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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3

    <273 – 인식의 역전>

     

    아카데미에는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수의 교관들이 존재한다.

    교수들의 수업을 보조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조교를 쓰면 된다.

    교수 본인이 직접 데려온 교관들이 잔뜩 있다면 모를까, 보통은 많은 교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고학년 학생들이 포인트를 쉽게 벌 수 있도록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인가?

    그런 측면도 없잖아 있지만 그것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교관이 많은 이유를 당사자들은 알고 있다.

     

    “시야마법을 담은 투명구슬이 깨지면 여러분의 봉급도 깨집니다. 절대로 깨지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십시오.”

    “예…”

     

    신체 일부에 매달거나 주변공간에 띄운 드래곤교장의 <시야구슬>을 아카데미 사방곳곳에 퍼뜨리기 위해서!

    요컨대 이동형 CCTV라는 뜻이다.

    오만 곳에 전부 흥미를 보이는 드래곤교장은 그만큼 흥미가 식는 속도도 빨랐기에 대부분의 시야구슬은 모처럼 만든 구슬이 아깝다는 이유로 드래곤교장을 보좌하는 가디언이자 학년부장 <마하바라타> 교수와 전속 감시부대가 정보를 취합하고 있다.

     

    “지고쿠 1년생의 탄환이 유리창 3개를 파괴했습니다. 기물파손 -15포인트.”

    “이슈타르 1년생이 12명의 납치된 학생들을 구출했습니다. 조직 전체에 지급할 명당 할당 포인트 산출을 요청합니다.”

    “50이면 되지 않아?”

    “알겠습니다. 구출보너스 +600포인트. 리더보너스로 이슈타르 개인에게는 추가 +600포인트.”

    “마그도나르도 4년생이 시비가 붙은 3년생을 차원게이트에 집어던졌습니다. 저학년폭력 -500포인트. 수칙에 따라 1시간 내로 자력복귀에 실패할 시, 인식된 좌표로 구출대를 파견하며 비용을 청구합니다.”

     

    무단쓰레기투기부터 기물파손과 교내폭력까지 온갖 사태를 목격하고 포인트로 피드백을 주기 위해 마련된 실시간 수동 포인트 측정 부서!

    그 사무직 교직원들의 숫자도 숫자지만 현장에서 학생들을 포착하기 위해 존재하는 교관들의 수도 만만치 않았다.

     

    “오늘은 4학년이 비교적 얌전한 편이라서 기분이 좋네요. 지난주에 익스플로전 마법의 차원 간 이동에 의한 폭격을 연습하겠다고 마계로 열어야 할 게이트를 정령계에 열어버린 멍청이 때문에 일어난 사고를 생각하면 아직도 머리가 지끈거려요.”

     

    마하바라타의 말에 그때도 모니터링을 했던 교직원들이 부들부들 손을 떨었다.

    자신들의 눈앞에서 대륙이 발칵 뒤집어질 사고가 벌어지는 꼴을 목격하는 심정이란 정말로 인간의 심장은 어째서 하나밖에 없는 걸까, 여분의 심장을 갈아끼우면 좋을 텐데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것에 비하면 1학년들의 누에아인 토벌소동은 정말 작고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다음 주의 주간이벤트는 단단히 열 받은 식물계통 정령들을 진정시키기 위한 식물친화주간으로 삼자고 교장님을 설득해야겠어요.”

    “마하바라타 학년부장님. 혹시 설득에 실패하면 무슨 일이 벌어집니까?”

    “식물계 정령들의 대대적인 음에너지 공급으로 인해 식물형 몬스터들이 아카데미를 습격하겠죠. 그게 막히면 화풀이 삼아서 대륙각지의 식물들이 식물형 몬스터가 되어 날뛰기 시작하고요.”

    “…교장님이 협력해주실까요?”

    “솔직하게 말하면 절대로 도와주지 않으시겠죠. 그쪽이 더 재밌어 보이니까 불이나 더 지펴볼까, 같은 소리나 안 하면 다행이지.”

     

    사실상 아카데미와 학생들, 그리고 세계의 평화를 책임지는 마하바라타!

    막중한 책임으로 인해 그녀의 관심사가 교장을 설득할 방안을 강구하는 방향으로 쏠리는 사이, 교관들의 시야구슬 중 하나에 기이한 광경이 포착되었다.

     

    “저, 선배님.”

    “뭐. 오크노디가 누에여왕 토벌에 성공했냐? 5계층 몬스터에 용사가 발견 못하고 두고 갔던 애들도 구출했으면 대충 6000포인트 주면 맞을 거야.”

    “그게 아니라 오크노디가 누에여왕과 동맹을 맺고 있는데요. 이종족 우호관계 정립은 몇 포인트를 줘야 하는지 아십니까?”

    “…뭔 미친 소리야?”

     

    마하바라타 교수의 이야기를 엿듣는데 한눈을 팔고 있던 고참 관제병이 오크노디의 영상을 자신의 개인마나보드화면으로 할당하였다.

