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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5

       유세하의 눈앞,

       메시지창이 붉게 빛났다.

         

       하나같이 지금까지 보았던 내용과는 비교도 안 되는 위험을 알렸다.

         

       ‘……’

         

       물론, 딱 한 문장.

       뭔가, 많이…

       진짜 많이 이상한 게 하나 있긴 했었다.

         

       뜬금없이 보이는,

       창피함, 부끄러움이라는 말.

         

       도저히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나올법한 말이 아니었다.

         

       그것이 대가라는 확실한 디메리트를 결의했다면 더더욱.

         

       허나, 지금의 유세하는 그것에 의문을 느끼며 머뭇거릴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아무래도 좋아.’

         

       그에게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뭐든지 좋다.

         

       그 어떤 것도 주마.

         

       수명이든, 목숨이든, 재능이든,

         

       아무거나 다 가져가도 좋다.

         

       그러니 제발…

         

       ‘우리 애들을…’

         

       내 사람들을 지킬 가능성을 줘!

         

       유세하는 망설이지 않았다.

       단숨에 꿰뚫는 수락 버튼.

         

       <정보창>이 처음 보는 형태로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마치 <시스템> 그 자체가 악마가 되어 지옥을 펼치는 듯한 현상.

       하나하나 잘게 잘게 부서지며,

       유세하의 몸 안에 파고들었다.

         

       이것이 뭔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럴 경향이 없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결의.

       그에 맞추어 핏빛의 <정보창>이 갱신되었다.

         

       [강제로 스킬 한 개를 진화시킵니다.]

       [‘흔들리지 않는 통찰력’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10레벨을 달성합니다. 레벨 보상으로 정신이 1 상승합니다.]

       [‘진화의 길’이 발동됩니다.]

       [‘흉살악귀’ 스킬이 선택지에 영향을 미칩니다.]

       [‘흔들리지 않는 통찰력’ → ‘폭군의 정신’으로 확정 진화합니다.]

       [드높은 정신에 폭군의 힘이 스며듭니다.]

       [‘폭군의 정신’을 획득합니다. 유니크(Unique) 등급 스킬입니다.]

         

       [고대의 지배자 ‘폭군’의 힘이 당신의 눈동자에 담깁니다.]

       [‘폭군’의 영향력이 커집니다. 이제부터 특정 조건을 만족 시 당신과 직접 대화할 수 있습니다.]

         

       [‘요왕’의 영향력이 커집니다. 그러나 스스로 영향력을 포기합니다. 자신은 그럴 자격이 없다고 말합니다.]

       [타고난 본인의 힘과 재능으로 신좌에 올랐고, 스스로 최후를 정했던 요괴의 왕의 역사가 당신의 잠재력을 강제로 개화시킵니다.]

       [현재 합성할 수 있는 스킬을 더욱 위로 끌어 올립니다.]

         

       [강제 <합성>이 진행됩니다. 인족으로서의 당신의 근간이 뒤흔들립니다.]

       [합성 스킬은 ‘미증유의 감’, ‘흉살악귀’, ‘폭군의 정신’, ‘초월종의 피’입니다.]

       [2개의 에픽(Epic), 2개의 유니크(Unique)가 재료로 사용됩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의 격이 드높은 위치까지 상승합니다. ‘위’를 깨닫습니다. 저 하늘의 높은 존재들이 당신을 쳐다봅니다.]

       [‘완전 포식’을 습득합니다.]

       [신화(Myth), 고위(High-Rank) 스킬입니다.]

       [더는 사람이 아니게 된 당신, 소중한 이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당신.]

       [그 길에 행운이 있기를 빕니다.]

         

       [추가 시스템 갱신……]

       [우화등선(羽化登仙)이 개방됩니다.]

         

         

       * * *

         

         

       너무나도 방대한 내용,

       이해의 범주를 넘어서,

       즉시 합성되는 능력.

         

       우뚝.

         

       유세하는 돌처럼 굳어진 채 멈추어 섰다.

         

       “……아.”

         

       양손을 펼쳤다.

       <스킬창>을 보지 않아도,

       뼈저리게 알 수 있었다.

         

       이 능력이 몸 안에 새겨지는 순간,

       그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었다.

         

       “……아.”

         

       나는 더는 인간이 아니게 되었다는 것을…

       아까부터 계속해서 울려 퍼지던 기괴한 소음이 이제는 멈출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딱히 시각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몸 내부의 가장 깊숙한,

       흔히 근원이라고 불리는 것이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것을 느꼈다.

         

       부스럭.

         

       “……?”

       

       찰나, 손으로 느끼는 이물감.

       어느새 들려진 무언가.

       복습하면서도 약간의 온기가 있는 무언가.

       [슬라슬라]가 뱉어내듯 소환하는 무언가.

       오로지, 지금이야말로 필요하다는 듯 내밀어지는 무언가.

         

       이건…

         

       ‘신수 발바토스의 꼬리털?’

