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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2

    <272 – 같은 사건 다른 대응>

     

    누에아인들의 습격에 대한 각 조직의 대처는 크게 달랐다.

     

    “저희 사람은 그리로 가지 못하게 단속해주세요. 괜히 사건에 휘말려서 평가점수가 하락해서는 곤란하니까요.”

     

    카멜라사단은 조직원을 단속했다.

    카멜라 사단의 힘은 카멜라가 제공하는 ‘노예계약서’와 이를 다룸으로써 노예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주인들의 충성심에서 비롯된다.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적극적으로 음습한 계약사용을 하는 이들이 공익을 목적으로 누에아인 토벌 및 납치당한 1학년 구출을 도울 이유가 없었다.

     

    ‘뭣 모르고 공짜로 주는 힘으로 착각하고 노예계약서를 팍팍 쓴 멍청이들이 내게 바친 기여도를 쓰면 못할 것이야 없지만… 도와줄 이유가 없지?’

     

    열심히 모은 기여도를 이렇게 빠르게 날려먹을 이유가 없다.

    모은다면 역시 2학년 개학식까지는 충분히 뜸을 들여서 기여도를 잔뜩 충전해놔야지.

    그리고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계약서의 노예들과 함께 학년을 재패한다.

    남학생은 입맛대로 골라서 따먹고 여학생들은 깔개처럼 부리고 다녀야지.

    마음껏 욕망을 발산할 날을 꿈꾸며 카멜라는 이번 사태에 개입하지 않았다.

     

     

    * *

     

     

    “우리는 즉시 누에아인들의 토벌에 나섭니다.”

     

    이슈타르는 용사친위대의 실전경험을 쌓을 좋은 기회가 왔다고 판단했다.

     

    “너무 이르지 않아?”

    “정규용사파티도 아닌 친위대 육성에 너무 공을 들일 수도 없잖아. 이 정도면 속성으로 배워야 할 기술과 콤보는 충분히 가르쳤어.”

     

    소꿉친구 유피의 근심과 달리 용사친위대는 누에아인과의 조우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꽤 인간처럼 생겼네.”

    “몽실몽실하고 털이 부드러울 것 같아.”

    “정신차려. 예쁘다고 다 착한 건 아니라는 것쯤은 충분히 학습했잖아.”

     

    용사친위대 대원들은 이슈타르와 유피를 떠올리며 적극 공감했다.

     

    -시간은 없지만 속성으로 간단히 강해지려면 내성작을 해야 해요.

    -마침 유피의 신성치료주문은 효과가 좋은 편이니 참격내성부터 올려보죠.

     

    내성을 올리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면서도 무식했다.

    용사가 베고 성녀가 치료한다.

    베이고 싶지 않아서 살기 위해서 저항하면서 전투능력도 자연스럽게 상승했다.

    도움은 분명 됐다.

    이후에 가르쳐주는 기술을 실전에서 적극 도입하며 강해지는 자신을 실감하기도 했다.

    그치만 매번 눈만 마주치면 검에 베이고 비명을 지르고 바닥을 구르는 경험을 하다보면 용사를 향한 희박한 존경심이나 아름다운 여성을 향한 동경과 집착의 마음마저 사라지고 만다.

     

    “이 망할 년! 얼굴값 하는 년! 지가 잘난 줄 아는 사악한 년!”

    “죽어라, 이 괴물! 더럽게 강한 년! 언제까지 기고만장할 수 있나 두고보자!”

    “이건 너희 손에 고통 받은 모든 사람의 몫이다!”

     

    이슈타르는 찝찝한 기분을 느꼈다.

    분명 누에아인을 향해 외치는 소리인데 왜 자기를 향해 하는 말처럼 느껴질까?

     

    “존경심이 느껴지지 않아서 그럴 거야.”

    “꽤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수련강도가 낮아서 고마운 마음이 흐려지는 걸지도 몰라.”

    “그러네. 수련시간을 늘릴 수는 없으니 앞으로는 수련강도를 더 높여야겠어. 참격내성은 충분히 했으니 가시 달린 메이스로 타격내성을 훈련시켜야지.”

     

    자신들의 화풀이가 도리어 더 큰 불행으로 돌아오고 있음을 모르는 용사친위대는 열심히 누에아인들을 토벌하고 겸사겸사 사람들도 구출했다.

    새로 가르친 기술을 잘 써먹었고 투지도 높으며 진법도 나쁘지 않았다.

     

    ‘성공적인 실전이었네. 대충 앞으로는 2배 더 빡세게 두들겨 패면 되겠어.’

     

    이슈타르와 유피는 용사친위대의 첫 실전에 만족하며 귀환했다.

     

     

    * *

     

     

    “선장. 이참에 누에아인 잡으러 간 놈들이 지쳐서 돌아올 때 매복했다가 습격하자. 천재적인 아이디어 아니야?”

    “천재적이긴 개뿔. 사략해적이 공권력에 찍힐 짓을 할까보냐!”

    “으악!”

