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276

       

        

        

        

        

        

        

       ───타앙! 타앙! 타앙!

        

        

        

       “위치가 안 좋아…!”

        

        

        

        한편, 로건이 스킬 활성화 구역 인근을 돌아다니며 말 그대로 킬을 쓸어담고 있을 무렵, 의외로 유진은 상당한 고전 중이었다.

        

        그녀의 손에는 아무런 총기조차 들려있지 않았다. 말 그대로의 빈털터리 그 자체. 이렇게 된 이유는 상당히 간단했다 – 눈을 뜨고 시작한 지점은 말 그대로 적들이 널려있는 핫플레이스였고, 당연하게도 그녀는 초반부 교전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총기 자산은 한정적이었고, 그곳에 허용 역량 이상의 사람이 쏟아지면 자원이 고갈되는 것은 당연했다. 요컨대 유진을 포함한 네 명 가량의 인원들은 처음에는 신나게 싸워댔으나, 이내 가진 총알을 모두 잃고 잽싸게 줄행랑치거나 유진에게 뚝배기가 깨져버린 것이었다.

        

        그것만으로 끝이었으면 다행이었겠지만, 그 근방은 여전히 적들로 득실거렸으며 – 이는 다르게 말하면 어지간한 초반 자원을 다른 이들이 전부 싹 쓸어버렸단 점이었다.

        

        총은 있었지만 탄환이 없는 상황.

        

        유진이 선택한 방안은 빤쓰런이었다.

        

        

        

       “아니, 뭐 저렇게 빨라!?”

        

        

        

        물론 유진의 도주 실력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선수들조차도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 뿐. 탄환이 없다면 말짱 꽝이었다.

        

        결국 유진은 탄환을 포함한 제대로 된 무기가 나올 때까지는 몸을 가볍게 만들어야만 하는 필요성을 느꼈고, 빠르게 접근 중인 적을 향해 몸에 매고 있던 총이라는 이름의 묵직한 쇳덩어리를 그대로 집어던졌다.

        

        

        

       “커헉!”

        

        

        

        콰직!

        

        심상찮은 소리. 상당한 유효타였지만 아쉽게도 실드에 막혀버린다. 하지만 유진은 이미 방금까지 있던 자리에서 퇴피한 상태였고, 반 박자 느리게 당사자가 있던 자리에서 부서진 콘크리트 파편이 후두둑 튀어올랐다.

        

        그러나 잠시 주춤했을 뿐, 그 기세는 꺾이지 않는다. 상대는 이미 유진의 정체를 눈치챘고, 그 어떠한 기회비용을 소실하더라도 당사자를 꺾기로 결정을 내린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그 역시 사실이었고.

        

        혹여나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총을 줍기 전에 사살한다. 그것의 적의 명제였다.

        

        그렇기에 두 명 다 필사적으로 거리를 벌리고, 좁히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조그마한 창고가 있었다.

        

        

        

       ───카카캉!

        

        

        

       “어으.”

        

        

        

        가까스로 엄폐물에 숨자마자 날아드는 탄환.

        

        유진은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안에 총기가 들어있어야만 하는 박스들은 이미 열려져 있었고, 그나마 한두 정의 권총 정도가 바닥에 적당히 흩어져있을 뿐.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견제는 가능하리라.

        

        한 바퀴 구르며 총탄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낸 다음, 권총을 손잡이가 으스러져라 잡으며 연발 속사. 이게 권총인지 뭔지 헷갈릴 정도의 빠른 사격. 글록의 17발들이 탄창을 절반 이상 비웠을 즈음에야 적은 상당한 타격을 받고는 그제서야 엄폐물로 숨는다.

        

        아무리 그래도 9발 이상의 탄환이 머리와 급소 등 방어하기 어려운 영역에 맞는다면 상당한 대미지를 입을 수밖에 없었으므로.

        

        

        

       ‘여분의 탄창은…두 개 정도?’

        

        

        

        터무니없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었다. 적도 호되게 역관광을 당해버린 이상 이제부터는 성급하게 밀어붙이려고 하지 않을 테니.

