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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1

   잘못 건드렸다.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크라슈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이쪽을 바라보는 마황의 눈에 노기가 서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엇인지는 몰라도 바이오렌이 어쩌다 그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었다.

     

   “……이야기하다 보니 나도 열이 올랐어.”

     

   바이오렌은 실수를 인정하며 한 차례 더 기침을 내뱉었다.

   보아하니 마황은 바이오렌의 이야기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겠지.

     

   오히려 그의 성격상 바이오렌의 의도를 캐묻고자 바이오렌의 성격을 살살 긁어냈을 것이다.

   거기에 욱한 바이오렌은 말해서는 안 될 것을 말하였다.

     

   “뭘 말한 거냐.”

   “저 개새끼가 마법으로 이뤄내고 싶은 진짜 목표를 정면에서 부정했어.”

     

   바이오렌의 대답을 듣고, 크라슈는 그제야 이해했다.

   과연, 마황이 저토록 열이 오를 만도 했다.

     

   크라슈가 마황을 다른 천상사강들과는 다르게 미치광이 취급하는 이유.

     

   다른 천상사강들은 하다못해 대의를 위해서 스스로를 강인하게 만든 이들이라면.

   마황은 오직 개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여기까지 올라온 인물이었다.

     

   그것도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신의 감정과 자신에게 영향을 끼칠 기억을 일부러 마법을 통해 절제해놓은 또라이 말이다.

     

   그런 그의 평생의 목적은 단 하나.

   오직 마법으로만 이루어진 종족을 창조하는 것.

     

   감정이 절제된 그가 유일하게 반응하는 것이 바로 자신의 꿈과 관련된 것이었다.

     

   크라슈조차 마황에게 그 목표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알지 못한다.

   마황의 속내는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마황은 자신의 꿈을 부정했을 때 굉장히 감정적인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어쩌자고 그랬냐.”

   “내가 뭔 말을 해도 좆같이 구니까.”

     

   바이오렌은 퉷 하니 침을 뱉으며 크라슈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크라슈.”

     

   그때, 크라슈의 곁에 아슬란이 섰다.

   그는 바이오렌과 마황을 번갈아 힐끗 보곤 크라슈를 다시 응시했다.

     

   테마린 제블람이 정말로 그저 그의 아들이었다면 아슬란이 마법으로 압도할 수도 있었을 테지만.

   미안하게도 상대는 마황이다.

     

   어느새 하링과 비앙카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이쪽을 보고 있었다.

   비앙카와 눈이 마주친 크라슈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관 주인은 때아닌 폭발에 놀라 숨어서 이쪽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른 손님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툭-

     

   그러는 사이, 마황이 바닥에 착지했다.

   어느새인가 그에게서 풍겨 나오던 기세는 서서히 잠재워져 있었다.

     

   크라슈는 마황이 스스로 감정을 절제시켰음을 눈치챘다.

   어느 미친놈이 자기한테 직접 정신계 마법을 쓸까 싶지만, 마황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인물이었다.

     

   마황의 눈이 고요하게 크라슈를 바라보았다.

     

   “소란을 일으켰군.”

     

   그러고는 짧게 말을 남기더니 그대로 몸을 돌렸다.

     

   “할 말이 있다면 직접 오는 게 나을 거다.”

     

   마황은 그것으로 이야기를 마치고 그대로 떠나가 버렸다.

   썩을, 역시 이쪽이 바이오렌을 시켜 말을 건 걸 눈치챈 모양이다.

     

   ‘지금은 감정을 절제시켜서인지 이쪽에 관심이 떨어진 모양인데.’

     

   시간이 지나면 무슨 술수를 벌여 올지 모르는 만큼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 순간보다 못한 바이오렌이 열이 뻗친 채 소리쳤다.

     

   “이 새끼야! 쌌으면 책임을 져!”

     

   그리고 이어진 말은 순간 모두를 충격에 빠지게 했다.

     

   바이오렌은 자신을 태어나게 한 것에 대해 따진 것일 테지만.

