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73

       검후의 어처구니없는 말에,

       유세하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지금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의심스러웠다.

       아니, 무슨…

       겨우 정신을 차리고 더듬더듬 물었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상대해요. 그런걸?”

       “보통은 대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 하지만 세하군? 너는 이미 그걸 막을 단서를 알고 있어.”

       “……네?”

         

       검후는 빙그레 웃었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은,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검 중 하나.

         

       동양식의 중후한 미가 감도는 검.

       바로, [흑철]이었다.

         

       “쾌라고 했던가? 저 검의 주인.”

       “아, 네. 스스로 낭인이라고 칭하던…정말 강한 검사였습니다.”

         

       대답한 유세하.

       순간, ‘쾌’가 말했던 한마디가, 머릿속을 스쳤다.

         

       ―대단히 감이 좋군. 그대의 생각대로 미숙하지만, 일단은 발 끝자락 정도 걸치고 있소.

         

       쾌는 말했다.

       아주 조금이지만,

       심검(心劍)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거기까지 생각한 유세하는,

       검후를 쳐다보았다.

       검후가 빙그레 웃으며 끄덕였다.

         

       “…유세하군. 스스로 자각이 없지만, 이미 너는 어느 정도 심검을 쓰고 있단다.”

         

       그것을 단서로 삼아 계속해서 나아가렴.

       그렇다면…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그 누구보다 원대한 재능을 가진 너라면…”

         

       팽진아도, 나도,

       심지어 그 검귀조차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찬란한 재능을 가진 유세하군이라면…

         

       “분명 닿을 수 있을 거야.”

         

         

       * * *

         

         

       유세하는 눈을 떴다.

       다가오는 귀영검(鬼影劍)을 바라보며 손을 펼쳤다.

         

       어느새 [흑철]이 손아귀에 잡혀있었다.

       그것을 잡으며 완벽한 낭인의 모습을 투영했다.

         

       ―그대라면 1년 안에는 도달할 것 같군. 더 짧을 수도 있고. 그리고 그 이상도 가겠지.

         

       유세하는 낭인의 말을 상기했다.

       나라면 할 수 있다.

       나 자신을 믿어라.

       나라는 존재의 천재성을 믿어라.

       지금까지 해온 모든 노력을 믿어라.

         

       마지막으로……

         

       ‘우리 애들을 위해 다짐했던 이 결의를 믿어라!’

         

       검귀의 검술이 세상에 의지를 새겨 베는 권능의 힘이라면,

       유세하 또한 뒤지지 않은 심상을 검에 담으면 대응할 수 있는 법.

         

       검이 움직였다.

       완벽하게 낭인과 일체화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것이 펼쳐졌다.

         

       [‘역천의 눈동자’가 하늘의 이치를 거스릅니다.]

       [‘쾌’의 검술이 당신에게 새겨집니다.]

       [‘심검’의 경지 초입에 발을 들이는 데 성공합니다.]

       [근력 4, 속도 5, 내구 4, 마력 4, 정신 4, 신성이 4 상승합니다.]

         

       캉-!

         

       선명한 금속음.

       동시에 사방팔방 흩어지는 귀영검의 검기.

         

       만약, 누가 이것을 본다면 경악을 금치 못할 거다.

       유망한 헌터도, 완숙한 헌터도,

       심지어 빌런, 마인들을 이끄는 클랜 마스터조차 대응도 못 하고 당했던 지고의 검술을…

       이제 겨우 19살 먹은 어린 소년이 저지했다.

         

       지금, 이 순간.

       유세하라는 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과거, 팽진아가 그리도 말했던 무너지지 않는 토양 속에서 찬란한 아름다움을 드러낼 거라 말했던 재능의 꽃.

         

       그 모든 노력과 산물이 하나로 합쳐져 유세하라는 꽃이 개화하기 시작했다.

