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272

       여성의 겉모습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아름답다는 것이었다.

       

       방 안을 둘러보는 무심하고도 차가운 눈길. 티끌 하나 없는 대리석을 연상시키는 말끔한 피부. 어깨에 닿을 듯 말 듯한 단발.

       

       집 안에서 아무렇게나 입을 듯한 후드티를 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멋있다는 단어와 아름답다는 단어를 동시에 떠올리게 만드는 저 여성은 영수가 어디선가 보았던 듯한 사람이었다.

       

       어디지? 어디서 봤지? 현실에서 본 건 아냐. 그랬다면 잊어버렸을 리가 없지. 어디 다른 방송이나 마이튜브에서…

       

       “화령?”

       

       곰곰이 생각을 거듭하던 영수의 입에서 문득 튀어나온 말에 회의실 안의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고갤 끄덕였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모두가 그 한 마디로 자신들의 기시감이 무엇인지 깨달은 것이다.

       

       그랬다. 저 여성은 화령을 닮았다.

       

       모습을 드러낸 후로 수도 없이 이슈를 만들어 낸, 그리고 지금 이 회의 자리가 만들어 지게 된 장본인을 말이다.

       

       여성이 지닌 특유의 분위기에 모두가 압도 되어 있던 때에 침묵을 무너트린 것은 감독의 목소리였다.

       

       “서우 씨. 그 쪽 분은?”

       “다들 아시는 분일 겁니다. 화령님입니다.”

       “…그 인터넷 방송인 화령말입니까?”

       “네. 개인적으로 연이 닿아 있어서 모셨습니다.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고민하시는 부분에 대해 명확한 해답을 내어주실 수 있는 분이라서요.”

       

       한서우가 데려온 저 사람이 진짜 화령이라면 지금 이 순간 가장 도움이 되는 사람이긴 했다.

       

       그녀는 사실상 한서우만의 개념이었던 무의 이치를 대중에 널리 퍼트린 장본인이었으니까.

       

       그건 분명한 사실이었지만 그 이전에 따져야 하는 것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감독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이내 풀고는 되도록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기 화령님?”

       “네.”

       “잠시만 나가 계셔주시겠습니까? 얼마 걸리지 않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화령이 문을 닫고서 나가기 무섭게 감독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서우 씨. 무얼 잘못하셨는지 아십니까?”

       “…네?”

       “서우 씨가 우리 팀을 위해 화령님을 데려왔다는 사실은 알겠습니다. 그치만 우선 제게 언질부터 해주셨어야죠. 아무리 화령님이 뛰어난 실력을 지닌 분이더라도 저 분은 외부인입니다.”

       “아.”

       “그리고…”

       

       서우를 향하는 감독의 잔소리에는 거센 목소리도 욕설도 없었다. 그저 더할 곳 없이 진중한 표정으로 서우의 잘못을 하나하나 지적했을 뿐.

       

       그건 분명 차라리 욕지거리를 해달라는 생각이 들게 될 정도로 무서운 장면이었다.

       

       *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안 쪽의 이야기를 귀에 담고 있던 나는 헛웃음이 새는 걸 견딜 수가 없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본인을 이 곳으로 불러들이기에 미리 다 이야기가 되어 있는 것이라 생각을 했다만 아무런 이야기도 되어있지 않았던 것이냐?

       

       내 다른 이들에게 듣기로 오랜 기간 아피스의 프로게이머로써 활동을 했다고 들었다만 이런 거 하나 제대로 못해서 어쩌자는 것이냐.

       

       집단생활을 하게 되면 거기에 따른 절차가 필요할 터인데. 무어 내 일이 아니니 신경을 쓰진 않겠다만.

       

       그리 생각을 하며 기다리고 있으려니 얼마 있지 않아 다시금 문이 열렸다.

       

       “화령님?”

       “네.”

       

       방금 전까지 한서우의 잘못을 조목조목 지적하던 남자는 그 살벌함을 어디로 지워버린 것인지 안심이 가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이 자는 어른이구나. 공과 사를 구별할 줄 알아.

       

       그에 반해 저 안에 혼이 나간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한서우는 한심하다는 것 이외에 해 줄 말이 없구나.

       

       “안녕하세요. 저는 QZ게이밍의 감독을 맡고 있는 박소윤이라고 합니다.”

       “소윤 씨군요.”

       “네. 일단 안에 들어오시죠.”