   실상을 모르는 다른 이들은 그녀의 발언을 전혀 다르게 생각했을 테니까.

     

   모두가 멍한 눈동자로 바이오렌을 보는 사이.

   크라슈만이 손으로 이마를 감싸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마황도 괜히 마황이 아니라는 듯 그 발언에도 그는 눈 하나 깜짝 안 한 채 떠나갔다.

     

   “옛날에 만난 마법사 한 명에 미쳐 버린 새끼…….”

     

   분노를 뒤섞은 채 중얼거리는 그녀의 말에 크라슈는 바이오렌이 마황의 과거를 알고 있음을 눈치챘다.

     

   “바이오렌.”

     

   크라슈의 부름에 바이오렌이 이쪽을 힐끗 보았다.

     

   “그 이야기 좀 자세히 듣고 싶은데.”

     

   어쩌면 마황과의 거래를 더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 * *

     

     

   마황과 바이오렌에 의해 발생한 소란을 한차례 해결한 뒤.

   크라슈는 마황을 맹렬히 비난하는 여성진들의 얼굴을 잠시 떠올렸다가 고개를 저어 털어내었다.

     

   졸지에 바이오렌은 마황에게 버려진 거 같은 곤란한 처지가 되긴 했지만.

   크라슈는 거기에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바이오렌, 너 마황의 과거에 관해 아는 게 있는 거 같던데.”

     

   물을 한잔 거하게 삼킨 바이오렌은 숨을 내뱉곤 크라슈를 돌아봤다.

     

   “알 수밖에. 그래도 그놈 자식이니까.”

     

   바이오렌은 그 사실이 굉장히 언짢은 듯하였다.

     

   “그놈이 기억이랑 감정 같은 것을 일부러 담아둔 서랍이 있어. 예전에 어쩌다가 그걸 열어봤고.”

   “그거 이야기해도 괜찮은 거냐?”

   “딱히 문제없을걸.”

     

   당사자인 마황이 허락할지는 둘째 쳐도.

   바이오렌은 말해도 상관없다고 여기는 이야기인 듯싶었다.

     

   “말해주리? 그 인간 엿 먹일 수 있는 거라면 뭐든 좋으니까.”

     

   그녀는 아직까지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씩씩거렸다.

     

   “부탁한다.”

     

   그렇게 크라슈는 바이오렌의 이야기를 듣기로 하였다.

     

   테라시우스 제블람.

     

   그가 마법 종족 창조라는 꿈을 갖게 된 계기는 어느 한 마법사에 의해서였다.

     

   테라시우스의 어린 시절.

   그의 가문 제블람은 이름만 있을 뿐, 변방의 무척이나 가난한 가문이었다.

     

   당시에는 존재치 않았던 제블람 마법 왕국 대신 존재했던 건 중소규모의 도시와 마탑 하나였다.

     

   그러한 곳에서 테라시우스는 어린 시절을 나고 자랐다.

     

   그런 그가 마법의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가문에 책장에 채워진 마법 책 한 권이었다.

     

   마법 기초학.

   정말 순수한 마법의 기초만을 알려준 책.

     

   그러나 그 책을 본 순간 테라시우스는 책의 정보를 흡수함은 물론 그것을 응용하기까지 했다.

   마법을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는 그가 불과 일주일만의 이루어낸 성과였다.

     

   천재(天才)

     

   그는 그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가 태어난 변방의 도시에서 그의 재능이 꽃피우기에는 환경이 적합하지 않았다.

     

   「마법? 그런 걸 언제 배워. 집에 돈도 없는데. 이크, 네 아버지 오신다. 어서 밭이라도 갈러 가!」

   「야, 이 망할 여편네야 술 가져와! 어딜 귀족님이 일 보고 오셨는데!」

     

   이름뿐인 가문이면서 귀족인 양 외친 아버지는 매일 같이 술과 도박에 빠져 살았다.

   더불어 그는 가족에게도 서슴없이 손찌검하는 놈이었다.

     

   어머니는 그가 매일 같이 다니던 여관에서 데려온 매춘부였다.

