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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6

       *** ***

         

       으하하하하!

         

       와하하하하!!

         

       이설과 이설의 수하들이 머무는 주루의 별채에는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신참들은 신이 나서 그때의 상황을 재현하고 있었고 그 모습에 이설의 수하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와 별개로 나와 이설 그리고 혁기린이 위치한 이층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다.

         

       이설은 혁기린을 향해 포권을 해 보이며 자신을 소개했다.

         

       “흑룡문의 독고이설이라 합니다.”

         

       “금명월이라 합니다. 소속 문파는 없습니다.”

         

       “용지맹과 함께 제 일을 도와주셨다 들었습니다. 인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겠군요.”

         

       “별말씀을요. 사제를 도운 것 뿐입니다.”

         

       “캐묻는 것은 아니나, 사문이 없다 하셨거들 어찌 용지맹을 사제로 부르시는지 그 연유가 궁금합니다.”

         

       “한때 일휘문이라는 몸을 담은 적이 있었으나 지금은 일휘문이 존재하지 않거든요.”

         

       “아…그렇군요.”

         

       가벼운 탐색전이 오갔다. 이설의 입장에서야 갑자기 수하가 외부인을 데리고 왔으니 혁기린을 탐색하는 것은 이상할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혁기린이다.

         

       겉으로는 평상시와 같이 사람 좋고 친근한 미소를 짓고 있으나 풍기는 기세가 평소랑은 완전히 딴판이었다.

         

       내면의 날을 바짝 세운 느낌이랄까.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운 반응이었지만 혁기린의 본체가 황녀이자 점창파 대제자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해못할 것은 또 아니었다.

         

       결국 이설은 운남사파의 핵심층. 유야 공주의 입장에서 보나 점창파 대제자인 혁기린의 입장에서 보나 고운 눈길로만은 볼 수 없었던 것일까.

         

       “크흠.”

         

       나는 헛기침을 하며 운을 띄웠다. 어찌 되었건 나는 지금 상화루에 위장 잠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니 혁기린과 함께 있는 편이 유리한 상황.

         

       “현재 명월 사저는 저와 비슷하게 중원을 떠돌아 다니고 있습니다. 혹시 명월 사저를 위해 방 한칸 내어주실 수 있을지…”

         

       “음.”

         

       이설이 중의적인 의미를 담아 가볍게 음성을 흘렸다. 이설의 입장에서는 내 요청이 그다지 달갑지는 않겠지. 아무튼 자신의 영역에 정체불명의 손님을 들이는 일이니까.

         

       그러나 이설이 거절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막 공을 세우고 돌아온 부하의 요청이고 혁기린이 이번 작전에 함께하며 일을 돕기도 했으니까.

         

       예상대로 이설은 나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승낙했다.

         

       “내 어찌 너의 청을 어찌 거절하겠느냐.”

         

       조심해야 할 것이 많은 이설인지라 조금 망설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생각보다는 흔쾌히 허락해주는군.

         

       평소에 보여주지 않던 화장과 화려한 옷차림도 그렇고 날 마중 온 것도 그렇고 이설 역시 신참들과 내 활약상을 듣고 꽤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다.

         

       “작은 전각이기는 하나 명월 님을 객으로서 모시겠습니다. 머물고 싶으실 때까지 편히 머무르시기를.”

         

       “…넓은 도량에 감사드립니다.”

         

       묘하게 이설에게 적개감을 보이던 혁기린도 나와 붙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는 않았는지 순순히 고개를 숙였다.

         

       “후후, 그렇다면 문제는 다 해결되었군.”

         

       이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목! 이설 님께서 말씀하신다!”

         

       응조가 목소리를 높여 술자리의 이목을 모았다.

         

       이설이 2층 난간에 서자 수하들과 신참들의 소리 없는 감탄사가 일었다.

         

       연회를 위함인지 한껏 꾸민 이설의 용모는 그러고도 남을 자태였다.

         

       “다들 수고가 많았다.”

         

       이설은 1층의 수하들과 신입들을 둘러보고 나와 혁기린까지 한번 둘러 본 뒤에 말을 이었다.

         

       “별다른 지원도 없었거늘 이리 성과를 내주었으니 기쁘기 그지없구나. 모두가 무사히 돌아온 것도 축하할 만한 일이다.”

         

       이설이 잔을 들며 말했다.

         

       “그러니 오늘만큼은 마음껏 즐기도록 해라.”

         

       와아아아아!!

         

       이설의 수하들과 신참이 환호성을 지르고 발을 굴렀다. 순식간에 주루의 별채는 온갖 소음으로 시끄러워졌다. 수하들의 소란에 이설 역시 유쾌하게 웃으며 잔을 들어올렸다.

