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272

        

       일단은 태연하게 걸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어쩌다가 뒤를 밟혔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내가 우연히 배상금을 놓는 것을 봤을 가능성도 있고 아니면 소란을 일으킨 연기자와 한패라는 확신이 들었을 수도 있다.

         

       문제는 어느 정도의 고수가 무슨 목적으로 내 뒤를 쫓고 있느냐겠지.

         

       상대는 특별한 암살기공을 익힌 절정이거나 아니면 무난한 초절정일 가능성이 높았다. 화경일 가능성은 고려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고.

         

       이미 내가 걷고 있는 길은 충분히 으슥한 골목길. 나를 해치거나 제압하려면 진작에 나타났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다.

         

       그렇다면 목적은 내 배후일까.

         

       나는 일부러 골목길을 빙빙 돌았다. 어차피 상대방이 내 배후를 찾으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내 행동이 이상하게 보지는 않을 것이다.

         

       배후가 있는 자라면 이렇게 돌아가는 길을 교란하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으니까.

         

       골목길을 누비면서 이곳의 지형을 머릿속에 입력한다.

         

       상대방을 떨칠 수 있는 기회는 단 한번뿐이다.

         

       아직 상대방은 내가 미행당하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고 생각할 테니까.

         

       지척에서 상대방의 얼굴을 바라보는 도박판에서조차 내 심리를 간파하는 자는 없었다. 고작해야 멀리서 기감으로 날 관찰하고 드문드문 내 행동을 눈에 담을 자를 속이는 건 일도 아니었다.

         

       머릿속으로 도주 경로를 그린 뒤 최적의 장소로 이동한다.

         

       그리고는 잠시 우뚝 섰다.

         

       순조롭게 나를 미행하던 자는 갑자기 내가 이상행동을 보이니 긴장감을 끌어 올렸겠지.

         

       “에…”

         

       그리고 나는 살짝 얼굴을 들어올리며 가슴을 부풀렸다.

         

       “에엣취!”

         

       재채기!

         

       내가 크게 재채기를 하면 미행을 하던 상대방은 어떻게 생각할까. 미행을 들킨 것이 아닐까 긴장했던 정체불명의 고수는 순간적으로 긴장의 끈을 놓겠지.

         

       “후에에엣취!”

         

       그리고 나는 상체를 크게 튕기며 두 번째 재채기를 하며 몸 안의 내공을 움직였다. 기운이 사방으로 자유롭게 퍼져 나가는 일반적인 운용법 대신 임의로 나선식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이제는 조약돌에 불과한 불순물들이지만 그래도 자유롭게 기가 분출되는 것보다는 기척을 죽여줄 것이다.

         

       “후에에에…”

         

       마지막으로 재채기를 하는 척 하며 허리를 활처럼 휘었다.

         

       파아아아앗!!

         

       그리고 그대로 궁신탄영의 재주를 흉내내며 단번에 땅을 박찼다!

         

       팟! 팟! 팟!

         

       극성으로 전개되는 연비연환공. 모양새는 좀 경박하지만 아무튼 독의 어르신께서 직접 전수해주신 무공답게 효능 자체는 뛰어났다.

         

       타다닥!

         

       다급하게 내 뒤를 쫓아오는 추적자의 발걸음과 기운이 느껴졌다. 저쪽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까지 몸을 숨기고 있을 수는 없었겠지. 머릿속에 그려 두었던 도주 경로대로 이리저리 몸을 꺾어 보았지만 역시 나보다 고수인 이를 상대로 가벼운 교란은 통하지 않았다.

         

       쉬이이익!!

         

       무엇보다 상대의 경공이 범상치가 않았다. 얼마 달리지도 않았는데 거리가 좁혀지는 것이 느껴질 정도.

         

       나는 상대방의 정체를 확인하려는 생각을 접었다.

         

       상대방의 속도가 어떻게 감당할 법 하면 어떤 자인지 정체를 확인해 보려고 했는데 괜히 정체를 알아보겠다고 속도를 늦추었다가는 순식간에 내 뒷목을 잡아챌 수 있는 범상치 않은 자였다.

         

       시간을 끌지 않고 곧바로 눈여겨 본 지점을 향해 달렸다.

         

       상대방과 나의 속도 차이, 그리고 경지 차이는 현격하니 승부수를 띄우지 않으면 상대를 떨칠 수 없다.

