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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4

    <274 – 자각 없는 덫>

     

    누에아인의 숲은 어느새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이 점령한 전용소재채집장소로 변했다.

     

    “암흑상회의 채집꾼 녀석들이 이 근처에 기웃거리다가 납치당했다며? 큭큭. 바보 같은 녀석들.”

    “지젤의 노예보다는 오크노디의 노예가 되는 것을 선택했어야지.”

    “포인트는 저쪽이 더 잘 쳐주지만 문제지와 정답을 구매할 권한은 우리조직에만 있는 것도 쟤들은 꿈에도 모르겠지?”

     

    최근 1학년 재단장학생들의 직업만족도는 하늘을 찌를 정도로 높아졌다.

    언제든지 교내성적이 떨어져서 쓸모가 다한 버림패 취급을 받고 무리한 지령의 이행을 요구 당할지 모른다는 초조함과 싸우던 지금까지와 달리, 오크노디는 어떤 허접이라도 그녀의 지령만 들어주면 아카데미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문제지와 정답을 알려줬다.

    시간을 들여 노동력을 제공하고 받은 포인트에 기존에 지닌 포인트까지 더 얹어서 구매해야 하는 사소한 단점은 있지만 그 정도는 상관없다.

     

    “어차피 우린 공부해도 안됐을 거야.”

    “시험에 확정적으로 합격하면 무리한 지령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데 이깟 노동력제공 쯤이야.”

    “채집이 귀찮고 성가시기는 해도 은근 재밌어. 하면서 건강해지는 기분도 들고.”

     

    도감수집효과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건강까지 챙기는 학생들!

     

    “에이프릴이 우리구역 메이드로 배속되어서 폐교사의 <비밀장학결사> 아지트도 제법 깨끗해졌고 평생 여기서 살고 싶을 정도야.”

    “맞아. 이쪽에 있으면 지고쿠해적단이 습격해오는 일도 없는걸.”

    “용사친위대가 엄청나게 노려보는 건 꺼림칙하지만 우리도 숫자가 있으니 쉬이 덤비지는 않겠지.”

     

    요컨대 직업만족도 만점!

    학생보다는 채집꾼에 가까워진 삶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장학생들이었다.

    그런 이들 중에서 오직 두 사람만이 무언가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어이, 자쿠. 잠깐 나 좀 보자.”

    “프라이머. 또 어떤 시시한 용건으로 부르는 거냐.”

    “너와도 엮인 일이다. 정확히는 우리 장학생 모두라고 해야겠지.”

    “…?”

     

    프라이머가 시시한 녀석이기는 해도 손쉽게 농을 걸만큼 가까운 사이는 아니다.

    서로 소원한 사이기에 자쿠는 더욱 심상치 않은 기색을 느끼고 그를 따라갔다.

     

    “오크노디의 눈과 귀를 피하는 거라면 이 정도면 됐을 거다. 슬슬 말해라.”

    “너, 장학생이 버려지는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당연히 알고 있겠지?”

    “실망스럽군. 성적이 떨어지고 이용가치가 낮은 재능 없는 인재부터 순차적으로 버려지는 것을 굳이 내 입으로 언급해야 하나?”

    “그래, 그거. 다들 그게 두려워서 오크노디의 밑에 들어오기를 잘했다고들 말하고 있지. 문제지와 정답을 심부름만 하면 전부 받을 수 있으니까.”

    “그게 어쨌다는 거냐.”

    “그게 위험하다는 거다. 이 혜택이 오래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점점 더 심각해진다고.”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는 거지?

    득이 될수록 독이 된다니.

     

    “당장은 점수가 오르니까 좋겠지. 하지만 2학기가 되고 자신의 실력으로 학점을 유지하지 못하는 장학생들이 살아남으려면 뭘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자쿠의 표정이 굳었다.

    이제야 그에게도 보였다.

    프라이머가 깨달은 미래가.

     

    “오크노디의 문제지와 정답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

    “바로 그거다. 우리는 인지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오크노디에게 길들여지고 있어. 혜택을 크게 받고 깊이 의존할수록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에 갇힌다고.”

