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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1

    <271 – 조직의 첫 번째 소집령>

     

    감히 오크노디의 의견에 딴죽을 거는 불경을 저지른 대가로 한순간에 장학생 전체의 친구비를 몰수당하게 만든 얼간이에게 분노의 시선이 쏟아졌다.

    질문을 했던 장학생은 동료 장학생들의 보복을 당할 생각을 하며 두려움에 떨었다.

    프라이머도 마찬가지였다.

     

    ‘장학생들의 분위기가 바뀌었어.’

     

    니가 좀 세긴 하고 재단에서 총애도 받는데 그래서 뭐 어쩌라고.

    우리도 장학생이고 힘을 합치면 마음대로 우릴 휘두르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어!

    은연중에 드러나던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다.

    한 번의 반항이 친구비의 몰수로 돌아왔다.

    다음 반항은 어떤 불이익을 가져올까.

    그 피해를 자신만 볼까.

    다른 장학생들은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까.

    생각이 많아지니 경솔하게 행동할 수 없다.

    오크노디가 지닌 권력을 깨달았다.

    상하관계가 완벽히 정립되었다.

     

    ‘무섭구나. 저런 순진무구한 얼굴로 이만큼의 심계를 보이다니.’

     

    저 무서운 아이가 말 한 마디로 장학생들이 다시는 자신의 지시에 의문을 품거나 반박하지 못하게 만들면서도 원망을 다른 이에게 떠넘긴 재주.

    재단의 수뇌부만큼 잔혹하고도 영리한 수완은 어째서 그녀가 ‘수석’장학생인지를 증명하였다.

    포기하자.

    오크노디에게 맞서는 것은.

    프라이머의 마음이 꺾이며 <장학생들의 반란>이라는 소소한 이벤트가 이 순간 사라졌다.

    그러나 동시에 오크노디에게는 떠올라서는 안 될 알림이 떠오르고 말았다.

     

    [나쁜아이 경험치+3]

    [나쁜아이 경험치가 임계점을 돌파합니다.]

    [<나쁜아이> 기능이 <무서운아이>가 되었습니다.]

     

    더 이상 그녀는 나쁜아이가 아니다.

    무서운아이가 되었다.

     

     

    * *

     

     

    *무서운아이* :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은 사람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 더 이상 누군가의 호감을 얻기가 어려워진다.

     

    웁스.

    조직놀이에 너무 심취한 탓일까.

    기어이 나쁜아이가 무서운아이로 진화했다.

    호감도 상승에 막대한 페널티를 지닌 기능.

    보통의 플레이어라면 걸리는 즉시 이번 회차는 망했구나 생각하고 빠르게 <게임 포기> 버튼을 누르거나 <다시 시작하기>를 누르러 로비로 돌아갈 일이다.

    NPC와의 관계성이 졸업에도 중대한 미치는 아카데미에서 모두의 두려움을 사는 아이가 되는 것은 당연히 극도로 불리한 이벤트다.

     

    ‘조금 귀찮게 됐네.’

     

    고인물인 나조차도 잠깐은 싫은 표정이 얼굴에 떠올랐을 지경!

     

    “혹시 무언가 근심거리라도 있으십니까?”

     

    에이프릴이 걱정할 정도로 표정이 찡그려졌나보다.

    다시금 웃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잠깐 싫은 생각이 났어요. 별거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하시거든 저나 <비밀장학결사>에 맡겨주십시오. 모처럼 도움을 얻으려고 만든 조직을 만들고 쓰지 않으면 아깝습니다.”

    “그럴게요!”

     

    그래, 조금 귀찮으면 어떠랴.

    이미 지금까지의 호감작으로 올린 호감도도 적지 않은데.

    필요한 주조연과는 충분히 가까워졌다.

    교수님들도 내게 특별한 호의를 품은 교수님들이 잔뜩 생겼다.

    또한 고인물테크닉을 사용하면 호감도 대신 적대도가 높은 캐릭터의 수치도 한 순간에 뒤집어서 역으로 호감을 얻는 비법도 존재한다.

    일명 <이 녀석도 실은 착한 녀석이었어> 기믹!