         

       파바바박!!

         

       나는 이 인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향해 내달렸다.

         

       “하아압!”

         

       그리고 내공의 낭비를 고려하지 않고 온 힘을 다 다리에 쏟아부었다.

         

       파아아악!!

         

       그리고 온 힘을 다해 도약했다. 절정에 이른 육체였지만 단 한번의 움직임이 준 여파로 허벅지가 비명을 지를 정도로 힘을 쥐어짰다.

         

       나는 내 몸이 떠오르는 것을 보고는 이를 꽉 깨물었다. 내가 이 높은 건물을 뛰어 넘을 수 있을지는 나 역시 알 수 없는 문제였으니까.

         

       그저 이 건물을 깔끔하게 넘어서지 못하면 저 추격자를 떨칠 수 없었으니 젖 먹던 힘을 다해서 뛰어 올랐을 뿐!

         

       쉬이이익!!

         

       내 간절한 기도가 통했을까. 단번에 시야가 훤해졌다.

         

       넘었다!

         

       파바바박!

         

       그저 다릿심 하나만으로 건물을 뛰어넘었다는 짜릿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내 귓가를 울리는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내가 높은 건물을 넘은 것에 성공했다는 것은 상대방의 시야를 가릴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뜻이었다.

         

       추격자 역시 조급함을 느낄 수밖에 없겠지.

         

       맹렬한 추격자의 기세를 느끼며 왼팔의 소매를 걷었다. 언제나처럼 내 왼 팔뚝에 걸려 있던 기사천의 팔찌가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쉬이이익!

         

       현천자의 동굴에서 획득한 이래 화리의 동굴에서 낚싯대로 사용된 이후 그다지 쓸 일이 없었던 기사천의 팔찌.

         

       잡혈의 불순물이 심각했던 시절에는 기사천의 팔찌에 제대로 내공을 주입하는 것이 힘들었기에 사용할 기회가 없었지만 불순물이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충분히 위기상황에도 사용할 수 있었다.

         

       내 내공이 주입된 실이 쭉쭉 늘어났다.

         

       화리의 동굴에서 화리를 낚시하며 사용법을 익혔던 기사천의 실이 힘차게 허공을 가르고 날아가 왼쪽 건물의 서까래를 휘감았다.

         

       그리고 기를 풀어내자 늘어났던 기사천이 급속도로 줄어들며 내 몸의 방향이 급속도로 비틀렸다.

         

       덜컥!

         

       상당한 속도로 허공을 날고 있다가 줄에 묶여 강제로 방향을 비틀게 되었으니 왼팔에 상당히 부담이 갔지만 나는 왼팔을 보호하는 대신 모든 기의 운용을 중단하고 내공을 완전히 풀어 버렸다.

         

       아무리 상대의 기감이 뛰어나더라도 기감이라는 건 결국 움직이는 기를 잡아내는 능력.

         

       기를 움직이는 근간인 심법의 흐름마저 정지시켰으니 아무리 상대가 초절정이라 한들 기감만으로 날 찾을 수는 없을 터였다.

         

       대신 나 역시 심법의 흐름을 되살려 일주천을 성공하기 전까지는 제대로 내공을 사용하지 못하겠지만!

         

       떨어지기 직전에 왼팔을 흔들어 휘감은 기사천을 풀어낸 나는 그대로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내공도 쓰지 못하는 상태로 최대한 소리를 죽인 채 착지하기 위해서는 온몸을 굴려 소음을 흡수해야 했으니까.

         

       그렇게 간신히 구르고 굴러 건물 뒤편에 숨는 순간이었다.

         

       쉬이이이익!!

         

       탁!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바닥에 착지한 듯한 추적자의 발소리가 들렸다. 추적자는 완전히 사라진 내 기척에 당황한 듯이 잠시 서 있었다.

         

       대충 봐도 인근에 내가 도망칠 수 있는 길이 두 갈래 이상 있었으니 어느 쪽으로 도망쳤는지 순간적으로 혼란이 왔겠지.

         

       타다다닥!

         

       그러나 추적자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곧바로 어느 한 길을 택해 달리는 추적자의 발소리가 순식간에 멀어졌다.

         

       휴우.

         

       죽다 살아났네.

         

       내 청각에 추적자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 뒤, 나는 속으로 삼십을 헤아린 뒤에 살금살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움직이는 방향은 바로 방금 전에 건물을 넘어왔던 쪽.

