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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5

       

        

        

        

        

        

        

        파이널 챔피언십의 끝과 함께 한 해의 마지막이 다가온다.

        

        그러나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 모인 모든 선수들 중 그 사실을 순수하게 기뻐할 수 있는 이들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어쩌면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 순수하게 행복을 표할 수 있는 이들은 한국 팀에 한정되었고, 나머지의 대부분은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단 소리.

        

        그리고 그 이유를 모르는 이들은 없었다.

        

        

        

       “하라는 것도 제대로 안 하면서, 스킬에 대한 대처법 연구는커녕 한국 팀이 하던 걸 그대로 따라할 생각밖에 없다고? 미쳤어?”

        

       “선수건 코치건 어느 쪽이든 커리어 대차게 말아먹었구만. 이제 어쩌냐.”

        

        

        

        엉망진창 그 자체였던 목요일의 경기, 그리고 최단시간 경기 종료. 앞으로 다시 나올지조차 알 수 없는, 그리고 나와서는 안 될 졸전과 졸전, 그리고 졸전 3연타석은 자국을 응원하던 시청자들에게 있어서 충격 그 자체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런 관중들을 제외하고도, 이미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 팽배한 분위기가 있었다.

        

        유진을 비롯한 한국 대표팀은 모두에게 독이 든 성배를 내밀었다. 혹은 그걸 삼키게 만들었거나. 좌우지간 한국은 상대가 거절하든 승낙하든 강제로 입을 벌리고 스킬이라는 이름의 성배 속 내용물을 털어넣을 완력이 있었고, 실제로 그리 되었다.

        

        그리고 이를 가장 크게 삼킨 곳은 그 어디도 아닌 일본이었다.

        

        

        

       “재고를 부탁드립니다. 현 선수진은 해당 커리큘럼을 소화할 여유가 없습니다. 게다가 이미 경기가 진행 중인 와중 노선을 바꾸는 것은 총체적인 전력 저하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이전까지 한국 팀에게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도 못하고 쓸려나갔고? 진즉에 코치들 말을 믿고 따랐더라면 이런 멍청한 사단이 나는 일은 없었겠지! 하라는 대로 해, 이 빌어먹을…!”

        

        

        

        쨍그랑!

        

        선명한 고음과 함께 산산조각난 유리잔 파편이 바닥에 널브러지는 사이에도, 케이스는 별달리 신경쓰지조차 않고는 그런 상황을 냉정하게 직시할 뿐. 방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폭언이 쏟아지지만, 그 내용을 한 줄기로 요약했을 때 나오는 것은 되도 않는 헛소리였다.

        

        일본 대표 뿐만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이들이 평등하게 쓸려나간다. 이는 한국 팀이 그 어디보다도 날카로운 칼을 벼려왔기 때문이지, 결코 일본이 못하는 게 아니었다 – 오히려 시대에 뒤떨어진 실력과 사상을 가진 코치들을 위로 두고도 이곳까지 온 것이 기적일 따름.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고스란히 증거로 남을 것이었다.

        

        한동안 헛소리에 시달린 이들이 바깥으로 나왔을 때, 그들의 표정은 썩 나쁘지 않았다.

        

        

        

       “안 그래도 증거들이 산을 쌓을 정도로 많은데, 이렇게 하나둘씩 더 얹어줄 줄이야. 어지간히 애가 탔나 봅니다.”

        

       “커리어가 날아갈 위기에 처했으니 사리분별이 어려워진 거지.”

        

        

        

        이미 열도의 여론은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최종적인 목표는 윗선이 헛소리를 지껄이기 전에 언론사 사방팔방에 그동안 수집한 증거를 투척한 후, 그동안 잘못된 방법으로 쌓여왔던 일본 대표팀이라는 장작더미를 완전히 소각시키는 것이었다.

        

        이는 다크 존이 나옴에 따라 수직상승한 전직 군인들의 평가에 의해 나타난 대담한 행동이기도 했는데, 요컨대 이를 조금만 달리 표현하자면 – 쥐불놀이를 벌인다고 하더라도 케이스를 포함한 현 일본 대표팀이 갈 곳은 많았다.

