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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6

        

         

       엘라는 게이밍 오목눈이와 함께 정원을 거닐었다.

         

       아니, 어쩌면 게이밍 오목눈이에게 산책을 당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게이밍 오목눈이가 원하는 곳을 가리키면 그곳으로 걸어갔고, 그렇게 게이밍 오목눈이의 인도 아래 실컷 정원을 구경했다. 때로 경치가 좋은 곳을 발견하면 멈춰서서 그곳을 감상하기도 했다.

         

       오딜리아의 감독 아래 확 바뀌어버린 정원은 그녀의 눈으로 보기에도 아름다웠으며, 풍경 하나하나가 쉬이 찾아볼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갑자기 확 바뀐 까닭일까?

       정원을 감상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는 조금 부족한 편이었다.

         

       그렇기에 선 채로 보거나, 아니면 천천히 걸어가면서 풍경을 감상해야만 했다.

         

       하지만 엘라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성취가 그리 높지 않다고 한들 그녀 역시 마녀.

       위치크래프트로 임시 의자를 만드는 것 정도야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씨앗을 뿌려서 급성장시켜서 의자 형태로 만들 수도 있었고, 나뭇가지를 휘게 만들어서 앉을만한 공간을 만들 수도 있었고, 덩굴을 늘어뜨리고 뭉치게 만들어서 그네처럼 만들어 거기서 쉴 수도 있었다.

         

       벌레?

         

       그것 역시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위치크래프트를 이용해 벌레가 싫어하는 향을 낼 수 있는 데다가, 그것을 뚫고 접근한다고 한들 게이밍 오목눈이가 뿜어내는 공격에 순식간에 타버렸으니까.

         

       꿈과는 달리 아주 미약한 힘만을 낼 수 있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미약하다고 한들 벌레 죽이는 것 정도야 뭐 어렵겠는가.

         

       게이밍 오목눈이는 엘라를 지켜야 한다는 자신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레이저처럼 빛을 발사했고, 주제도 모르고 엘라에게 다가오는 생체 드론들을 모조리 격추했다. 특히 모기라고 불리는 사악하고 해로운 생체 드론이 주된 희생양이었다.

         

       “어머나, 고마워요.”

         

       짹.

         

       엘라는 철통같이 자신을 지켜주는 게이밍 오목눈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게이밍 오목눈이는 그녀의 손길이 기분 좋다는 듯 몸에 힘을 빼고 그대로 몸을 맡겼다.

         

       그렇게 평화롭게 게이밍 오목눈이와 엘라는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주 평화롭고 평온하며, 잔잔한 시간을 말이다.

         

       어쩌면 시골에서 목가적인 풍경을 보며 마음을 돌리는 것 같은 느낌 같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평화는 잠시.

         

       슈욱.

       투-웅!

       턱!

         

       정원 저 멀리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정원에서 난다기에는 뭔가 이상한 소리였다.

         

       날카로운 것을 허공에 휘둘러 내는 소리 같기도 했고, 나무를 뭔가로 찍어내는 소리 같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땅을 파헤치는 것 같기도 하고, 둔탁한 것으로 나무의 밑동을 후려치는 듯한 소리 같기도 했다.

         

       ‘정원사일까요?’

         

       정원사가 일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그 생각은 사라져버렸다.

         

       정원사가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무식한 소리였기 때문이다.

         

       정원을 관리하는 것은 분명 체력이 필요한 일이다.

       사다리 위에서 일하는 것은 예사요, 사람 목도 벨 수 있을 것 같은 커다란 가위를 이용해 손질해야 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게다가 그렇게 잘라내고 나면 그 뒷정리까지 해야 하니, 힘이 안 들래야 안 들 수가 없었다.

         

       하지만 힘이 필요하다는 것과 힘을 무식하게 쓰는 것은 다른 이야기였다.

         

       저 소리는 정원을 정돈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무언가를 들고 정원을 때려 부수는 것에 가까운 소리였다.

         

       엘라는 살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엘라는 곧 호기심에 이끌려 소리가 들린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 것을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저건….’

         

       정원사나 인부 대신 아주 이상한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상한 가면을 쓰고 도끼를 휘두르고 있는 사람이 말이다.

         

       황금으로 만든 것 같은 가면은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각기 다른 동물의 해골을 이리저리 겹쳐서 만들어놓은 것 같은 가면을 쓰고 있었으며, 짙은 초록색의 옷감을 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손에는 도끼를 들고 있었는데, 금속 부분은 노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도끼의 자루는 덩굴을 이리저리 꼬아서 만든 것 같은 모양새였으며, 끝부분에서는 피로 보이는 액체가 방울져서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떨어지는 핏물은 도끼를 허공에 휘두르는 남자의 움직임에 맞춰 저리로 날아가고 이리로 날아가기를 반복하면서 사방에 퍼져나가고 있었다.

         

       기괴하면서도 신비스러운 모습이었다.

         

       슈욱.

       투-웅!

         

       남자는 황금과 덩굴을 이용해 만든 도끼를 허공에 휘두르다가도 이상한 춤을 추는 듯 기묘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리고 그 춤의 끝에 도끼를 횡으로 휘둘러 나무를 찍었고, 나무에 상처를 낸 뒤에는 의식이라도 하듯 다시 허공에 도끼를 휘둘렀다가 자루로 나무의 뿌리 부분을 세게 내려치기도 했다.