        

        하지만 실드만 부순다면 그때부터는 근접전의 영역으로 돌입할 수 있다. 그리고 유진의 집중력은 해당 시점에서 최고조를 찍었으며, 즉각적으로 돌격함과 동시에 몇 개나 되는 사전 기동 루트를 계산한다.

        

        권총과 돌격소총이 서로를 향해 불을 뿜는다. 그닥 크지도 않은 소규모 창고에서부터 무지막지한 소음이 울려퍼졌다. 실력은 엇비슷하지는 않았으나 화력의 차이가 그 갭을 메꾸었다.

        

        

        

       -카가각!

        

        

        

        빠르게 달리는 동시에 몸을 뒤로 눕혀 슬라이딩에 가깝게 엄폐물에 숨으며, 유진이 동시에 권총의 탄창을 갈았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빨랐던지 잔상마저 보일 지경이었고, 실질적으로는 사격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머릿속으로 탄창에 남은 탄환을 계산하고 유진을 향해 접근하려던 적은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몇 번이나 탄환을 얻어맞은 끝에 간신히 다른 엄폐물에 몸을 숨길 수 있었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남은 실드량을 확인했다.

        

        고작해야 30%만이 남은 상황. 그것도 그 무엇도 아닌 권총에.

        

        그는 그 시점에서 최소한의 남은 기회비용마저 계산할 때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본격적으로 수류탄마저 사용하기 시작했다. 찰그랑거리는 안전핀 부딪히는 소리가 유진의 귓전에 날아들었다.

        

        

        

       ‘과연 어디서 날아들어올지…!’

        

        

        

        하지만 그 순간, 적이 움직이며 접근한다. 또다시 납탄이 서로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상대는 유진의 권총을 더 이상 쓰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듯 애매하게 움직이며 탄환을 지속적으로 소모시켰다.

        

        마지막 탄창 하나. 삽탄과 노리쇠 전진을 끝마친 유진의 손가락이 다시금 움직였다. 현 시점에서 적의 예상 실드 잔존량은 이미 20% 이하. 그렇기에 그녀는 마지막 쐐기를 박기 위해 자리를 옮겼고, 또다시 총알이 교차한다.

        

        그리고 가장 교전이 격해진 시점에서 적은 승부수를 띄웠다.

        

        수류탄을 두 개나 까던진 것이었다.

        

        

        그 시점에서 유진의 총알은 단 한 발밖에 남지 않았다.

        

        

        

       ───탕!

        

        

        

        카앙!

        

        한 발의 수류탄 옆구리에 마지막 한 발의 탄환이 명중하며 궤도가 크게 비틀리지만, 그로부터 대략 20cm 떨어진 거리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드는 또 다른 하나의 폭탄은 유진을 향해 똑바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에 유진은 망설임조차 없이 권총을 집어던졌다.

        

        땅바닥에 떨어지지조차 못하고 허공에서 폭발한 두 개의 수류탄이 마치 태양빛을 방불케하는 형태로 사방팔방에 쇠구슬을 비산시켰다. 파편이 너나할 것 없이 양쪽의 실드를 난자했으나, 다음 순간 콰직 하는 불길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깨졌다.

        

        유진이 아니라, 적.

        

        그동안 쌓인 대미지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상대방의 실드가 처참히 무너진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 실드가 부서진 순간 무지막지한 속도로 움직였다.

        

        찰캉 하는 소리가 들린 순간 더 이상 날아오지 않는 탄환을 보고 모든 총알을 다 소진한 것이라고 판단, 승기를 잡기 위해 엄폐물에서 일어서며 즉각 제압사격을 날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빠악!

        

        

        

       “크윽…!”

        

        

        

        머리가 휘청였다.

        

        탄환에 맞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대미지가 있었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 적은 유진을 눈에 담았고 – 그녀의 손에는 무언가가 잔뜩 들려있었다.

        

        오로라 파워플랜트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공구. 그 중에서도 소형 렌치를 잔뜩 붙잡은 채, 그녀는 악귀나찰같은 표정을 지으며 보이지조차 않는 속도로 그것을 날려대었다.

