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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5

       각기 다른 파급력을 선보이며 절찬리에 막을 내린 앞선 세 비무와 달리, 이어지는 두 경기는 관객들의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방향으로 끝이 정해졌다.

         

       네 번째 비무는 신예화와 사파 후기지수간의 대결이었다.

         

       관객들은 앞선 세 경기와 마찬가지로 팽팽한 승부를 기대했지만…, 그들의 바람은 제 몸보다 커다란 월도를 휘두르는 신예화 앞에서 산산이 부서졌다.

         

       광풍을 머금은 일격에 상대의 검이 두 동강 났고, 이어지는 공격은 상대의 목을 겨눴다.

         

       “져, 졌소.”

         

       고개를 떨구며 패배를 시인하는 상대의 모습에 제갈승이 선언했다.

         

       “신예화 승!”

         

       절반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정파의 무인들의 기세는 더욱 등등해졌고, 사파 무인들의 기세는 한층 누그러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섯 번째 비무 또한 같은 결말을 맞이했다.

         

       “독고천 승!”

         

       정파 제일의 기재로 일컬어지는 독고천이 사파의 후기지수를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정파의 기상을 드높이고, 사파의 기세를 바닥에 처박아버린 것.

         

       사파 후기지수들의 치열한 여섯 번째 비무가 막을 내리고, 마침내 백우진의 차례가 왔다.

         

       상대는 마찬가지로 사파의 후기지수 중 하나인 노균.

         

       정파의 구파일방 위치에 해당하는 사파의 천검문(千劍門)의 대제자이자, 사파 제일의 후기지수인 도경 다음으로 기대를 받고 있는 유망주.

         

       청색 무복에 검 한 자루를 손에 쥐고 비무대에 올라선 노균이 친근한 태도로 말을 걸어왔다.

         

       “이거, 비슷한 사람들끼리 비무를 하게 되었구려.”

       “……?”

         

       이를 들은 백우진이 의아하다는 투로 물었다.

         

       “비슷하다니, 뭐가 말이오? 얼굴은 아무리 봐도 내 쪽이 열 배는 위인 듯한데.”

         

       사실을 기반으로 하였으나, 더없이 기분 나쁠 수 있는 발언에도 노균은 화를 내는 기색없이 차분하게 말을 받았다.

         

       “하하! 그거야 백 공자가 훨씬 위인 건 알고 있소. 내가 비슷하다고 말한 것은 처지요.”

       “처지라…?”

       “알는지 모르겠소만, 나는 도 선배의 뒤를 잇는 후기지수로 평가받고 있다오. 그리고 그대도 독고 공자의 뒤를 잇는 촉망받는 후기지수로 들었소.”

         

       누가 누구의 뒤를 잇는다는 건지.

         

       백우진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비슷하지 않소? 그대나, 나나 이인자가 아니오. 하하!”

         

       대체 무슨 이유인진 모르겠지만, 노균은 어떻게든 백우진과 공감대를 만들고 싶어 하는 듯한 눈치였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접근이었다.

         

       “뭔가 잘못 알아도 한참 잘못 알고 계시구려.”

       “응…? 무얼 말이오?”

         

       백우진은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는 독고천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불쾌하다는 투로 말했다.

         

       “저 양반과 나를 엮지 마시오. 만약 꼭 엮어야만 한다면 나를 위에 놓고 엮으시고.”

       “아, 아니….”

         

       그의 과감한 발언에 당황한 노균이 독고천의 눈치를 살폈다.

         

       입은 어떻게든 웃고 있는데, 이쪽을 바라보는 눈에서는 일말의 웃음기도 보이지 않는다.

         

       노균이 뭐라 말을 이으려던 찰나, 백우진이 손을 내저었다.

         

       “아휴, 그 얘기는 그만하고 비무나 끝냅시다. 이러다 비무 시간보다 떠드는 시간이 더 길어지겠네.”

       “…….”

         

       하고 싶은 말은 많았으나, 노균은 그냥 입을 닫기로 했다.

         

       눈앞에 있는 인간은 정상과는 거리가 먼 인간이고, 도저히 평범한 대화로는 무엇 하나 엮을 수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

         

       “개전(開戰)!”

