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76

        공물의 지시에 따라, 나는 차례차례 주사위를 굴렸다.

        그리고 그에 따라 결정된 내 캐릭터의 항목은 다음과 같았다.

       

        이름 : 라나

        종족 : 수인족 (???)

        직업 : 상인

        근력 : 5

        민첩 : 12

        지혜 : 14

        외모 : 12

       

        “흠…….”

       

        이것은 모두 주사위를 굴리는 것으로 만들어진 항목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하고 있자니, 채팅창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 뭐임?

        – 주사위 왤케 잘 나옴?

        – 나쁘지 않은데?

        – 라나님이 상인이랔ㅋㅋㅋ

        – 혹시 저주템 안끼셧나요?

        – 아닠ㅋㅋㅋㅋ

       

        “어제 말했지만, 내 행운은 어디까지나 ‘재물운’에 한정된단다.”

       

        물론 평균적으로 행운이 높긴 하지만 재물운에 비한다면 그렇게 크지 않다.

        그리고 오늘 하는 TRPG에서 굴리는 주사위는, ‘재물운’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부류다.

        즉, 여기서 압도적인 행운이 발휘될 이유가 없다.

       

        내가 그렇게 시청자들을 달래는 사이, 애플파파이가 공물에게 물었다.

       

        = “공물님!”

       

        = “네.”

       

        = “이번에는 그런 거 없어요? 주사위 다시 굴리는 거.”

       

        = “아, 해드릴까요?”

       

        “무슨 대화하는 것이냐?”

       

        나는 이해하지 못할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기에, 나는 생각을 그만두고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러자 요로케가 내 질문에 답을 해주었다.

       

        = “지난번 합방에서는 마음에 안 드는 부분에서 주사위를 다시 굴릴 수 있게 해줬거든요.”

       

        “호오. 그렇구나.”

       

        하긴.

        지금 캐릭터를 만드는 방식은, 모든 종족부터 능력치까지 모든 부분을 주사위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것은 어찌 보면 현실을 반영한 것 같기도 하지만 동시에 게임으로써 보자면 지나치게 운에 맡기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빨리 도망쳐야 하는 작은 초식동물의 능력치가 힘에만 들어가 있다면?

        그렇다면 초식동물은 도망치지 못한 채 그대로 잡아먹히겠지.

        예시가 조금 이상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문제점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 “예에. 그럼, 하나만 재굴림 할 수 있게 해드릴게요.”

       

        = “그러취!”

       

        = “이예이!”

       

        결국 이번에도 하나의 항목을 골라 다시 주사위를 굴릴 수 있게 되었다.

        사용해도 되고, 사용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흠.”

       

        나는 내 캐릭터의 항목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공물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내 캐릭터의 직업을 다시 정해도 되겠느냐?”

       

        = “아이고. 그럼요!”

       

        = “와. 저 형, 저렇게 아부하는 거 처음 보는 듯.”

       

        = “레알크크.”

       

        게임 마스터(공물)의 허락하에, 내 캐릭터의 직업이 다시 정해진다.

        그리고 그렇게 정해진 다른 직업은…….

       

        “테이머?”

       

        – ㅋㅋㅋㅋㅋ

        – 아닠ㅋㅋㅋㅋ

        – 동물이 동물을ㅋ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ㅋ

        – 진짜 행운력에 장난 치신 거 아니죠?

        – ㅋㅋㅋㅋㅋㅋ

        – 미치겠넼ㅋㅋㅋㅋ

       

        새로 바뀐 직업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니, 게임 마스터가 설명해 주었다.

       

        = “테이머는 동물 사육사예요. 원하시면 능력치와 스킬 개수를 깎는 대신, 동물 캐릭터 하나를 데리고 시작하실 수 있어요.”

       

        “그렇구나.”

       

        = “그리고 마침 수인족이시니까, 게임 마스터 권한으로 보너스도 드릴게요.”

       

        = “형. 우리는?”

       

        = “이건 뉴비 우대입니다.”

       

        투닥거리는 다른 멤버들을 무시한 채 잠시 고민에 들어갔다.

        하지만 결국 답은 빠르게 나왔다.

       

        “그래. 그렇게 하지.”

       

       

        *            *            *

       

       

        최종적으로 결정된 내 캐릭터는 다음과 같았다.

       

        이름 : 라나

        종족 : 수인족 (고양이)

        직업 : 테이머

        근력 : 4

        민첩 : 10

        지혜 : 8

        외모 : 12

        스킬 : (회피), (질주), (설득), (은신), (요리)

        종족 특성 : 동물과 대화 가능

        직업 특성 : 시작시 동물 캐릭터 하나를 데리고 시작

       

        고양이 베이스의 수인족으로 결정된 것은, 오로지 시청자들의 의견을 따랐기 때문이었다.

        다양한 동물들이 나왔지만,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던 것이 바로 저 고양이었다.