     

   그가 귀족이라는 사실에 속아 매춘부에게서 벗어나고자 남편과 결혼했으나.

   그녀는 매춘부일 때보다도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했다.

     

   그 결과, 얼마 안 가 그녀의 어머니는 집에서 완전히 종적을 감추었다.

   테라시우스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가족이라는 정을 바라지 않았다.

   그는 단지, 마법만을 원했다.

     

   하지만 변방의 도시에서 그의 마법은 한계를 맞이했다.

   아무리 천재라 한들 독학해서는 습득이 느리다.

     

   그러니 테라시우스는 집을 나섰다.

   가장 가까운 마탑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어린애가 돌아다닐 수 있을 만큼 변방의 지역은 평화롭지 않았다.

   그는 얼마 안 가 침식종과 마주했다.

     

   스스로 습득한 마법으로 침식종에게 대항했으나.

   기초 마법학으로 터득한 마법으로는 침식종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러나 괜한 천재가 아니라는 듯.

   테라시우스는 침식종에게 나름대로 피해 입히긴 했으나 마무리를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천재가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마법 소년, 굉장히 특이한 마법을 구사하고 있구나.」

     

   침식종을 한 번에 불사질러 버린 한 여성이 나타났다.

   검붉은 머리칼의 여성은 피범벅인 테라시우스를 보며 미소를 그렸다.

     

   「게다가 재능있어. 나는 지나가는 마법사인데. 우리 진득한 대화를 나눠볼까?」

     

   숲에서 만나게 된 지나가는 마법사.

   그녀와 마주한 테라시우스는 그녀에게 치료받았다.

     

   그러고는 그날로부터 그녀와 마법에 관한 수많은 것들을 이야기 나눴다.

     

   혹독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힘들었던 그는 감정이 많이 마모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녀와 마주한 순간 그는 처음으로 기쁨을 깨달았다.

     

   오직 마법을 배우는 것에만 느꼈던 감정이 처음으로 타인과의 교류에서 감정을 깨달은 것이었다.

   그것은 테라시우스에게 있어 무척이나 깊은 감정으로 남았다.

     

   마법과 관련된 끝없는 논쟁.

   그러한 이야기를 밤새도록 그녀와 테라시우스는 밤새도록 나눴다.

     

   지나가던 마법사는 나타났을 때처럼 갑자기 홀연히 사라졌다.

   테라시우스는 그때까지만 해도 그녀를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대신, 테라시우스는 그녀와 했던 마법 이야기를 간직한 채 마탑을 찾았다.

   다른 마법사들 또한 그녀와 같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찾은 마탑에서 테라시우스는 분명 여러 마법사와 만나 사담을 가졌다.

   그러나 그는 얼마 안 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만난 마법사 중 어느 사람도 그 마법사와 같은 마법의 진리에 도달하는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없었다.

     

   그는 답답함을 느꼈다.

     

   혹시나 자신이 너무 강해졌나 싶어 여러 고명한 마법사들을 수소문하여 만나 보았지만.

   그들조차 테라시우스에게 경외를 보일 뿐 같은 수준으로 대화를 즐길 수 없었다.

     

   테라시우스는 이 세상이 지독하리만치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렇기에 그때 보았던 여성을 찾아내고자 악착같이 세상을 뒤졌다.

     

   그렇게 그가 처음으로 깨달았던 타인과의 교류를 다시금 되찾고자 집착하듯 찾은 끝에 그는 그때의 마법사를 발견했다.

     

   정확히는 시체가 되어버린 여성을 말이다.

   이미 오래전에 죽어버린 그녀는 무덤 속에서 쓸쓸히 파묻혀 있었다.

     

   그녀가 죽은 이유는 모른다.

   마법을 통해 검사해본 결과 지병이 여럿 있기는 했으나 사인이 그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테라시우스는 절망했다.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자신은 그동안 이토록 많은 마법을 쌓아왔는데.

   마법의 진리를 논할 수 있는 유일한 이가 이 세상에 없다.

     

   그는 이 세상에 혼자 남은 듯한 고독감을 느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테라시우스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더 이상 마법을 논할 수 있는 이와 만날 수 없다면 차라리 창조해내자.