    자주는 사용하지 못하지만 잘만 사용하면 한 번에 적대진영 소속 캐릭터들을 모조리 <친밀> 내지 <우호> 단계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지금은 딱히 그렇게 막 탐이 나는 적대진영은 없으니 내버려둘까!’

     

    1학년 사이에 조직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아직은 초창기다.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짐 싸서 집으로 돌아갈 낙제생이 되지 않도록 하위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

    모두 당면한 목적은 <기말고사를 잘 보기>.

    자신들의 조직에 들어온 하급반 학생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도록 물자지원을 하거나 함께 공부를 하거나 강의준비물을 분담해서 채집하는 선에 그친다.

    요컨대 2대 모자씨를 이용해서 이미 교수님들이 출제할 문제와 답안지를 훔쳐본 내게는 정보의 비대칭적 우위를 마음껏 누릴 시간이라는 뜻!

     

    “이렇게 생긴 곤충을 채집해오면 상으로 <칭호작에 도전해보자>에서 기말고사 대체과제로 제시할 칭호가 뭔지 알려드릴게요! 다른 강의는 음, 기말고사 문제나 정답을 알려드리죠!”

     

    혼자라면 직접 발품 팔아가며 온 산을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며 채집해야했을 곤충들을 대신 채집해서 간단히 수집할 수도 있다.

     

    [한입바삭사마귀]

    [딸기검정박이벌레]

    [하양복슬누에나방]

     

    주의 깊게 찾지 않으면 발밑에서 바삭 소리와 함께 신발에 밟혀 죽는 한입바삭사마귀.

    딸기의 검정색 점 주변의 검은 점으로 위장해서 매달려 딸기 속을 파먹는 괘씸한 딸기검정박이벌레.

    잘 보면 은근히 귀여운 구석이 있는 누에나방이 더욱 귀엽고 사랑스러워진 하양복슬누에나방.

     

    온갖 곤충이 채집함에 잔뜩 들어왔다.

     

    [곤충채집 입문 5단계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칭호 <엘리트 응애 파브르>를 습득합니다.]

    [칭호 보유효과로 모든 활동의 체력소모가 1% 감소합니다.]

    [칭호달성 보너스로 50000포인트를 습득합니다.]

     

    “오크노디. 이렇게 많은 곤충은 왜 모으는 거야?”

    “컬렉션을 모으는 취미야!”

    “나야 포인트도 주고 시험문제를 알려준다니 이유야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너도 참 별나네.”

    “에이. 엄밀히 말하자면 제가 주는 건 포인트뿐이라고요? 시험문제와 정답은 포인트를 주고 사가는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의 조직상품이고요!”

    “돈 주고 팔기라도 하는 곳이 여기 말고 어딨어? 팔아도 이렇게 싸게는 안 팔지. 고맙게 받아갈게.”

    “잘 가요, 로지니!”

     

    심부름꾼 조직을 만들기를 정말 잘했다.

    에이프릴을 아군으로 포섭한 것은 정말 신의 한수다.

    덕분에 도감작이 이렇게나 대폭 빨라졌다.

    평범한 회차였다면 상상도 못했을 엄청난 성과다.

    그때는 재단장학생이 없어서 이렇게나 많은 학생들에게 도감작을 도움 받지도 못했다.

    무엇보다도 <무서운 아이>같은 기능이 없어도 애초에 두려움을 사고 다녔지.

     

    -으악! 도망쳐. 근 력올인한방캐릭이조아해병이 말을 걸러 다가온다!!

    -근 력올인한방캐릭이조아해병. 학생들에게 다수의 신고가 들어왔다. 함부로 다른 학생에게 말을 걸지 말아라. 자네는 너무 커. 다른 학생들이 경기를 일으키며 기절하는 것을 교관들이 매번 근처 벤치나 양호실에 옮기는 것도 일이니 조용히 좀 지내게.

    -근 력올인한방캐릭이조아해병. 교관이 지켜보지 않는 곳에서 동급생에게 말을 걸면 벌점을 준다고 하지 않았나? 이번은 포인트 -500점으로 봐주지만 다음부터는 5000점을 까겠네!

