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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4

       신공의 내기를 휘감은 주먹을 고개를 까닥이는 것으로 피한 후 그 등을 팔꿈치로 눌러주니 중심을 잃은 남자가 또 다시 흙바닥을 나뒹굴렀다.

       

       허나 남자는 거기서 포기하지 않고 순식간에 중심을 다잡은 다음 재차 내게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각술인가. 위력을 늘리고 공격의 면적을 넓혀 막아내거나 피하기 어렵게 만들겠다?

       

       나쁘지는 않다.

       

       허나 이 상황에서 최선도 아니지. 그런다 한들 그대의 무가 파훼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으니까.

       

       본인의 목을 노리고 날아드는 발목을 붙잡았다.

       

       힘의 방향이 너무도 직선적이야. 이래서야 상대방이 그 힘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게 너무 편하지 않으냐.

       

       여지까지 그대가 상대한 자 중에 이런 수를 쓰는 사람이 없었던 것인가?

       

       그런 것이라면 어쩔 수 없지.

       

       원래 무의 세상에서 모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죄악이니 말이다.

       

       각술에 담긴 힘을 받아내어 남자의 몸을 집어던짐과 동시에 그 힘을 되돌려 주었더니 남자의 몸이 저 먼 허공으로 날아갔다.

       

       무공을 다루는 실력이 형편없는 것은 그렇다 치고서라도 싸움의 실력 자체는 나쁘지 않구나.

       

       상대를 파악하려고 보는 것. 노림수를 두는 것. 자신의 노림수가 막혔을 때에 포기하지 않고 달려드는 것. 이외에도 무수히 많은 요소가 있다만 실력이 없지는 않아.

       

       무를 다루는 실력만 본다면 하린이나 당소일이 더 뛰어나다만 그렇다 한들 저 남자와 1:1로 대련을 한다면 그 둘이 패배할 듯 싶구나.

       

       열 번을 붙는다면 여덟 번은 지지 않을까.

       

       무기를 잘 다루는 것과 전투를 잘 하는 것은 비슷해 보이면서도 다른 것이니 말이다.

       

       이것이 게임을 업으로 삼는 이의 수준인가.

       

       지난번에 상대를 해주었던 달빛보다 괜찮군.

       

       딱 거기까지이기는 하다만.

       

       흐음. 조금 아쉽긴 하구나.

       

       한서우가 저 놈에게 제대로 가르침을 주었다면 작금보다 훨씬 나았을 터인데.

       

       상대가 펼치는 무공을 보다보면 자연스레 그 자가 무엇을 쫓는 지 알 수 있다.

       

       본인이 보기에 이 남자는 한서우가 펼치는 무공을 따르는 이었다.

       

       한서우에게 가르침을 받았다는 소리가 아니었다. 차라리 그랬더라면 나았겠지.

       

       이 자는 한서우에게 배움을 얻지 못한 채 무작정 한서우가 펼치는 무를 따르려 하고 있었다.

       

       같은 곳에 소속이 되어 있으면 그냥 한서우에게 가르쳐달라 하면 될 것을 말이다.

       

       한서우라는 인간이 그런 데에 인색할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데.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한서우의 괴멸적인 말솜씨를 떠올렸다.

       

       하아. 그래. 이 녀석이 한서우에게 가르쳐달라고 이야기를 안 했을 리가 없구나.

       

       한서우 그 멍청이가 제대로 가르쳐주지를 못하니 제 딴에 어떻게든 답을 찾아내려 한 것이겠지.

       

       주제를 모르는 것과는 별개로 불쌍하기는 하구나. 자신이 동경하는 자가 옆에 있는데 그에게 가르침을 얻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니.

       

       악연도 인연이니만큼 자그마한 가르침 정도는 주도록 할까.

       

       물론 그것은 그것이고 주제파악은 따로 시켜 주어야지.

       

       바닥에 널부러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녀석을 본다.

       

       계속 놀아보도록 하자꾸나.

       

       그대가 무너지는 그 순간까지.

       

       *

       

       방금 전 팀 선배와 가벼운 대련을 끝마치고 VR기기에서 나온 이순은 소란스러운 연습실 분위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이지? QZ게이밍에 입단하고서 얼마 되지 않은 그이지만 지금 이 상황이 이상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평소라면 그가 캡슐에서 나올 때에 몇 마디를 던졌을 터인데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니까.

       

       캡슐에서 빠져나온 그는 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다가가 자신과 나이대가 비슷한 정한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정한이 형. 지금 무슨 상황이에요?”