         

       비무가 시작되자, 노균은 검을 뽑아 들어 기수식을 취했다.

         

       백우진의 이상한 태도에 노균이 미처 말하지 못한 두 사람의 비슷한 점이 하나 더 있다.

         

       다름 아닌 섬서백가와 천검문, 양쪽 모두 쾌의 묘리를 둔 무가와 문파라는 것.

         

       섬서백가가 쾌의 묘리로 한 줄기 섬광을 만들고자 했다면, 천검문은 한 번의 호흡에 천 번을 내질러 상대로 하여금 눈앞의 검이 천 갈래로 갈라져 보이에끔 만들고자 했다.

         

       ‘이건 좋은 기회다.’

         

       노균의 눈에서 호승심이 일었다.

         

       정파에서 빠르기로 소문이 자자한 섬서백가의 쾌검과 사문의 쾌검식.

         

       둘 중 어느 쪽이 더 빠른지 가늠할 좋은 기회.

         

       ‘탐색전은 과감히 버린다.’

         

       단 한 초식으로 상대의 목숨을 앗아가는 쾌검수들의 비무인 만큼, 그는 탐색전은 염두에 두지 않고 곧장 천검문의 오의 중 하나인 일수천검(一手千劍)을 펼쳤다.

         

       “차핫!”

         

       그가 검을 내지르자 수십, 수백 자루의 검이 나타나 백우진을 향해 일제히 쏟아졌다.

         

       일수천검은 그 이름에 맞게 대성할 시 한 호흡에 천 번을 찔러야 하나, 아직 성취가 부족한 노균으로선 칠백에서 팔백 자루가 한계였다.

         

       그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그려졌다.

         

       맞수라 할 수 있는 쾌검수를 꺾겠다는 일념 덕분인지, 당초 예상했던 팔백 자루보다 서른 자루가 더 많았다.

         

       ‘어디 한 번 받아보아라!’

         

       자신감이 충천한 그의 검이 백우진을 뒤덮었다.

         

       지척에 다다른 노균이 제 승리를 거의 확신하던 그때.

         

       “제법이네.”

         

       한없이 높은 곳에서 상대를 내려다보는 듯한 말투와 함께 팔백하고도 서른 자루가 넘는 검림(劍林)에서 한 줄기 섬광이 들이쳤다.

         

       말 그대로 번쩍.

         

       찰나의 순간 시야를 뒤덮은 섬광이 나타났다가 사라진 이후.

         

       챙강

         

       차르르르….

         

       세차게 뻗어나가던 그의 검이 산산조각이 난 채로 비무대 바닥 위에 흩뿌려졌다.

         

       노균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단 한 차례도 눈을 떼지 않고 있었음에도, 그는 눈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조금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어느새 뽑혀 나와 백우진의 손에 들려 있던 검이 검집으로 돌아가며 나는 작은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린 그가 다급하게 물었다.

         

       “여, 염치 무릅쓰고 하나만 여쭤도 되겠소?”

       “무엇이오.”

       “바, 방금 눈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보지 못했소. 부탁이니 무얼 했는지 내게 말해줄 수 없소? 간략하게라도 좋으니, 부탁이오!”

         

       강한 열망이 그의 얼굴을 따갑게 때렸다.

         

       ‘그야말로 사파인의 표본이구먼.’

         

       사파.

         

       의와 협을 중요시하는 정파와 적대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일부 사람들은 그들에 대해 편견을 갖곤 한다.

         

       정파는 착한 놈이고, 사파는 나쁜 놈이라고.

         

       이는 틀린 말이다.

         

       착한 놈과 나쁜 놈은 정파와 사파를 가리지 않고 숨어 있으니까.

         

       그들이 나뉘게 된 것은 이념의 차이일 뿐이다.

         

       의와 협을 숭배하며 오직 정도만을 걷는 정파와는 달리, 사파가 바라는 것은 오직 힘뿐.

         

       오직 강자만이 위에 설 자격을 얻는 사파의 이념으로 인해 금지된 무공에 손을 대는 이들이 비교적 많아 인식이 나쁘기는 하나, 개중에는 노균과 같은 이들도 존재한다.