    “…오크노디는 착한 아이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나? 재단의 ‘수석장학생’이 그런 마음씨 좋은 놀기 좋아하는 아이일 뿐이라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는 건가?”

    “적어도 나는 그녀의 도움을 받았다.”

    “덕분에 널 통해서 에이프릴이라는 재단의 꼬리가 오크노디에게 노출되었지. 그 정도 사실도 몰랐으리라고 생각하지 마라.”

    “…!”

    “무상의 자비 따윈 고아원에도 없어. 고아들을 모아 제국의 지원금을 받고 재단에 팔아치우는 한철장사꾼이 오히려 익숙하지. 오크노디도 재단의 사람이라면 우리와 다르지 않은 세상을 보며 자랐을 거라고.”

     

    정말로 그랬나?

    오크노디는 재단의 장학생들을 길들이기 위한 시작점으로 자신을 이용했을 뿐인가?

    그럴 리가 없다.

    믿고 싶지 않다.

    …하지만 프라이머의 가설에는 현실성이 넘친다.

    자쿠의 마음이 두려움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오크노디에게 협력해서는 안 돼. 비밀장학결사는 하루라도 빨리 무너질수록 우리가 덫에서 빠져나올 기회가 늘어날 거야.”

    “배신이라. 그런 행위가 용납될 거라고 생각하나? 그건 다가올 미래가 두렵다고 당장 자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짓이다.”

    “소문을 들었어. 재단본부에서 새로운 꼬리를 파견한다는 이야기.”

    “…확실한 정보인가?”

    “2학년 장학생 선배에게 들은 정보다. 적어도 우리보다는 높은 선에서 나온 이야기니 틀림없어.”

     

    프라이머는 시시한 녀석이지만 분수에 맞지 않는 야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인맥관리는 철저히 한다.

    그의 정보는 신뢰도가 높다.

    자쿠는 그가 자신을 불러낸 이유가 서서히 짐작되기 시작했다.

     

    “재단의 새로운 꼬리가 도착하면 오크노디의 것이 된 꼬리를 처분할 거야. 비밀장학결사도 무사히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

    “…”

    “망설이지 마. 우리가 오크노디에게 의존하지 않고서는 아카데미에 버틸 수 없는 열등생으로 전락한다면 그때부터는 지금보다 가혹한 지령이 내려져도 벗어날 수 없어. 기회는 지금뿐이야.”

     

    자쿠의 눈에 결의가 일었다.

     

    “좋다. 협력하마.”

    “잘 생각했어. 꼬리가 오거든 에이프릴을 꾀어낼 사람이 필요해. 나는 선배들과 접촉하느라 의심받고 있지만 너는 달라.”

    “오늘 너와 내가 접촉한 것이 알려진다면 나 또한 경계받기는 마찬가지일 거다.”

    “이미 다른 녀석들을 이용해서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의 위험인물들의 위치는 확인했어. 오크노디와 뾰이, 아이린은 의형석을 삼킨 모래성괴물을 잡으러 갔고 즈앙과 아이린, 헤스티아는 수련실이야. 에이프릴은 다른 메이드와 함께 폐교사를 수리중이고.”

     

    프라이머도 이 정도의 준비성을 보일 정도로 자쿠의 포섭에 진심이었다.

     

    “믿겠다.”

    “결행의 날이 되거든 시간과 장소를 전달해주지. 네게 우리 장학생 일동의 목숨이 걸렸어. 부탁한다.”

     

    *무서운 아이* :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은 사람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 더 이상 누군가의 호감을 얻기가 어려워진다.

     

    무서운 아이.

    호감도를 쌓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우며 두려움을 사기 쉬워지는 기능.

    운명에 개입하는 기능이 오크노디에게 그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 *

     

     

    “멍멍! 빗질 좋아! 재밌어! 재밌어!”

    “…꼬리로 바닥을 쓸지 마. 먼지가 사방으로 다 퍼지잖아.”