     

    해적깃발을 배낭에 꽂은 허접삼류말단해적단원이 머리를 지고쿠의 총손잡이에 얻어맞고 풀썩 쓰러졌다.

    총이야 심심해서 쏘는 거고 실은 힘으로도 괴물을 썰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강한 지고쿠의 폭력은 실력이 부족해서 해적질이나 하겠다고 동참한 허접학생들에게는 너무 위협적이었다.

    지고쿠도 그들이 약한 것은 무어라 하지 않았다.

    해적은 원래 잔챙이, 거지, 범죄자들의 직업이니까.

    그래도 참을 수 없는 선이 하나 있다.

     

    “잘 들어라, 이것들아. 사략해적은 해적질을 묵인해주는 권력자들의 심기를 거스르면 안 된다. 밖에서는 나라를 조심해야 하지만 여기선 아카데미다.”

    “그럼 1학년을 털지 말라는 소리요?”

    “때와 장소는 가리라고. 아카데미 입장에서 사건에 휘말렸다가 귀환하는 기특한 녀석들을 습격하는 놈들이 있으면 가만두겠냐고.”

    “오오. 역시 해적질을 십년 하고도 목이 잘려나가지 않은 지고쿠 선장!”

    “우리 선장이 장수를 한 것도 다 비결이 있었구나!”

    “선장의 목이 십년 동안이나 단두대에 걸리지 않았다니 대단해!”

     

    짜식들이 뭘 좀 아네.

    지고쿠는 손가락으로 코 밑을 슥 훔치며 괜히 뿌듯해하였다.

     

    “알았으면 우리는 학생회관에서 돌아오는 1학년들의 주머니를 턴다. 친구가 누에아인들에게 습격당하는데 동아리활동이나 챙기는 이기적인 놈들은 해적에게 당해도 싸!”

     

    신박하면서도 실용적인 논리로 무장한 해적들이 귀갓길의 동아리부원들을 덮쳤다.

     

    “교과서는 삥 뜯지 말아주세요…”

    “손수 깎은 지팡이랑 조각칼도 없으면 저 퇴학당해요… 흑흑.”

    “제발 이 흑빵만큼은 봐주세요. 이것도 없으면 전 잡초밖에 먹을 게 없어요… 어허헝.”

     

    해적들은 당황했다.

    이미 동아리선배들에게 잔뜩 착취당하는 1학년들이라 도저히 훔쳐 먹을 구석이 없다.

    오히려 남의 것을 삥뜯고 다니며 배는 굶고 다니지 않는 자신들보다 더 열악한 수준!

     

    “울지 말고 일로 와. 너 그냥 해적 하자. 뭐? 친구 둘을 동아리실에 입부시키지 않으면 나오지 못해? 꺼져 미친놈아!”

     

    다단계 피해자마냥 불행하기 짝이 없는 동아리부원의 말에 허접해적단원이 질색하며 제 팔에 매달린 동아리부원을 뿌리치고 지면에 내팽개쳤다.

    그런 이들의 앞에 몇 개인가의 그림자가 드리우며 낯선 이들의 등장을 알렸다.

     

    “누구냐!”

    “그쪽의 핍박 받는 학생을 구하러 온 사람들이다.”

    “서, 설마 동아리 선배들인가!?”

    “틀렸다. 우리는 1학년들로 이루어진 서부귀족연합이다.”

    “쳇, 쫄아서 손해 봤잖아. 훠이훠이. 도련님들의 놀이터는 여기가 아니야.”

     

    대놓고 비웃으며 손짓을 하던 허접해적단원의 머리에 젤리구체가 달라붙었다.

     

    “우부르르릅!?”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도 연골이 나가지 않도록 보호대로 써도 되고, 맨손으로 절벽을 등반하면서 추락방지로프로도 써먹고, 얼굴에 맞추면 몬스터와 선배들의 습격도 저지할 수 있는 만능마법 <젤리볼>이다. 너희 같은 놈들에게는 과분한 마법의 맛을 봐라.”

     

    ‘신앙의 힘으로 물고문에서 탈출하기’를 배우기 위해 이 젤리볼에 고개를 처박고 몸부림친 경험이 있던 서귀연 일동은 허접해적단원이 기절은 하되 죽지는 않을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젤리볼 마법을 해제하였다.

     

    “으앗, 이 녀석 입에서 젤리를 토해내고 있어!”

    “이 무슨 잔인한 마법을…!”

     

    허접해적단원들이 동요하는 사이, 안데르센은 망토를 흩날리며 땅에 엎어져있던 학생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쪽으로 와라! 가진 것의 반만 내놓으면 우리가 구해주마!”

     

    지고쿠 해적단의 사고방식을 간파하고 적시에 등장한 안데르센의 서부귀족연합.

    작전은 완벽했지만 그들은 동아리부원들의 가난함만큼은 간파하지 못했다.

     

    “저런 잔인한 녀석들! 교과서의 절반을 뜯어가겠다니, 성적마저 지배하려는 건가! 이놈들이 아무리 비렁뱅이 거지들이라지만 이건 학습권 침해야!”