         

       *

         

       그리고 이것을…

         

       노인은…

         

       검귀(劍鬼) 소항우는,

       두 눈으로 똑똑히 직시했다.

         

       “……”

         

       잠깐의 침묵.

       곧, 검귀의 어깨가 들썩였다.

         

       지켜보던 유세하조차 의아하게 느낄 시점.

         

       세상천지가 떠나갈 정도의 웃음이 울려 퍼졌다.

         

       ―와하하하하하!!!!

         

       말 그대로 광소.

       한참을 웃어젖히던 그는,

       곧 유세하가 오싹할 정도의 광기로 가득 찬 눈을 보였다.

         

       검귀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막아낼 줄 알았다는 듯 끄덕였다.

         

       “그래, 막아냈는가! 심검에 발을 들었는가! 좋구나. 아주 좋아!”

       “……”

         

       검귀는 경계하는 유세하를 보며 확신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저 정도의 재능을 본 적이 없었다.

         

       그와 비교하면 매화검후도,

       패천검도,

       자신조차도 쓰레기에 불과했다.

         

       구태여 비교하자면…

         

       ‘형…’

         

       한성 형.

       지한성.

         

       그와 비견될만했다.

       그와 엇비슷했다.

       어쩌면 조금 더 뛰어날지도?

       아니, 분명 더 뛰어날 거다.

         

       검귀는 웃었다.

       틀림없이 별이 될 제목.

         

       아니!

       감히 별이라는 하찮은 단어로 정의할 수 없다.

         

       눈앞의 소년은, 청년은,

       반드시 천체(天體)의 세상까지,

       그 재능을 퍼트릴 거다.

         

       ‘말 그대로…’

         

       고금제일(古今第一)의 재능.

         

       검귀는 한 발 앞으로 내디뎠다.

         

       유세하는 반대로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제아무리 심검의 경지에 발을 들었다고 하여도, 눈앞의 검귀가 도달한 위치는 너무나도 드높았다.

         

       그라는 악의와 광기로 자라온 대수(大樹)는,

       유세하라는 꽃을 무참히 짓밟고도 남을 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훌륭하다. 허나 아직도 부족하다. 천체의 세상으로 갈 존재라면 더욱더 높은 경지를 보여야 하는 법. 검을 들어라. 이 내가 친히 가르쳐주마.”

         

       “……아까부터 무슨 헛소리를 나는 당신의-”

         

       “-아직도 모르겠느냐!!!”

         

       검귀는 소리쳤다.

       그의 한마디가,

       유세하의 전신을 꿰뚫었다.

         

       “너는 이미 나를 만난 그 순간부터, 내 일격에 죽지 않고 버텨내며 심검마저 체득한 지금, 이 시점에서 나의 제자였다는 소리다!!!”

       “……!”

         

       검귀의 칼날이 정확히 유세하를 향했다.

         

       “설마 내가 말한 제자가 되라는 소리가, 네놈이 겪었던 소꿉장난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느냐? 그렇다면 친히 사과하마.”

         

       스승과 제자의 유대를 통한 나긋나긋한 가르침?

         

       유대감의 깊이?

         

       서로를 알아가는 것만큼 단계별로 올라가는 강함?

         

       “너에게 그런 건 전혀 필요하지 않다, 유세하! 필요한 것은 오로지 극한의 실전과 경험.”

         

       그것을 욱여넣기만 하여도 너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개화할 거다.

         

       “내가 너에게 가르침을 내리는 것은 지금 한 번뿐이다!”

         

       걱정하지 마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가 너라는 존재를 완성해 주마.”

       “……미친 새끼.”

         

       유세하는 눈살을 찌푸렸다.

       마른침을 삼켰다.

       뒤로 더더욱 한걸음.

       틀림없이 압도적인 광기에 공포를 느낀 자의 물러섬이었다.

         

       그 모습에 검귀가 눈을 가늘게 좁혔다.

       수많은 실전을 겪은 그이기에,

       잘 알 수 있었다.

