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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4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한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할 즈음.

         

       제갈승이 두 사람의 입을 틀어막았다.

         

       “이제부터 한마디라도 더 했다간 양쪽 모두 실격패로 처리하겠네.”

         

       동시에 그의 눈에서 쏟아진 날카로운 기세가 두 사람을 뜨끔하게 만들었다.

         

       “…죄송합니다.”

       “송구합니다.”

         

       실책을 깨달은 두 사람이 제갈승을 향해 사죄의 말을 건넸다.

         

       그는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개전(開戰)!”

         

       마침내 두 사람의 비무가 시작되었다.

         

       말싸움 끝에 서로를 향한 깊은 앙심을 품게 된 두 사람은 서로를 강하게 노려보며 기수식을 취했다.

         

       “흥!”

         

       먼저 발을 뗀 이는 도경.

         

       사천당가의 여식을 상대함에 있어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다름 아닌 거리다.

         

       그녀에게 거리를 내어주는 순간 무자비하게 날아드는 암기에 벌집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테니까.

         

       승기를 확실히 잡기 위해선 비무가 끝날 때까지 그녀를 제 간격 안에 붙잡아두어야 했다.

         

       흑철을 섞어 만든 묵색의 장도가 호쾌하게 허공을 가른다.

         

       장도의 영역 끄트머리에 있던 당선영이 차분히 보법을 밟으며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

         

       품에서 암기를 꺼내어 출수하려던 찰나.

         

       “어딜!”

         

       그녀의 움직임을 예측이라도 한 듯, 도경이 곧장 그녀와의 거리를 좁혀 들어왔다.

         

       “하아앗!”

         

       날카로운 기합성과 함께 장도가 당선영의 주변을 휘몰아친다.

         

       「흑광사신무(黑光死神舞)

         

          제 2초식 흑사난풍(黑死難風).」

         

       장도가 움직일 때마다 눈을 뜨고 있이 힘들 정도로 강대한 바람을 일으킨다.

         

       서슬퍼런 예기를 감춘 바람은 그대로 당선영과 그 주변을 난도질했다.

         

       비무대가 거침없이 갈라지며 일어난 먼지가 관객들의 시야를 가렸다.

         

       “저 거리에서 저런 위력이라면 당가의 여식이 크게 한 방 먹겠군!”

         

       비무를 지켜보고 있던 사파의 무인 중 하나가 지레짐작했다.

         

       그러나 그의 말이 영 신빙성 없는 말은 아니었다.

         

       사천당가의 성명절기는 누가 뭐래도 용독술과 암기술.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간혹 착각에 빠지곤 한다.

         

       사천당가의 무인들은 근접전에 비교적 취약할 거라고 말이다.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말이다.

         

       그들의 약점이 그토록 뻔하다면 어찌 그들이 오대세가의 반열에 올라 있을 수 있을까.

         

       후우웅-

         

       안이 좀처럼 들여다보이지 않을 정도로 주변을 뿌옇게 장악한 먼지가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들은 보았다.

         

       그 요란한 공격 속에서도 상처 하나 없이 꼿꼿이 서 있는 당선영의 모습을.

         

       사천당가는 오랜 시간 감춰왔다.

         

       당가의 권각술과 장법, 조법 등의 조예가 중원에 널리 알려진 용독술과 암기술 못지않은 일절이라는 것을.

         

       이유는 당연히…, 함정에 빠져 허우적대는 머저리들을 손쉽게 먹어 치우기 위해서.

         

       “흥, 당가치곤 제법.”

         

       도경이 치기어린 말을 내뱉었다.

         

       조금 전에 보여준 그녀의 장법은 ‘제법’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상대를 인정하기 싫은 마음이 칭찬의 단계를 격하시켰다.

         

       “과연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한 번 볼까!”

         

       상대의 권각술이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뛰어났지만, 변하는 것은 없다.

         

       거리를 두어선 안 된다는 당초의 생각을 고수하며 달려가 그녀를 베고 또 벨 뿐.

         

       흑광사신무의 초식들이 끊임없이 당선영을 노리고 달려든다.

         

       생각 이상으로 집요한 잡아두기에도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접근전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이미 지금까지 몇 번이나 집요한 접근전에 골머리를 썩었다.

         

       ‘무명 스승님이 아니었다면 훨씬 어려웠을 거야.’

         

       그녀가 무명이라 부르는 혈수마녀는 당선영과 비무를 벌일 때마다 끊임없이 접근전을 강요했다.