       “응? 아. 너 방금 로그아웃해서 모르겠구나? 저기 화면 봐.”

       

       정한의 말에 따라 모니터 쪽으로 시선을 옮긴 그는 아피스 속 투기장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확인했다.

       

       캐릭터는 둘 다 천마네. 커마를 보면 한 쪽은 유찬 선배고 다른 쪽은… 응?

       

       “화령님이랑 커마가 비슷하네요?”

       “당연하지. 저기에 있는 건 화령님이니까.”

       “…네?”

       “방금 전에 여기에 화령님이 왔어.”

       

       이야기를 듣자하니 한서우의 초대로 건물에 방문한 화령이 우연히 연습실에 들렸다는 모양이다,

       

       그 과정에서 모니터 속에서 펼쳐지는 이순과 구단 선배의 전투를 보고 혹평을 내뱉었고.

       

       그를 들은 유찬이 발끈해서 화령에게 한 마디를 하며 대련이 성사되었다고 성윤은 설명했다.

       

       그 모든 이야기를 들은 이순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화 안내?”

       “네? 왜요?”

       “어쨌거나 혹평을 당했으니까.”

       “화령님께서 그러셨다면 할 말 없죠.”

       

       지난 번 데케이가 열었던 대회에서 화령과 대결을 펼쳐보았던 이순은 화령이 얼마나 규격 외의 존재인지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 때의 조언을 바탕으로 성장해 QZ게이밍에 입단하게 된 지금도 화령에게 상처 하나 낼 수 있을까 싶은 마당에 화령이 무어라 했다고 기분 나빠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이순이 순순히 대꾸하자 정한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다시 모니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게임이 시작되고서 꽤 시간이 흐른 것 같네. 전투의 양상은 일방적이야.

       

       한 사람은 공격만 하고 있고 다른 한사람은 그를 받아주기만 하는 중.

       

       보통 이런 상황일 때는 공격하는 사람이 더 실력이 좋은 경우가 많다.

       

       주도권이라는 단어의 뒤에는 상대보다 전투를 잘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으니까.

       

       허나 모든 경우에 그런 것은 아니다.

       

       지금 화면 속에서 펼쳐지는 것처럼 상대방이 의도적으로 주도권을 내다버리면 그 반대편에선 어쩔 수 없이 주도권을 손에 쥐어야 했으니까.

       

       “우와.”

       

       이순은 화면을 바라보다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유찬이 펼치는 연격을 회피하는 화령의 모습은 프로에 들어선 이순이 보기에도 경이로웠던 것이다.

       

       진짜 저게 나랑 같은 사람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니까.

       

       유찬 선배가 저렇게 장난감 취급 당할 사람이 아닌데 말이야.

       

       이순은 QZ게이밍에 들어오고 나서 같은 구단에 속한 프로게이머들과 여러 번 대련을 해보았다.

       

       이 곳의 대표격인 한서우는 물론이요 다른 사람들과도 많은 대련을 경험했다.

       

       당연 유찬과도 몇 번이나 싸워보았지.

       

       그러면서 느낀 것은 프로는 프로라는 것이었다.

       

       때때로 이순이 타고난 피지컬로 승리를 하는 경우가 있을 수는 있지만 프로게이머들은 그냥 아피스라는 게임 자체를 잘 했다.

       

       당장 이순도 유찬의 노련함에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그런 사람이 유효타 한 방도 못 먹이고 바닥을 구르고만 있다니.

       

       “하도 안 돌아오시길래 뭐 하나 했더니 여기서 이러고 계셨구나.”

       

       그 광경믈 멍하니 바라보던 이순은 뒤 편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한서우였다.

       

       “유찬이 쟤는 저기서 뭐 하고 있냐.”

       “좋은 경험 아니겠냐. 서우야. 원래 한 번 깨져봐야 성장하는 거지.”

       “그건 그런데 할 이야기가 아직 남아있었단 말야.”

       

       다른 프로게이머가 한 대답에 목을 주무른 한서우는 복잡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으니까 감독님이랑 코치님들한테 좀 기다려 달라 그래야겠네.”

       

       *

       

       닿지 않는다. 분명 내 앞에 사람이 있음에도 그를 향해 주먹을 뻗으면 어느새 그 사람은 신기루마냥 사라져 버린다.

       

       공격이 간파 당한다는 수준이 아니었다. 마치 시스템이 자신이 하는 모든 공격을 파악하고서 그에 대응을 하는 듯한 느낌.

       

       유찬은 이를 한 마디로 설명할 방법을 알았다.

       

       핵.

       

       이제는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린 단어.