     

   미치광이만이 할 수 있는 터무니없는 발상이었다.

     

   그러나 그는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천재였다.

     

   마법사란 끊임없이 마법을 탐구하는 자들.

   그들은 마법이라면 영혼을 팔 수 있는 이들이었다.

     

   테라시우스는 그들에게 마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고명한 마법사들조차 눈이 돌아가 그의 가르침 하나를 받고자 끊임없이 그의 곁으로 몰려들었다.

     

   테라시우스는 그런 그들을 데리고 마법의 끝을 보겠다며 국가를 건국했다.

   감히, 테라시우스의 국가 건설을 막을 수 있는 나라는 없었다.

     

   자국의 마법사들조차 테라시우스를 신앙하며 그에게 가르침을 받기를 원하는데.

   제블람 마법 왕국의 건국을 제지하려 든다면 마법사들이 죄다 테라시우스에게 넘어갈 판이었다.

     

   그러니 주변 국가들은 오히려 제블람의 건국을 환영하는 모습을 취해야 했다.

   차라리 건국 될 거라면 앞으로의 장기적인 교류를 위해서 테라시우스에게 잘 보이지 못해 안달이었다.

     

   그렇게 수많은 이해관계 속에서 탄생한 것이 제블람 마법 왕국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테라시우스가 왕국을 건국한 이유는 단 하나.

   마법 종족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자원이 필요로 했다는 것을 말이다.

     

   테라시우스는 수많은 마법의 동시 연구를 진행 시키며 마법 종족 창조도 꺼내 들었다.

   마법사들의 눈에도 마법 종족을 탄생시키는 건 꿈과 같은 일이었다.

     

   그 결과, 수많은 마법사가 합심해 마법 종족 창조에 지원하기 시작했다.

     

   마법 왕국을 통해 자원을 모으고, 수많은 마법사에게 동시 연구시킨다.

     

   두 가지 과정을 완성 시킨 테라시우스는 끊임없이 마법 종족을 창조시키고자 지금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너무 오랜 기간 그 꿈에 매달려서인지.

   이제 테라시우스에게 있어서 마법 종족 창조가 그의 전부가 되어 버렸다.

     

   그러니 테라시우스는 더더욱 지독하게 그 꿈에 매달렸다.

     

   그것이 바로 마황, 테라시우스 제블람이라는 인물이었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크라슈는 자기 턱을 눌렀다.

     

   “어때 진짜 미치광이지? 지가 외로워서 자기랑 같은 놈 창조해내겠다고 저러고 있는 거라고.”

     

   바이오렌은 징글맞아 죽겠다는 듯이 치를 떨었다.

   그러나 크라슈는 대답 없이 가만히 침묵하고 있었다.

     

   그런 크라슈의 반응을 눈치챈 바이오렌은 눈썹을 살짝 모으더니 크라슈를 힐끗 보았다.

     

   “왜, 좋은 생각이라도 난 거야?”

   “아니, 그건 아니긴 한데. 바이오렌, 그때 만났다는 여성의 외형 좀 정확히 말해줄 수 있겠냐.”

   “외형?”

     

   바이오렌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검붉은 머리카락에 20대 중반의 외모, 거기에 눈도 붉은 눈동자였어.”

   “…….”

     

   크라슈는 그 말을 듣더니 슬쩍 창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까마귀 하나가 창문가에서 조용히 있다가 날개를 퍼덕이며 도망치듯 날았다.

     

   방대한 마법의 지식.

   검붉은 머리카락과 붉은 눈동자.

   그리고 특유의 말투.

     

   크라슈는 테라시우스를 홀린 마법사 여성이 누구인지 특정하고 말았다.

     

   “……마황을 저 꼴로 만들어 버린 이가 누군지 알 거 같다.”

     

   마황이 만났다는 마법의 진리를 논한 이의 정체.

   그리고 마황을 이 꼴로 만들어 버린 범인.

     

   크림슨가든 아우구스트.

   이 녀석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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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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