         

       저것은 도망치려는 자의 움직임이라는 것을.

       여차하면 시간을 끌다가,

       전력을 다해 도주할 자의 행동이라는 것을.

         

       곧 검귀의 눈에 보이는 유세하의 목에 걸린 아티팩트.

       검귀는 저것이 긴급 탈출용 아티팩트라는걸 알아보았다.

         

       ‘그렇군.’

         

       빠져나갈 구멍이 있고…

       그것을 쓸 자신이 있다, 이거군.

         

       다른 놈들이었다면 모를까.

       유세하라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였다.

         

       ‘그럴 수는 없지…’

         

       강제로 쓰러트리고 데리고 가는 것도 고려할 사항이지만,

       지금은 적진의 한복판.

         

       제아무리 검귀라고 하여도,

       그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그는 보고 싶었다.

         

       유세하가 한계를 넘어선 광경을…

       그걸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분노.’

         

       원망.

       미쳐버릴 듯한 격노.

       검귀는 그것을 끌어내는 방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 좋다, 네놈이 그럴 마음이라면 나도 생각이 있는 법.”

       “……?”

        “스승이니, 제자니 그딴 소리를 넘어서 네놈의 의욕을 단숨에 올려주마.”

         

       *

         

       갑작스러운 검귀의 말에,

       유세하는 의문이 차올랐다.

         

       그리고…

       내뱉는 말에 돌처럼 굳었다.

         

       “마하나.”

       “………”

         

       검귀의 기억 속 작디작은 단말.

       유세하라는 인물에 대한 프로필을 읽으며 적혀있던…

       기억할 가치도 없는 쓰레기이자, 버러지 같은 묘인족 소녀.

         

       “그 아이를 무엇보다 소중히 여긴다고 하더군. 과연, 표정을 보아하니 맞나보구나.”

         

       “……너, 이 씨발 새끼-”

         

       “-그 아이를 죽이겠다.”

         

       단언하는 말.

         

       선언하는 말.

         

       마치, 그렇게 될 거라고 확정하는 말.

         

       검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그것도…”

         

       네가 보는 앞에서 말이다.

         

       슈컥-!

         

       “……!”

         

       찰나의 순간.

       검귀는 아주 오랜만에 화끈한 고통을 느꼈다.

       시선을 내렸다.

         

       검을 잡지 않은 왼손.

       약지와 검지가 깔끔하게 잘렸다.

       이것도 초인적인 반응을 하였기에 이 정도지, 원래라면 팔 한쪽이 통째로 날아갔을 거다.

         

       필시 치명상.

       하지만 검귀는 웃었다.

       더할 나위 기쁘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저것을 눈앞에 두고…’

         

       어찌 웃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검귀의 눈에 보였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달라진 유세하의 모습이 말이다.

       터져나간 양 눈의 실핏줄.

       핏빛으로 물든 눈에는 검귀조차 오싹할 정도의 살의가 뿜어져 나왔다.

         

       그가 들고 있는 칼이 흔들리며,

       금이 가기 시작했다.

       내뿜는 기세를 버티지 못하고 부서지는 거였다.

         

       직후, 유세하가 펼치는 일직선의 검극.

       평범한 검기처럼 날아오던 그것은,

       곧 특유의 불규칙한 직선을 이루었다.

         

       검귀는 확신했다.

       비록 1개의 선이지만,

       틀림없었다.

         

       세상에 자신의 의지를 새겨넣고,

       강제로 실현해,

       그 결과를 산출시키는 한없이 권능에 가까운 지고의 검술.

       별의 세상에 발을 닿았기에,

       겨우 펼칠 수 있는 묘리.

         

       귀영검(鬼影劍).

         

       유세하,

       그가 귀영검을 쓰기 시작했다.

         

       검귀는 웃었다.

       웃고 웃으며 더욱 크게 웃었다.

       광소로 변했으며,

       더할 나위 없는 환희로 승화됐다.