         

       그 모습은 광인이 허우적대는 것으로 보이기도 했고, 밀교의 사제가 이상한 의식을 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엘라는 게이밍 오목눈이를 껴안은 채 숨을 죽이며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햇빛이 내려와 황금 가면과 황금 도끼와 부딪치며 노란빛으로 반짝이고, 그 빛이 궤적에 따라 부서지기를 반복하는 그 신비로운 광경을 말이다.

         

       턱!

         

       남자는 도끼를 휘둘렀다.

         

       허공에 휘둘렀고, 나무에 휘둘렀고, 뿌리에 휘둘렀다.

       그리고 황금 도끼를 그대로 나무에 꽂은 채 맨손으로 춤을 추기도 했으며, 특정 위치에서 발을 구르기도 했다.

         

       투웅-!

         

       그렇게 발을 구를 때마다 땅은 움푹 파였다.

       마치 건장한 남자가 커다란 삽으로 땅을 파기라도 한 것처럼 구덩이가 생겨났으며, 흙이 원형을 그리며 바깥쪽으로 밀려 나갔다.

         

       투웅-!

         

       그렇게 그 구덩이에서 발을 빼고 남자가 높이 뛰어올라 다른 곳에 발을 구르면, 그곳에 또 다른 구덩이가 생겨났다.

       발자국보다도 훨씬 커다란 넓이의 원이 그려졌으며, 오목한 냄비처럼 반듯한 모양새로 땅이 파였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구덩이는 이윽고 문양을 만들어내었다.

         

       점이 모여서 만들어진 기묘한 문양.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문양이라기에는 규칙이 없었으며, 자연적으로 만들어냈다기에는 신비로움을 가득 품고 있는 문양이었다.

         

       세간에서 페어리 서클(Fairy circles)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저런 형태이리라.

         

       그렇게 페어리 서클이 만들어지자 남자는 자리에 멈추어 섰다.

       이제 더 이상 춤을 출 필요가 없다는 듯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섰으며, 몸을 천천히 돌려 황금 도끼가 꽂힌 나무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나무를 향해 다가가는 대신 허공에 손을 뻗었다.

         

       쩌억.

         

       그러자 도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이리저리 비틀어 뽑아내기라도 한 듯 소리를 내며 그대로 나무에서 뽑혔다. 그리곤 천천히 허공을 날아서 그의 손에 쏙 들어갔다.

         

       남자는 황금 도끼를 한 손에 쥔 채 슬쩍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과정에서 햇살이 황금 가면에 부딪혔다가 부서지며 찬란하게 빛을 발했고, 구석진 곳에서 숨어 의식을 지켜보고 있던 엘라에게 다다랐다.

         

       번쩍.

         

       빛은 순간 엘라의 시야를 새하얗게 만들었다.

         

       황금 가면에 반사된 빛이 엘라의 눈에 정확히 들이닥치자 그녀는 일시적으로 시야가 차단되었다. 하지만 한밤중에 어마어마한 광량을 맞은 것도 아니라, 잠시 태양 빛을 맞은 것이기에 큰 피해는 없었다.

         

       그녀의 시야는 얼마 되지 않아 곧바로 회복되었고, 다시 제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원래대로 돌아온 눈이 처음 비춘 것은….

         

       반짝이는 황금 가면이었다.

         

       “꺄아아악!”

         

       그녀가 눈을 감았다 뜨는 그 찰나의 순간.

       황금 도끼를 휘두르며 이상한 의식을 하고 있던 남자는 그녀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가면 속에 뚫린 자그마한 구멍은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고, 기묘하다 못해 기괴하기까지 한 가면은 그녀를 잡아먹을 듯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엘라는 기겁하며 비명을 내질렀다.

         

       남자는 엘라가 비명을 지르자 천천히 손을 가면으로 가져갔고, 가면을 위로 올려서 벗으며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었다.

         

       토끼 같은 얼굴의 남자였다.

         

       “어?”

         

       그 얼굴은 엘라가 아주 잘 아는 얼굴이었다.

         

       볼 때마다 간질간질한 느낌을 주는 남자의 얼굴이었으니까.

         

       “헤어 박?”

       “이거 놀라게 해서 죄송합니다.”

         

       진성은 방긋 웃으며 엉덩방아를 찧은 엘라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흐, 흐흠.”

         

       엘라는 민망한 듯 눈을 이리저리 피했다. 하지만 계속 이 자세로 있는 것이 더 민망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슬쩍 진성의 손을 바라보곤 살짝 손을 얹었다. 그러자 진성은 살며시 그 손을 잡고 잡아당겼고, 엘라는 그 손길을 따라 천천히 몸을 일으켜 자리에 섰다.

         

       “자그마한 의식을 하고 있었는데, 어찌 볼만하셨는지요?”

       “네? 네…. 신비로운 모습이기는 했는데….”

       “하하. 그랬다면 다행입니다. 레이디가 보기에는 조금 자극적인 장면이지 않을까 걱정되었거든요.”

         

       진성은 엘라의 얼굴을 천천히 살펴보더니 방긋 웃었다.

         

       “마음이 어지러우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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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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