    빛나는 금속무기가 보이면 나무 위에서 날아들어서 “훔칠게요”를 외치며 덥썩 집어들고 사라지는 누에아인이 어째서인지 오크노디를 중앙에 두고 만세삼창을 하며 빙빙 돌고 있었다.

     

    “…이 꼬맹이가 또 무슨 괴이한 짓을 저지른 거야?”

     

     

    * *

     

     

    몬스터에게 납치당한 조명대를 구한다.

    …사람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제야 아카데미에 입학한 보람이 있다고 아이린은 생각했다.

    그녀의 목적은 끊임없이 마족의 침공을 받는 척박한 북부인들을 구할 힘을 아카데미에서 얻는 것.

    사람이 아닌 조명대이기는 해도 오크노디가 구조작업에 착수한 시점에서 북부 또한 그녀에게 구원받을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크노디는 꽤 친구를 아끼네. 조명대 같은 것 때문에 위험한 몬스터의 서식지에, 그것도 심부에 진격할 결심을 다 하고.”

    “당연하잖아요. 조명대가 없는 티토소가는 티토소가가 아니라구요!”

    “티토소가가 아닌 다른 사람의 조명대였다면?”

    “음… 그래도 주우러 갔겠죠? 티토소가에게 2강 조명대를 들려줄 수 있으니까!”

    “2강…?”

    “앗, 같은 장비가 2의 배수씩 모일 때마다 강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몰라도 돼요!”

     

    아카데미에서는 그런 것도 되는구나.

    무기가 부족해서 나무를 깎아 만든 조잡한 창마저 쓰는 북부에서는 해당사항이 없을 이야기였다.

    역시 부유한 제국에서나 전해져 내려오는 사치스러운 문화겠지.

    북부대공녀인 자신에게는 들려주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였으리라.

    오크노디의 마음씀씀이에 조금 더 고마움을 느꼈지만 이 질문들만큼은 마저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조명대가 아니라 티토소가가 납치당했다면?”

    “구했겠죠!”

    “조명대도 티토소가도 아닌 전혀 상관없는 사람은?”

     

    과연 이쯤 되어서 처음으로 오크노디가 즉답을 멈추고 고민에 잠겼다.

     

    “퀘스트가 있다면 구하겠죠?”

    “…누군가의 요청이나 보상이 없다면. 그때는?”

    “한가하면 겸사겸사 도와주지 않을까요? 너무 귀찮게 굴면 버려두겠지만요.”

     

    역시, 이 아이의 인명관은 제법 무자비하다.

    친구라면 반드시 구한다.

    지인이라면 고민을 한다.

    무관계한 인간이라면 흥미가 일거나 한가하지 않는 이상 관심없다.

    알고 싶던 사항을 알아냈지만 아이린의 표정은 조금 어두워졌다.

    현재까지는 북부인들이 오크노디에게 흥미가 일어나지 않는 무관계한 인간들이며, 아카데미 졸업 후의 그녀에게 재단과 아카데미 교수들이 보일 관심을 생각하면 한가할 리도 없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오크노디가 북부를 구원하러 함께 떠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그녀가 어떻게든 노력해서 오크노디의 호감을 사고, 북부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북부의 척박한 땅으로 오크노디를 끌어들일 무언가를 찾아내야 한다.

    재학 중에 찾아내지 못한다면 양아치 용사나 못미더운 서귀연의 대공자 따위에게 큰 빚을 지고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운이 좋네.’

     

    그녀의 열악한 사정과 달리, 누에아인들에게 끌려간 학생들은 티토소가의 조명대가 납치당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고치 속에서 살려달라고 외치며 구출을 받을 수 있었다.

     

    “흐응. 점성이 나쁘지 않네. 고유기술개발에 도움이 되겠어.”

     

    단검으로 고치를 갈라 학생들을 꺼낸 즈앙이 텅 빈 고치에 호기심을 보였다.

    위협적으로 망치를 휘두르며 누에아인들을 멀찍이 몰아내는 헤스티아나 검을 뽑을 생각조차도 없어보이는 싱만 봐도 과분한 전력임은 알 수 있다.

    몬스터의 서식지는 통상 몬스터와의 교전보다 대단히 강력한 보스몬스터가 출몰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쪽도 통상 1학년보다 대단히 강력한 오크노디가 있다.

    긴장을 하려야 할 수가 없었다.

     

    “다 구했다면… 전부 얼릴까?”

    “안돼요! 조명대가 얼어붙어서 깨지면 어떡해요.”

     

    사람보다 조명대가 더 중요한 오크노디는 아이린의 광역마법전개를 금지시켰다.

    다행히도 조명대를 찾아 고치를 모두 가르고 다닐 걱정은 덜었다.

    유독 반짝반짝 빛나는 거대한 고치 주변으로 누에아인들이 잔뜩 몰려들었다.

     

    “츠츠츠.”