       

       방 안에 발을 들이기 무섭게 안에 있던 이들의 시선이 내게 꽂히는 게 느껴졌다.

       

       “제대로 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자기소개부터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죠. 안녕하세요? 터렛에서 스트리머로 활동 중인 화령이라고 합니다. 이 곳에는 서우 씨의 초대를 받아서 왔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서우 씨에게 듣기로 무의 이치에 대한 설명을 해주시러 왔다 들었습니다만.”

       “맞습니다. 그런 부탁을 받아서요. 자기가 설명을 괴멸적으로 못하는 바람에 문제가 생겼다고. 제발 좀 살려달라면서 발목을 잡고 비셔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대놓고 한서우의 잘못을 지적하자 탁자 근처에 있던 이들이 웃음을 흘렸다. 저들도 한서우가 설명을 못한다는 부분에 공감하는 바가 있는 듯 했다.

       

       “화령님께선 무의 이치를 대중적으로 알리신 분이잖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런 당신께서 생각하시기에 무의 이치란 어떤 것입니까? 무공을 다루는 데에 필수적인 겁니까?”

       “반대로 묻고 싶네요. 무의 이치를 배우지 않을 거면 왜 무공을 사용합니까?”

       

       진실로 이해할 수가 없어서 묻는 것이다. 무공을 습득하는 과정이라는 것은 자신이 배우려는 무공의 이치를 따라가는 과정이다.

       

       그 무공을 창시하고 발전시킨 이들이 만들어낸 길을 밟아가며 무공의 이치를 습득하고 더 나아가 그 위에 자신의 이치를 그려내는 것이야 말로 무공을 배우는 이유라 할 수 있지.

       

       그런데 이치를 무시할 것이라면 어찌하여 무공을 배우는가?

       

       “무의 이치는 토대입니다. 무공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죠.”

       

       현대인들은 VR의 세상에서 보정이라는 기능을 활용해 무공을 펼친다만 본래라면 그는 불가능한 일이다.

       

       무의 이치에 관해 아는 바가 없다면 아예 무를 펼칠 수 없어야 정상이지.

       

       굳이 비유를 하자면 계산기를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를 이용한다면 정확한 계산법을 몰라도 정답을 바로 낼 수 있겠지.

       

       허나 그 근간이 되는 것을 알지는 못할 테고 거기서 더 나아가지도 못할 터.

       

       본인의 방송에서도 수도 없이 했던 이야기가 끝나기 무섭게 한 사람이 손을 들었다.

       

       “질문 있습니다. 무의 이치를 익힘으로써 제대로 무공을 펼칠 수 있음은 이해합니다. 허나 그를 모두에게 적용시킬 순 없지 않습니까?”

       “그건 또 무슨 이야기입니까?”

       

       그 코치라는 자가 꺼낸 말을 머리로 이해하기 어려워 되묻자 그가 말을 이었다.

       

       무의 이치를 통해 무공을 펼치는 것은 한서우처럼 그에 재능을 지닌 몇몇 이에게 허용되는 사안이 아니냐고.

       

       “죄송합니다만 당신께선 재능이 없으면 1더하기 1을 못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그거랑 이건 다르죠.”

       “제가 보기엔 같습니다.”

       

       물론 무공이라는 것이 재능이 있는 자에게는 관대하고 재능 없는 자에게는 차가운 것이 사실이다.

       

       허나 무의 이치를 접하는 것에는 재능 따위 필요치 않다.

       

       애초에 무술이라는 것의 근본이 무엇인가. 그는 무력한 인간이 자신보다 강대한 생명체에게 대항하기 위한 것이다.

       

       그 시작지점에 모두가 설 수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같은 곳에서 시작을 하더라도 모두가 무의 끝을 볼 수는 없겠지. 허나 같은 곳에 서는 것은 가능해야만 한다. 그것이 무라는 것이다.

       

       본인이 설명을 끝마치자 코치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내 말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단 듯한 모양새였다.

       

       이 쉽고도 간단한 이치를 어찌 이해하지를 못하는지 모르겠군. 곰방대가 피우고 싶어지는 순간이구나.

       

       현대는 이런 것이 귀찮아. 이럴 때에 다른 규율을 신경 쓰지 않고 곰방대를 물 수가 없으니 말이다.

       

       대충 보기에도 의견을 교환하는 데에 깨나 시간이 걸릴 것 같았기에 난 잠시 바람을 쐬고 오겠다는 말과 함께 방에서 빠져나왔다.

