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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3

       객관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기본적인 재능 자체는 검신을 다루는 저 녀석이 더 높았다.

       

       검과 검 사이에 또 다른 검을 끼워 넣어 상대를 압박하는 것이 나쁘지 않아.

       

       처음에는 무의 이치를 따라보려고 하다가 나중에 다급해지니 제 의향에 따라 검을 휘두르기 시작한 것은 감점사유였다.

       

       아무리 위급한 상황일지라도 냉정을 잃어버리면 쓰나. 노련한 상대는 그를 유도하고 노릴 줄을 알거늘.

       

       반대편에 서 있는 권왕을 다루는 녀석이 바로 그 방법을 아는 녀석이였다.

       

       놈은 의도적으로 난타전을 벌여 상대에게 생각할 틈 자체를 주지 않았다.

       

       아무리 재능이 드높다 한들 경험이 쌓이지 않으면 그 재능을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치기 마련.

       

       권왕을 다루는 놈은 재능있는 자를 잡아먹을 줄을 알고 있었다.

       

       그래봐야 무의 이치의 자그마한 부분도 알지 못하는 것을 보면 금방 검신을 다루는 자에게 추월당해 압도당하는 신세가 되겠지만.

       

       “화령님!”

       

       명백한 하수끼리 어떻게든 서로를 이겨 먹겠다고 난리를 치는 것을 가만 구경하던 중에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그는 방금 전 본인에게 사인을 받아갔던 남자아이였다.

       

       “여긴 어쩐 일이세요? 서우 형은요?”

       “그 분은 안에서 회의 중이에요. 저는 잠시 바람 쐬러 나왔고요.”

       

       한서우랑 친한 것을 보면 이 녀석도 건물에 익숙한 사람이겠지. 잘 되었구나. 이 자에게 어디에 가서 곰방대를 물면 되는지를 물어보아야 쓰겠어.

       

       “지금 저 화면 보고 계셨죠?”

       “네.”

       “화령님이 보기엔 어때요?”

       “둘 다 형편없네요.”

       

       본인의 입에서 이런 감상이 나올 줄을 몰랐던 것일까. 남자아이는 어떤 표정이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눈동자를 굴렸다.

       

       허나 어찌하겠느냐. 이것이 본인의 본심인 것을. 본인은 말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무라는 지점에 있어서는 겉치례를 차릴 생각이 없다.

       

       “그…런가요?”

       “둘 다 무에 휘둘리고 있잖아요. 저래봐야 큰 발전을 기대하긴 어렵죠. 백날 저런 식으로 연습을 하더라도 한계가 있어요. 저는커녕 한서우 씨에게 닿는 것도 불가능할 걸요? 저런 방식을 알려준 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한심하네요.”

       

       이것도 좋게 말해준 것이다. 한서우는 무슨 한서우더냐. 저들이 전투 경험이 더 많아서 그렇지 순수한 무의 실력만을 가지고 겨룬다면 하린이나 당소일이 저들보다 낫다.

       

       내 단언컨대 일 년이 지날 즈음이면 하린이가 저들을 재칠 실력을 얻게 되리라 이야기할 수 있겠구나.

       

       이렇게 보니 새삼 한서우 그 녀석이 현대인 중에서는 괜찮은 편이라는 걸 되새기게 되는 구나.

       

       “누구시기에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가벼이 논평을 하고 있자니 모니터를 구경하던 자 중 하나가 고개를 돌렸다.

       

       말라비틀어진 몸을 지닌 남성은 자신이 낀 안경 너머로 날 선 시선을 보냈다. 본인이 저들을 평가한 것이 기분 나쁜가 보지?

       

       “아. 유찬이형. 이 분은 화령님이에요. 요즘 유명한 분 있잖아요.”

       “아. 그 분이야? 대충은 알지. 근데 저 분이 서우 형보다 잘 해? 아니잖아. 근데 왜 저 분이 형편이 없네. 방향이 잘못됐네 이야기 하는 건지 모르겠네.”

       “그건. 그러니까 제가 먼저 여쭤보는 바람에…”

       

       어떻게든 수습을 하려는 남자아이를 지나쳐 앞으로 나섰다. 호기로운 것은 좋으나 자신의 주제를 모르는 구나.

       

       프로게이머라는 직함을 달고 있다 하여 자신이 무언가 특별한 사람이라도 된 줄 알고 있느냐?

       

       이런 녀석에게 제 주제를 알려주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다. 단적으로 살기를 통해 찍어 눌러주기만 하더라도 오줌을 지리며 살려 달라 빌게 되겠지.