     

    누에아인들은 자신들을 이끄는 보스몬스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거대한 고치가 스스로 반으로 갈라지며 평범한 누에아인들보다 화려한 문양을 지닌 <누에아인여왕>이 살포시 날갯짓을 하며 지상에 내려앉았다.

    누에아인여왕이 손을 들어 조명대를 높이 치켜들자 <전의가 고조되는 빨강조명>이 들어왔다.

     

    “츠츠츠.”

    “츠츠츠.”

     

    날갯짓이 두 배는 더 빨라지며 전의가 고조되는 누에아인들!

     

    “불을 발견한 원시인처럼 신이 났네.”

     

    즈앙의 솔직한 소감은 퍽 귀엽게 느껴졌지만 저것들이 일제히 <마비가루>를 뿌리고 숨을 참지 못하게 육탄전에 돌입한다면 성가신 일이 된다.

     

    “오크노디. 싸우려면 선제공격을 해야해.”

    “음. 잠깐만요! 나방은 원래 가로등에도 곧잘 달려드는 녀석들이었지… 그렇다면!”

     

    무언가 해괴한 생각을 떠올린 것처럼 큭큭 웃는 오크노디.

    그녀가 누에아인여왕에게 다가가 외쳤다.

     

    “누에야! 그 조명대도 시간이 지나면 조명이 사라진다는 건 알고 있니?”

    “츠츠츠?!”

    “만약 조명대를 돌려주면 빛나는 조명을 훨씬 더 많이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줄게!”

    “츠츠츠…”

    “봐봐, 이렇게 하면 조명이 또 생긴다고?”

     

    조명술식을 첨부한 마나스티커를 근처에 굴러다니던 어항에 붙이자 어항 전체가 새파란 빛을 내뿜으며 마치 깊은 바다 속처럼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츠츠츠!”

    “츠츠츠!”

     

    신이 나서 어항 근처로 몰려든 누에아인들이 해파리처럼 느릿느릿 날갯짓을 하며 근처를 맴돌았다.

    수하들만큼 본인도 만족스러웠는지 누에아인여왕은 순순히 조명대를 오크노디에게 건네주었다.

     

    “기발하네. 몬스터와 저런 식으로 협상을 하다니, 아이의 순진무구한 시각이 아니면 꿈도 못 꾸겠어.”

     

    헤스티아의 솔직한 감탄에 아이린도 내심 동의했다.

    북부에서 몬스터는 죽여 없애거나 억지로라도 먹어치워야 할 소중한 식량이었다.

    그런 몬스터와 평화롭게 서로 원하는 것을 교환한다.

    가능성도, 필요성도 떠올리지 못했다.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마나를 불어넣어서 조명이 더 오래 유지되도록 도와줄 수 있어. 대신 숲에서 소재를 자유롭게 채집할 수 있게 도와줘!”

    “츠츠츠.”

    “헤헹. 착한 여왕님이네. 우리가 먼저 누에들을 공격하지만 않으면 자기들도 봐주겠대!”

     

    도대체 어떻게 대화가 통하는가는 둘째 치고 너무나도 순식간에 몬스터와 평화협정이 체결되었다.

     

    ‘…어쩌면 북부에 가장 필요한 지원은 물자나 인재가 아니라 마족과의 전쟁을 방해하는 몬스터를 적이 아니게 만드는 협상능력일지도 몰라.’

     

    아이린의 오크노디의 환심을 얻겠다는 의지는 더욱 커졌다.

     

    “근데 아무 사람이나 다 들여보내지는 말고 우리 조직 사람만 들여보내야해!”

    “츠츠츠?”

    “다른 사람들은 납치해다가 잡아먹지는 말고 술식에 마나를 부여하게 시킨 다음에 마나만 쪽 빨아먹고 쫓아내면 술식도 오래 갈 거야. 이러면 인간들의 토벌도 당하지 않아!”

    “츠츠츠!”

    “우리 사람인지는 어떻게 아냐고? 팔뚝에 검정 천을 묶으면 우리 사람이야!”

     

    …사람을 마나셔틀로 써먹도록 가르치는 건 조금 깼지만 뭐 자신들의 조직원도 아니고 다른 조직원이나 다른 학년 선배들이 겪을 일이다.

    소재채집장소를 지켜주는 것은 물론이요, 인명사고로 선배들이나 교관, 교수에게 추가로 토벌당할 걱정도 덜었으니 현명한 판단이다.

    내년도 982기 1학년부터는 오크노디의 선택을 받아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의 일원이 되지 않으면 소재채집을 하러 나갔다가 영문도 모르고 마나셔틀이 되겠지만, 뭐 그것도 후배들의 사정이지 자신들이 겪을 일은 아니었다.

     

    “아이스티 먹을래?”

    “차가운 거 좋아요!”

     

    오크노디의 아이린을 향한 호감작인지 아이린의 오크노디를 향한 호감작인지 모를 호감작은 조명대 구출과 함께 착착 진행되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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