        

        게다가 이들이 일본 팀의 핵심 전략을 빼내어 사방에 노출시키거나 한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의 휘슬블로어.

        

        환영받지 못할 이유는 딱히 없었다.

        

        

        

       “유진 선수한테 신년 선물이라도 하나 보내야겠구만.”

        

        

        

        최대한 열심히 일본을 두드려달라고 하긴 했지만,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막연할 뿐이었던 상황이었으나, 그녀가 스킬을 들고 맵을 종횡무진함과 동시에 모든 걱정은 해결되었다.

        

        특히나 겉으로 보기에는 실로 간단해보이는 운용 방법. 하지만 그 안에 담겨진 묘리는 고작해야 하루이틀 연습하는 정도로는 터득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신기의 마법.

        

        그러한 두 간극의 차가 적폐 그 자체였던 일본 코치협회의 뒷통수를 깃털로 마구 간지럽힌 순간, 반응은 실로 즉각적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일본 대표팀이 아예 파이널 챔피언십을 놓아버린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썩어도 작년 아시아 1위였으니까. 오히려 그만한 크기의 독을 마시고도 등수가 20위 가량밖에 추락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노고를 짐작할 만했으니.

        

        

        

        좌우지간, 목요일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양극화의 장이라고 할 수 있었다.

        

        등수 자체가 마구 널뛰거나 중위권 언저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은 말 그대로 처참하게 추락했고, 스킬이라는 물결에 휩쓸리지 않은 유저들은 느닷없이 분수 이상의 등수라는 반사이익을 얻게 되었다.

        

        또한 이를 통해 희석된 여론 중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유진의 피지컬 문제였다. 아주 간단히 해당 여론을 요약하자면 유진이나 로건 같은 발현자가 게임에 나와도 되는지를 묻는 것이었으나, 정작 이러한 목소리는 당사자가 스킬 위주의 플레이를 시행함과 동시에 물거품처럼 사그라들었다.

        

        정식으로 통용되는 단어는 아니었지만, 이른바 ‘뇌지컬’이라는 단어 이외에는 그 어떠한 말로도 유진의 플레이를 설명할 수 없었기에.

        

        

        그리하여, 12월 30일.

        

        파이널 챔피언십의 마지막 날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을 보며 어처구니없단 듯 입을 여는 한 명이 있었다.

        

        

        

       “유진 씨는 도대체 플레이 스타일이 몇 개나 되는 거예요?”

        

       “오늘 보여달란 뜻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제발 살려주세요, 좀….”

        

        

        

        그에 유진은 슬그머니 웃을 뿐이었다.

        

        플레이스타일이라. 유진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고민 아닌 고민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팅하고 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사실상 자신이 파이널 챔피언십에서 보여주었던 플레이는 ‘특화’의 카테고리에서 비롯된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스스로 이리 생각하는 것도 창피한 말이긴 했지만, 이를 아주 쉽게 말하자면 그동안 보여줬던 모든 스킬 플레이들은 전력을 발휘했단 게 아니란 소리.

        

        애초에 전력이란 건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나 발휘하는 거였지만은.

        

        

        아무튼, 이들은 한국 대표팀이었고, 다르게 말하자면 파이널 챔피언십을 휩쓴 광풍 속에서도 거의 유일하게 멀쩡한 이들이었다.

        

        금요일의 남은 3개의 경기 동안 처참하게 패배하는 일만 없다면 선수들 중 그 누구도 15위 아래로 내려가지 않을 터. 다이스 역시도 오늘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된다면 최대 3위까지는 노려볼 수 있을 예정이었고.

        

        파이널 챔피언십의 마지막 밤이 다가오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잘 하라느니, 끝까지 방심하지 말라느니와 같은 상투적인 이야기들은 이미 경기장으로 오기 전에 전부 끝내놓은 상태.

        

        그렇기에 유진은 케케묵은 말을 덧붙이는 대신 재차 입을 열었다.