         

       사이한 것에 빠지지 않고 제가 가진 것으로 강해지는 데에 일평생을 바치는 진짜 사파인.

         

       그런 이들이라면 조언이 아깝지 않다.

         

       왜냐면, 그들은 언제든, 어떤 식으로든 빚을 갚을 이들이기에.

         

       “…별거 없었소. 다만, 내 검이 그대보다 빨랐고, 강했을 뿐.”

         

       거기에 한마디 덧붙였다.

         

       “쾌검이란 것이 결국 그런 것 아니오.”

       “아…!”

         

       노균은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어리석이 짝이 없는 물음을 던졌음을.

         

       어째서 패배했고, 아무것도 보지 못한 눈뜬장님이 되었는가.

         

       당연히 자신의 검은 느려터졌고, 상대의 검은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로 빨랐기 때문이다.

         

       이토록 단순한 이치를 보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물었으니, 어리석은 물음이 아니고 무엇일까.

         

       백우진의 조언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천 자루로 검을 늘렸다고 해서 그것이 끝이라고 생각지 마시오.”

         

       노균이 고개를 들어 물었다.

         

       “그럼…?”

       “그걸 다시 하나로 만드는 거요. 한 호흡에 천 자루를, 다시 한 호흡에 한 자루로.”

         

       이를 들은 순간, 노균은 머릿속에 뿌옇게 내려앉은 안개가 서서히 걷히는 것을 느꼈다.

         

       지금으로선 무슨 말인지 완전히 감을 잡을 수 없었지만, 그것이 지금보다 훨씬 더 먼 곳에 자리한 길이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백우진의 검이 이미 그곳에 도달해 있다는 사실도.

         

       새로이 눈을 뜨게 된 노균이 그를 향해 정중한 태도로 포권을 취했다.

         

       “정말 고맙소! 내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고 반드시 갚도록 하겠소.”

         

       그는 웃으며 등을 돌렸다.

         

       “그 말, 기억하고 있을 테니 절대 잊지 마시오.”

       “물론이오!”

         

       백우진은 오랜만에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비무대를 내려섰다.

         

         

       * * *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일을 기약하며 잠자리에 든 야심한 밤.

         

       내상을 입은 당선영의 상태를 확인한 뒤, 방으로 돌아와 술잔을 기울이고 있던 백우진에게 한 통의 서찰이 전해졌다.

         

       하오문주가 보낸 서찰에는 백우진이 그토록 원하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중원 각지에 흩어져 있던 혈교의 주구들이 악양으로 모이기 시작했다는 것.

         

       “그래, 그래야지.”

         

       혈교가 바보가 아니라면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정파와 사파 후기지수들의 친선 대결로 시끌벅적한 축제 분위기를 자아내는 지금이야말로 양쪽의 전력을 확 깎아낼 절호의 기회 아닌가.

         

       흑사패황과 검존을 비롯한 기라성 같은 고수들이 모여 있는 이상, 전면전을 벌이려 들진 않을 것이다.

         

       다만, 그들이 지금껏 그러했듯이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정파와 사파의 무인들을 노릴 터.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네.”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다.

         

       친선 대결과 같은 어린애들 장난에서 승리하여 명성을 떨칠 생각은 요만큼도 없었다.

         

       처음부터 백우진이 노린 것은 바로 놈들이었다.

         

       정파와 사파를 무차별적으로 노리고 들어오는 놈들의 계략을 간파하고, 분쇄하는 것.

         

       정사의 무인들이 떼로 죽어 나갈 뻔한 위험천만한 상황을 타개하고, 이백 년간 숨어 지낸 혈교의 존재를 들춰낸 이라면 충분하지 않은가.

         

       양쪽 모두에게 영웅이라 불릴 이의 서막으로는 말이다.

         

       자연스레 쌓이는 명성만으로는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릴지 알 수 없다.

         

       그렇기에 백우진은 자기 스스로 영웅이 되고자 마음먹었다.

         

       하루라도 더 빨리 세상을, 그녀를 구원하기 위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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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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