         

       의지를 마찬가지로 같은 의지를 담아 내려치는 검귀.

       그가 유세하를 향해 소리쳤다.

         

       “그래 내 기술을 쓰는가! 만난 지 겨우 10분 만에 내 기술을 쓰는 건가! 심검을 깨닫고 고작 1분 만에 귀영검까지 도달했는가!”

       “……”

       “그래, 그리 나와야지! 암 그렇고말고! 세상 그 자체를 집어삼킬 재능의 소유자라면 그 정도는 해주지 않으면 안 되는 법이다!!!”

         

       퍽-!

       검귀는 재빠르게 유세하를 걷어차며,

       날아가는 그를 쫓았다.

       정신 차린 유세하가 똑같은 발놀림을 보였다.

         

       부딪치는 다리.

       직후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휘두르는 귀영검.

         

       “결국, 네놈도 한성 형과 다른 바가 없구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을 위해서 한계 이상의 힘을 내는 자! 그래, 그렇지! 그렇기에 더더욱 다루기가 쉬운 법이지!!!”

         

       *

         

       미칠 듯이 웃는 검귀.

         

       유세하는 차오르는 살심을 느끼며,

       검귀를 바라봤다.

         

       확신했다.

         

       ‘진심이다.’

         

       조금 전 내뱉었던 말.

       므냥이를 죽이겠다는 그 말.

       그저 헛소리로 내뱉은 게 아니다.

         

       필연을 느꼈다.

       모든 세포와 정신이 소리쳤다.

         

       그는 진심이었다.

       이 남자는 나에게서 원하는 풍경을 보기 위해서라면 진짜로 그렇게 할 사내였다.

         

       내가 지면 므냥이가 죽을 거다.

       아니 므냥이 뿐만이 아니다.

       더 많은 이들이 죽을 거다.

         

       주나용도, 문보라도, 팽진아도.

       더 나아가서 수많은 이들까지.…

       이 세상에 빙의되고 쌓아온 내 모든 인연을 증오와 복수를 위해서 끊어낼 남자였다.

         

       ‘그렇게 둘 수는 없어.’

         

       목에 걸린 마법제의 아티팩트를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이것을 이용해 도주한다는 선택지를 버렸다.

       내가 도망치면, 다른 애들이 죽는다.

       오로지 그것 하나만을 머릿속에 박아 넣었다.

         

       미칠 듯이 울려 퍼지는 경고음.

       나는 모든 것을 무시했다.

       속으로 호통치며 닥치라고 소리쳤다.

       결의하고 다짐했다.

         

       ‘죽인다.’

         

       반드시,

       반드시,

       이 자리에서……

         

       “죽여버리겠어. 반드시!!!”

         

       [‘흉살악귀’가 더더욱 그 힘을 퍼트립니다.]

       [살심이 더욱 강해집니다.]

       [살심이 더욱 강해집니다!]

       [살심이 더욱 강해집니다!!!]

       [흉살의 별이 꿈틀거립니다!]

       [극한에 이른 살기가 살업을 이룩합니다.]

       [극한에 도달한 살기가 모든 능력치를 상승시킵니다. 일시적으로 육체 능력이 크게 상승합니다.]

         

       [‘검의 노래’가 소유자의 천살성(天殺星)에 반응합니다.]

       [최종 위력이 200% 상승합니다.]

       [최종 위력이 400% 상승합니다.]

       [최종 위력이 600% 상승합니다.]

       [최종 위력이……]

       [최종 위력이 999% 상승합니다. 검의 노래가 극한에 도달합니다.]

       [

    폭군이 당신의 감정에 크게 반응합니다.]

       [

    요왕이 미안함에 고개를 떨굽니다.]

         

       활화산처럼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살업.

         

       바라보던 검귀가 환희에 찬 웃음을 터트렸다.

         

       직후, 두 사람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서로 죽이기 위해 달려들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음화 보기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