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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3

        

         “아으으…… 머리 아파.”

         

         최소한의 경호 인력만 남긴 에나마 실무진이 순식간에 일을 마치고 철수하고, 모건 국장도 업무 관련으로 이만 부조정실에 내려가보겠다며 사라진 이 때.

         

         목덜미를 타고 정수리까지 올라오는 뻐근한 감각에 난 이마를 꾹꾹 눌렀다.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의 징조라면 차라리 낫지, 약 먹고 침대에 다이빙해서 푹 쉬면 금방 나을 수라도 있을 테니까.

         

         하지만 정말 순도 100% 골치 아픔으로 인해 발생한 두통은… 내가 뭐 어찌 대응해야 하는데.

         

         심지어 함부로 진통제 같은 걸 요구하기도 애매하다.

         

         왜? 그야 하다못해 제로도 내 고뇌의 원인을 알겠다는 듯이 조용한데, 정작 원흉인 쇼우는 앓는 소리 한 번만 더 들려도 당장 구급반을 비롯해 호송차량을 부르겠다는 듯이 초조하게 이쪽을 살피고 있었거든.

         

         …이걸 뭐 어찌해야 하니 대체. 내가 노력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긴 해? 정말로?

         

         내가 함부로 인연을 맺은 영향인지, 매사를 권태롭게 여기며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구는 시니컬하고 정서적으로 위태위태한 자세는 많이 사라지긴 했다. 음, 그런 점은 스토리 후반부에나 가능할 거라 여긴 성숙한 모습이니 장족의 발전이라 할 수 있겠지.

         

         허나 자신의 과한 감정이나 욕심이 상대에게 부담을 주었으리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못하고 계속 밀고 들어오는 점은 그야말로 이기적인 도련님의 행태.

         

         거절을 거절한다는 막무가내 식으로 나오는 그를 어떻게 설득해야 좋을지… 솔직히 감도 안 잡혀서 곤란했다.

         

         게다가 최악의 경우엔, 내가 질색하는 걸 충분히 이해했지만? 여전히 포기할 마음이 전혀 없어서 달라붙는 것이라는 엄청 불길한 가정이 있는데…… 제발 왜 내 촉이 움찔움찔 반응하는 걸까.

         

         에바야 진짜! 카이쥰 이 새끼는 비서실장 자리도 꿰찼다면서 지 물주님 관리 안 하고 뭐하는 건데! 제대로 따라오긴 한 거야!?

         

         “그의 수완이나 일처리에 불만이 있는 건 딱히 아니나…. 역시 그렇게 속이 시커먼 녀석을 아샤 곁에 알짱거리게 둘 수도 없으니까요. 오늘은 본사에서 다른 일거리에 파묻혀 있을 겁니다.”

         

         “…나한테는 쇼우 너도 기준치를 한참 초과한 시커먼 인간이라 생각하는데.”

         

         “설마요. 저는 아샤에게 숨기는 것 따위……는 없다고 단언하려 했지만. 조만간 한 가지 정도 생길 예정이긴 하군요.”

         

         세상에 이렇게 신경 쓰이지만 알아내기 꺼려지는 비밀이 또 있을까 싶다.

         

         얘가 나랑 대화하는 도중에 눈을 피한 건 처음 아닌가? 대체 뒤에서 무슨 짓을 벌이려고… 아니, 그냥 대답하지 마. 차라리 그냥 못 들은 걸로 치고 넘길래. 아으.

         

         놀랍게도 당사자와 떠들다 보니 망할 두통은 싹 가셨다.

         대신 그 빈자리를 띵한 부유감, 그러니까 멍한 감각이 가득 채워서 그렇지!

         

         구경한 적도 없는 수상한 광고 계약서는 이미 체결되었다 하질 않나, 잠깐이나마 잘 쫓아오고 있는 건가 염려한 마사나리는 더한 스토커를 데려오질 않나.

         

         방송국은 썩었고 세상은 망했다~ 같은 기분을 들게 해 날 자포자기하게 만들 속셈이었다면, 계획을 짠 게 누군지는 몰라도 썩 괜찮게 성공했다 말해주고 싶다.

         

         아니, 오죽하면 분명 아까 모델링 만드는 것까지는 꽤 흥미롭게 집중해서 따라가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다 때려 치고 집에 돌아가서 쉴 생각밖에 안 들어요.