       

       한 때는 수많은 게이머들을 괴롭혔던 것이지만 이제는 자취를 감추어 버린 프로그램.

       

       유찬은 순간 그 단어를 머릿속에 떠올렸다가 헛웃음을 흘렸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현대 VR게임 세상에서 핵이라는 단어는 완전히 멸종해버린 상태니까.

       

       그러니까 이 모든 게 이 여성의 실력이라는 소리인데.

       

       마이튜브나 커뮤 활발하게 하는 애들이 왜 다들 화령 때문에 난리인지 알겠네.

       

       이만한 실력이 있으면 호들갑을 안 떨 수가 없지.

       

       하아. 이럴 줄 알았으면 죽어라 아피스에 머리만 박지 말고 나도 커뮤 좀 돌아다니면서 세상 물정을 알아둘 걸 그랬어.

       

       바닥에서 비틀거리며 일어선 유찬은 꽤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시작 지점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여성의 모습을 살폈다.

       

       무심한 눈동자. 흐트러짐 하나 없는 검은색 무복. 한 손에 들린 곰방대. 어느 하나 게임이 막 시작되었을 무렵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여태까지 인생을 바쳐가며 쌓아왔던 유찬의 노력은 저 여성의 앞에서 그 어떤 의미도 보이지 못한 것이다.

       

       자신이 연습해왔던 모든 노림수들이 박살이 난 지금 유찬은 차마 앞으로 달려들지 못했다.

       

       아직 게임의 시간은 남아 있었다.

       

       화령이 그 어떤 공격도 하지 않았기에 체력도 넘쳐났다.

       

       몸속에 있는 내기는 줄어있었지만 여전히 몇 가지 수를 펼칠 정도는 되었다.

       

       허나 유찬은 발을 움직이지 못했다. 움직일 수 없었다.

       

       자신이 그 어떤 것을 한다 하더라도 박살날 것이 분명했으니까.

       

       최후에 최후까지 닿지 못한다면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박살이 날 것 같았으니까.

       

       “이걸로 끝이더냐?”

       

       지루함이 담긴 어투에 유찬은 가만 화령의 얼굴을 쳐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이상 발악을 한다고 무어가 달라지겠는가. 그저 영화에 쓰잘데기 없는 장면 몇 개가 추가될 뿐이겠지. 결말은 똑같을 테고.

       

       “나쁘진 않았다. 자존심이 있을 만한 실력은 있더군.”

       “감…사합니다.”

       

       자기보다 실력 있는 사람의 칭찬이었지만 유찬은 도저히 기뻐할 수가 없었다.

       

       방금 전까지 저 사람에게 박살이 난 입장이었으니까.

       

       “악연도 인연이니만큼 몇 가지 조언을 해주도록 하겠다. 우선 본인의 마이튜브 채널부터 구독하도록.”

       “예?”

       “그 곳에 무의 이치를 익히려면 어찌하면 되는지에 대해 올려두었다. 본인이 당소일 녀석을 굴리며 천마신공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어찌해야 하는 지에 대한 내용도 존재하지. 그를 보고 배움을 얻도록. 일단 그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유찬은 마이튜브나 인터넷 방송에서 나오는 팁 같은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 중 대부분은 유찬이 아는 내용이었고, 정작 중요하다 싶은 부분은 자신만의 비밀로 숨겨두는 경우가 워낙 많았으니 말이다.

       

       허나 눈앞에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달랐다. 저 사람이 아는 것은 유찬이 모르는 것일 게 분명했으니까.

       

       나중에 한 번 구경이나 해보자.

       

       다른 사람들이 호들갑을 떨던 이유가 무엇인지 확인도 해볼 겸.

       

       혹시 알아? 저 사람이 하는 강의를 듣다 보면 서우 형이 했던 여러 설명을 이해할 수 있을지?

       

       “그 외에는… 흠. 그래. 다시 덤벼보거라. 몸을 움직이며 고쳐야 할 부분을 몇 알려 줄 테니.”

       

       화령이 손을 까딱이는 것을 본 유찬은 작게 숨을 내뱉었다.

       

       조언인가.

       

       달려들면 또 다시 박살이 날 게 분명하지만.

       

       그래도 가야지.

       

       저만한 고수한테 조언을 듣는 건 무척이나 귀중한 기회니까.

       

       화령님이 가버리고 나면 또 서우 형의 이렇게 확 같은 설명을 들어야 할텐데 이걸 놓칠 순 없지.

       

       “가겠습니다.”

       

       움직이자. 쓰러질 때까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제파악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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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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