       

       허나 그래서야 제 주제를 완벽하게 자각시켜주기 어렵잖으냐.

       

       “뭡니까?”

       “한 번 붙어보실래요?”

       

       원래 이런 놈들에게 주제파악을 시켜주려면 아예 정면에서 박살을 내주는 것이 가장 편하지.

       

       “제가 왜.”

       “자신 없으세요?”

       

       뭐어. 싸움을 하는 데에 긴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지 않으냐.

       

       그대 하나를 박살내는 데에는 몇 초면 충분하다. 아무리 네 놈이 바쁜 인간이라도 그 정도 시간은 낼 수 있을 터.

       

       저 화면을 보면 마침 저 두 사람의 대전도 끝난 듯하니 상황도 시기적절하구나.

       

       덤비도록.

       

       내가 웃으며 그리 이야기를 했더니 이내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한 번 붙어보죠.”

       

       *

       

       “유찬아. 왜 갑자기 급발진이냐.”

       

       태윤이 화령을 손님용 캡슐로 데려다 주러 가자 유찬과 같은 식탁에 앉아 있던 같은 구단의 선수가 그리 물었다.

       

       “저 쪽에서 먼저 저희를 무시했잖습니까.”

       “그야 그렇긴 한데 우리가 그런 이야기 하루 이틀 듣는 건 아니잖아.”

       

       대중의 앞에서 경기를 펼쳐야 하는 프로게이머는 여러 악평에 익숙해져야 한다.

       

       아무리 이전에 잘했다 하더라도 한 경기를 지면 온갖 소리를 듣는 것이 이 직업이다. 악평에 익숙하지 못하면 이 직업을 오래 이어나갈 수 없다.

       

       유찬도 그랬다. 예전엔 여러 악평에 마음앓이를 하던 그지만 지금에 와서는 어느 정도 무덤덤해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령의 말에 발끈 했던 것은 그녀가 내뱉은 한 마디 말 때문이었다.

       

       실력이 별로라는 이야기는 괜찮다. 그런 소리를 어디 한 두 번 들어보았겠는가. 발전이 없단 이야기? 그 또한 마찬가지다. 웃어넘길 수 있다.

       

       허나 화령이 꺼낸 말은 달랐다.

       

       ‘한서우 씨조차 이길 수 없을 걸요?’

       ‘저런 식으로 가르친 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한심하네요.’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한서우를 자신의 아래로 깔아 두었다.

       

       그 뿐 아니라 한서우가 만들어낸 방식을 모욕하며 한심하다 소리쳤다.

       

       유찬은 그게 너무도 거슬렸다.

       

       이전에는 어땠을지 몰라도 지금 QZ게이밍은 한서우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구단이다.

       

       이 곳에 소속된 이들은 대부분 살아있는 천마이자 한국 프로게이머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그를 보고 모여든 이들.

       

       QZ게이밍에 유독 기 캐릭터를 다루는 이가 많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특히 한서우 때문에 아피스를 시작해 프로가 된 유찬은 그 정도가 심했다.

       

       그 때문에 자신은 그렇다 한더라도 한서우를 무시하는 것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아. 뭐 어쨌든 일이 이렇게 됐으니 어쩔 수 없다만 이길 수 있겠냐?”

       “아무리 화령이 일반인치고 잘한다 쳐도 전 프로입니다.”

       “…야. 너 화령님 방송 거의 본 적 없지?”

       “네.”

       

       워낙 화령이라는 이름이 유명하니 만큼 그녀의 플레이 영상을 몇 개 본 적은 있지만 딱 거기까지일 뿐. 유찬은 화령이라는 유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그럴 시간이 있다면 아피스 한 판이라도 더 돌리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 대답을 들은 상대방은 멍하니 유찬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헛웃음을 흘렸다.

       

       “고생해라.”

       

       왜 저런 반응이시지? 아무리 재능이 넘친다 하더라도 결국 아마추어일 뿐이잖아.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이기기 위해 매일 같이 필사적인 연구를 반복하는 프로를 이길 수는 없을 텐데.

       

       “진짜 아예 모르는 것 같으니까 설명을 해줄게. 너 데케이 알지?”

       “예전에 은퇴한 전세대 프로게이머시죠?”

       “걔가 시장 맵에서 정령궁수로 각성을 했는데도 저 사람한테 상처 하나 못 냈다.”

       “…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시장맵에서 각성을 한다는 것은 일종의 치트다.

       

       아피스 게임에서 그냥 너 이겨라. 하고 선언을 해 준 것이나 다름없단 말이다.