         

         피곤해… 어지러워… 이만 퇴근할래… 한 것도 없지만.

         

         반면 쇼우는 처음처럼 어딘가 아픈 기색이 감도는 것보단, 더는 빠져나갈 구석이 없음을 깨닫고선 지지고 볶든 광고를 찍든 마음대로 하라며 체념한 내 태도 쪽을 선호하는지 살짝 웃어 보였고.

         

         “자, 그럼… 더글라스 디렉터? 제가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군요.”

         

         “메인 디렉터는 아니고 이번 광고 담당 MD에 불과하지만… 어쨌거나 기억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이사님! 아유, 미스 아나스타샤께서 흔쾌히 출연을 수락하셨을 때 에다마츠님도 이렇게 오실 걸 미리 눈치챘어야 했는데 말이죠.”

         

         한 박자 늦게, 이젠 자신이 VIP 손님 겸 한정 모델의 응대를 이어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더기 씨가 후다닥. 이름이 호명되자마자 간사하게 두 손을 비비며 앞으로 달려오셨다.

         

         …아, 정정하겠다. 간사하다는 건 좀 너무한 표현이었다.

         갑자기 에나마 고위 임원이 스튜디오에 강림해서 친히 광고를 찍어 주신다는데 저런 제스처쯤은 누구나 당연히 할 수 있지. 안 그래?

         

         다만 근처에 나사 빠진 인간밖에 없는 와중에. 그나마 상식인 축에 끼던 그가 빠르게 손익 계산을 끝내고 달려들어 미친듯이 싹싹하게 구는 건 조금 많이 불안하다.

         

         멋대로 굴게 내버려두면 미용 광고가 아니라 나랑 무슨 앨범 촬영을 하자며 달려들 것 같은 쇼우를 어느 정도 견제하는, 부디 제대로 된 브레이크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아하.”

         

         어떻게, 간절한 내 눈빛이 전달된 걸까?

         

         둘이 인사를 나누는 틈을 타, 운전대를 잘 잡고 있으리라 믿어도 괜찮겠냐는 의미를 담은 시선을 강하게 보내자. 뭔가 알았다는 듯이 감탄사와 함께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 우리의 디렉터님이 대담한 제안을 하셨으니.

         

         “희망하시는 촬영 구도가 있다면, 이 한몸 불사르는 한이 있더라도! 초안을 갈아엎어서라도 원하시는 그림을 얼마든지 실현해 보이겠습니다!! 약간 애틋한 느낌이 나게 하는 편을 선호하십니까? 아니면 과시하듯 노출도를 좀 확 올려서….”

         

         “그냥 얌전히 망할 미용 광고나 찍죠 저희!?”

         

         이런, 제안이 아니라 내 임계점을 사뿐히 넘겨버리는 폭탄이었구나.

         허허… 언제까지 받아주나 테스트해보는 것도 아니고 이게 대체 뭐람.

         

         음, 그러니까….

         이걸 어떻게 돌려 말해야 할까…….

         

         뒤지기 싫으면 선 넘지 마라 너희들 진짜.

         

         쇼우 넌 뭘 혹한 표정을 짓고 있어? 내가 사적인 친근감이나 정 때문에 세게 못 밀어내고 여태 한숨 쉬고 넘어간 거지, 내가 ‘에나마’나 ‘상임 이사’의 권위에 굴복할 것 같냐! 엉?? 함 작정하고 뒤집어 엎어 봐?

         

         그리고 더기 형씨! 댁은 씁 디렉터 딱지 달고 촬영 구도를 왜 출연자한테 물어보고 자빠져 있는 건데! 심지어 말하는 건 다 이뤄줄 것처럼 굴어요 아주?

         

         얌전히 시키는 일만 하고 깔끔하게 시마이 합시다 저희. 예?? 각자 알아먹었으면 재깍재깍 대답하십쇼. 콱, 씨!

         

         

         “……예비 사모님께서 화내는 게 생각보다 굉장히 매서우시군요. 방금 말실수에 대해선 제가 백 번 천 번 사죄드리겠습니다.”

         “뭐, 이런 꾸지람을 듣는 것도 오랜만이라 기분이 썩 나쁘진 않군요. 일단은 그녀의 뜻대로 원래 기획대로 가도록 하시죠.”