        

        당연히 탄환에 비하면 입는 대미지는 미미했으나, 어디까지나 탄환에 비하면이었다. 게다가 조준점이 흐트러지며 맞아야만 하는 총알도 맞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유진은 그것으로 끝내지 않는다. 렌치를 회피하며 날아드는 적을 향해 던질 것은 많았고, 손에 잡히는 것 역시도 많았다.

        

        그리고 다음으로 손에 잡힌 것은 날카롭고 뾰족한 드라이버였다.

        

        

        

       -푸욱!

        

       -[알림 : 왼눈 치명적인 관통상. 상태이상 ‘실명’ 발생 // 잔류 시간 3분]

        

        

        

        삽시간에 왼눈이 검게 물든다. 묵직하게 깎여내려가는 HP가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었다.

        

        게임에서는 맨날 총알만 쏴대기 때문에 잘 모르는 사실이었지만, 이는 개발자들이 직접 이야기할 만큼 정교하게 구현된 물리엔진으로부터 비롯된 참사였다 – 그리고 저런 잡동사니들은 실제로 트랩에서도 흔하게 사용되었다.

        

        근데 그걸 직접 던져오다니!

        

        

        

       “신이시여,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입니까.”

        

        

        

        하지만 신은 없었다.

        

        그리고 그를 위한 신은 더더욱 없었다.

        

        묵직하게 숨을 토해낸 다음 엄폐물에서 일어난 그를 향해 날아든 것은 어마무지한 물리력이 실린 드라이버였고, 첫 번째로 날아든 것이 목을 관통하며 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땅바닥에 털퍼덕 널브러지는 순간에서조차 방아쇠에서 떼지 못했던 손가락이 두 번째 희생양이 되었다. 거칠게 날아든 그것이 손을 수직도 아닌 수평으로 관통하자 검지손가락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유진은 마치 강아지 한 마리로 인해 살인청부업자로 복귀한 그 킬러마냥 무자비하게 드라이버들을 던져댔고, 안타깝게도 이는 방탄복으로는 채 가릴 수 없는 약점인 얼굴을 향해 집중되었다.

        

        그렇게 5초나 지났을까.

       

        

        

       “───하아….”

        

        

        

        다섯 개가 넘는 액세서리가 얼굴을 블링블링하게 장식해줄 즈음이 되어서야, 적은 힘없이 팔을 늘어뜨리더니 그 자리에서 아이템만을 남긴 채 로비로 사출당하고야 말았다.

        

        그제서야 유진은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첫 번째 경기부터 그닥 되는 일이 없었지만, 원래 삶이란 그런 법이었다. 긴장이 걷히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확인했다. 사주경계는 그녀의 습관이었으므로.

        

        대략 30초 정도가 지났음에도 아무런 소리가 없자, 유진은 손에서 들고 있었던 망치를 떨어뜨리며 덧붙였다.

        

        

        

       “이것까진 안 써서 다행이네.”

        

        

        

        그와 동시에 바닥을 확인. 적이 남기고 간 잔해였다.

        

        탄창은 대략 3개 정도 남았고, 수류탄은 두 개. 역시 이번 판에는 본인만 그닥 재수가 없었던 게 확실했다.

        

        한숨을 내쉬며, 그녀는 장구류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큰 문제 없겠지.”

        

        

        

        금요일의 첫 교전이 이 모양이라니.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피식 웃은 유진이 문득 UI 한쪽에 떠오른 킬 로그를 확인했다.

        

        

        

       -[Eugene Killed Glorious with Screwdriver]

        

        

        

        참 섬세하기도 하셔라.

        

        아마 파이널 챔피언십 역사상, 혹은 이 게임 역사상 스크류드라이버를 맞고 죽은 사람이 있을까 생각하며, 유진은 후다닥 짐을 챙기고는 그 자리를 떴다.

        

        바닥에 오밀조밀 떨어진 스크류드라이버 여섯 개만이 그 자리에서 무슨 짓이 발생했는지를 암시할 뿐이었다.