         

       불현듯 그녀가 내뱉었던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제 착각이면 좋겠지만, 이게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구나…’

         

       발바토스는 그때, 이 미래를 본 건가.

         

       “……”

         

       유세하는 일어섰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었다.

         

       마치 갓 태어난 짐승이 일어서고,

       걸으며,

       달리는 것을 습득하는 것처럼.

         

       이 능력을,

       어떻게 써야 할지 이해했다.

         

       곧, 눈길이 향한 곳은,

       다 찢어지고 해진 가죽 갑옷이었다.

         

       임혜자가 직접 <해룡>의 부산물을 이용해 만들어 주었던 ‘푸른 비늘 가죽 갑옷(Rare)’이였다.

         

       ‘…혜자 누님 죄송합니다.’

         

       입을 벌렸다.

         

       그리곤,

         

       망설임 없이…

         

       우지직-!

         

       갑주를 한입 물어뜯었다.

         

         

       * * *

         

         

       우득, 우지끈-!

       우드득-!

       와작-!

         

       우뚝.

         

       들려오는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는 검귀.

       그가 뒤를 돌아보았다.

       이내 기괴한 장면을 목격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오며 수도 없이 많은 강자를 마주친 그로서도 처음 보는 장면이었다.

         

       ‘…먹고 있어?’

         

       유세하, 자신의 제자.

         

       그는 돌연 제 갑주를 입안으로 욱여넣고 있었다.

         

       “……?”

       

       도대체 저게 무슨 해괴망측한 짓인가.

       비록 넝마가 되었다고는 하나,

       저리 튼튼한 갑주를…

       도대체 어떻게 물어뜯고 배 속에 집어넣는다는 말인가.

         

       “……”

         

       검귀는 눈매를 가늘게 떴다.

       다시금 바라보니 괴이하고 기기괴괴한 게 한둘이 아녔다.

       유세하가 입을 벌릴 때마다, 말도 안 되는 부피와 질량이 통째로 사라지고 있었다.

         

       ‘…무슨?’

         

       딱히 입 끝이 찢어졌다거나,

       입 크기가 늘어난 것도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사람이 입을 벌리고 먹는 정도의 크기.

         

       그럼에도 삽시간에 사라지고 있었다.

       여기에 저만한 양을 욱여넣는데도, 복부가 팽창하는 것도 없었다.

         

       찰나의 순간.

       뭐라 정의할 수 없는 판단.

       이대로 두면 위험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저 순수한 감.

       오랜 세월 압도적인 강자로 살아온 그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흥분됐다.

         

       검귀는 입꼬리를 올렸다.

       녀석이 뭔가를 보여 주려 한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방치할 이유는 충분했다.

         

       아니나 다를까.

       유세하의 괴상망측한 행동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공간에서 회색 주머니를 꺼내 드는 유세하.

       정체는 수옥빈이 따로 챙겨준 ‘기린의 부산물’이 담긴 마법 주머니였다.

         

       유세하는 지켜보는 검귀를,

       말 그대로 찢어 죽일 듯이 노려보며,

       안에 나온 잔해를 모두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꿀꺽하고 목울대가 울렸다.

       마지막으로 욱여넣는 것은 ‘발바토스’의 꼬리털.

       그것마저 입으로 꿀꺽.

         

       “……”

         

       모든 먹방을 마친 유세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비틀거리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검귀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뭐냐, 이게 다인가?”

       “……”

       “그딴 시답잖은 짓으로 시간이라도 끌려 했던 건가?”

       “……”

         

       검귀는 명백히 실망한 어투로 말했다.

         

       “네놈이 그런 짓을 해도 소용없다. 나는 너에게 증오와 복수심을 깊숙이 새겨-”

         

       그 순간,

       검귀는 태어나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자신의 말을 이으지 못했다.

         

       소멸하듯 없어져 버리는 유세하.

       필시 인지라는 걸 넘어서는 압도적인 속도이기에 보일 수 있는 현상.

         

       직후, 검귀의 복부와 얼굴에 육중한 질량을 가진 무언가가 들이닥쳤다.

         

       “……!”

         

       골이 뒤흔들리는 충격.

       검귀는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 속도로 날아갔다.

         

         

       * * *

         

         

       쾅-!

         

       <아카데미>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숲속 부지,

       단숨에 수십 킬로미터를 날아와 거대한 고목에 처박혔다.

         

       슈콰칵-!

         

       귀영검(鬼影劍)의 검기가 휘몰아쳤다.

       더는 추가타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펼치는 검의 폭풍우 속.

         

       검귀가 몸을 일으켰다.

         

       ‘……’

         

       어마어마한 충격,

       갈비뼈 한두 개가 부러진 듯한 내상,

       실로 오랜만에 느껴 보는 극상의 격통.

         

       사실, 이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검귀가 놀란 것은 따로 있었다.

         

       ‘보이지 않았다.’