         

         

         

         지이잉… 하고.

         

         천장에서 미세하게 계속 각도를 조정하는 조명, 사방에서 슬라이드 하는 각양 각종의 카메라들을 애써 무시한 채 시선을 고정해달라 부탁받은 정면 쪽 유도 불빛만을 쫓았다.

         

         직원분들이 오고 가며 생긴 미풍이 그대로 느껴질 만큼, 어깨 근처가 엄청 허전한 오프숄더 블라우스로 갈아입은 탓에 도저히 팔 위치가 자연스럽게 고정되질 못했으나.

         

         자신은 이런 식으로 찍히는 게 비교적 익숙하다는 듯이, 여차할 때 살짝씩 뒤에서 굳은 곳을 터치하는 걸로 자세 교정을 유도해주는 쇼우 덕분에 녹화가 끊기는 불상사는 없이 넘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왠지 갈수록 접촉이 스스럼없어지는 것 같아서 조금 짜증나지만!

         

         “…아픕니다. 손이 너무 매우신 것 아닙니까?”

         “자연스럽게 허리 쪽으로 팔을 밀어 넣으려 하니까 그렇게 꼬집히는 거야.”

         

         행여나 렌즈에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고대로 담길라, 얼굴 당연히 고정한 상태로 최대한 입만 달싹이며 안 보이게 응징했는데.

         

         그런 꾸밈없는 광경조차 그림이 좋다며, 외야에서 마구 오케이 사인을 난사하는 무책임 디렉터의 모습이… 설마 이런 걸 그대로 쓰겠어? 에이, 알아서 적당히 편집하겠지.

         

         장소는 여전히 그 홀로그래픽 스튜디오의 대형 촬영 설비 위편.

         무려 마그넷 필드는 빳빳하게 당겨져 평범한 바닥처럼 싸악 정렬되고, 프리즘 기둥들은 후면에 재조립되어 배경을 재생하기 위해 널찍한 화면으로 변한 상태다.

         

         기어이 사람의 이성을 시험한 끝에 폭발하게 만든다는 사소한 해프닝이 있었지만 결국 이후의 촬영 자체는 굉장히 순조롭게.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는 말씀이지.

         

         응? 어차피 모델링을 주물럭주물럭해서 영상을 막 날조해서 뽑아낼 수 있다면서. 그렇다면 정작 촬영은 무엇을, 왜 찍는 거냐고?

         

         나도 그런 생각을 잠깐 했는데 일반 평면 영상으로 송출할 내용과, 그걸 입체 홀로그램 환경에서 재구성할 때 참고할 가이드라인을 잡는 과정이라고 한다.

         

         단순히 날 쇼우와 이런 식으로 밀착시키기 위한 조잡한 핑계…라고는 생각치 않는다. 스탭들도 진지하게 열성적으로 소품을 나르고 이것저것 조정하며 계속 일하고 계시니까.

         

         무엇보다도 그건 좀 너무 음습한 모함이 아닌가? 모자랄 거 하나 없이 사는 재벌가 도련님이 뭐가 아쉽다고 그런 짓을 하겠나. …사이버펑크한 세상답게 더 기발한 방식으로 욕망을 충족시키려 한다면 모를까. 음.

         

         “네… 좋습니다. 패셔니스타(Fashionista) 컨셉은 이만 하고… 이번에는 두 분 모두… 그, 뭐더라. …계절 화보처럼 좀 가볍고 편한 차림새로 가겠습니다… 네….”

         

         “…….”

         

         이사님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기에, 홀로그램 작업 순서가 뒤로 미뤄진 채 곧장 실물 촬영으로 넘어간 탓에 대니 주임의 흥미가 급격히 떨어지다 못해 깊은 바닥에 처박힌 게 눈에 보이긴 하는데 뭐 아무튼.

         

         마주보듯 대립하는 구도로 몇 장, 자연스럽게 함께 선 자세로 또 몇 장.

         내 외출복에 맞춰 쇼우가 와일드한 활동복으로 갈아입고 찰칵, 우리 둘 다 색감이 너무 어두운 쪽이라며 원색적인 메이크업을 한 채로도 찰칵찰칵.