         

       그녀가 말하기를, 보법으로 상대와의 거리를 벌리는 것은 중책이라 했다.

         

       그렇다면 상책은 무엇인가 물으니, 그녀는 그리 대답했다.

         

       자신 있게 달려드는 상대를 접근전으로 밀어내는 것.

         

       그리하면 일거양득을 노릴 수 있다고 말이다.

         

       그 말을 들은 순간부터 그녀는 권각술의 수련 시간을 두 배로 늘렸다.

         

       안 그래도 적지 않은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나니 죽을 맛이었지만, 그럴 만한 가치는 있었다.

         

       지금도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으니까.

         

       기다란 도가 근, 중거리 영역을 오가며 당선영을 압박하는 와중이었다.

         

       마음을 굳힌 당선영은 거리를 벌리는 선택지를 버리고, 도리어 더욱 안으로 파고들었다.

         

       장도로는 수월히 공격할 수 없을, 손만 뻗으면 서로의 요혈을 노릴 수 있는 곳.

         

       그곳은 장도가 아닌 그녀의 손이 더욱 자유로운 공격이 가능했다.

         

       “큭…!”

         

       순식간에 공수가 전환됐다.

         

       먹이를 노리는 뱀처럼 요사스럽게 휘어 들어오는 권법과 장법에 눈이 어지러워졌다.

         

       장도와 팔을 이용해 막아내는 도경의 수비는 굳건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통증이…?’

         

       기운을 실은 팔과 다리로 공격을 막아낼 때마다 통증이 쌓이기 시작한 것.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내는 게 어찌 안 아플 수 있겠냐마는, 지금 느끼는 통증은 그러한 것과는 궤가 달랐다.

         

       통증이 쌓이는 곳이 외부가 아닌, 내부였기에.

         

       ‘뭔가 이상해…!’

         

       도경은 고통에 찌푸려진 눈으로 눈앞에서 현란하게 움직이는 그녀의 손을 바라보았다.

         

       선명하게 맺힌 기운.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색이 여타의 기운과는 조금 다른 색을 띠고 있었다.

         

       ‘붉은색…?’

         

       선명하게 맺힌 녹색 기운에 은은한 붉은빛이 감돌고 있다.

         

       도경은 자신의 팔과 다리에 고통을 새기는 것이 저 붉은빛임을 확신했다.

         

       ‘조금씩 먹혀들고 있어.’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한 당선영은 조금씩 승기가 제게 넘어오는 것을 느꼈다.

         

       혈수마녀는 백우진을 따르는 조원들에게 그야말로 아낌없이 베풀었다.

         

       그중에는 그녀의 무공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조원 모두에게 그녀의 절기를 가르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혈수마녀는 당선영에게 제 절기인 ‘단홍기(丹紅氣)’를 전수했다.

         

       이유인즉, 그녀는 당선영의 권각술에 단홍기가 깃드는 순간 무시무시한 결과를 자아낼 것임을 예측했기 때문.

         

       단홍기는 상대를 타격할 때마다 기운의 일부를 상대의 체내에 쌓는다.

         

       그렇게 쌓인 기운은 상대의 체내를 무차별하게 공격한다.

         

       바로 지금처럼.

         

       “크흑…!”

         

       공격을 막아내는 도경의 입에서 고통어린 신음이 앙다문 입술 사이를 비집고 새어 나왔다.

         

       처음에는 그저 따끔한 수준에 불과했던 통증이 무섭도록 불어났다.

         

       이제는 공격을 막을 때마다 이를 악물게 될 정도.

         

       ‘뭐 이딴 공격이…!’

         

       머릿속에 경종이 울렸다.

         

       이대로 공격을 받아냈다간 팔을 못 쓰게 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잠식해온다.

         

       참지 못한 그녀는 결국 당선영의 공격권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그 순간, 당선영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걸렸다.

         

       이를 확인한 도경은 자신이 간과하고 있던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아차…!”

         

       이 거리야말로, 그녀가 바라던 것임을.

         

       쐐애액!

         

       순식간에 뽑혀 나온 수십 개의 비수가 허공을 수놓는다.

         

       다급히 고개를 뒤로 젖히자, 그녀의 눈앞으로 비수가 잔상을 그리며 스쳐갔다.

         

       당선영이 손을 가볍게 털어낼 때마다 무수히 많은 암기가 도경에게로 쏟아졌다.

         

       피하기에만 급급해진 상황.

         

       도경은 이를 악물었다.