    “어떻게 손수 깎은 지팡이와 조각칼 중에 하나를 내놓으라고 협박할 수가 있지? 해적보다 더한 놈들!”

    “흑빵도 반으로 쪼개 먹는 독한 놈들. 저런 악독한 것들이 졸업하면 평민들이 굶어죽는 걸 이해 못해서 밀이 떨어지면 고기를 먹으라고 망언을 내뱉겠지!”

     

    세상에 그렇게까지 가난한 학생들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탓에 졸지에 나쁜 놈이 된 서귀연과 가난한 이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지고쿠해적단.

    꾀죄죄한 몰골로 땅바닥에서 일어난 학생들은 무릎에 묻은 흙도 털지 않고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서귀연을 노려보며 외쳤다.

     

    “이 악독한 귀족놈들! 너희에게 수탈을 당하느니 차라리 해적이 되겠다!”

    “동아리는 어떻게든 탈출할 테니 제발 저희를 해적으로 받아주세요!”

     

    물자 털러 왔다가 군식구만 늘어난 지고쿠나 명예를 높이러 왔다가 악덕귀족이 된 안데르센이나 원치 않는 결과를 맞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 *

     

     

    지고쿠해적단과 서귀연의 선악이 뒤바뀐 의미 없는 싸움이 펼쳐지는 사이,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은 대대적인 소집령이 이루어졌다.

    곤충채집이나 식재료채집으로 흩어진 인원이 많은 탓에 소집인원은 전체 조직원의 십분의 일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 면면들이 예사롭지 않았다.

    헤스티아. 즈앙. 싱. 아이린. 뾰이.

    문제와 정답을 포인트로 바꾸지 않아도 충분히 기말고사를 극복할 자신감이 넘치는 이들이 수련실에 있다가 부름을 받고 뛰쳐나왔다.

     

    “얜 누구야?”

     

    헤스티아가 비키니갑옷을 입은 뾰이를 발견하고 어리둥절해졌다.

     

    “제 친구예요! 그쵸?”

    “그치-! 비키니아머의 좋은 점을 아는 사람은 모두 친구야!”

     

    시끄러운 사람이 하나 늘었을 뿐이군.

    상급반 일동은 신경을 껐다.

    아이린은 오크노디를 칭찬했다.

     

    “솔직히 의외네. 심심할 때 놀려고 사람들을 모은 줄 알았더니 궁지에 처한 아이들을 구출하겠다는 그럴싸한 조직 활동을 개시하다니. 솔직히 다시 봤어.”

    “힝. 너무해. 아이린은 그런 눈으로 절 보고 계셨던 거예요?”

    “응.”

    “…저는 원래 착한아이거든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착하다고 생각해.”

     

    아이린은 오크노디를 도우러는 선뜻 나섰지만 오냐오냐 오구오구를 잘해주며 의견을 맞추는 헤스티아나 다른 학생들과 달리, 싸늘한 구석이 있었다.

    사시사철 겨울뿐인 북부에서 온 북부대공녀라거나 얼음마법의 대가라거나 대운동회에서 피구공을 빼앗긴 원한이 있다는 것은 관계가 없을 것이다.

    아마도.

     

    “즈앙~!”

     

    누에아인들이 출몰했다는 현장에 도착하자 로맨스판타지에 나올법한 비극의 여주인공 뺨치는 가녀린 인상의 여학생이 우는 소리를 내며 즈앙에게 안겼다.

     

    “…누구세요?”

    “으앙. 나잖아, 티토소가!”

     

    즈앙의 무표정에 커다란 동요가 일었다.

     

    “놀랐어. 조명대가 없으면 이렇게까지 인상이 달라질 수 있다니.”

     

    항상 무거운 조명대를 들고 다니며 끙끙 거리고 위축된 모습만 보이던 티토소가가 이렇게나 여자력이 높았다니!

    사실 조명대는 티토소가에게 엄한 남자가 꼬이지 않도록 언니가 들려준 인식장애마도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나조차도 충격이 엄청났다.

    이 정도 억제력이면 장착하기만 해도 사람의 매력을 절반으로 낮추는 안경에 필적하겠다!

     

    ‘아닌가? 조명대를 들고 다니는 미친 사람처럼 보여서 평소에는 매력을 몰랐던 건가?’

     

    아무래도 좋을 고민에 빠진 즈앙과 달리, 오크노디는 현실적인 질문을 던졌다.

     

    “오는 길에 용사친위대가 돌아가던데 걔들은 뭘 하고 간 거야?”

    “자기들은 조명대 따위를 구하려고 온 게 아니라고 너도 1학년이면 다 큰 어른답게 조명대는 졸업하라는 윽박지름만 들었어…”

     

    용사가 용사했네.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전의를 다졌다.

     

    “그럼 우린 용사친위대가 건드리지 않은 누에서식지의 더 깊은 곳을 뒤지러 가보자!”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은 힘차게 누에서식지의 심부를 향해 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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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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