         

       “건배!”

         

       “건배애!”

         

       수하들이 잔을 치켜올렸고 나와 혁기린도 눈치껏 잔을 들어올렸다. 이설은 내 쪽을 바라보며 잔을 내밀었다. 나 역시 가볍게 잔을 움직여 허공에 잔을 부딪치는 시늉을 해 주었다.

         

       모두가 일제히 잔을 비웠고.

         

       “부어라!”

         

       “마셔라아!”

         

       흥겨운 축제의 날이 시작되었다.

         

       *** ***

         

       “후우우…”

         

       혁기린의 아침은 남들보다 한발 빨랐다.

         

       남장을 들키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덜 자고 빠르게 일어나야만 했으니까. 남들과 비슷한 시간대에 행동하면 결국 위생이나 청결을 유지하는 행동에서 위화감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으니까.

         

       부지런함과 강박증 사이의 그 어딘가의 삶을 살아온 혁기린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상화루의 아침을 열었다.

         

       혁기린이 이른 아침부터 연무장을 찾은 이유는 일휘청운검을 되새겨 보기 위해서였다. 호천안을 가르치기 위해 일휘청운검을 익히기는 했지만 마지막으로 일휘청운검을 펼쳐본 것은 낙양으로 떠나기 전이니 반 년이 넘었으니 혁기린이라도 연습이 필요했다.

         

       쉬시식!

         

       일휘청운검의 제일초인 일휘삼검이 허공을 갈랐다. 호천안과는 격이 다른 일휘청운검의 정수가 허공에 수놓아졌다.

         

       검술의 기본적인 묘리라 할 수 있는 강, 쾌, 변, 유.

         

       혁기린은 그 모든 묘리를 완전히 이해하고 자유자재로 변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으니, 쏟아낸 검술 초식은 일휘삼검이었으나 실제 그 검은 일휘청운검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백변이나 마찬가지였다.

         

       청운충파, 절운단수, 잔월혈경, 휘운삭영…

         

       순식간에 열 개의 초식이 지나갔다.

         

       짝. 짝. 짝.

         

       혁기린은 갑작스럽게 들린 박수 소리에도 놀라지 않고 검을 집어넣었다.

         

       “훌륭한 솜씨입니다.”

         

       이설은 박수를 치며 혁기린의 검술을 칭찬했다. 혁기린 역시 담담하게 이설의 칭찬을 받아냈다.

         

       “부족한 솜씨를 보여드렸군요.”

         

       혁기린은 어젯밤 술자리에서의 이설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야말로 한 시진은 단장한 것 같은 모습에 노골적으로 몸의 선의 드러나는 창포까지 입은 채 호천안을 마중 나오던 그 모습을.

         

       거기에 연회 도중에 호천안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주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던데.’

         

       혁기린은 호천안의 말을 떠리고는 주먹을 꽉 쥐었다.

         

       뭐? 초면에 만나자마자 해치려고 한 사이라고?

         

       그런데 왜 호천안을 바라보는 이설의 눈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걸까!

         

       ‘이 거짓말쟁이!’

         

       그런 생각을 하며 호천안에게 화를 내고 있는 혁기린을 바라보는 이설. 혁기린이 묘하게 자신을 냉랭하게 대하고 있을 확신한 이설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미운털이 박혔나…?’

         

       이설은 어제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잠시 얼굴을 붉혔다.

         

       사제의 주군이라는 자를 처음으로 만났는데 그 주군이라는 자가 몸매를 여과 없이 드러내는 착 달라붙는 창포를 입고 있는 모습이었다면?

         

       사제의 주군이 그런 행색을 하고 있다면 어느 사저가 그런 주군을 긍정적으로 보겠는가.

         

       이설은 어제의 연회를 떠올리고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수치심을 무릅쓰고 과감하게 몸매를 노출하고 시간을 들여 꾸몄건만 용지맹의 시선이나 태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일부러 말도 사근사근하게 하고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었음에도 칭찬 한 마디 입에 담지 않았던 용지맹!

         

       자존심을 다 내팽개치고 비장의 무기까지 꺼내 들었건만 용지맹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렇다면 대체 용지맹을 어떻게 꾀어내야 하는가. 밤새 한숨만 내쉬며 고민하던 이설은 이른 새벽부터 혁기린이 내는 파공음에 이끌려 연무장을 찾았다.

         

       이설은 일휘청운검을 전개하는 금명월의 뒷모습을 보면서 한 줄기 방법이 떠올랐다.

         

       장수를 잡으려면 말부터 쏴라.

         

       ‘용지맹의 사저인 명월 소저부터 공략하자!’