         

       건물을 뛰어 넘는 대신 돌아서 건물 반대편에 도착한 이후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따돌렸다.

         

       허벅지가 당기고 왼팔이 뻐근하긴 하지만 뭐 이 정도 근육통은 좀 격하게 수련 한 뒤에도 나타나는 증상이다. 당장 내공을 못 쓰는 것이 치명적이긴 하지만 좀 떨어진 객잔에서 운기를 해 흐름을 되돌리면 아무 문제 없다. 운기조식을 하고 나면 근육통들도 말끔하게 낫겠지.

         

       이 정도 손해로 초절정 고수를 떨쳐 냈다면 수지맞는 장사였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현장을 벗어나면서 히죽 웃었다.

         

       이몸 호천안.

         

       아무리 기물의 힘을 빌렸다지만 나를 노리던 초절정의 손아귀에서 멋지게 빠져나왔으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도망치는 게 목적이고 의문의 추적자는 나를 잡는 것이 목적이었으니 초절정과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두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성취감이 내 가슴속을 채웠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보상받는 느낌이랄까.

         

       야! 내가 초절정 고수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왔다!

         

       지금 당장이라도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면서 자랑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큭!”

         

       상대방 추적자는 완전히 헛다리를 짚어 먼 곳으로 떠났다. 그렇지만 괜히 소란을 피울 이유는 없었으니 조용히 빠져나가는 것이 옳았다.

         

       그렇지만.

         

       작게 자축하는 정도는 괜찮겠지?

         

       “큭큭큭큭…!”

         

       으하하하하하하! 어리석은 추적자놈! 이몸 호천안님의 경공 실력과 기지에 말끔하게 속아넘어간 기분이 어떠냐! 분하지? 열받지? 오늘 밤 잠 못 자겠지? 앞으로 계속 생각나서 밤중에 이불이나 차라!

         

       “후후후후…?”

         

       그렇게 낮게 웃음을 터트리며 잰걸음으로 걷고 있었는데.

         

       왼쪽 어깨에 무언가가 닿았다.

         

       ….서늘하고 묵직한 감촉.

         

       진검이었다.

         

       내 발이 멈추고 당연히 웃음도 멈추었다. 그야말로 온몸이 얼어붙었다.

         

       추적자가 돌아왔다.

         

       …낚였다.

         

       추적자가 어떻게 내 수를 간파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추적자는 내 수를 간파하고는 어느 한쪽으로 경공을 전개하는 척 하며 기척을 죽인 채 다시 그 장소로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기척을 감추기 위해 심법을 멈추어버린 대가로 일반인의 걸음으로 도망치고 있던 내 등뒤에 돌아와 검을 겨누었다.

         

       상대방은 완전히 내 수법을 간파한 것이다.

         

       기사천이라는 기보를 절묘한 순간에 동원한 혼신의 교란이었는데 이걸 어떻게 간파했는지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결과는 냉혹했다.

         

       나는 천천히 손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항복하겠소.”

         

       스르릉!

         

       그 말에 내 어깨에 닿았던 검이 떨어졌다.

         

       큰일났네 진짜.

         

       초절정 고수에게 내공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잡혔으니 무슨 꼴을 당하게 될지. 눈을 질끈 감자 캄캄해진 시야로 쫄쫄 굶는 호천안, 옥에 갇힌 호천안, 거꾸로 매달린 호천안, 도박노예가 된 호천안 등등이 스쳐 지나갔다.

         

       “항복하십니까? 제법 재미있었는데 말입니다.”

         

       뭐야. 목소리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였다.

         

       머리를 더듬어보니 아무래도 혁기린의 목소리와 매우 닮았다. 그러나 혁기린이 여기에 있을 리가 있겠는가? 지금 유야 공주의 신분으로 활약하며 권신들을 때려잡고 있을 사람이 말이야.

         

       “뒤를 돌아보시지요.”

         

       …뭐지.

         

       혼란한 심정으로 천천히 몸을 돌렸다.

         

       “오래간만입니다. 호 낭인님.”

         

       그러자 그곳에는 태양건을 쓰지 않은 채, 중원 여성들의 일반 복식이라 할 수 있는 궁장을 입은 혁기린이 빙그레 미소 짓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두두두두두둥장.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