곳으로 번지진 않았다.

   

   쉽게 말해 페이비는 결코 스스로를 믿지 않았다.

   

   “허접 성녀. 네가 이 계획의 중심이야. 허접 주신의 기적을 일으키는 데엔 허접 성녀가 제일이잖아?”

   

   제가요? 영애께서 직접 이 기적을 펼치시는 게 아니라 제가 이걸 해야 한다고요?

   

   아무리 요한 주교님께서 보조를 해주신다 하더라도 저는.

   

   저는 가짜인걸요. 교회에 의해서 만들어졌을 뿐인 사람인걸요.

   

   이런 불경한 존재가 기적을 재현한다니 그런 게 허락될 리 없어요.

   

   페이비는 속에서 차오르는 무수한 생각을 억누르며 자신 없다는 기색만을 드러냈다.

   

   허나 루시는 완고했다. 그녀는 설명을 하다 말고 페이비의 앞까지 걸어온 그녀는 기죽은 페이비를 내려다보며 여느 때와 같은 웃음을 지었다.

   

   “그러니까 넌 지금 내 안목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거지?”

   “…네?! 아뇨. 그런 게 아니라!”

   “푸핳. 야. 찐따 성녀. 누가 개허접인 널 믿으래? 신성하고 귀여운 날 믿으란 거라고.”

   

   루시가 페이비의 이마를 쿡 찌르고서 떠나간 후. 페이비는 스스로가 불안하다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저 루시의 믿음에 보답하겠다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기적을 준비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에도. 수업을 들을 때에도.

   

   방과 후에도.

   

   필사적으로 연습하다 기절하듯 골아 떨어졌을 때에도.

   

   계속. 계속. 계속.

   

   그렇게 그 노력의 결실을 보일 순간이 찾아왔음에도 페이비는 자신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떨치지 못했다.

   

   예전이었다면.

   

   스스로가 진정한 성녀라 믿어 의심치 않던 때였다면.

   

   자신이 고아원 친구들의 죽음 아래에서 태어난 가짜임을 모르던 시절이었다면.

   

   악신의 홀림에 넘어가기 전이었다면.

   

   페이비는 기꺼이 루시의 믿음에 보답했을 것이다.

   

   자신은 신을 대행하여 그 뜻을 세상에 펼치려는 자일지니 기적이 자리할 것이라는 것을 의심치 않았을 것이다.

   

   허나 지금은 아니었다.

   

   과거와 같이 순수한 믿음을 이어나가기에는 페이비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 너무도 많았다.

   

   “성녀님. 집중하시지요.”

   “…네!”

   

   그 때문일까. 주신의 신성이 담긴 구슬 위에 기적을 그려내는 과정은 지지부진했다.

   

   “그 부분은 오른 쪽에서 위로 향해야 합니다.”

   “죄송합니다!”

   

   연습 과정에서도 하지 않았던 실수가 이어짐에 따라 페이비의 마음에 수심이 깃든다.

   

   이게 도대체 뭐 하는 짓이야?

   

   영애께서 나를 믿고서 이 곳에 데리고 온 건데 네가 이걸 망쳐버리면 어쩌자는 거야.

   

   – 잘 될 리가 없지.

   

   그 때였다.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 교회의 부패를 상징하는 자가 기적을 펼칠 수 있을 리가 있나.

   

   음습하고도 질척한 목소리가 페이비의 혼란스러운 머리 한 가운데에 자리를 잡는다.

   

   – 그랬다간 부정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꼴일 텐데.

   

   페이비는 목소리를 무시하고자 했지만 이미 뇌리에 박힌 목소리는 아무리 고갤 저어도 사라지지 않았다.

   

   – 친구의 피를 마시고 태어난 아이야.

   

   아냐.

   

   – 원망과 고통 속에서 태어난 아이야.

   

   아니라고.

   

   – 부패와 부정과 욕심 속에서 태어난 아이야.

   

   아니라고 말하잖아!

   

   – 물으마.

   

   제발 닥쳐!

   

   – 네가 비명을 지를 때 그 주신이라는 녀석은 무얼 해주었지?

