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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5

       서우가 하도 회의실로 돌아오지 않아 그와 화령을 찾아 연습실 쪽으로 나온 영수는 모니터 앞에 모인 선수들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쟤네가 왜 다 모여 있지? 아직 연습시간 되려면 시간이 좀 남았는데.

       

       그를 의아해하던 영수는 선수들 사이에 끼어 있는 서우의 얼굴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저 녀석은 화령님 찾아서 데려오겠다고 해놓고는 저기 있으면 어쩌잔 거야.

       

       지금 누구랑 누구랑 싸우길래 저렇게 집중을 하고 있대? 별 거 없는 거기만 해봐라. 잔소리를 해줄 테다.

       

       모니터에 나와 있는 건 한 쪽은 유찬이고 다른 한 쪽은… 화령님?

       

       저 분이 왜 유찬이랑 대련을 하고 있는 거야?

       

       ‘상대의 행동을 유도한 건 좋았지만 그게 너무 뻔했다. 한 번에 여러 개의 수를 심을 생각을 해라.’

       

       대련이 아니네? 화령님께서 유찬이한테 조언을 해주고 계신 거였구나.

       

       으음. 저런 거면 중간에 끊기는 어렵지. 서우가 구경을 하고 있었던 게 이런 이유였나.

       

       근데 그런 거였으면 회의실 쪽에 말을 해주러 왔어야지. 하여간에 아피스에서 천마캐릭터 다루는 거 아니면 얼이 빠져 있다니까.

       

       일단 나라도 상황을 알려주러…

       

       ‘지금 같은 경우에 내게 선택지가 세 가지가 주어졌었다. 봐라. 여기서 내가 한 걸음을 물러서면…’

       

       회의실에 가서 설명을 해야겠다 생각하던 영수는 화령이 하는 이야기를 듣다 멈춰 섰다.

       

       저런 식으로 움직여서 상대에게 선택지를 강요하는 게 가능하구나. 배웠다. 이건 나중에 애들한테 알려줄 때도 써먹을 수 있겠어.

       

       ‘대체 그걸 어떻게 다 읽어내시는 겁니까?’

       ‘익숙해지면 모든 게 자연스레 보이는 법이다. 방금 전 그대가 했던 것을 가지고서 예를 들어보자면…’

       

       화령이 유찬에게 하는 조언을 듣고 있던 영수는 그녀가 하는 말을 듣고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경악스럽네.

       

       지금 화령님이 하는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라면 저 사람은 방금 전에 유찬이의 움직임을 보고서 최소한 그 다음 다섯 수를 읽고 있었다는 이야기잖아.

       

       주먹을 가볍게 내질렀을 뿐인데 이게 말이 돼? 게임제작사에서 유저를 엿 먹이려고 만든 AI도 아니고 무슨.

       

       그것만 해도 충분할 정도로 놀라웠는데 거기서 영수의 입에 감탄을 더한 것은 화령의 판단 어느 하나 근거가 없는 게 없단 사실이었다.

       

       단순한 직감이나 도박수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 모든 생각에는 그를 추측한 이유가 섞여 있어서 그녀가 하는 설명을 듣고 있다 보면 나라도 저를 추측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해보려고 한다면 예측은커녕 상대의 행동을 보는 것조차 어려울 텐데 말이다.

       

       순간순간에 따라 판단이 달라져야 하는 아피스에서 저 사람은 왜 체스를 두고 있는 거야.

       

       그것도 어디 어중간한 실버 브론즈를 상대로 하는 것도 아니고 프로로써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는 사람을 상대로.

       

       상대의 움직임을 완벽히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무술 실력에서 나온 조언은 프로팀 코치인 영수의 입장에서도 유용했으니.

       

       영수는 수첩을 꺼내 들어 그녀가 유찬에게 해주는 조언을 받아 적다가 정신을 차렸다.

       

       …아! 회의실에 다들 기다리고 있을 텐데!

       

       이래서 서우가 그대로 붙잡혀 있었구나. 이제 선수에서 은퇴한 나조차도 정신줄을 놓아버릴 지경인데 아직 경기에서 뛰고 있는 서우는 더하겠지.