     

    혼자 관리하기는 힘들겠다 싶어 메이드장에게 추가인원의 배속을 요청한 결과, 제일 일머리가 없는 허접메이드가 붙었다.

    멍멍이수인 해피.

    하루 24시간 언제나 세상이 밝고 행복하게 보이는 기운 넘치는 사고뭉치 동료.

    하필이면 이런 폐급을 보내다니.

    메이드장에게 미움 받고 있는 건가 싶을 지경이다.

    아니꼬운 마음도 이해는 갔다.

    정규임무가 아닌 1학년들의 개인구역을 돕기 위해 일손이 차출되었다.

    메이드장 입장에서는 해코지를 하고 싶기도 하겠지.

    그 피해를 자신만 입는 것은 억울하지만.

     

    “멍멍?”

    “재채기는 창문에서 떨어져서 해. 손으로 입을 가리는 걸 잊지 말고.”

    “멍멍! 재채기 아니야!”

     

    해피가 언제나 보여주던 가벼운 표정과 달리, 굉장히 긴장된 얼굴로 창밖을 빤히 쳐다보았다.

     

    “으르릉.”

    “해피…?”

     

    에이프릴은 상당히 놀랐다.

    이 바보가 멍멍 외의 짐승소리를 내는 것은 정말 오랜만에 보았다.

     

    “살기 느꼈어. 위험해! 위험해!”

    “…메이드인 우리한테? 설마 누에숲에서 물자를 비축했다는 소문을 듣고 물자를 노리는 2학년인가. 아니면 용사친위대가 오크노디 님을 노리고?”

    “으르르르릉.”

    “진정해. 마법시계의 교직원 전용 지원요청 기능으로 가장 가까운 교관을 부르면 되잖아.”

    “부족해! 부족해! 당해버릴 거야! 위험해!”

     

    잠 못 드는 깊은 밤, 침대 틈 사이에서 괴물을 보는 아이가 있다.

    어쩌다 뜨는 빨간달이 흉액의 징조라며 마을을 소란스럽게 만드는 늙은 주술사가 있다.

    해피의 부산스러운 경고도 다르지 않다.

    그렇게 간과하고 넘어가고 싶지만 ‘수인’의 직감은 평범한 인간의 직감보다 적중률이 높다.

    동물적인 감각이 인간보다 많은 정보량을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서 범인의 감각으로는 깨닫지 못한 위험을 경고하는 것이다.

    하지만 해피가 짖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설마 하는 생각에 에이프릴은 오크노디가 대책 없이 모으고 야생에 풀어주는 걸 깜빡한 채집통의 곤충을 하나 꺼내왔다.

     

    <뿔이 늠름한 그레고리우스 풍뎅이>

     

    사람 손바닥만큼 커다란 검정풍뎅이가 에이프릴의 손바닥 위에서 머리에 달린 뿔을 꿈틀거렸다.

     

    “왈왈! 위험해! 위험해! 물리면 아파! 혓바닥 피나!”

    “에휴. 니가 그럼 그렇지.”

     

    그 예민한 감각으로 풍뎅이의 살기까지 느낀 녀석이니 오죽하겠나.

    유난히 날이 침침한 날이라 그늘 속에 숨어서 주변을 경계하는 곤충의 기척이라도 느꼈나보다.

     

    “빨래 걷고 올 테니까 얌전히 있어.”

    “멍멍! 해피 겁쟁이 아니야! 진짜 위험해!”

    “그래그래.”

     

    빨래바구니를 들고 뒤뜰로 향하는 에이프릴.

    엉덩이의 불편한 감각에 자세를 바로잡다가 문득 얼마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상할 정도로 친절한 대공자님.

    이상할 정도로 든든한 오크노디.

     

    ‘참 신기해.’

     

    아카데미 생활이 이렇게 즐겁게 느껴질 날이 오다니.

    정말 스파이 실격이야.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하는 여우비에 걸음을 재촉하는 그녀의 뒤로 복도 모퉁이에 학생 한 명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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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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