         

         원래라면 어마어마하게 부끄러웠을 환경이나, 요놈의 천연 교란물이 계속 내 관심을 가져가는 행동만 일삼아서 다행히 그런 걸 느낄 겨를조차 없었다.

         

         실제로는 사진이 아니라 모두 정밀하게 촬영된 영상 자료로 남고 있었지만… 하여간 대강 나온 프리뷰만 되짚어봐도 족히 열 종류, 따라서 슬슬 촬영도 막바지이리라.

         

         이거 봐라. 다들 그냥 삼천포로 안 빠지고 집중해서 일만 하니 작업 속도가 이렇게 빠르지 않나?

         이럼 자연히 퇴근도 빨라지고, 휴식과 여가 시간도 늘어나니 모두가 행복한 결말이 아닌가.

         

         ……물론 직원분들이야 이거 끝난다고 집에 가는 게 아닐뿐더러, 쇼우도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 하겠지만 적어도 나는 바로 집에 가는 몸이잖아? 살 사람은 일단 살아야지!

         

         하지만 애당초부터 제보다 젯밥에 더 관심이 많았던 쇼우는 이대로 허망하게 기념 사진만 얻고 끝난다는 게 마음에 안 드는지, 스타일리스트의 코디 안내마저 뿌리치며 탈의실 앞까지 나를 졸졸 따라왔다.

         

         어떻게든 내 마음을 돌려보겠다며 말이다.

         

         “당장 저와 연인이 되어달라 부탁하거나, 법적으로 어떤 긴밀한 관계를 맺어달라 말씀드리진 않겠습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그 놈의 파라다이스 같은 곳에 계실 바에는 에나마로 돌아와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얼마 전에는 엘리시움과 마찰까지 빚으신 만큼 더 걱정됩니다.”

         

         “야… 어째 예시부터 오싹한 수준으로 글러먹었네 진짜! 난 딱히 파라다이스 소속도 아니고 어디 들어갈 마음도 없어! 그리고 보통 누가 걱정된다고 다짜고짜 추적자를 스토커로 붙여?”

         

         또 생각난 김에 한 번 찌릿! 뒤쪽을 쳐다보자 한창 자기들끼리, 제로와 무슨 신경전을 벌이던 마사나리가 송구스럽다는 듯이 목을 움츠리고는 머리를 꾸벅 숙였다.

         

         아론이 아주 독하게 협박했다 자랑을 하더라니, 무차별적으로 나한테 접근하는데 있어서 이런저런 강한 제약이 걸린 모양인데.

         

         뭔가 나만 관련되면 쇼우의 냉정한 캐릭터성이 엉망진창 뒤틀리는 것 같다는 걸 둘째 치고서라도, 최소한의 안전 조건으로 나는 그의 집착 증세가 완화되기 전에 함부로 다시 거리를 좁힐 마음이 없었다.

         

         지금도 그렇고, 얘 근처에만 있으면 정조의 위협 같은 녀석이 세상 절절하게 느껴지는데 내가 미쳤다고 감히 알짱거리겠냐고요.

         

         인간 대 인간으로서 네가 싫은 건 절대 아니지만 누가 징그럽냐고 물으면 존나 동의할 수밖에 없게 구는 걸 어떡해.

         

         이쪽의 신상 명세를 얼추 알면서도 침묵-비밀-을 지켜준 은혜는… 나중에 다른 형태로 갚던가 해야지. 쯧.

         

         “……정말 어떻게 해도 안 되겠습니까?”

         

         “여러모로 진심이라는 건 알겠는데, 날 설득하기엔 시기도 안 좋고 재료도 부족하….”

         

         쿵!!

         

         “읏…!?”

         

         방금 그게 최후의 통첩이었다는 듯 내 투덜거림을 끊어버리는 소음, 손바닥으로 벽을 치는 타격음이 울려 퍼짐과 동시에.

         

         탈의실로 들어가는 문가 구석으로 순식간에 내 몸이 몰렸다.

         혹시라도 놀라 제풀에 부딪히는 일이 없도록 다른 팔이 드러난 어깨를 감싸 안듯 섬세하게 둘러졌지만, 애석하게도 그런다고 드리워진 남자의 그림자가 주는 압박감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시야 한구석에 눈이 마주친 여직원분이 붉은 얼굴로 어머 어머~를 연호하시며 황급히 스튜디오 쪽으로 빠지시는 것도 얼핏 보였고.

