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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2

       

        

        

        

        

        

        나라와 나라 간의 소식 전달은 딜레이가 존재한다.

        

        특히나 미국은 이름만 들으면 그 어디보다도 가까운 나라 같지만, 한국과의 거리는 적잖아 1만 킬로미터가 넘었고, 뉴욕은 무려 1만 3천 킬로미터나 떨어져있는 별세계였다.

        

        바로 그런 이유로, 한국의 수많은 사람들은 경기 결과와 실시간 중계를 제외한 대부분의 소식에 상당히 어두운 면이 있었으며, 이는 당연히 하모니에게도 적용되는 문제였다.

        

        다크 존 파트너 스트리머로서 갔지만, 매일마다 켜는 근황 및 한국 대표팀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제외하면 크게 흥미로운 일을 벌이지 않는다 – 물론 몇 개월 전에 비해 급격히 늘어난 시청자들은 그것만으로도 크게 상관 없었지만, 그 너머로 퍼져나가기엔 이목이 부족했다.

        

        그리하여 생겨나는 몇 가지의 집합.

        

        그리고 그 중에는 다크 존과 파이널 챔피언십 솔로잉 경기에는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하모니의 존재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거나 어째서 거길 갔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품는 이들도 있었다.

        

        

        

       “그래서 결국 하모니는 왜 간 거야?”

        

       “모르지. 대표팀 유저들이랑 친분도 있고 파트너 스트리머라서 별 문제 없이 초청도 받았으니, 미국 구경하러 겸사겸사 간 거 아니야?”

        

        

        

        빈 수레는 언제나 요란한 법.

        

        아무 것도 모를수록 의문에 대한 추측성 언사만이 난무했고, 이는 한국 대표팀 측이 직접 하모니는 선수들의 스크림을 도와주러 갔으며, 충분히 그게 가능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말로 해결-되지 않았고, 오히려 더 격렬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 요지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아무리 하모니가 그동안 보여준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라는 것이었다. 물론 당사자를 비롯한 관계자들에게는 헛소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지만.

        

        판단은 당사자들이 할 몫이었고, 이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리석은 짓. 하지만 본디 인터넷 세상이란 아무런 논지 없이 추측성 발언만으로 온갖 개소리가 퍼지는 곳이었다.

        

        

        물론 언제나처럼, 하모니를 위시한 이들은 일말의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리하여 한국 유저들은 당사자가 도대체 뉴욕에 왜 갔는지, 갈 만한 이유라도 있었는지를 보기 위해 파이널 챔피언십 이후 개시되는 파트너 스트리머 대항전의 채팅방으로 몰려들었고, 플레이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게임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해당 게임에 참여하는 일부 스트리머건, 단순히 채팅창에서 뇌피셜을 풀어놓는 일부 유저들이건, 각자의 자기합리화를 통해 하모니의 실력을 평가절하하였으나 – 꼴랑 10분도 지나지 않아, UI 한쪽의 킬 로그가 심상찮은 결과를 토해낸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하루종일 수류탄만 만지냐며 거친 궁금증을 토해내던 시청자들이,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다물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콰아앙!

        

        

        

       “히히.”

        

        

        

       -????????????????

       -어어 이 무친련 사람 폭사시키면서 웃는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녹냥씨 도대체 뭔짓거리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굳이 총을 쏴서 사람을 죽일 필요가 있는지?

       -직쏘도 동서남북으로 절하면서 울부짖을 트랩이 사방팔방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나의 수류탄으로 적을 죽이지 못한다면 그 이상의 화력을 쓰면 된다는 간단명료한 행동 강령 아래, 하모니는 그 누가 보아도 ‘이거 너무 많지 않나?’ 라는, 8개나 되는 수류탄을 그 누구보다도 알차게 사용하였다.

        

        그리하여 스킬 활성화 구역이 내려다보이는 창고는 무려 네 명에 달하는 적의 피를 게걸스럽게 빨아먹었고, 그녀는 손가락 하나조차 까딱하지 않고는 풀무장조차 손쉬울 양의 아이템 무더기 네 개를 얻었다.

        

        물론 그 시점에서 하모니는 이미 파트너 스트리머 대항전의 킬 1위로 올라선 지 오래였다.