       

       다이아 권의 유저가 현직 프로를 이길 수 있게 만들어주는 사기 아이템을 가지고 상처 하나를 못 냈다니.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다.

       

       “달빛은 아냐?”

       “알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회에서 만났던 분이니까요.”

       

       국내에서 세체소라는 별명을 지녔을 정도로 활발하게 성적을 거두었던 프로게이머.

       

       은퇴 직전까지도 여러 대회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었던 사람.

       

       “걔도 화령님 상대로 1:1을 했을 땐 아무것도 못하고 발렸다. 6:1로 다굴을 쳐서 겨우 상처 하나 입혔어.”

       

       유찬은 도저히 선배가 해주는 이야기를 믿을 수가 없었다. 여러 대회에서 달빛이라는 프로게이머를 만나보았던 그는 그의 실력을 몸으로 체감해 보았으니까.

       

       은퇴를 고민하던 그 때에도 달빛은 어지간한 현역 프로게이머를 상대로 반반을 갈만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사람이 압도를 당했다니.

       

       “…지금 저 놀리시는 거죠?”

       “차라리 그런 거였으면 좋겠다.”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았을 때 말이 안 되는 이야기에 유찬이 되묻자 선배가 얼굴을 쓸어내렸다.

       

       방금 전에 선배가 해 준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라면 화령 저 사람은 도대체 뭐야? 저게. 저 사람이 우리랑 같은 인간이 맞나?

       

       “빨리 하죠?”

       

       상상 이상의 괴물을 건드렸다는 사실에 유찬이 눈을 끔뻑이고 있을 무렵 캡슐에 자리를 잡은 화령이 목소리를 냈다.

       

       “일단 최선을 다해봐라. 저 사람을 상대하는 건 분명 좋은 경험이 될 거다.”

       

       유찬은 어깨를 툭하고 치는 선배의 손길에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

       

       아피스를 업으로 하는 곳에 존재하는 VR캡슐은 무척이나 성능이 좋구나.

       

       이전에 머리에 연결하는 것에서 캡슐로 바꾸었을 때에도 체감이 좋았다만 지금은 그보다 더 하군.

       

       이 정도면 현실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과 별 반 차이가 없을 지경이야.

       

       아피스에 들어와 천마의 육신을 움직이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흐음. 나중에 한서우에게 이 VR캡슐을 사려면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한지 물어봐야겠군.

       

       맨 처음에 왔을 무렵에는 백호가 주었던 돈을 까먹기만 했던 본인이다만 지금은 다르다.

       

       방송으로 버는 수익도 그렇고, 본인의 마이튜브를 운영하면서 버는 것들도 있고 하여 금전적인 여유가 많이 생겼지.

       

       이 캡슐이 얼마나 비싼 가격을 지닐 진 모르겠다만 노력하다보면 언젠가는 살 수 있을 터.

       

       그런 생각을 하다 반대편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갤 들었다. 본인에게 시비를 걸었던 남자가 택한 것은 천마였다.

       

       흐음. 대충 몸 안의 내기를 다루는 것만 보아도 신공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단 걸 알 수 있구나.

       

       바로 곁에 한서우가 있는데 저 꼴이라니. 한서우 그것은 자신의 동료에게 가르침을 주지 않았던…

       

       건 아니겠군. 설명을 했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던 거겠지.

       

       “준비는 되었느냐?”

       “VR안에선 엄청 거만하시네요.”

       “본인은 그래도 되는 인간이거든.”

       

       천하제일인이 거만할 수 없다면 그 누가 거만할 수 있을까.

       

       “다시 물으마. 준비는 되었느냐?”

       “네.”

       “오라. 몇 수 내어주마.”

       

       남자는 주먹을 거머쥐고는 내 눈치를 보다 보법을 활용해 빠르게 접근했다.

       

       그리고는 처음부터 필살을 담은 일격을 내질렀다. 첫 수에 큰 충격을 줌으로써 우위를 잡겠다?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

       

       허나 안타까운 것은 남자가 필살이라 생각하는 것이 본인에게는 전혀 필살이 아니라는 거겠지.

       

       내질러지는 주먹을 손바닥으로 가벼히 받아내자 남자의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하하. 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놀라서야 곤란하다마는?

       

       “본인을 이길 자신이 있다 하지 않았는가?”

       “…이건 무슨.”

       “계속하라. 말했지 않으냐. 몇 수를 받아주겠다고.”

       

       그대의 모든 것을 펼쳐 보거라.

       

       그 모든 것을 본인이 친히 박살을 내어줄 터이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존심 박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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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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