        

        

        

       “내일 있을 12월 31일 파티에 뭐 입고 갈 예정이에요?”

        

       “우아, 맞다. 유진 씨는 지난 번에 선물로 받은 세미 정장 또 입고 갈 거죠? 이미 다 알고 있어요.”

        

       “그 옷을 선물해준 당사자가 여는 연말 파티인데, 에….”

        

       “…하기야, 유진 씨는 바지 뒤에 구멍 뚫려있는 옷 아니면 못 입죠.”

        

        

        

        사실상 구멍이라기보단 청바지에 달린 지퍼가 뒤쪽에도 큼지막하게 하나 더 달린 수준이긴 하지만 – 대략 그리 생각한 다이스가 막 떠올랐다는 듯 덧붙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옷 입는 방법도 진짜 특이하네요.”

        

       “어쩔 수 없죠.”

        

       “그래도 뱀꼬리 정도면 그럴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이상한 소리 하지 마세요.”

        

        

        

        그런가? 역시 실제로 달고 있는 사람의 말이 더 정확하겠지?

        

        의자에 슬그머니 주저앉은 그녀가 창 밖을 바라보면서 덧붙였다.

        

        

        

       “작년 이 즈음엔, 며칠 안 있으면 신년인데도 기분이 꽤 묘했었는데…등수도 애매하고, 뉴욕까지 와서 받기엔 조금 초라한 성적표였거든요. 그래도 이번 년도에는….”

        

       “….”

        

       “원래 모든 경기 다 끝나고 하려는 말이었는데, 아이.”

        

        

        

        풋 웃은 다이스가 입을 열었다.

        

        

        

       “덕분에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어요. 고마워요, 유진 씨.”

        

        

        

        물론, 유진도 그에 들려줄 말이 있었다.

        

        

        

       “잘 따라와준 덕분이죠. 그동안 수고 많았어요.”

        

        

        

        그와 동시에, 두 명은 침대에 조심스럽게 누웠다.

        

        목에 낀 초커를 작동시키고 현실을 벗어나 가상의 공간에 돌입한다.

        

        제3회 파이널 챔피언십의 대미를 장식할 시간이었다.

        

        

        

        

        

        

        

        

        

        

        

        

        

        

        

        

        

        

       ───휘이이잉!

        

        

        

       “이 맵인가….”

        

        

        

        개명 전 이름 로라, 개명 후 이름 로건.

        

        그리고 금요일의 첫 맵은 그 무엇도 아닌 오로라 파워플랜트. 심지어 오로라는 과거 자신의 콜사인…칼바람이 쌩쌩 불어닥치는 북극해에 세워진 발전소라는 사실을 제외한다면 이 맵은 단 하나도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었다.

        

        다른 어지간한 맵들과는 다르게, 오로라 파워플랜트는 허공에서 착지 지점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스폰 지점의 사분면을 결정하면 그 안에서 랜덤으로 캐릭터가 나타나는 식이었다. 그리하여 눈을 떴을 때 보인 것은 눈보라가 새어들어오는 한 창고 내부였고.

        

        창고의 크기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해당 창고의 위치, 이 근방의 지리 등이 금세 머릿속으로 떠오르며 5분 안에 누군가가 습격해올 가능성을 자동으로 고려했다.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면 이제부터 어떻게 해볼까….”

        

        

        

        그다지 의욕이 있는 모습이라고 하긴 어려웠다. 그러나 그럴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오늘은 파이널 챔피언십의 마지막 날이었으니까.

        

        막내와 사생결단을 벌이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4일에 걸쳐 9번 가량 엇비슷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아무래도 조금 질리는 것도 사실이었다. 크게 못할 것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면 많다 정도.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몸은 자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상자를 여는 순간 그득그득한 아이템들. 하지만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이번 경기에서는 어떤 식으로 교전을 풀어나가야 할지를 고민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스킬을 하나 정도는 들고 다니는게 좋으려나.’