   

   공상에서 빠져나온 페이비가 거친 숨을 내뱉는다.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힘이 풀리려는 다리는 부들거리고.

   

   허공을 바라보는 눈동자는 공포에 질린 사람처럼 황망하다.

   

   “성녀님?”

   

   무언가 이상을 느낀 요한이 다급히 페이비의 이름을 부르지만 페이비의 귓가에는 이미 그의 목소리가 닿지 아니했다.

   

   그녀의 머릿속을 의심이라는 단어가 가득 채워 버리고 말았기에.

   

   페이비.

   

   진정해.

   

   제발! 페이비! 여기서 모든 걸 망칠 순 없어!

   

   “푸하핳♡”

   

   공황에 빠진 그녀를 되돌린 것은.

   

   귓가를 파고드는 선명하고도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멍하니 바닥을 바라보던 페이비는 목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에 서 있는 것은 루시였다.

   

   “애개?♡ 이걸로 끝?♡”

   

   고통에 찌그러진 한 쪽 눈썹.

   

   피가 흘러나오는 입술.

   

   부들거리는 팔.

   

   누가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루시가 결코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언제 무너지더라도 이상하지 않다는 걸.

   

   루시 본인이라 하여 그 사실을 모를까?

   

   아닐 것이다.

   

   오히려 본인이 더 잘 알고 있겠지.

   

   검을 맞댈 때마다 아플 것이고 두려울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시는 웃었다. 웃으며 다른 사람의 앞을 막아섰다.

   

   페이비는 안다. 루시가 공포를 느낀다는 걸.

   

   눈을 치켜 세우면서도 정작 그 목소리가 떨리는 걸 들었기에.

   

   페이비는 안다. 루시가 고통을 싫어한다는 걸.

   

   가끔 칼 교수와 대련을 하다 투정을 부리는 걸 보았기에.

   

   페이비는 안다. 루시가 신의 기적을 맹신하지 않는다는 걸.

   

   그 어떤 위기에서도 그저 실리만을 찾는 광경을 몇 번이고 마주했기에.

   

   그럼. 그러면요.

   

   영애는 어떻게 방패를 치켜 들 수 있는 걸까요.

   

   – 그거야…

   

   그거야 뻔하죠.

   

   자신이 해야하는. 해야만 하는 일이니까.

   

   방패와 검이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며 페이비가 심호흡을 했다.

   

   성공과 실패에 관계없이 해야만 하는 일.

   

   제가 해야할 것도 똑같아요.

   

   의심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해야죠.

   

   실패해서 영애께 개허접 성녀라는 핀잔을 들을지라도.

   

   “주교님. 죄송합니다.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괜찮으십니까?”

   “네.”

   

   여전히 그녀의 뇌리 속에는 질척하고도 어두운 목소리가 가득하지만 이젠 괜찮았다.

   

   그녀의 마음 속에 한 조각 따스함이 있다면 그것으로 족했으니까.

   

   평정을 되찾은 페이비가 다시금 구슬의 위에 기적을 짜낸다.

   

   요한조차도 따라가길 버거워 할 속도로.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그녀가 여태까지 쌓아왔던 노력을 구슬의 위로 옮겨 하나의 결실로 만들어낸다.

   

   그리고서 얼마가 지났을까.

   

   채울 곳 없이 빼곡해진 구슬을 본 페이비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흘리고는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해냈다.

   

   내가 해냈어!

   

   “영애님!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뇌리에 가득 찬 어둠을 물릴 만큼 큰 기쁨에 페이비가 소리를 내지르자 지친 기색이 역력한 루시가 다가왔다.

   

   그녀는 멍하니 구슬을 바라보다가 이내 웃음을 짓고는 페이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허접하긴 하지만 그래도 성녀는 성녀네.”

   

   그리고는 페이비에게서 지팡이를 받아가더니 구슬의 앞에 섰다.

   

   “자. 다들. 음습한 약골 쓰레기한테 엿을 먹일 시간이야.”

   

   루시가 지팡이로 구슬을 툭 하고 건드린 순간 구슬이 위로 위로 또 다시 위로 올라간다.

   

   그러다 구슬의 형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진 순간.