         

         뭐, 왜지. 당황할 게 뭐가 있지. 아니, 내가 지금 뭘 당한 거야. …벽 치기? 이런 시발!

         

         “설령 제가, 강압적으로 취한다 하더라도요?”

         “너어….”

         

         그의 돌발 행동에 저쪽도 문자 그대로 난리가 났다.

         

         뽑아진 제로의 처형검과 총구가 쇼우의 뒤통수를 겨누고 있고, 마찬가지로 정신나간 반사 신경을 발휘해 응전한 추적자들은 드로이드의 주요 부품과 관절부를 썰어버릴 준비를 마친 채 무기를 뽑아 들었으니.

         

         그러나 전황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왜냐하면… 여기서 가장 중요 인물인 ‘에다마츠 아마기’와 내가 붙어있는 상태였으니까.

         

         직, 지직…!!

         

         “…….”

         “……….”

         

         차분히 세팅되었던 내 머리카락이 끌어올린 능력으로 인해 발생한 정전기 때문에 살아있는 것처럼 일렁이는. 명백히 상식을 벗어난 현상, 죽음의 징조를 내보이고 있음에도 쇼우는 각오를 보이듯 일절 물러나지 않았다.

         

         네가 나를 존중하지 않겠다면 내게도 남은 선택지가 없음을 똑똑히 보였거늘, 스스로가 막다른 곳에 몰렸다 여긴 건 나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인데.

         

         죽는 한이 있어도 원하는 걸 가질 확률이 있다면 도박을 걸어 보겠다니… 아까 도련님이기에 가능한 이기적인 행태라 했던 걸 취소해야겠다. 이건 그의 자아(Ego) 발현이나 다름없는 고집이었다.

         

         전부 가지고 승리하거나. 전부 잃고 죽거나.

         주어진 환경 자체가 도박수였던 아마기 가문 말석의 삶이 녹아 든 남자다운 결단력.

         

         단지 그딴 담보를 걸어가며 기껏 노리는 대상이 내가 아니었다면 멋지다고 칭찬이라도 해줬을 텐데요!

         

         ‘이건 좀 더럽게 곤란한데…!’

         

         – …명령만 주신다면 에다마츠 이사를 즉시 사살할 수 있습니다. 허나 이후 아샤님의 안전을 책임지기엔… 여의치 않아 보이니, 부디 신중히 결단을. –

         

         이판사판이랍시고 정말 해코지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얌전히 ‘취해지는’ 것도 저어어얼대 사양이다.

         

         어쩌지, 두리뭉술하게 여지를 남기면 빠져나갈 수 있으려나? 그런 식으로 희롱하는 흉내는 별로 내고 싶지 않은데… 아이씨.

         

         어지럽게 공회전하는 사고가 애타게 무언가를 찾았다.

         찾는 물건의 이름은 ‘변수’. 분위기를 확 반전시키던, 이 대담을 멀리 미룰 수 있게 만들어줄 변수가 있다면 좋겠다고. 그렇게 당장 손에 없는 도구를 바라던 그 순간에.

         

         

         투콰아아아아앙——!!!

         

         

         “어?!”

         

         일촉즉발의 상황을 타개한 건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규모의 폭음, 건물을 뒤흔드는 폭발. 그리고 상상이상으로 일찍 수확을 거둔 내 악성 코드의 애탄 알림음.

         

         기적적으로 원숭이손이 소원을 이루어 주기라도 한 것처럼. 하필 이 타이밍에 메모리얼 타임즈 방송국 건물이 테러 활동에 휘말렸다는 이야기가 되시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핫하! 어그로 인터셉트다!

    제 능력 부족 탓에 연참이 되지못한 고봉밥입니다. 맛있게 드셔 주시길.

    항상 재밌게 읽어 주셔서 다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남겨 주시는 댓글과 추천 모두 큰 빠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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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Status: Ongoing Author:
No matter how many times I repeated the episodes, I couldn't clear the true ending of the open-world shooting RPG, Neo Haven. Just when I thought I finally cleared the hidden true ending... they want me to actually clear it without any help from the game system or save/load fea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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