        

        

        

        본래라면 고르지 않을 선택지.

        

        태스크포스 대거 활동으로 인해 스킬이라는 것에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렸기에, 기초적인 실력을 되새길 겸 그동안은 별다른 생각 없이 돌아다니며 1등, 혹은 2등을 몇 번 정도 거머쥐곤 했지만, 역시.

        

        얼마 전의 고가치 연구시설에서 다이스에게 킬을 허용해버린 건 상당히 신경쓰였다.

        

        

        

       “비록 경기였고, 저거넛의 힘을 빌리기는 했지만….”

        

        

        

        특수부대원들이란 그런 ‘비록’을 한계까지 깎아내어, 그 어떠한 상황에도 대응하기 위해 새로이 창조된 사람들이 아니던가?

         

        그런 점에서 본다면, 다이스의 승리는 오히려 전화위복이었다.

        

        더 이상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적을 말살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빠르게 장구류를 갖춰입고 목적지를 정했다. 시작하자마자 적을 마주치는 재수없는 경우 같은 게 아니라면 킬존의 방향성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적을 마주칠 일은 그닥 없었다.

        

        그리고 그 말대로, 금요일의 첫 번째 경기가 시작한 지 5분. 대략 15명 가량의 탈락자가 발생한 이후 3분이 지나도록 단 한 명도 탈락하지 않은 상황.

        

        하지만 그마저도 스킬 활성화 구역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냄에 따라 옛말이 되어버린다.

        

        

        

       ───투다다다!

        

       ───아아악!

        

        

        

        난리도 아니다.

        

        조금 늦었지만 크게 괘념치 않는다. 말 그대로 발치에 스킬 활성화 구역이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면, 어차피 조금 늦든 빠르든 근방은 말 그대로 전쟁터가 되어버리니까.

        

        게다가 목요일부터 스킬에 눈독을 들이는 사람 수가 무지막지하게 증가했기 때문에, 활성화 구역이 나타났다고 하여 꼬리에 불이 붙은 개마냥 꽁지 빠져라 목적지를 향해 달릴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주변에서는 이미 탄환이 빗발치고 있었다.

        

        

        

       “….”

        

        

        

        스킬 활성화 구역으로부터 반경 200미터.

        

        주변은 창고와 창고, 그리고 건물 등으로 얽혀있기에 공격자보다는 방어자가 훨씬 더 유리한 상황. 하지만 하트비트 센서 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돌파 자체는 큰 문제가 없을 터였다.

        

        하여간 그것이 어쨌든, 중요한 건 적의 확실한 무력화.

        

        로건을 통해 유진에게 전수되고, 그런 유진이 한국 대표팀에게 전수해주었던 대도심에서의 CQB,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 스킬이나 사격술이 아니라, 수류탄이었다.

        

        그리고 이 주변에는 수류탄을 습득한 채 죽어 널브러진 시체가 많았다.

        

        

        손에는 MP7A2 한 정, 등에는 MK47을 멘 채, 로건이 쉴새없이 주변을 살피며 지형지물을 확인한다. 손목 위에 달린 하트비트 센서가 연달아 깜빡거리는 가운데 적의 위치가 대략적으로 잡힌다.

        

        거리는 대략 30미터 전방, 대형 물류센터 내 상부 발코니 위의 관제실. 계단을 타고 올라간다. 한 손으로 언제든지 사격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한 채, 닫혀있는 문을 조심스럽게 열-려다가 말았다.

        

        

        

       ‘…문고리 트랩?’

        

        

        

        손으로 느껴지는 무게감과 저항감이 심상찮다. 간단하게 생각해보자면 끈 같은 게 걸려있는 거겠지.

        

        도대체 어디서 이런 걸 봤는지는 몰라도, 차라리 조금 더 세련된 방법을 사용하면 될 것을. 수많은 생각이 오갔으나, 결과적으로는 몇 가지 선택지가 머릿속에서 도출되었다.