        

        

        그리고-

        

        

        

        

        

        

        

        

        

        

        

        

        

        

        

       [일반]와씨1발 세상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충 스크류드라이버 살벌하게 집어던지는 유진짤>

        

        

       제발 그만좀해 무친련아…나이제무서워….

        

        

        

       [전체 댓글][등록순]

        

       -이거 실시간으로 본사람 개추좀 눌러볼까?wwwwwwwwwwwww

       ㄴ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구라 안치고 펍에서 술마시다가 오금저릴뻔했다 이 도라이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야너두?

        

       -아니 어떻게 사람이 시바 스크류드라이버로 같은 사람을 쳐죽이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존윅 기립박수하는 소리 여기까지들린다 ㅋㅋㅋ

        

       -선생님 진짜 두렵습니다 이제 그만해주십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팩트한사발)실제로 가능하단 뜻이다

       ㄴ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우리가잘못했어!제발살려줘!!!앞으로안깝치고도네도열심히잘할테니까!

       ㄴ분탕들을 이렇게 쳐내는 ㅋㅋㅋㅋ

       ㄴ눈에 드라이버 꽂히는 것보단 콩밥이 백배낫지wwww

        

       -와 면상에 도대체 몇 개를 꽂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

        

       -얼굴에서 스크류드라이버가 쑥쑥자라농wwwwwwwwwwww

        

       -구라안치고 진짜 무서운데 ㅋㅋㅋ

        

       -다이스랑 하모니년 나중에 경기결과 돌려보고 식겁하겠어 아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 뭐? 내가 저런 사람한테 배웠다고?

       ㄴ사람은 무력을 앞에 두었을 때 겸손해진다….

       ㄴ사람을 꽃꽃이대로 만들었는데 안 겸손해질 사람이 누가 있는데 ㅋㅋㅋㅋㅋㅋㅋ

        

       -리빙포인트)이 전에는 대가리에 렌치 한 5개 던졌다

       ㄴ심지어 아직 망치는 꺼내지도 않았음

       ㄴ아니 망치요? 선생님 제발 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혹시 비얌 눈에는 사람 대가리가 못머리로 보이나요?

       ㄴ깝치면 그렇게 될지도www

        

       -죽기 몇십 초 전에 신한테 기도한게 존나웃김 ㅋㅋㅋㅋ

       ㄴ이딴 사건을 당하면서 신을 안 찾으면 그것대로 레전드wwwww

        

       -소신발언)바닥에 스크류드라이버 떨어진게 제일무서움

       ㄴ우리는 그걸 다잉메시지라고 하기로 했어요

        

       -드라이버 집어던지기 전에 수류탄 2개 처리한것도 미쳤으니 꼭봐라

       ㄴ솔직히 오늘 경기 안본새1끼들이 어딨음여기 ㅋㅋㅋㅋ

        

        

        

        

        

        

        

       

        

        

        

        

        

        

        

       “아니, 선생님. 도대체 이게 무슨.”

        

        

        

        어버버.

        

        매디슨 스퀘어 가든 내, 6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경기장. 그 안에서 본선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중 대다수가 입을 쩍 벌린다. 개중에는 턱을 다물지조차 못하다가 기어코 턱이 빠져버린 탓에 급하게 이 근방에 설치된 의료캠프로 향하는 이도 있었다.

        

        다행히도 그 사이에 있는 하모니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놀람의 정도는 다른 이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못하지는 않았다. 마치 표창이나 투척용 나이프마냥 드라이버를 던져대는 모습은 그야말로 귀신에 준하는 모습이었으니까.

        

        게다가 그것이 마지막 발악의 일환이 아니라는 사실이 모든 이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최소한의 사리분별조차 하지 못했더라면 유진은 실드가 꺼지지조차 않은 적의 몸뚱아리에 드라이버를 던졌을 것이며, 그 어떠한 대미지도 가하지 못했을 테니까.