   

   어둠의 한 가운데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눈이 멀 것처럼 밝으며.

   

   주변의 어둠을 지워버릴 정도로 거대하고.

   

   모든 부정한 것을 불태워버릴 정도로 강렬하지만.

   

   어느 봄 날 창가로 새어 들어오는 빛처럼 따스한.

   

   “태양.”

   

   페이비는 가만 위를 올려보다가 이내 긴 숨을 내쉬고는 두 손을 거머쥐고는 기도했다.

   

   악신에게 휘말려 바라지 않았던 일을 했을 이들을 위해.

   

   답답했을 텐데도 끝까지 자신을 도와준 요한을 위해.

   

   무수한 위험 속에서 자신을 지켜 준 칼. 알새틴. 리나. 테르를 위해.

   

   기적을 허해주신 자비로운 주신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믿어준 루시를 위해.

   

   *

   

   어렵게 준비한 기적은 제 역할을 다해주었다.

   

   하늘 위에서 기적이 펼쳐짐에 따라 어둠이 점차 세를 줄여 갔으니까.

   

   버로우 영지를 집어 삼키려던 것들이 빛에 쫓겨 도망치는 것을 구경하고 있으려니 하늘에 떠올라 있는 본래의 태양이 보였다.

   

   흐응. 이상하네. 태양이 왜 저렇게 작고 허접한거야?

   

   ‘이렇게 보니까 저희가 준비한 게 진짜 태양 같지 않아요?’

   <하. 그럼. 누가 만들어낸 것인데.>

   ‘카론님이 큰 역할을 했다고 했죠? 역시 대마법사시네요.’

   <…일부러 그러는 게냐?>

   ‘너무 티났어요?’

   

   키득거리며 할배에게 가벼히 대꾸하고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들 상태가 좋지 못했다.

   

   타리키와 힘대결을 펼쳤던 얼빠여우는 이미 탈진하기 직전이고.

   

   버로우 공작을 맞상대해야 했던 칼이나 알새틴은 온갖 상처를 몸에 달고 있고.

   

   기적을 준비하느라 고생한 페이비나 요한도 이미 체내의 신성이 바닥나기 직전이다.

   

   나라고 해서 크게 다르진 않다.

   

   버로우 공작한테 얻어맞으면서 신성이 약간 회복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약간일 뿐이고.

   

   신성으로 강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격을 막은 탓에 몸이 비명을 지르고 있고.

   

   하도 물약을 입에 던져댄 탓에 속이 메스꺼워서 토악질이 나올 것만 같은 상황.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금 당장 혼절해서 기숙사 천장 아래에서 눈을 뜨고 싶지만 아직은 그럴 수 없다.

   

   제일 중요한 게 남아 있으니까.

   

   아직 난 타리키가 준비한 던전은 구경하지도 못했거든?!

   

   내가 한 일이라고는 성대한 집들이 선물을 준 것 뿐이야. 그런데 여기서 멈출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선물을 줬으면 그만큼 보답을 받아야 할 거 아냐!

   

   비틀거리면서 몸을 일으키기 무섭게 다른 이들도 따라서 일어선다.

   

   탈진하기 직전인 이들에게 여기서 쉬다 시민들을 돌봐주라 이야기해도 마찬가지였다.

   

   “여아야. 너 같으면 다른 이가 무리하는 게 훤히 보이는 데 구경만 할 수 있겠느냐?”

   

   ‘…그렇네요.’

   “마조변태여우주제에 대단한 척 하기는.”

   

   그러다 얼빠여우가 내뱉은 한 마디에 납득해버린 나는 공간술사에게 바닥에 널부러진 이들을 맡기고서 버로우 저택으로 향했다.

   

   버로우 영지를 집어 삼키려던 어둠 중 일부는 신성 앞에 불태워졌지만 또 다른 일부는 버로우 저택 안으로 도망쳤어.

   

   그러니까 저택이야말로 진짜.

   

   타리키가 준비해 둔.

   

   나 하나를 잡아 죽이기 위한 던전.

   

   괜찮아.

   

   할 수 있어.

   

   몸 상태가 최악인 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아.

   

   난 썩은물이니까.