       

        그리고 내 캐릭터를 완성한 다음엔, 내가 데리고 시작할 동물도 정해졌다.

       

        이름 : 스파크

        종족 : 개 (골든 리트리버)

        직업 : 사냥꾼

        근력 : 5

        민첩 : 6

        지혜 : 4

        외모 : 10

        스킬 : (탐색), (물기), (매혹)

        종족 특성 : 탐색 시 +8

        직업 특성 : 기습 공격 시 +5

       

        이번에도 동물의 종류는 시청자들의 의견에 따라 정했다.

        찾아보니, 골든 리트리버라는 견종은 조렵견(새를 물어 오는 개)으로 활용되던 품종이라고 했기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아! 이름은 내가 정했다.

        당연히 출처는 오늘 아침 식사를 가져왔던 시종의 이름이다.

       

        – 아닠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시종 이름 좀 그만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시끄럽다!

        나는 채팅창을 바라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어쨌든 이후엔 내 캐릭터의 상세 설정을 짜기 시작했다.

        캐릭터의 나이와 생김새, 배경설정과 같은 것들.

        다행히 즐겁게 만들 수 있었다.

       

        = “자! 다들 정해졌으면, 이제 시작할게요.”

       

        = “네에에!!”

       

        = “알겠습니다!”

       

        그렇게 약 1시간에 걸친 캐릭터 만들기 끝에, 우리는 마침내 본격적인 게임에 들어갈 수 있었다.

       

       

        *            *            *

       

       

        블렌드님.

        당신은 엘프 기사입니다.

        나르시스트 기질이 다분한 당신은, 오늘도 숲속에서 자기 모습을 구경하며 감탄합니다.

       

        = “아! 오늘도 난 멋있어.”

       

        = “아닠ㅋㅋㅋㅋ” (애플파파이)

        

        = “우엑ㅋㅋㅋ” (요로케)

       

        그 순간, 당신이 바라보던 거울 속 당신의 모습이 일그러지기 시작합니다.

        아름다웠던 당신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지고, 그 대신 흉측한 괴물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 “와 씨! 감히 내 아름다운 모습을! ……하면서 검으로 찌르겠습니다.”

       

        네. 그럼 D20 굴려주세요.

        (민첩 판정 – 18 : 실패)

       

        당신의 검은 거울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당신의 몸마저 거울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 “끼에에에엑?!”

       

        그렇게 당신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이름 : 블렌드

        종족 : 엘프

        직업 : 기사

        근력 : 10

        민첩 : 13

        지혜 : 5

        외모 : 8 +5

        스킬 : (제국 검술), (기승), (협박), (도발), (급소 가격), (패링)

        종족 특성 : 외모에 +5

        직업 특성 : 갑옷을 입고 시작

       

       

        *            *            *

       

       

        요로케님은 드워프 학자입니다.

       

        = “아악! 왜 내가 그 난쟁이놈들이야아아악!!”

       

        = “아하핰ㅋㅋㅋ” (브렌드)

       

        = “엘프가 드워프 역할이얔ㅋㅋㅋ” (애플파파이)

       

        오늘도 대학에서 자기 학생들에게 ‘C 뿌리기’를 하던 당신은, 갑자기 당신이 다니던 대학교가 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 “이렇게 갑자기요?”

       

        = “개 뜬금없네.” (애플파파이)

       

        = “C 뿌리기 해서 벌 받은거지.” (블렌드)

       

        = “그렇네. 적어도 B는 줬어야지.” (빵실이네)

       

        “음?”

       

        술에 취해 골목길을 헤매던 당신은, 적당히 골목길에 누워 잠을 청합니다.

       

        이름 : 요로케

        종족 : 드워프

        직업 : 학자

        근력 : 10

        민첩 : 7

        지혜 : 9 +5

        외모 : 18

        스킬 : (구르기), (관찰), (중급 마법), (고대 언어), (협상), (감정)

        종족 특성 : (손재주) 스킬 포함

        직업 특성 : 지혜에 +5

       

       

        *            *            *

       

       

        애플파파이님은 아마존 우림에 서식하는 오래된 느티나무입니다.

        당신은 너무 오래 산 나머지, 광기에 침식되었습니다.

       

        = “크어억!! 아임 고루트!”

       

        당신은 아마존의 혹독한 자연 아래에서 끊임없이 싸우던 중,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립니다.

        그리고 당신의 앞에 거대한 동굴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동굴 안에서는 유황 냄새가 흘러나오고, 뜨거운 불길이 느껴집니다.

       

        = “들어가겠습니다.”

       

        네.

        당신은 동굴 안으로 들어가다, 어느 순간 온몸에 불이 붙게 됩니다.

       

        = “광전사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 “미친놈앜ㅋㅋㅋ” (블렌드)

       

        그렇게 당신은 정신을 잃어버립니다.