        

        하지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끝에 그녀는 권총, 그리고 본인의 것이 아닌 수류탄 정도만으로 적의 실드를 까부쉈다.

        

        그리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에….”

        

        

        

        경기가 한창 진행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잖아 최소 만 명의 사람들이 몇 번이고 다시보기를 돌려보고 있었으며, 하모니 역시도 그 사이에 빠질 뻔했으나 간신히 정신을 잡았다.

        

        스크류드라이버의 충격이 가실 즈음, 어느덧 남은 사람은 50명 이하. 킬존은 시시각각 좁아지고 있었으며, 가까스로 총을 획득한 유진은 이미 날아다니고 있었다 – 그러나 그것이 이전처럼 경기가 원활히 진행되고 있단 뜻은 아니었다.

        

        목요일의 충격을 딛고 일어난 이들은 뒤늦게라도 스킬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그것만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들은 한국의 플레이를 분석하며 스킬에 대해 어느 정도의 예방접종을 맞았기 때문이었다.

        

        무려 파이널 챔피언십의 마지막 날이나 되어서야 어느 정도 스킬에 대해서 대비책 – 실질적으로는 구색 갖추기의 일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만 – 을 보유하게 되었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아무튼,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히엑….”

        

        

        

        5,162,387.

        

        다르게 말하면 하모니가 오픈한 중계방을 통해 파이널 챔피언십의 마지막을 시청하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

        

        그리고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이들의 거의 전원이 방금 유진이 보여준 기행…혹은 살벌한 플레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좋다 ㅋㅋ 클립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휴 내가 이래서 다크존프로안함 ㅋㅋㅋㅋㅋㅋㅋㅋ

       -지1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런 것까지 대비해야한다면 나는 그 정도 실력 있어도 그냥 안하고만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사람이신가요 싀1바?

        

        

        

        어, 아마 아닐지도.

        

        아무튼 확실한 것은, 이번 파이널 챔피언십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그리고 오랫동안 회자될 거라는 사실이었다.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리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경기는 계속 되었으며, 그제서야 사람들은 유력한 우승 후보인 몇몇 유저들이 갖춘 세팅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유진은 스탠다드하지만 동시에 꽤나 기이한 세팅이었다 –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EMP 펄스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었을까. 스킬 활용이라면 파이널 챔피언십에서도 단연 투탑을 달릴 그녀가 선택한 것이 스킬을 무력화하는 스킬이라. 당연히 이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한편 이러한 논의에서 로건 역시 빠질 수 없었는데-

        

        

        

       “와, 방탄 방패. 고가치 연구 시설에 있는 저거넛들도 못 뚫을 것 같네요.”

        

        

        

       -아니 북극곰이 방탄방패에 총까지 들었어? 시상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카엘 오열하는 소리 여기까지 들리는wwwww

       -정면에서 돌격하는 장갑차도 막게 생겼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로건눈나 방탄찌찌개쩔어!!!!!!!!!!!!!!!!!!!!!!!!!

       -방탄찌찌 ㅇㅈ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난동을 부리는 시청자들을 뒤로 한 채, 하모니는 생각에 잠겼다.

        

        과연 유진의 EMP 펄스가 유리할지, 방탄 방패가 유리할지…확실한 것은, 전자는 방탄 방패의 수복을 방해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유진이 먼저 방탄 방패를 깨부수게 된다면 유진이 승리할 확률이 좀 더 높았고,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로건이 이길 확률이 높았다.

        

        그나저나, 안 그래도 너프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소리가 간간히 나오던 방탄 방패를 로건이 들었다는 건, 어쩌면….

        

        

        

       “…아무래도 진짜로 하시려나보네.”

        

        

        

        어쩌면, 다이스는 잠자는 북극곰에서 그냥 도망친 게 아니라 코털을 뽑고 도망친 게 아닐까.

        

        그다지 좋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미리 다이스 씨의 명복이나 좀 빌어줘야겠다.’

        

        

        

        북극곰의 잠을 깨운 죄는 무거울 것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머리 액세서리(드라이버)

    꽂아서 고정할 수 있습니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