         

       뭔지는 모르지만,

       무엇인가 압도적인 속도와 질량을 머금은 일격에 타격 되었다는 것만을 인지했다.

         

       그것을 막아내지도, 피하지도,

       더 나아가 간파하고 대응하지도 못했다는 건,

       검귀로서는 상당히 경악스러운 일이었다.

         

       고개를 들었다.

       자욱하게 퍼진 먼지 너머,

       어느새 뒤를 쫓은 괴물의 형상에,

       ‘허…’하고 작게 숨을 내뱉었다.

         

       “……”

         

       틀림없이 유세하였다.

       그래, 유세하가 맞긴 했다.

       어디까지나 상반신만 말이다.

         

       검귀는 시선을 내렸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허리 부근부터 아예 달라진 하반신.

         

       흔히, 말이라고 불릴법한,

       사족보행 생물체의 하체가 달려있었다.

       아니, 달려있다는 말은 모욕이었다.

         

       ‘…자라났다고 해야 하나?’

         

       키메라처럼 가져다 붙인 것과는 차원이 다른 완성도였다.

         

       마치, 원래부터 저랬던 것처럼,

       압도적인 균형감이 느껴졌다.

         

       다그닥.

         

       유세하가 네 개의 길쭉한 다리를 이용해 균형을 잡았다.

         

       B급 괴수 켄타우로스 같은 반인반마(半人半魔)의 모습.

         

       ‘…하지만 저것은 절대로 말의 육체가 아니다.’

         

       같은 사족보행 말고는 완전히 다른 생물이었다.

         

       특유의 백색 깃털,

       그 위를 뒤덮은 황금색의 비늘.

       그 어떤 금속보다도 가볍고 튼튼한 용갑.

         

       동시에 태생적으로 압도적인 ‘초월종’이기에 가질 수 있는 근육의 형상.

       근육은 인간의 면모를 유지하는 상체까지도 연결되어 특유의 문양을 그렸다.

         

       마지막으로 4개의 역 관절을 취한 발목에 달려진 푸른빛 먹구름들.

       흔히 뇌운이라고 불리는 권능이자,

       신격의 잔재.

         

       여러 가지 특징이,

       저것이 어떤 존재의 육체인지 말해주고 있었다.

         

       “…기린의 하체인가.”

         

       아니.

         

       단순히 ‘기린’만 있는 게 아니었다.

       상체의 유세하 또한,

       조금 전이랑 확연하게 달랐다.

         

       장발이 되어 흩날리는 머리카락.

       마치 과성장에 의해 자라난 것처럼 보이지만, 아니다.

         

       자세히 보면 푸른빛의 비늘이 물결치며 살아있는 기관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틀림없이 용의 형상.

       해룡의 꼬리였다.

       말 그대로 ‘용미’라고 부를법한 신체 구조였다.

         

       추가로 어깨에 두른 것은,

       사납고 야성적이며 유려한 미가 감도는 털이었다.

       마치 날개처럼 흩날리며 다시 뭉치는 것을 반복하는 갈색빛의 털 뭉치.

         

       검귀는 알 수 없으나,

       저것은 신수 발바토스의 신체 부위였다.

       털 하나하나 속도를 올려주고 저항을 감소시켜 주는 중요하며 효율적인 능력을 보유.

         

       마지막으로 유세하의 눈에는 발바토스와 똑같은 붉은빛의 동공이 새겨져 있었다.

         

       발바토스의 간판 능력, <예지>가 불완전하지만 감돌기 시작했다는 증거였다.

         

       “후우…”

         

       유세하는 인간의 목소리, 신수의 목소리.

       두 개를 모두 섞은 숨을 내뱉었다.

         

       ‘요왕’, ‘폭군’.

       두 존재가 자신에게 일으킨 변화.

         

       절규하며, 소리치며,

       ‘당장 강해져야 한다’라는 요구에 대한 응답.

         

       유세하가 아무리 대가를 바쳐도,

       지금 당장은 순수하게 ‘검’으로 검귀를 이길 수는 없었다.

       이것은 요왕, 폭군, 심지어 [역천의 눈동자]조차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선택한 방법.

       바로 인간이라는 카테고리를 벗어나,

       육체, 특수기능, 신격을 이용하여 전력을 끌어모으는 것.

       말 그대로 종을 초월하였기에 얻을 수 있는 힘이었다.

         

       여기에 유세하의 오성(悟性)은,

       말 그대로 하늘에 닿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천재였다.

         

       하지만 그래봤자 결국, 그것을 감당하는 그릇은 인간이라는 명확한 한계가 있었다.

         

       지금 유세하는 그것을 벗어던짐으로써 온전히 제 재능에 맞는 힘을 끌어낼 수 있었다.

         

       절대로 과언이 아닌, 그저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조금씩 강해지고 있었다.

         

       [당신의 재능이 육체에 스며듭니다.]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유세하가 내놓은 결의이자, 해답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체, 체력이 조금 후달려서 연참은 일요일날 하겠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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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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