         

       용지맹과 금명월의 우애는 척 봐도 각별해 보였다. 우연히 마주친 사제의 일에 발 벗고 나선 금명월. 그리고 그런 사저를 위해서 부탁이라는 말을 입에 담은 용지맹.

         

       저런 금명월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다면.

         

       혼자서는 꿈쩍도 안하는 용지맹을 쓰러트릴 수 있지 않을까?

         

       이설은 여전히 자신을 탐탁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는 혁기린을 보면서 전의를 다졌다. 비록 첫인상은 좋지 않게 새겨졌지만 첫인상은 어디까지나 첫인상일뿐! 지금부터 좋은 인상을 심어준다면 극복할 수 있다!

         

       이설은 의도적으로 사근사근한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그 솜씨를 조금 더 견식하고 싶은데 함께 몸을 풀어도 되겠습니까?”

         

       이설의 말 쏘기 아닌 말 쏘기 작전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 ***

         

       곤명으로 돌아온 지 벌써 시일이 꽤 지났다.

         

       “크으, 옥계는 아주 난장판이 되었다는구만.”

         

       “오만 녀석들이 다 우리 흉내를 낸다는군!”

         

       옥계에서는 대충 내가 예상한대로의 소란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특별히 개입할 필요 없이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혁기린 쪽을 통해 공권력을 동원하거나 흑묘를 통해 월복당을 움직이려고 했는데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겠군.

         

       뭐든지 자연스러운 것이 최고인 법.

         

       흘러가는 일의 방향성을 바꾸어버리면 그만큼 티가 나기 마련이니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덜미가 잡힐 가능성이 있었다.

         

       “크흐흐! 신참들이 제대로 한 건 했군!”

         

       “뭐, 좀 건방지긴 하지만 그만큼 고생했으니 풀어 주자고!”

         

       “흐흐흐! 다른 공자, 공녀님에게 한 방 먹인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군!”

         

       암룡문의 다른 후계자들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화파와 대암흑파의 활약상을 능가하는 일을 벌일 수는 없을 터였다.

         

       지금 벌어지는 이 혼란한 판에서 그 정도의 공적을 세우는 것 자체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고.

         

       그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해냈을지라도 결국 후발주자보다는 선발주자가 높게 평가받는 법이다.

         

       아무래도 후계자 경쟁에서는 이설이 크게 득점했다고 봐야겠지.

         

       이설의 수하들도 나와 같은 판단을 내렸는지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것 같은 얼굴로 신난 신참들을 귀엽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하하호호 평화로운 상화루에 또 다른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호호호호!”

         

       바로 이설의 웃음 소리였다.

         

       “하하.”

         

       이설은 내 사제이자 금명월이라는 가명을 쓰고 있는 혁기린이 무척 마음에 들었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혁기린을 불러 연무도 같이 하고 밥도 같이 먹고 다과도 같이 나누었다.

         

       음 혁기린이 귀엽긴 하지.

         

       여자인 것을 다 아는데 남자인 척 하면서 늠름한 표정을 짓던 혁기린도 무척 귀여웠지만 지금의 소녀소녀한 혁기린은 또 나름대로의 맛이 있다.

         

       황궁 물을 먹으면서 날카로운 위압감을 장착하긴 했지만 그래도 혁기린은 기본적으로 순둥순둥한 시골 강아지가 연상되는 사람이니까.

         

       혁기린의 매력이야 외톨이 흑묘조차도 푹 빠져들어갈 지경이니 말 다 했지.

         

       “아, 사제.”

         

       다만 혁기린은 아무래도 이런 이설의 접근이 부담스러운 모양이었다. 뭐 적지에 잠입한 상황이니 혁기린 입장에서야 이설과 친분을 쌓는 것 자체가 껄끄럽겠지.

         

       나와 시선을 마주친 혁기린이 눈빛으로 구조 요청을 보냈다. 나는 그 요청을 못 본척 고개를 스윽 돌렸다. 어차피 내가 저 자리에 다가가 봐야 나까지 함께 저 자리에 붙잡힐 뿐이었으니까.

         

       혁기린의 찌릿한 시선이 내 등에 박히는 것을 느끼며 애써 딴청을 부리고 있을 때였다.

         

       끼이이익!

         

       열릴 일이 없을 별채의 문이 열리며 삐걱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독고이설 님 계시오?”

         

       흑룡파의 전령이 찾아왔다.

         

       “내일까지 본문으로 출두하라는 문주님의 명을 전달하러 왔습니다.”

         

       암룡문의 후계구도가 격변할 두 번째 모임의 소식을 들고서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소근소근)

    (대충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

    (꾸벅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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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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