   

   저택에 가까워짐에 따라 마음속으로 굳은 결심을 되뇌이던 나였지만.

   

   “고용주님!”

   

   그 모든 결심은 저택 문 앞에서 긴장감없는 웃음과 함께 손을 흔드는 카리아의 모습에 흩어지고 말았다.

   

   …엑?

   

   쟤가 왜 여기에.

   

   아니. 아니지.

   

   있는 거 자체는 이상하지 않네.

   

   여기에 잠입했었잖아.

   

   “카리아님. 잠시 멈춰 주시지요.”

   “스승님이라면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이 쪽으로 다가오는 카리아의 모습에 칼과 알새틴 다급히 내 앞을 가로 막았다.

   

   “알아. 알아. 내가 의심스러운 거지?”

   “…예.”

   “뭘로 증명해줄까? 암구호? 아님 우리 귀여운 제자가 반가움을 표하고 싶은 걸 꾹참고 있다는 거? 그것도 아니면 고용주님의 기사가 기사다운 자신의 모습에 살짝 기뻐했다는 거?”

   

   카리아가 입을 염에 따라 칼과 알새틴의 표정이 굳어간다.

   

   저 두 개 다 진짜였던 거야?!

   

   “아. 이것도 있다. 도시 한 가운데에 띄워진 태양을 관람했다는 거. 이야. 그거 장난 아니었어.”

   

   그로부터 이어진 카리아의 묘사는 무척이나 상세했다. 그걸 직접 눈으로 본 사람이 아니라면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기적이 펼쳐지는 광경을 직접 보았다면 악신에게 홀렸을 가능성은 없나.

   

   칼과 알새틴도 비슷하게 생각한 듯 중간에 무기를 내려놓았다.

   

   “…진즉에 그것부터 말씀해 주시지요. 스승님.”

   “오랜만에 정상적인 사람을 만나서 약간 들떴단 말이야. 이해해주라.”

   

   투덜거리는 알새틴에게 한 마디를 해 준 카리아는 내게 다가오지 않고 그 자리에서 말을 이었다.

   

   “본론으로 들어갈게. 고용주님. 우선 말해줄 건 나랑 예술 교단의 사도가 저 저택 안을 대부분 정리했단 거야.”

   

   …응?

   

   아니.

   

   잠시만.

   

   뭐?!

   

   저택 안을 다 정리했다고?!

   

   내가 경악을 하건 말건 카리아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대충 내용을 듣자하니 내가 기적을 펼침에 따라 혼란스러워진 틈을 노려 기습. 저택의 사람들은 기절시키고 악신을 모시던 녀석들은 적절히 제압했다는 듯 했다.

   

   “공작을 비롯한 버로우 공작의 주력이 영애를 쓰러트리러 나갔으니까. 나머진 악신의 사도를 제외하면 별 볼일 없는 놈들이었거든.”

   

   …직접 두 눈으로 봐야 알겠지만 카리아의 말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게 아니라면 그녀가 멀쩡히 걸어 나온 걸 납득할 수 없으니까.

   

   이건 무척이나 잘 된 일이다.

   

   이미 모두의 체력은 한계를 맞이한 상태다.

   

   그러니만큼 싸울 일이 없는 게 최선이지.

   

   그런데 왜일까.

   

   내 마음에 허무함이 감도는 것은.

   

   …

   

   던전.

   

   내 던전은 어디로 간 거야!

   

   타리키가 나 하나 엿 먹이기 위해 준비한 던전은 어디로 갔냐고!

   

   그거 공략하려고 여태까지 죽어라 고생했는데 왜 메인이 없어진 건데!

   

   왜 전채로 가지무침만 주고 메인을 빼앗아 가는 거냔 말이야!

   

   내 스테이크를 돌려내!

   

   “아. 오해할까 싶어서 말을 더하자면 우리가 악신의 사도를 쓰러트렸다는 건 아냐.”

   

   ‘그게 무슨…’

   “뭔 소리를 하고 싶은 거야. 주책 맞은 노처녀.”

   

   “고용주님이 여기에 왔을 때 악신의 사도는 이미 던전 안에 숨어버린 뒤였거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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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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