       

       *

       

       화령의 설명을 듣고 난 후 영수가 지닌 감상은 한서우가 더럽게 말을 못하는 구나. 였다.

       

       이전에는 한서우가 하는 의미불명의 이야기들을 코치들이 어떻게든 해석을 해야 했었다.

       

       무공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이들이 그 설명을 해석한다 한들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었겠는가.

       

       당연 그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왜곡이 일어났고 코치들은 자연스레 무의 이치라는 것이 천재에게 허락된 무언가라 여겼다.

       

       허나 이 순간 영수는 시작부터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곡이 전혀 되지 않은 화령의 설명은 이해를 하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이해가 될 정도로 간단했다.

       

       무의 이치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왜 그를 배워야 하는지. 그를 배우는 데 제한이 존재하는지.

       

       자신과 다른 코치들이 머리를 싸매가며 해석했던 것들의 원본이 저런 내용이었다니.

       

       영수는 다른 코치진들이 의견을 나누는 가운데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멍하니 책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태까지의 모든 노력이 헛짓거리였단 게 너무도 허무하고 또 허무해서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다들 지금은 생각이 바뀌셨습니까?”

       

       박소윤의 말에 고개를 든 영수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감독과 코치진 사이에서 의논이 되던 모든 사안이 방금 전 화령이 해 준 설명으로 모두 다 반박이 되어 버렸으니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허나 모두가 영수 코치와 생각이 같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 한들 저 사람의 말을 어떻게 믿습니까? 기껏해봐야 게임 좀 잘하는 인터넷 방송인일 뿐이지 않습니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감독과 언성을 높이면서 싸우던 코치들이다. 누군가가 정답을 말해주고 갔다 하더라도 바로 태세전환을 하기가 어디 쉽겠는가.

       

       개 중에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를 외면하고자 하는 이가 나오기 마련.

       

       한 코치가 목소리를 높이자 소윤에게 한 소리를 듣고 구석에 틀어박혀 있던 한서우가 앞으로 튀어 나왔다.

       

       “화령님. 저보다 아피스 잘하세요.”

       

       한서우가 꺼낸 말에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한서우가 누구인가. 세계에서 아피스를 가장 잘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항상 나오는 사람이고. 손에 든 우승컵의 개수를 두 손으로 세아릴 수 없는 선수이지 않은가.

       

       그런 한서우보다도 아피스를 더 잘한다니.

       

       “그게 정말입니까?”

       “네. 천 번 붙으면 천 번다 제가 질 걸요. 저희 구단 소속 프로들이 한꺼번에 덤벼도 못 이길 것 같은데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제가 다른 사람 실력가지고 헛소리 하는 거 본 적 있으세요?”

       

       그랬다. 한서우는 평소에 철저한 부분보단 느슨한 부분이 더 많은 인간이기는 했으나 아피스라는 게임에 한해서는 달랐다.

       

       그는 결코 이런 부분에서 거짓을 입에 담지 않았다.

       

       “지금 세계 전체로 따져봐도 무공에 대해서 제일 잘 아시는 분이에요. 실력적인 부분은 의심할 게 없습니다.”

       

       한서우의 단언에 회의실이 재차 침묵했다.

       

       *

       

       곰방대를 피우기 위해 방 바깥으로 나온 본인이다만 한 가지 잊고 있었던 것이 있었다.

       

       본인은 이 건물에 처음으로 방문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흡연을 위해 만들어 둔 공간이 어디인지도 알지 못했다.

       

       무작정 걷다가 그 사실을 떠올린 나는 그를 물어볼 사람을 찾아 헤맸다.

       

       어디 보자. 저 쪽에 사람들이 많구나. 저기에 간다면 누군가는 대답을 해주겠지.

       

       그러다가 내가 발을 디디게 된 곳은 VR캡슐 여러 개가 잔뜩 늘어져 있는 장소였다.

       

       캡슐 두 개에 사람이 자리 잡고 있었고 나머지 인원들은 아피스에서의 싸움이 중계되고 있는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한 쪽은 검신이고 다른 한 쪽은 권왕인가.

       

       어느 쪽이던 간에 나름 움직임은 괜찮았지만 그래봐야 움직임에 휘둘리는 멍청이들이었다.

       

       한심하구나. 설마 저 놈들이 이것을 업으로 삼은 자들은 아니겠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해석하는 과정에서 왜곡이 생기는 건 흔하죠.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