        

        확실히 적을 끊길 원한다면 트랩을 발동시킨 후, 폭발음이 들렸을 때 재빠르게 우회하여 적을 친다. 조금 더 안정적으로 플레이한다면 의도적으로 폭발시킨 다음 적이 해당 위치를 벗어났을 때 뒤쫓는다.

        

        하지만 주변에 제3의 적이 어디 있을지 모르니….

        

        

        

       “일단 잡아야겠지.”

        

        

        

        문고리를 손으로 내리친다.

        

        그 상태에서 유유히 걸어 층계참 아래에 숨은 지 몇 초나 됐을까.

        

        

        

       ───콰아앙!

        

        

        

        무지막지한 소음과 함께 터져나가는 문과 벽. 위에 서있었다면 상당한 스플래시 대미지를 입었을 터였다 – 하지만 이미 폭발음을 틈타 수류탄의 핀을 분리하고 안전손잡이를 까버린 지 오래.

        

        부서진 틈새 내로 날아간 수류탄이 지면에 안착한다. 그러나 내부 인기척은 없음.

        

        그리고 수류탄이 축차로 폭발했다.

        

        

        잠시만.

        

        축차?

        

        

        

       “…이중 트랩?”

        

        

        

        첫 번째 수류탄을 폭발시킨 다음, 그 진동으로 그보다 조금 더 떨어진 곳에 위치한 수류탄을 지연폭발시키는 방법. 흔하지는 않아도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이다.

        

        누군지는 몰라도 꽤나 머리를 잘 썼네.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폭음이 다 사그라지지 않은 틈을 타 빠르게 사다리를 오른 뒤, 몇 번이고 길을 우회하여 관제실 뒤쪽과 연결된 통로로 이동.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폭음이 울려도 내가 돌입하지 않자 의아해하다가 철퇴를 선택한 적과 딱 마주쳤다.

        

        

        

       -투두두두!

        

        

        

        맹렬하게 이어지는 교전. 적은 꽤나 훈련된 움직임이었고, 내가 황급히 길을 돌아오느라 엄폐물이 그다지 없다는 사실을 빠르게 캐치하고는 수류탄을 까던졌다.

        

        물론-

        

        

        

       “마음이 꽤나 급했나?”

        

        

        

        힘있게 바닥에 굴린 수류탄은 고작 1초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복도를 가로질러 발치에 떨어졌고, 다르게 말하자면 빠르게 주워들어 되던지기 충분한 시간이 아직 남아있단 소리였다.

        

        텁. 아직 온기조차 채 가시지 않은 수류탄, 손에 느껴지는 쇳덩어리의 무게…물론 다시금 허공을 가로지를 시간이었다.

        

        그렇게 몇 초나 지났을까,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로 잡혀 날아간 수류탄은 던져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주인의 발치에 다시금 떨어지게 되었다.

        

        당연히, 이번에는 되던질 시간이 없었다.

        

        

        

       ───콰아앙!

        

        

        

        찰나의 섬광, 폭음, 그리고 수백 개의 파편.

        

        하지만 난 이미 수류탄을 되던짐과 동시에 접근을 시작했고, 이는 실드에 다소의 피해를 입더라도 적을 확실히 끝장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 말대로였다.

        

        

        

       “아아악!”

        

        

        

        드르륵.

        

        폭발로 생긴 약간의 연막을 헤치며 도트사이트와 눈을 일직선으로 맞추고는, 적을 겨누며 가느다란 검지손가락을 움직였다.

        

        총구에서부터 십수 번 가량 불빛이 번쩍였다.

        

        그 뒤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주변을 빠르게 확인하더니, 수류탄 정도만을 다시 보충하는 와중에도 귓가에는 여전히 총소리가 끊이지 않고 맴돌았다.

        

        PTSD 같은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스킬 활성화 구역 인근에서의 교전은 이제 시작이었다.

        

        

        

       “그럼, 앞으로 몇 명을 더 지워야 편해지려나.”

        

        

        

        전장은 아직 더 많은 피를 원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로건네 전술은 크게 뭐 없습니다

    그냥 싸우면 이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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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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