        

        

        행동하는 것만으로도 헛소리를 지껄이는 이들의 모든 논리를 파쇄한다. 하물며 믿지 못하는 시청자들은 현실에 순응하거나 분탕으로 몰려 강제로 퇴장당하는 마당에, 당사자에게 죽은 이들은 어떻겠는가?

        

        허접한 트랩이니 뭐니 하며 어떻게든 이를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렇다면 그 간단한 함정에 당한 본인이야말로 멍청이 중의 멍청이가 아닌가.

        

        그런 인지부조화 속에, 그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단 하나였다.

        

        

        

       “저 사람 너무 잘하는 거 아냐?”

        

       “이미 경기 시작 전에 니가 헛소리하던 거 전부 녹음해놨으니까, 추하게 변명하지 마.”

        

       “망할.”

        

        

        

        물론, 하모니의 입장에서는 제멋대로 멍청이들이 양산되고 있는 촌극을 보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 물론 아이러니하게도, 당사자는 그걸 신경조차 쓰지 않았지만.

        

        파트너 스트리머 대항전 첫 번째 경기는 고작 이제 시작했을 뿐.

        

        구주천지란 이리도 복잡괴기한 법이었다.

        

        

        

        

        

        

        

        

        

        

        

        

        

        

        

        

       “이건 여기다가 놓으면 되겠고, 다음은 뭐더라….”

        

        

        

       -얘 도대체 뭐하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로선생님들 계십니까? 혹시 방송보고있으면 도대체 이 떼껄룩이 뭐하는지 설명좀 부탁드립니다 씌바거

       -이건 사람을 잡는 덫입니다 아시겠어요?

       -손놀림 자연스러운거봐라 ㅋㅋㅋㅋㅋㅋ 얼마나 많이 써먹고 다녔으면 이러고 있냐

        

        

        

        터렛의 사격부와 지지대를 분리하고, 특정 구역으로 향하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만 하는 길의 정가운데에 놓여있는 꽤 큰 크기의 구덩이에 조심스럽게 지지대를 끼워넣는다. 그러고는 터렛의 설정 칸에 들어가 지지부 알고리즘을 소폭 변경.

        

        근처에 이리저리 널브러져있는 나무 합판을 가져와 구덩이 위를 덮는다. 지지대가 자동으로 나무 합판을 받치며, 평범하게 잡동사니가 이리저리 널려있을 뿐인 창고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변함과 동시에 당사자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터렛 본체는 적당한 곳에 숨겨놓는다. 물론 잡동사니마냥 대충 올려놓으면 추후 사격 시 지지대가 없어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튕겨나갈 것이므로, 주변을 무거운 물건으로 감싸줘야만 했다.

        

        물론, 그리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다.

       

        

        

       “이걸로 하나는 어느 정도 됐으니, 다음은 뭘 해야 하나.”

        

        

        

       -아니 저거 딱봐도 펄스 한 번 돌리면 감지되게 생겼는데 ㅋㅋㅋㅋ

       -작동을 안 하는데 펄스에 왜걸리냐? 겜안분 납셨어 아주

       -도대체 무슨 원리로 작동될지 감도 안 잡힌다 ㅋㅋ

       -하모니년 총쏘는거 보러왔더니 스킬이랑 트랩으로 사람 패죽이는거밖에 안보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을 벌써 준비하는것도 어이가없는wwwwwwww

        

        

        

        트랩을 설치하는 와중에도 주변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서프레서가 달린 벡터를 언제든지 잡을 수 있도록 의식적으로 몸을 움찔거리며 긴장하는 모습이었지만, 상당히 눈썰미가 있는 이들을 제외하면 눈치조차 채지 못한다.

        

        안전한 곳에 숨은 하모니가 지도를 켜 현재 킬존의 위치와 축소까지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그녀가 마치 정지라도 한 듯 굳어졌다. 하지만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다음 안전지대의 위치는 어딘지.

        

        해당 위치까지 이동하는 데 필요한 차량은 무엇인지.

        

        이동 시간은 얼마인지.