         

       완전히 상대의 노림수에 걸려들었다.

         

       그녀의 시선 끝에 당선영과 백우진이 동시에 들어왔다.

         

       ‘이대로 질 수는 없어.’

         

       그와 헤어진 뒤, 도경은 끊임없이 그의 잔상에 시달렸다.

         

       쾌락에 울부짖는 자신과 그런 자신을 지배하는 백우진의 내려다보는 시선.

         

       인생에 다시 없을 치욕을 겪은 순간을 떠올릴 때마다 그녀는 분노하기보다 흥분했다.

         

       혼란스러웠다.

         

       일평생 사내가 되기 위해 살아왔건만, 그 짧은 시간이 자신을 여자로 만들었다는 것을.

         

       한참을 괴로워하던 그녀는 마침내 결심했다.

         

       혼신의 힘을 다해 그와 승부하기로.

         

       만약 승리한다면 지금처럼 사내로 살 것이요, 패배한다면 모든 것을 받아들이리라고.

         

       그렇기에 그녀는 승리해야만 했다.

         

       백우진과 마주하기도 전에 패배하는 꼴사나운 일만큼은 당할 수가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한 자리에 멈춰 서서 쏟아지는 암기들을 막아내던 그녀가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그리고 또 한 걸음.

         

       거리가 가까워질 때마다 쏟아지는 암기를 막아내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일부는 포기해야 해.’

         

       패색이 짙은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어떻게든 다시 거리를 좁히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일부 손해를 감수해야만 한다.

         

       미처 막아내지 못한 암기가 팔과 다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간다.

         

       스걱

         

       옷자락이 찢어지고 얇은 혈선이 곳곳에 그어진다.

         

       거리를 좁힐 때마다 혈선의 깊이 또한 더해진다.

         

       적지 않은 통증에도 그녀는 아랫입술을 잘근 깨문 채 참고 또 참았다.

         

       ‘조금만 더…!’

         

       지금처럼 걸으면 서너 걸음, 도약하면 한 걸음이면 닿을 수 있는 상황.

         

       그녀는 과감한 수를 던졌다.

         

       “하앗!”

         

       쏟아지는 암기 사이로 과감하게 뛰어든 것.

         

       이를 본 당선영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설마 방어를 도외시한 채 암기 사이로 뛰어들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기에.

         

       온몸에 피를 뿌리며 날아든 도경이 살벌한 미소를 흘리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잡았다…!”

         

       마침내 제 거리에 그녀를 몰아넣는 데에 성공한 도경이 참고 또 참았던 일격을 날렸다.

         

       「흑광사신무(黑光死神舞)

         

          제 10초식 흑사멸참(黑死滅斬).」

         

       묵색 장도에 그보다 무겁고, 어두운 기운이 진하게 맺혔다.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기운과는 사뭇 다른 스산함이 그녀의 장도에 서린다.

         

       ‘피하기엔 늦었어…!’

         

       그녀의 과감한 수에 적기를 놓친 당선영이 이를 악물며 쌍장을 내질렀다.

         

       닿는 모든 것을 베어버릴 듯, 묵직하게 날아드는 장도에 당선영의 쌍장이 닿았다.

         

       꽈아앙!

         

       흑색의 기운과 적녹색의 기운이 허공에 격돌하며 굉음을 자아낸다.

         

       일순 팽팽하던 기세는 순식간에 기울었다.

         

       “쿨럭…!”

         

       당선영의 입가에서 핏물이 쏟아졌다.

         

       전력을 다해 장도의 진격을 막아내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체내로 밀려든 기운에 내부가 완전히 진탕된 탓이었다.

         

       도경은 그녀의 쌍장에 가로막힌 도를 회수하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

         

       “내 승리다, 이 년아!”

         

       호쾌한 발차기가 그녀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퍼억!

         

       “꺄악!”

         

       적잖은 충격에 나가떨어진 당선영이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이를 확인한 제갈승이 도경을 향해 손을 들어 올리며 승리를 선언했다.

         

       “도경 승!”

         

       와아아아!

         

       사파 무인들의 거대한 함성이 비무대 위로 쏟아진다.

         

       그 위에 당당히 선 도경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백우진과 눈을 마주치다가 이내 등을 돌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여인들끼리의 싸움에 심취하다 보니 생각보다 많이 잡아먹었네요 ㄷㄷ…

    다음 편부터는 다시 빠르게 시간 감으면서 진행 빠르게 이어가도록 하겠읍니다.

    그럼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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