       

       그냥 회의실에 있는 감독님이랑 코치들도 여기로 데려와야겠다. 화령님이 해주는 조언은 분명 우리 팀에 도움이 될 테니까.

       

       하아.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진작부터 화령님 방송을 열심히 볼 걸 그랬어.

       

       서우가 하는 헛소리를 듣고서 무의 이치에 관해서는 관심을 가질 필요 없다 판단을 내리는 게 아니라.

       

       마이 튜브를 한다고 하셨지. 거기에 여태까지 하신 방송들도 남아 있으려나.

       

       *

       

       “이쯤하면 알아들었으리라 믿으마.”

       “…넵.”

       

       부족한 부분을 하나하나 지적하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길어졌구나.

       

       나름대로 기본기가 나쁘지 않은 녀석이라 가르쳐주는 대로 어느 정도 따라오는 것을 보고 있자니 흥이나 버렸어.

       

       이 정도쯤 해줬으면 앞전에 괴롭힌 것에 대해 충분한 보상이 된 듯 하구나.

       

       비틀거리는 다리로 간신히 서 있는 남자아이를 내버려 둔 채 게임에서 빠져나오자 본인이 VR캡슐 안에 들어오기 전의 네 배는 될 법한 인원들이 모니터 앞에 모여 있었다.

       

       내가 고개를 들자마자 그들의 시선이 내게로 쏟아졌다.

       

       “화령님. 너무 박살을 내신 거 아닙니까.”

       

       한서우가 웃음을 흘리며 그리 목소리를 낸 것을 시작으로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가 그 뒤를 따랐다.

       

       “화령님! 와. 진짜 쩔었어요!”

       “실제로 보니 더 놀랍네요. 혹시 저랑도 대련 한 번만 해주실 수 있습니까?”

       “죄송한데 제 플레이 보고 조언 한 번만…”

       “무의 이치라는 게…”

       

       뭐 그리 호기심이 가는 것이 많은지.

       

       먹이를 달라고 보채는 아기새들 마냥 본인에게 질문을 던지는 꼴을 보고 있자니 절로 품 안의 곰방대로 손이 향했다.

       

       이 곳은 실내이니만큼 흡연을 해선 안 되겠지만 거슬리기는 하는 군.

       

       저들의 대답에 하나하나 친절한 대답을 돌려주다가는 언제가 되더라도 결말이 나지 않을 듯 하니 잠시 입을 닫게 만들까.

       

       작은 위압감만을 줄 생각으로 가벼이 살의를 흩뿌리자 그제서야 방 안에 고요가 자리 잡았다.

       

       “거기. 소윤 씨?”

       

       창백해진 얼굴들 사이에서 그나마 믿음이 가는 얼굴을 찾았다. 이러한 상황을 정리하는 데에는 저 자가 최선의 인선이겠지.

       

       “상황 정리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아! 네. 알겠습니다. 잠시.”

       

       그는 내 근처에 몰려 있던 이들을 하나 둘 뒤로 물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혼란스럽던 상황을 정리한 소윤은 내 앞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그는 우선 손님분께 실례를 끼쳐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전한 후에 이야기를 이었다.

       

       “방금 전에 화령님께서 유찬 선수를 상대로 조언을 해주신 것이 워낙에 뛰어났던지라 다른 선수들도 관심을 참을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건 괜찮아요.”

       

       무를 다루는 자가 자신의 부족함을 조언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앞에 두고 흥분하지 않을 수는 없지.

       

       만일 그에 태연할 수 있는 자가 있다면 그는 무인으로써 실격이라 해도 무방하니까.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필요하다면 이 곳에 있는 분들에게 조언을 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뭐어. 여기에 실질적으로 경기를 뛰는 선수라고 해봐야 열 댓 정도밖에 되지 않을 터 아니더냐.

       

       그 놈들을 한 곳에 집어넣고 본인에게 덤비라 그런다면 그리 오랜 시간도 걸리지 않을 터.

       

       내가 그리 이야기를 하자 뒤편에 서있던 이들이 반색을 했다. 본인이 남성에게 설명해주었던 것들이 마음에 들었나 보구나.

       

       “물론 해주시면 좋죠. 근데 그 전에 이야기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뭔가요?”