        

        안전지대에 적이 있다면 어떻게 몰아내야 하는지.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 예측과 경험의 혼합물이 생성되고 폐기되길 반복했으나,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하모니는 자신에게밖에 들리지 않는 타이머를 두 개 설정해놓고는, 주변 지형지물을 돌며 탈출 루트와 건물의 구조를 파악했다.

        

        

        

       ‘마지막에서 3번째 킬존이니, 적이 이 근방으로 올 확률을 추산해본다면…그리 낮지는 않겠네.’

        

        

        

        그리 결론을 내리고는, 하모니는 적이 올 것 같은 위치를 바라볼 수 있는 자리 중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자리에서 대기를 시작했다.

        

        파이널 챔피언십은 특정 지형지물에 먼저 온 사람과 늦게 온 사람 간의 대결 구도가 자주 벌어지는 편이었고, 이 사이에서 벌어지는 밸런스의 간극을 해결하기 위해 총에 부착 가능한 하트비트 센서, 펄스 등을 비롯한 기기가 존재했다.

        

        그러나 펄스의 사거리는 보통 45미터. 짧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멀리에 있는 유저들까지 찾아내기 위한 용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이미 레이저 거리계를 통해 거리를 대강이나마 파악해둔 하모니는 펄스가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는 발코니에서 경계를 시작했다.

        

        

        물론 세상 만사가 원하는대로 풀리지는 않는 법이었다.

        

        

        

       ───피잉!

        

        

        

       -[알림 : 적 펄스에 감지됨.]

        

       -[알림 : 약점 감지. 치명타 확률 증가.]

        

        

        

        발코니 바로 아래에서부터 퍼져나가는 옅은 동심원.

        

        펄스 특유의 저항감이 온 몸을 감쌌지만 멍청하게 가만히 있을 여유는 없었다. 이성보다도 먼저 작동한 근육기억이 다리에 힘을 불어넣고, 바닥이 숭숭 뚫린 발코니를 박차는 순간 십수 발의 총알이 하모니가 있던 자리를 사정없이 관통했다.

        

        검지손가락이 움직이며 파드득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한 번의 까딱임에 족히 20발 이상의 탄환을 토해내는 사이에도 기동 속도는 줄어들지조차 않았다. 

        

        하모니를 공격한 유저는 선공을 가져갔음에도 상당한 대미지를 입었고 왔던 길로 후퇴하였으나, 다음 순간 날아든 수류탄에 훨씬 더 안쪽으로 대피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하모니의 상황이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5분 24초라.”

        

        

        

        설정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두 개의 알람.

        

        첫 번째는 알람이 작동되면 설치된 트랩을 정리하고 해당 지역을 벗어나야한다는 ‘권장’ 알람이었고, 두 번째는 그 무슨 일이 있어도 해당 구역에서 퇴피하여 다음 안전지대로 이동해야만 한다는 ‘의무’ 알람이었다.

        

        첫 번째 알람 작동까지 2분 13초, 두 번째 알람 작동까지 5분 24초.

        

        

        

       ‘일단 자리부터 옮겨야겠다.’

        

        

        

        금속 비계로 이뤄진 발코니는 무언가를 감시하기에는 상당히 좋은 곳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전 장소로까지 좋지는 않았다. 천장 전체를 발판으로 메워버렸다면 큰 상관은 없었지만, 대개의 경우 기동 경로를 극도로 한정적으로 만들었으니.

        

        그리하여 하모니는 적이 내부로 다시 들어간 시점에서 재빠르게 자리를 옮겼다. 사실상 적이 왔던 길을 돌아가더라도 상관은 없었다. 그러면 자신은 첫 번째 알람이 울리는 즉시 미리 설치해두었던 트랩을 폭파하고 사전 탈출 루트로 도망가면 되니까.

        

        

        그러면, 어떻게 나올 것인가.

        

        물론 당연하게도, 이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피이잉!

        

        

        

        다시금 터지는 펄스.

        

        빛무리가 온 몸을 감싸안는 동시에 독특하게 생긴 원형의 무언가가 발코니 위로 날아들고는 – 심상찮은 소리와 함께 급격히 가속, 하모니를 순식간에 따라온다. 시커 마인이었다.