       

        이름 : 애플파파이

        종족 : 목인족 (느티나무)

        직업 : 광전사

        근력 : 8

        민첩 : 7

        지혜 : 3

        외모 : 11

        스킬 : (휘두르기), (박살 내기), (던지기), (도약), (붙잡기), (소리치기)

        종족 특성 : (자가 치유) 스킬 포함

        직업 특성 : (피해 감면) 스킬 포함

       

       

        *            *            *

       

       

        빵실님은 인간 농부입니다.

        언제나처럼 농사지으러 나간 당신의 앞에, 지주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 “아이고. 지주 나으리. 무슨 일입니까?”

       

        <“크흠! 오늘부터 지대 값을 두 배로 받아야겠네.”>

       

        = “아이고 나으리! 그럼 전 죽습니다!”

       

        <“그럼 죽게.”>

       

        = “……네?”

       

        그렇게 당신은 정신을 잃어버립니다.

       

        = “아니, 이게 뭐야?”

       

        = “슬슬 형도 귀찮은 듯?” (애플파파이)

       

        = “아하하핰ㅋㅋ” (요로케)

       

        이름 : 빵실이네

        종족 : 인간

        직업 : 농부

        근력 : 16

        민첩 : 6

        지혜 : 9

        외모 : 10

        스킬 : (설득), (회피), (휘두르기), (관찰), (땅파기), (도망치기)

        종족 특성 : (흉내 내기) 스킬 포함

        직업 특성 : 식물을 상대할 때 +5

       

       

        *            *            *

       

       

        라나님은 마을에서 촉망받는 개 조련사였습니다.

        당신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마을에 있던 말썽견들은 순식간에 착한 개가 되었죠.

       

        = “오오. 개통령!” (애플파파이)

       

        = “이거 딱 개통령이넼ㅋㅋㅋ” (블렌드)

       

        “음음.”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개를 훈련시키러 나왔던 당신은 실수로 절벽 아래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당신의 충성스러운 개도 당신을 따라 몸을 던집니다.

       

        = “오.” (요로케)

       

        = “충성스러워 충성스러워.” (애플파파이)

       

        = “아. 우리 빵실이도 저래 줄까?” (빵실이네)

       

        그렇게 당신과 당신의 애완견은, 어둠 속으로 떨어집니다.

       

       

        *            *            *

       

       

        블렌드님의 턴입니다.

       

        당신은 눈을 뜹니다.

       

        = “크억?! 여긴 어디지? 나는 초절정 꽃미남인데? 여긴 어디지?”

       

        = “와…… 개 때리고 싶네.” (애플파파이)

       

        눈을 뜬 당신의 옆엔 중년의 인간과 묘인족 소녀, 수염 난 드워프가 쓰러져 있습니다.

        아, 그 옆에는 커다란 나무가 뿌리째 뽑힌 채 드러누워 있군요.

       

        = “일단 주위를 둘러봅니다.”

       

        주위는 동굴로 보입니다.

        벽에는 횃불이 걸려 타오르고 있었는데, 그 외엔 다른 조명이 보이지 않습니다.

       

        = “일단…… 쓰러진 이들을 모두 깨우겠습니다.”

       

        누구부터 깨우시겠어요?

       

        = “어…… 묘인족 소녀부터 깨우겠습니다.”

       

        = “와. 소녀 고르는 거 봐라.” (애플파파이)

       

        = “렌드 너 설마…….” (빵실이네)

       

        = “아! 뭔 소리야!!”

       

        큭큭큭…….

        D20굴려주세요.

        (근력 판정 – 8 : 성공)

       

        당신은 묘인족 소녀의 뺨을 찰싹찰싹 때립니다.

        묘인족 소녀는 양 볼이 빨갛게 부어오른 상태로 눈을 뜹니다.

       

       

        *            *            *

       

       

        = “라나님. 이제 말씀하시면 돼요.”

       

        “아, 이제 내가 할 차례인가?”

       

        블렌드가 내 캐릭터를 깨웠으니, 이제 내가 나서야 할 때인 것 같다.

        다만, 지금부터는 ‘방송인 라나’가 아닌, ‘묘인족 소녀 라나’로서 말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게임은 ‘롤 플레잉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꾸물꾸물~!

       

        나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한다.

        요로케가 그려 준 간단한 내 캐릭터의 스케치를 참고 삼아, 나의 모습이 ‘인간’에서 ‘묘인족’의 형태로 변하기 시작한다.

       

        = “어어어?”

       

        = “뭐, 뭐야?!”

       

        = “어어?!”

       

        합방 멤버들의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렇게 변형이 끝난 나는, 미리 준비한 대사를 외쳤다.

       

        “누, 누구냥~?!”

       

        = “오?”

       

        = “헐.”

       

        = “오오오…….”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TRPG 과정을 서술할 때, 어떤 방식을 사용할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유명한 TRPG 소설을 참고하기도 했고, 유튜브에서도 많이 참고해봤습니다.

    결과적으로 지금과 같이 결정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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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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