       “혹시 아피스 프로팀 선수나 코치로 활동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소윤은 그리 말미를 꺼내고는 내게 프로팀에 소속될 경우 받을 수 있는 여러 혜택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최고가 되면 얼마를 벌 수 있을 것이라던가.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명예라던가. 구단에서 여러 편의를 봐준다던가 하는 내용 말이다.

       

       천마의 딸이 되기 전 본인에게 들려주었다면 구미가 당겼을 이야기였다. 반쯤 지워져버린 기억이긴 하다만 그 시절의 난 평범한 남성에 불과했으니까.

       

       허나 지금의 나는 그런데에 자그마한 관심조차도 없었다.

       

       생각해보라. 본인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무림의 제일인이었다. 바란다면 부건 명예건 뭐건 간에 모두 다 얻을 수 잇는 위치였다는 소리다.

       

       그런 내가 저런 것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있겠느냐.

       

       본인은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다. 부족함이라 할만한 것이 조금도 없는데 굳이 욕심을 낼 이유가 어디 있는가.

       

       만일 아피스 프로라는 것들 중에서 본인을 즐겁게 만들어 줄만한 무를 지닌 이가 존재했더라면 흥미를 가졌을 지도 모르겠다마는 한서우 저 녀석이 최강자 취급을 받는 것을 보면 아피스의 프로게이머들도 다 거기서 거기일 게 분명하잖나.

       

       본인이 거기에 관심을 보일 이유는 없다.

       

       코치도 마찬가지다.

       

       이 곳에 소속된 이들을 가르침으로써 본인이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해봐야 무의 이치를 전파할 수 있다는 것 정도일 터인데 그는 본인이 방송을 하면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않은가.

       

       오히려 본인의 방송을 통해서 퍼지는 것이 더 많다고 볼 수도 있지.

       

       그러니 본인은 어느 쪽이건 간에 관심이 없다.

       

       내가 고개를 젓자 소윤은 몇 번인가 설득을 하다 이내 포기를 하곤 목을 주물렀다.

       

       “죄송합니다. 화령님의 모습을 보니 욕심이 나서 말입니다.”

       “그럴 수 있죠.”

       

       별 신경 쓰지 않는다. 한 집단을 이끄는 입장에서 눈에 띄는 인재가 보인다면 그를 끌어들이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그리 대답을 하고서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주머니에 넣어 둔 곰방대를 만지작 거리며 소윤에게 물음을 던졌다.

       

       “근데 이 건물 흡연실은 도대체 어디죠?”

       

       결국 회의실 바깥으로 나온 목적은 곰방대를 입에 무는 것이었는데 본인은 여태까지 이를 피우지 못했단 말이다.

       

       *

       

       “화령님이 강하시긴 하지만 저희를 너무 무시하시는 거 아닐까요.”

       

       한서우의 옆에 서 있던 정한은 자신의 손에 들린 도끼를 어깨에 짊어지며 그리 말했다.

       

       “저희 구단 전체를 한 번에 상대하겠다고 하시다니.”

       

       정한의 입장에선 이렇게 생각을 할 법 했다.

       

       구단에 소속되어 있는 프로게이머들을 한 번에 상대하겠다니.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으니까.

       

       아피스라는 게임이 캐릭터의 숙련도에 따라 성능차이가 천차만별로 나는 게임이다 보니 혼자서 여러 명을 상대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허나 그건 어디까지나 다수에 속한 이들이 이 게임을 심각하게 못 할 때의 이야기.

       

       일정 이상의 실력이 있다면 다대일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당장 한국 최고라 불리는 한서우도 삼대일 이상은 어려워하지 않는가.

       

       가끔 가다 그 이상을 이기는 경우가 있다는 게 그의 실력을 증명하는 점이긴 하지만.

       

       “될 걸.”

       “…네?”

       “충분히 되고도 남을 거야.”

       

       허나 한서우는 정한의 물음에 한치 망설임도 없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는 결코 농담이 아니었다. 화령의 모습을 노려보는 눈은 대회를 할 때만큼이나 진중했으니까.

       

       “절대로 방심하지 마라. 언제 어떤 식으로 박살이 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테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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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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