        

        순식간에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하모니는 그 순간 적이 수많은 스킬 중 어떤 것을 두 개 선택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고, 이는 꽤나 괜찮은 수확이었다.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빠르게 다가오는 추적 지뢰의 요격이었다.

        

        

        파드득!

        

        탄창에 남아있는 탄환을 전부 비움과 동시에 적잖아 두 발 이상의 탄환이 지뢰에 적중, 천둥같은 소리가 창고를 가득히 메웠다. 하모니가 서있던 발코니가 출렁이며 기울었다. 화염 지뢰의 무지막지한 열량이 비계 지지부를 통째로 녹여버린 것이었다.

        

        순식간에 가파른 경사가 만들어진다. 당사자는 미리 발코니가 끝나는 지점 인근까지 이동한 상태였기에 휩쓸리지는 않았지만, 만약 저 광경에 휘말렸다간 꽤나 귀찮은 사태가 벌어졌을 것이었다.

        

        

        바닥에 다 쓴 탄창을 떨구며, 하모니가 두 번째 탄창을 삽탄했다.

        

        그 사이 적은 비상구에서 벗어나 빠르게 기동 중이었다.

        

        

        

       “하, 트랩 트리거는 기가 막히게 안 밟네.”

        

        

        

        하지만 우는 소리는 할 수 없었다. 상대방이 원하는 곳으로 움직여주기를 바라는 건 말 그대로 하수나 하는 짓이었으니. 작전의 진행은 희망사항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었다.

        

        다르게 말하면, 희망사항을 현실로 만들어야만 했다.

        

        그리하여 하모니는 즉각적으로 행동을 개시했다. 상층 발코니를 밟고 사전에 적당히 조정해두었던 텅 빈 박스 뭉치 덩어리로 뛰어내리면 그 어떠한 낙하 대미지조차 없이 하층 발코니로 내려갈 수 있었다.

        

        

        아무튼, 적을 유도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한 자리에 가만히 짱박히지 못하게 만들면 그만이었다.

        

        

        

       “폭탄에 맞아도 안 나올 수 있는지 보자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시1발 왜 이렇게 살벌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나미쳤어?누나미쳤어?누나미쳤어?누나미쳤어?누나미쳤어?누나미쳤어?누나미쳤어?누나미쳤어?누나미쳤어?누나미쳤어?

       -어어 유진선생님 왜 하모니의 몸으로 강림하시는wwwwww

        

        

        

        끼릭!

        

        왼쪽 허벅지의 홀스터에 얌전히 잠들어있던 점착폭탄 발사기를 꺼내고, 폭탄을 끼운다. 초현실적이면서도 유려하게 생긴 그것이 정면을 겨누는 순간 렌즈형 UI 위로 띄워지는 예상 착탄 지점과 피해 범위.

        

        그것이 퓽 하고 발사되는 순간 적이 엄폐물로부터 용수철마냥 띠용 튀어나온다. 하지만 폭발은 폭발이었고, 그 와중 사격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서프레서에 의해 기이하게 비틀린 사격음과 함께 또다시 AP탄이 튀어나갔고, 그것이 연신 실드를 두들겼다.

        

        .45 ACP 탄환의 탄피가 초당 수십 개씩 튀어나가며 바닥에 까랑까랑 부딪힌다. 벡터 특유의 무지막지한 탄 소모량과 총 자체가 떨리는 듯한 애매모호한 반동은 말 그대로의 단점이었다.

        

        파우치에 끼워두었던 8개의 탄창이 순식간에 줄어간다.

        

        하지만,

        

        

        

       -[알림 : 터렛 지지대 압력 감지.]

        

       -[알림 : 터렛 가동.]

        

        

        

       ───투두두두!

        

        

        

       “아아악!”

        

        

        

        그동안 숨겨두었던 터렛이 빛을 발했다.

        

        뜬금없는 타이밍에 적이 출현한 탓에 회수조차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트랩이었지만, 그것이 말 그대로 전화위복이 되었다. 적은 지지대를 숨겨놓았던 나무 합판을 밟았으며, 자동으로 반응한 터렛이 그 자리에서 적을 감지하고는 무차별적으로 총알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한순간도 예측할 수 없던 상황이라는 이름의 천칭이 하모니를 향해 기울고 있었다.