     

    으으.

    다시 생각해도 참 험난한 아카데미 생활이었다.

    근력올인 외길인생은 참 고달팠지.

    생각해보면 여캐로 빙의된 건 참 다행이구나 싶다.

    용사 이슈타르도 근력올인캐이기는 마찬가지지만 성별이 다르니 플레이어 시절의 나처럼 억압된 아카데미 생활을 보내지는 않고 있다.

    이게 다 남자라서 받은 불이익이야!

     

    “헉. 흑기사다.”

    “쟤 좀 무서워.”

    “갑옷은 왜 안 벗는 거야? 저 정도면 무슨 저주라도 걸린 거 아니야?”

     

    때마침 남자라서 불이익을 받고 있는 학생이 한 명 다가왔다.

     

    “안녕, 모브! 너도 채집해왔니?”

    “채집 도중에 문제가 생겼어.”

    “친구가 나무를 타고 올라가다가 하피한테 걸려서 둥지로 납치당했어?”

    “…나무를 타면 그런 짓도 당하는 거냐?”

    “그럼 누가 바위 밑에 숨은 벌레를 찾으려다가 낮잠 자던 야생골렘의 얼굴을 건드려서 얻어맞았어?”

    “바위 밑도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되겠군.”

    “아이 참.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무슨 문제가 일어났다는 건데?”

     

    동급생들에게 은근히 배척받고 항상 혼자 수련하며 식사도 빨대가 꽂힌 프로틴쉐이크로 먹는 자, 모브는 감탄을 멈추고 찾아온 목적을 이야기하였다.

     

    “오는 길에 봤는데 누에나방을 납치하던 1학년들이 사람만큼 커다란 누에들한테 걸려서 역으로 납치당하고 있었어.”

    “우왕. 서브퀘스트도 제대로 구현이 되어있구나.”

    “서브퀘스트?”

    “아무것도 아니에요!”

    “도움이 필요해보여서 알리러 왔어. 우리도 나름 조직인데 외부에도 긍정적인 활동을 하며 명성을 떨칠 좋은 기회 같아서.”

    “누에채집 퀘스트의 억까이벤트로 등장하는 <누에아인蛾人들의 습격> 이벤트 클리어보상에 엑스트라 캐릭터의 호감도 +20이 달려있기는 하죠! 근데 그건 굳이 안 깨도 돼요. 시간이 지나면 교관들이 알아서 구해주거든요!”

    “그러냐? 그럼 상관없겠네.”

     

    절그럭절그럭 갑옷소리를 내며 의자에 앉은 모브가 투구의 바이저를 열고 눈을 내놓으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너, 근데 어디서 이렇게 많은 시험문제랑 정답을 다 알아오는 거야? 설마 교수들 사이에도 재단의 장학생이 숨어있는 건 아니지?”

    “비밀이에요!”

    “…비밀이라는 건 분명 누군지 말하지는 못하지만 있기는 있다는 뜻으로 쓰이지 않아?”

    “진짜로 비밀이에요!”

     

    여기서는 모브를 위해서라도 엄하게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모브가 정보를 입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입막음으로 쥐도 새도 모르게 <교육 중 불미스러운 사고>를 당할 수도 있는 걸요!”

    “……절대로 궁금하지 않아. 오히려 알고 싶지 않아졌으니까 말하지 말아줘.”

     

    이런 느낌으로 즐거운 하루하루를 만끽하던 나였지만 몇 시간 뒤에 아카디아가 허겁지겁 달려오며 외치는 말에는 벌떡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큰일이에요, 오크노디! 티토소가가 나방아인에게 조명대를 빼앗겼어요!”

     

    맙소사. 조명대 없는 티토소가라니, 그런 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돼!

     

    “에이프릴. 수련실의 조직원들을 불러주세요!”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의 첫 번째 소집령이 내려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이덴티티도 빼앗기고 다니는 바보같은 티토소가…

    파괴왕님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성숙다크노디와 응애싼타노디 팬아트를 그려주셨습니다.
    해당 팬아트는 노벨피아 아틀리에나 팬아트공지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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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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