        

        그러나-

        

        

        

       -찰칵!

        

        

        

       “아이씨, 다음부터 벡터는 쓰지 말아야겠네….”

        

        

        

        벡터.

        

        다른 이름으로는 총알 분무기.

        

        1000을 넘어가는 RPM. 비록 AP탄이라고는 하나 단발 사격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제압력과 대미지는 연사를 반쯤 강제하였고, 이를 다르게 말하면 – 꼴랑 40발들이 탄창 8개로는 택도 없었다는 소리였다.

        

        게다가 스킬 2개를 해금하는 순간 프로세서 처리 문제로 인해 휴대 가능한 총은 1정, 그것도 SMG 또는 카빈 소총에 한정되었다. 하모니가 벡터를 고른 이유는 바로 그것이었다.

        

        그닥 효과적이진 않았지만.

        

        

        다 쓴 탄창이 꽂혀있는 총을 그대로 벗어 내던진 하모니가 홀스터에 꽂힌 권총을 들고 확실한 마무리를 위해 빠르게 접근했다. 안전손잡이가 짓눌린 수류탄을 왼손에, 권총을 오른손에 든 채, 그녀는 폭탄마라는 별명에 걸맞는 투척 실력을 뽐내며 빠르게 접근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것이 적의 무저항을 보장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하모니는 권총의 탄환마저 거의 소진하고 나서야 적을 간신히 잡아낸다. 몇 발 남지 않은 탄환을 적의 사지에 박아넣어 행동불능으로 만든 다음에야 힘겹게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아, 진짜 힘들어 죽겠네….”

        

        

        

       -하모니!하모니!하모니!하모니!하모니!하모니!하모니!하모니!하모니!하모니!하모니!하모니!하모니!하모니!하모니!하모니!하모니!하모니!

       -그녀는신인가?그녀는신인가?그녀는신인가?그녀는신인가?그녀는신인가?그녀는신인가?그녀는신인가?

       -미치셨습니까휴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적 스트리머로 전향한 전 프로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으로 다시는 안깝치겠습니다!!!!!!!

        

        

        

        다 쓴 터렛은 자폭. 5분 이내에 재사용이 가능하게 될 것이었다.

        

        권총을 들어올렸지만 아쉽게도 단 한 발도 남지 않은 상황. 하모니는 한숨을 내쉬며 그마저도 땅바닥에 던져버렸다.

        

        점착폭탄이나 수류탄으로 마무리하고자 했지만, 아쉽게도 두 번째 알람이 울리기까지 고작해야 30초도 남지 않은 시점. 폭발물로 적을 처리했다간 아이템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질 것이었고, 그 역시도 시간의 낭비가 될 공산이 컸다.

        

        하지만, 하모니는 이에 대한 대비책이 있었다.

        

        

        

       “…?”

        

        

        

        달칵.

        

        앞의 폭탄 부분을 빼고, 이리저리 점착폭탄 탄두를 조정하면 이는 훌륭한 화염 샷건이 된다.

        

        워싱턴 D.C 미션을 유진과 함께 밀 때 그녀가 알려주었던 훌륭한 근거리 화염방사기가 손에 들려있었다.

        

        하모니는 그것을 미간에 대었고, 당겼다.

        

        

        

       “어, 어, 어! 잠깐!”

        

        

        

       ───파앙!

        

        

        

        머리가 통째로 증발하고, 몸이 폴리곤이 되어 흩어졌다.

        

        그제야 하모니는 아이템을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했다.

        

        

        

        

        

        

        

        

        

        

        

        

        

       -미친련아!미친련아!미친련아!미친련아!미친련아!미친련아!미친련아!미친련아!미친련아!미친련아!미친련아!미친련아!미친련아!

       -이사람 진짜 돌았나봐!!!!!!!!!!!!!

       -유진선생님 보고 계십니까? 이게 당신이 제련해낸 겁니다! 제발 좀 그만해! 옛날의 하모니를 돌려내!!!

       -우리 하모니 하고싶은거 다해~ 나한테는 하지말고~

       -다크존PVP시참 참여율 뚝떨어지는 소리 여기까지 들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시청자들은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효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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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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